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노동자협의회”방향성과 관련하여
2009.02.19.
출판노협 안명희.
1. ‘출판노조’와 ‘출판노동자협의회’ 간의 관계 정립
“2009년 2월 11일 <출판노동자협의회> 결성”이란 글에서, 현 출판노조와 출판노동자협의회(이하 출판노협) 간에 긴밀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당시 그 글을 쓸 때에도, 현 출판노조에 기대하는 바가 없었습니다. 노조 안에서 사업을 계획하고 행동해나갈 수 있었다면, 굳이 출판노협을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땐, 안일했던 면이 있었습니다. ‘일단, 있는 조직 안에 들어가고 보자. 유명무실해도 존재하는 조직을 활용하는 편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으리라,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노조와는 별개의 조직을 만드리라.’ 결국 한 달여간의 활동 속에서 내린 결론은, 출판노협 결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출판노협의 주체적 역량이 만들어질 때까지, 현 출판노조의 힘을(더 분명히 말하면, 출판노조 상부단체인 언론노조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빌려보자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출판노협에서 노조원을 구성해 출판노조에 대거 가입, 이를 통한 출판노조의 세력 확대를 꾀하자는 방안을 모색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출판노협이 결성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논의할 부분이 생깁니다.
1) 출판노협이, 종국에는 현 출판노조의 힘을 키우기 위한 외부 조직체로서 존재할 것인가?
2) 아니면, 현 출판노조와는 별개로 출판노협의 주체적 역량을 키워나갈 것인가?
저의 의견은, 두 번째입니다.
‘출판노협의 독자적 세력 확대’입니다.
만일, 첫 번째 안으로 출판노협의 방향성을 잡았을 때에는, 출판노협이 최우선으로 할 일은, 노조원 확보일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되는 것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인 현 언론노조 산하 출판노조 안에서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출판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현 노조가 어떤 태도와 행동을 취할 것인가입니다. 이 때문에 저는 대기업사업장과 영세사업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을 두지 않는 부문별 조직화를 말했지만, 과연 이것이 지금의 노조 형태 안에서 가능한 것인가 했을 땐, 의문이 듭니다. 기업별 조직화를 꾀하기를 요구하고, 외주자의 떼인 작업비를 받아주기 위해 상부단체인 언론노조에 부탁해보겠다는, 마치 적선과도 같은 태도를 취하는데,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굳이 노조여야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출판노동자들이 기본적 인권인 자신의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해, 출판자본의 대항세력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기존 노조의 틀 안에 갇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출판노협이 노조 밖의 노조로서 존재할 것인가, 출판노동자 운동으로써 출판자본에 대항해갈 것인가, 여러분의 의견을 묻습니다.
2. 출판노동자협의회, 사업분과에 대해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출판노협의 독자적 주체적 역량을 키워내자는 의견입니다. 때문에 사업분과를 조직화하려 합니다. 헐거운 채로 시작한 출판노협이고, 집행부도 꾸려지지 않은 상태인지라 역시 이조차도 정교하지 못합니다. 머리를 맞대주셔야 합니다. 함께 실천해나가야 합니다.
“2009년 2월 11일 <출판노동자협의회> 결성”이라는 글에서 “출판노동자협의회에서 풀어내야 할 문제들”을 나열했습니다. 이를 사업분과로 정리한 것입니다. “출판노동자 교육/ 출판노동조건/ 출판노동자 인권/ 파주출판도시/ 출판유통/ 출판자본/ 정부정책”입니다.
[출판노협 사업분과]
* 출판노동자 교육
노동자로서 자기 각성을 위한 ‘학습’입니다. 앎과 실천은 분리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물론, 앎과 실천을 완벽히 분리하는, 평(評)만을 즐기는 자들이 즐비하지만요. 여튼, “출판노동자 교육” 분과에서는 실천을 위한 앎을 목표로, 출판노동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출판노동자로서의 자기인식부터 출판노동자가 지향하는 사회를 그려내는 것까지 앎을 통한 합의된 실천을 모색해야 합니다.
