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바람 속에
이해인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 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삼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빛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데서도
잠들 수 없는 삼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삼월의 바람입니다
3월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 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술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수선화
유치환
몇 떨기 수선화
가난한 내 방 한편에 그윽히 피어
그 청초한 자태는 한없는 정적을 서리우고
숙취의 아침 거칠은 내 심사를 아프게도
어루만지다니
오오 수선화여
어디까지 은근히 은근히 피었으련가
지금 거리에는
하늘은 음산히 흐리고
땅은 돌같이 얼어붙고
한풍은 살을 베고
파리한 사람들은 말없이 웅크리고 오가거늘
이 치웁고 낡은 현실의 어디에서
수선화여 나는
그 맑고도 고요한 너의 탄생을 믿었으료
그러나 확실히 있었으리니
그 순결하고 우아한 기백은
이 울울한 대기 속에 봄안개처럼 엉기어
있었으리니
그 인고하고 엄숙한 뿌리는
지핵의 깊은 동통을 가만히 견디고 호을로
묻히어 있었으리니
수선화여 나는 너 위에 허리 굽혀
사람이 모조리 잊어버린
어린 인자의 철없는 미소와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나니
하여 지금 있는 이 초췌한 인생을 믿지 않나니
또한 이것을 기어코 슬퍼하지도 않나니
오오 수선화여 나는
반드시 돌아올 본연한 인자의 예지와 순진을
너게서 믿노라
수선화여
몇 떨기 가난한 꽃이여
뉘 몰래 쓸쓸한 내 방 한편에 피었으되
그 한없이 청초한 자태의 차거운 영상을
가만히 온 누리에 투영하고
이 엄한의 절후에
멀쟎은 봄 우주의 큰 뜻을 예약하는
너는 고요히 치어든 경건한 경건한 손일레라!
🍃행복한 3월을 위해🍃
3월 입니다.
산에 들에 꽃이 피듯
가슴에도 꽃을 피워
행복을 선물 받는 3월입니다
내가 행복하듯, 3월에는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보다 당신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가득
사랑이 돋아나는 3월!
돋아난 사랑을 나누면서
행복한 3월을 만들겠습니다
내가 만들겠습니다.
3월에는
내가 준 사랑으로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한 3월에는
내 3월에는.
아직 추위가 있을 수 있고
기다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월은
이것마저 행복한 달입니다
마음까지 따뜻한 달입니다.
나의 3월에는
내가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멋진 한 달을 만들겠습니다
3월 내내 사랑하겠습니다.
- 윤보영 -
3월
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3월
박 금숙
거친 눈발이 몰아치거나
느닷없는 천둥이 치거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하는 것은
참을성 없는 계절의
상투적인 난폭 운전이다
3월은
은근히 다림질한 햇살이
연둣빛 새순 보듬어주고
벚나무 젖빛 눈망울
가지를 뚫고 나와
연한 살내 풍기는
부드러움이다
꽃샘추위 시샘을 부려도
서둘러 앞지르지 않고
먼 길 돌아온
도랑물 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일 줄 아는
너그러움이다
3월은
가을에 떠난 사람
다시 돌아와
추웠던 이야기 녹이며
씨앗 한 줌 나누는
포근함이다
☆ 삼월 ☆
임영조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본다.
3월의 연가
박서연
현존한 세상,
오늘이 있고 당신이 있기에
3월도 나는 행복합니다.
봄 향기 따라 반복된 일상,
푸르름으로 가득한
신비로운
대자연의 하늘 아래,
오늘이란 소중한 날에
당신과 함께라서
더욱더 값지고 의미 있는
아름다운 이 세상입니다.
인생 살아가면서
괴로운 일, 슬픈 일,
즐거운 일, 행복한 일,
세상 속에서 함께 논하며
동무 되어 주고
나를 기억해 주는
마음 따뜻한 당신이 있기에
오늘도 난 행복합니다.
당신이 언제나 내 곁에
소중히 존재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는 현실이 감사하고
삶은 즐거움입니다.
부르면
말없이 내게 달려와
마음으로나마 부담 없이
진솔한 나의 벗이 되어 준
고마운 당신이 있기에
난 오늘도 행복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우리의 짧은 인생길에
불평스럽지 않은
흡족한 마음으로,
노력 속에
삶의 희망은 보이고,
우리의
밝은 미래를 추구하는
소중한 꿈을 꿀 수 있기에
3월도 난 기쁨이고
크나큰 행복입니다.
그래서
3월도 난
긍정의 마음으로
세상을 넓게 바라다보고,
배려의 뜻깊은 마음으로
인생을 인지하며,
감사히 세상을 살아가면서
3월의 노래를 부르렵니다.
3월의 기도
남 정 림
익어가는 고통이
낭비로 끝나지 않게 해주소서
익숙해진 이 상처가
흉터로 끝나지 않게 해주소서
남모르는 이 아픔이
사치로 보이지 않게 해주소서
3월에는
고통의 가지 끝에
명랑한 새의 노래 머물게 하시고
멍든 잎맥 사이로
순한 꽃향기 맴돌게 하시고
어디에서도 터트릴 수 없었던
아픔의 꽃을 내밖으로
활짝 꺼내게 해주소서
고통이 고통을 안아주고
상처가 상처를 덮어주고
아픔이 아픔을 토닥이는
사랑의 3월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