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를 위한 새정치연합의 공천경선이 모두 끝났다. 원래 철저한 5대5 지분을 약속받고 한 통합이었으나, 그 약정서는 휴지조각으로 변했으며, 안철수측은 얻은 것은 거의 없고, 잃은 것만 많은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경기도지사 후보 김상곤, 전북도지사 후보 강봉균, 전남도지사 후보 이석형이 경선 결과 모두 구 민주당계에 패퇴하고 말았는데, 특히 양당 통합의 빌미가 되었던 김상곤 후보의 패퇴는 쓰라린 바가 크고, 통합을 하지 않았더라면 전북도지사 후보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던 강봉균 후보의 패배도 아쉽기만 하다. 비록 광주
시장 후보 윤장현 후보만이 전략공천이란 형태로 살아 남았으나, 이마저도 강운태 현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탈당 후 후보 단일화를 꾀하고 있어 상처만 잔뜩 입은 꼴이 되었다.
사실 5대5 통합의 정신을 살린다면 최소한 경기도지사, 광주시장, 전북 도지사 자리는 보장을 받았어야 했는데, 새정치연합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자체가 여러 계파가 병립하고 있는 구조이며, 김한길 대표가 얼굴마담 대표로서 실권이 없는 마당에, 안철수 대표가 김한길 대표의 약속만 믿고 합당결정을 한 감이 있다. 하지만 얼굴마담 김한길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며, 그 결과 안철수, 김한길 둘 다 상처만 입은 꼴이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따져 볼 때 통합이 없었더라면, 현재처럼,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과연 만들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볼 때,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김한길, 안철수 양 대표의 합당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합당으로 가장 피해를 본 측은 안철수였다. 주지하다시피 안철수의 지지층은 구 민주당 지지자, 무당파와 합리적 보수층이었는데, 합당 과정에서 무당파와 보수층이 대거 안철수 지지층에서 이탈하였다. 합당 전의 안철수 지지율이 23% 정도였는데 리얼미터 여론조사(5월 7~9일)에 따르면 15.4%로 하락하였다. 구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안철수 개인 지지율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지방선거 경선에서 안철수측 후보들의 패배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합당하기 전에 이러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했을까? 창당 후 단일화를 했더라면 안철수측은 훨씬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었을 것이며, 광역단체장 2~3석은 확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결과를 예측했던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적으로 안철수측도 참여한 가운데 경선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새누리당과 한판 승부를 겨룰 큰판이 만들어졌다. 이 판을 만든 공로자는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내던지고, 자신의 지지층의 이반까지 감수하며 합당 결단을 한 안철수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안철수의 결단이 없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전국의 모든 광역단체에서 3당이 경쟁하는 체제가 되어서 결국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헌상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러한 안철수의 공로에 대해서 치하는 못할망정 안철수가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이 되어 공정경선을 해쳤다고 주장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민주당에 몇몇 보여서 한 마디 아니할 수가 없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주었더니 보따리 까지 달라는 격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실 전국적인 공천 상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대 안철수측이 챙긴 결과물은 5대 5 지분을 들먹이기조차 힘들 정도로 참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기초단체장이나 광역, 기초의원의 공천이 전국적인 의미의 지방선거 승패에 얼마나한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 좁고 근시안적인 일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자기 지역에서 자기 수하들을 공천하지 못했다고 해서 안철수 대표에게 화풀이를 하는가 하면, 자기 관할 지역에서 마음대로 공천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당을 나가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으니, 참으로 한심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비록 지지율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안철수가 탈당한다면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또다시 한 자리수 지지율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안철수 대표는 그들의 주장에 대해, "결과를 보시면 알지 않습니까. 저는 시도당
인사나 공천에 전혀 관여한 바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오직 공정 공천
관리에만 매진해 왔다고 주장을 했고,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도 안철수측이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고, 김한길측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고 일요신문은 보도했다. 안철수측은 김한길측 배려가 고마워서 덥석 받았을지는 모르나, 뜨거운 감자를 삼킨 꼴이 되었다. 한 마디로 안철수 대표는 덤터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를 일단 울타리 안에 들여 놓은 후에 끊임없이 흠집내기를 할 것이라는 예측대로, 안철수의 공적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하이에나 무리들이 하얀 이빨을 들이 내놓고 안철수를 물어뜯고 있다. 안철수가 자초한 감도 없지 않지만, 어찌됐든 찢어졌던 야권을 하나로 묶어, 새누리당과 맞설 힘을 야권에 실어 준 안철수에 대한 대우치곤 가혹하다.
이러한 상황에 처해서 안철수가 취해야 할 방안은 무엇인가? 일부 지지자들은 이런 상황이라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안철수가 이제 와서 당을 깬다는 것은 이제까지 당을 깬 수많은 정치 유망생들의 최후로 미루어 볼 때, 그야말로 정치적 자살행위라 장담한다.
사람은 자신의 결단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합당 결단의 결과가 어찌 나오든 간에 안철수는 새정치연합 틀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어찌 되었든 박근혜 새누리당의 갖은 악재 때문에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릴 기미가 보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어느 정도의 수확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을 진짜 자신의 당으로 여기고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의 지지를 흡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안철수 지지율은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시 상승할 일만 남았다. 이미 떠나간 지지자들이 아쉽기 그지없을 것이지만, 떠나가 버린 지지자들에 연연하게 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다행히도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그 지지를 접고 무당파로 대거 유입되고 있는 현재, 그래도 무당파들이 그나마 지지할 수 있는 후보가 안철수이기 때문에 멀리 보고 차분히 정치적 행보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누구보다도 더 성심성의껏 선거운동을 지원해야 하고, 동시에 패배감에 우울한 지지자들의 마음도 위로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한 정당 소속이 되었기 때문에 장차 있을 새정치연합의 대통령 후보 결정과정에 대해서도 당 외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 따라서 안철수의 앞날은 안철수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되며, 안철수 지지자들 역시 안철수에게 탈당하라고 달달 볶을 것이 아니라, 안철수와 똑같은 인내심을 가지고 내실을 기하면서, 열매가 익을 동안 세월 가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이재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