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이 사흘만 남았다면
첫째 날은 그리워하고
둘째 날은 그리워하고
셋째 날은 그리워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숨을 모아
당신을 외우겠습니다
내 생의 치매로 강과 산과
머물던 집들은 흐릿하나
금강초롱 닮은 당신 온기만큼은
당신이 가르쳐준 저녁노래만큼은
푸른곰팡이로 슬어지도록
외우겠습니다
기억은 때로 외길에서 무너지는 연기 같은 것
가령 청평사 같은 데서 별이 뜨는지
동시상영 나무계단 첫 키스와
후미진 개나리숲 비누냄새의 두근거림과
육십 촉 전등 단칸방의 연탄가스와 가끔
떠나던 명사십리행 완행버스의 흔들거림과
아아 흔들거리며 저며왔던 어느 세월은
꼭 한 장 수채화로 외우겠습니다
- 정희성 -
첫댓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