: 어제 평택에 사는 막내처남이 처조모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 처조모님은 올해 여든 여덟 되셨는데, 얼마 전부터 치매에 걸려서 사람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합니다.
: 가끔 찾아뵈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어제 하루 모셔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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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 처조모님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 알고 보니 처조모님이 고향인 제주도에 가신다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신 것입니다.
: 너무 조용히 나가셨기 때문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 그런데 잠시 후 동네 아래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답니다.
: 다리가 약하신 할머니가 길을 배회하다가 차들이 다니는 도로 한복판에 그대로 누워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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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락을 받고 정신없이 달려간 아내는, 그만 길에서 펑펑 눈물을 쏟고 말았답니다.
: 할머니가 손녀조차 몰라보고, "아주머니는 누구세요?" 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아내가 모시고 들어가려고 하자 마치 납치를 당하는 사람처럼 처조모님이 사방을 둘러보면서 "나를 살려주세요!"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아내의 팔을 비틀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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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교회를 갖다 오던, 둘째 딸아이의 남자친구가 그 광경을 보지 못했더라면 정말 큰일날 뻔했습니다.
: 웅이라는 그 아이가 할머니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으니까요.
: 할머니가 얼마나 기운이 센 지 아내는 잡아끌 수도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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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는 더 난리가 났었습니다.
: 할머니가 신발장의 신발이란 신발은 모조리 꺼내와서 각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이 자고 있는 침대 위에 올려놓았고, 제주도에 가야 한다면서 신발을 신고 방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벽이란 벽을 주먹으로 쳤기 때문입니다.
: 어디가 문인지조차 몰랐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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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이제 제발 주무시라고 잡아끌자, 다시 아내의 팔을 비틀고 밀치고....
: 그렇지 않아도 몸이 허약한 아내는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고, 둘째 딸이 간신히 할머니를 거실에 앉혀 놓은 뒤 성경책을 펼쳐놓고 열심히 기도를 했답니다.
: 제발 할머니 정신이 되돌아오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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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런 기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 잠시 조용했던 할머니가 이번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밖으로 나가겠다고 설치신 것입니다.
: 창문이 약간 높자 의자를 갖다 놓고 밖으로 뛰어내릴려고 했답니다.
: 아마 아내와 아이들이 그걸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등골이 써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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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조모님은 지금 서울 왕십리에서 처고모님과 함께 두 분이 살고 계십니다.
: 그런데 조모님은 걸핏하면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만류하는 처고모께 폭행까지 한답니다.
: 여든 여덟이나 되시는 노인네가 얼마나 힘은 센 지...
: 처고모님은 매번 할머니께 맞고 목이 조여지기도 하고...
: 정말 장난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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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치매에 걸리신 노인분들을 위탁받는 곳을 아시는 분은 없으신지요?
: 솔직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못하기 때문에 사설 기관보다 정부나 시에서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