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떳떳하게 정의롭게 사나이답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쓴 소주잔을 기울이면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인생살이더라
변변한 옷 한 벌 없어도 번듯한 집 한 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 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 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구나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바위보다 무거운 무겁다 한들 내려놓을 수도 없는 힘들다 한들 마다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소리가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메일 수밖에
용기를 잃은 것도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일은 버겁고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 수밖에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 '강성진, 박상면의 열연! 감동을 담은 뮤직비디오 '아버지'이자 남자의 인생''
https://youtu.be/D6hftfYrq2g
🦋 중년의 나이에도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 이 채
어머니
당신이 구름 위에 계신다면
사계절 비가 되어
하늘까지 닿는
무지개다리를 놓겠습니다
어머니
당신이 강 건너 계신다면
꿈에라도 나룻배 되어
밤낮으로 노를 저어
그 강을 건너가겠습니다
그 아침의 햇살 같고
그 햇살의 풀잎 같고
그 풀잎의 이슬 같은
온화하고도 인자하시던 어머니
당신은 힘들어도
한 마디 내색조차 없으시던
부모 노릇이
어찌하여 제게는
이다지도 힘이 드는 겁니까
가끔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을 때면
어린 새가 날고
철부지 아이가 동화책을 읽는
그 숲에서, 아늑한 그 숲에서
가슴 터지도록
그리운 당신을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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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가슴에 찬바람이 불면
✒ 이 채
날마다 덮는 건
밤마다 덮는 이불만이 아닙니다
떨어지는 꽃잎에 잊혀진 사랑도 덮고
소리없는 가랑비에 그리운 정도 덮고
구름 위의 꿈도 덮고
산새 좋은 가슴도 덮습니다
오는 해는 늘 하늘에서 뜨는데
지는 해는 왜 가슴으로 내리는가
눈물이 나는 밤엔
별빛마저 흐려지니
침침해진 시야에 아득한 세월입니다
중년의 가슴에 찬바람이 불면
다가오는 것보다 떠나가는 것이 더 많고
가질 수 있는 것보다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많고
할 수 있는 일보다
용기없는 일이 더 많아
어제 같은 지난날이 그립기만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강물도 넘치지 않을
가슴은 넓어졌어도
그 가슴에 찬바람이 불면
왜 이렇게 눈물은 깊어만 지는지
지나온 세월이
그저 허무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