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종지기가 종을 칩니다.
커다란 종의 빈 곳은
금방 울림으로 넘치고 넘쳐
안팎은 하나가 됩니다.
소리가 나아간 곳은 어딜까요.
비어있음도 빔
하늘에 비는 것도 빔
마음을 비우고 하늘에 빌면
비나리는 하늘의 말씀에 닿습니다.
하늘의 말씀은 빈손, 공수(空手)
사랑은 눈빛으로 보는 게 아니라
눈빛으로 서로를 어루만짐입니다.
눈으로 보면 둘이지만
어루만지면 하나가 됩니다.
사랑은 장님이 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두 손을 비비면서
하늘에 기도를 합니다.
손에는 아무 것도 없이
오직 빈손으로 기도를 합니다.
해마다 설에는 설빔으로 기원합니다.
종지기가 종을 칩니다.
종불알은 종둘레를 오락가락합니다.
종소리는 어느덧 그치게 됩니다.
종은 본래로 돌아가 조용해집니다.
소리가 잦아든 곳은 어딜까요.
카페 게시글
박정진의 시와 철학
박정진의 철학시598-종소리
박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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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
24.07.08 08:0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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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비우고
눈으로 보지 말고, 그렇게 빔으로 또 비우는 군요.
비워도. . .매일 무언가를 채우고, 이크 또 가득 채워진 저를 보고 또 매일 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