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시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과학적으로 논란이 지속되며 어려운 문제이다. 로저 펜로즈와 스티브 호킹은 기하학적 정리를 원용하여,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몇 가지 조건이 맞는다면 우주는 시초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신은 절대자이므로 우주 창조에 아무 것도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creatio ex nihilo’, 즉 무로부터의 창조를 주창했다. 그러나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왜 무가 아니고 유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현대 물리학의 답은 다르다. 물질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무’는 양자역학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무’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유’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는 불안정하며 어떻게든 존재로 되기 때문이다. 우주는 양자요동으로 인하여 약 138억 년 전 일어난 빅뱅과 함께 촉발됐다. 양자요동은 빈공간의 진공이 실제로는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이라는 가설의 이론이다. 물리학자들은 1㎤의 빈 공간마다 10억 개의 원자탄과 맞먹는 에너지가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입자들은 반입자와 쌍을 이룬다고 한다. 전자에는 양전자(양성자가 아니다.)라는 반입자가 있고 양성자는 반양성자, 중성자는 반중성자가 대립 쌍으로 존재한다. 이렇게 물질은 항상 대비되는 반물질이 있으며 그 전하는 반대이며 이 둘이 만나면 소멸된다. 양자세계에서는 총합 에너지 0인 입자와 반입자(물질과 반물질)들이 수없이 출현했다가 사라진다.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주는 무에서 생겨났고, 결국 다시 무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무는 또한 유를 ‘창조’한다. 양자세계에서는 무에서 유로의 창조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한 지점에서 짧은 순간 상반되는 전하를 가진 물질과 반물질이라는 가상입자가 출현하고 이들 간의 ‘약간의 비대칭’으로 남은 물질이 급팽창하며 우주를 만들었다는 것이 빅뱅이론이다. 즉 양자 요동을 거쳐 출현한 물질과 반물질이 극미한 양의 차이, ‘약간의 비대칭’ 때문에 남은 물질이 급팽창(인플레이션)을 거치면서 우주가 형성됐다. 우주의 탄생 초기에 물질과 반물질이 약간의 차이가 즉 비대칭이 있었고 사라지지 않은 물질이 우주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는 비어있는 진공에서, 우연한 양자 요동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우연(chance)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에 반대했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는 그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증거를 보면 우주는 우연적인 주사위로 보이며, 만일 신이 우주를 관리한다면 신은 도박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