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
세상에!
이 낡은 나이에 나를 뒤집기 위하여
풍뎅이처럼 넘어져
하늘을 휘어잡으려는 몸짓, 팔도 다리도 허우적거리며
다시 땅으로 내려오겠다고 발버둥치다가
하늘의 구름이
내 입술에 내려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약을 치겠다고 올라가던 과수원 길에서
키가 넘게 자라난 잡초에 걸려 넘어진 자리에는
이젠 키워야 할 아이들도 없는,
등짐도 없는, 길에서 넘어져 풍뎅이가 된
나는 벗어야 할 짐도 없는데
땅을 짊어지고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다니!
아, 하늘을 똑바로 바라보며
곧 땅에 누워야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짐을 발라내고
일어서면 무엇이 될까
하늘의 법이 보이지 않아도 알려주는 시간을 벗기려는
얄팍한 시간, 몸을 옆으로 굴려 손을 땅에 짚고
일어선다 뒤집고 일어서면 보이는 과수원엔
무슨 소망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사과나무 꼭대기에
세상에! 누어서 보던 구름이 걸려 있다
첫댓글 더 이상 뒤집을 수 없을 때 까지 쓰러지면 다시 뒤집고 일어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