* 출판노동조건
출판계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열악한지 데이터화된 것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막연한 싸움을 할 순 없습니다. 노동조건을 말하는데, 떼쓰지 말라고 합니다. 조금 전 북에디터에 오른 글을 보았습니다. 회사가 4대 보험을 안 해준다고, 의료보험만이라도~ 하는데.. 이 같은 글, 새삼스러우십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가슴 먹먹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출판사를 고발해야 하고요, 부당해고에 맞서야 하고요, 외주 작업비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출판노동자들이 처한 노동조건을 구체화된 자료로 만들어 밖으로 알려내야 하고요, 안으로는 조직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는 소송, 이 좁은 출판바닥에서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개인에게로 되돌아오는 현실입니다.
* 출판노동자 인권
지난 번 글은 참으로 얌전하게 쓴 거였습니다. ‘회사 묵인 하에 벌어지는 필자의 여성 편집자 성추행’이라고까지 말하진 않았으니까요. 한두 사람에게서 들은 말이 아닙니다. 성희롱 외에 출판노동자 인권과 관련해서 사례를 모집하다 보면, 참으로 가관이겠다 싶은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 바닥, 파면 팔수록 참으로 기막힙니다. 출판동네의 비민주성을 확인하는 것, 두렵기까지 합니다.
* 파주출판도시
기사 하나를 덧붙입니다.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참으로 다르게 해석되는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2&aid=0000024191 (세계일보, 2004년 2월 20일, 도시·자연·예술 어우러진 파주 “북시티” 날로 활력…출판문화 부흥 한껏 기대)
“파주출판도시, 출판사 사장들 땅 장사 하러 들어간 거지”란 비아냥, 들어보셨을 겁니다.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출판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파주로 들어갔습니다. 출판업계가 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했다는 파주출판도시의 이면을 파헤쳐 보아야 합니다.
* 출판유통
사재기, 과대광고, 밀어내기가 출판계에 끼치는 악영향이 있습니다. 이를 방치하면, 결국에는 자본력이 강한 출판사만이 남을 것입니다. 양질의 책을 내는 소규모 사업장이 살아남을 구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또한, 극소수의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활기를 칠 때, 한편으론 동네서점이 죽어갑니다. 출판유통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소규모 사업장과 동네서점이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 출판자본
저는 출판 역시도 신자유주의를 빗겨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영세사업장 출판노동자, 비정규 출판노동자가 처한 환경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제가, 한 달 전쯤에 북에디터에 올린 “‘선동’에 대한 변”이라는 글에서 ‘노동자인 편집자의 자기 주체성’과 함께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잠깐 언급했습니다.
“내가 일했는데, 돈을 못 받았습니다. 그럼, 내 노동의 대가를 지급해라 하고 말해야 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다른 문제제기의 방식이 필요합니까? 은행 털어서 내 작업비 달라는 거 아닙니다. 애당초 없으면 시키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거기까지 말하면 되지 않나요?
편집자가 생산한 책에서 회사 유지비며 인건비 등등이 나오는 것 맞습니다. 그거 모르는 편집자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편집자가 무슨 떼쟁이도 아니고, 자신이 속한 회사의 규모를 아는데, 무조건 돈 많이 달라고 하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회사의 수익성이 편집자의 생산에서 나오는 것, 다 압니다. 그런데, 편집자가 생산하고 수익이 생겼는데, 그 분배에 있어 의문이 든다는 겁니다. 도대체가 내 노동에 대한 대가가 충분치 않다는 불만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러면 사용자는 자신이 어떻게 경영하고 있는지 보여줘야지요. 여기서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나오는 것인데, 그거 안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 더 중점을 둬야 하는 거 아닐까요?”‘출판자본에 대항’이라고 하니, 거대하게 들리십니까? 우리는 이미, 출판자본 아래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회사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노동자인 편집자가 제 몫을 받지 못합니다. 경영 실패로 인한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구조조정을 하는데, 도대체가 얼마나 어렵기에 노동자를 밖으로 내모는지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알게 모르게 거대 출판사에서 계약직 편집자를 쓰고 있습니다. 아웃소싱으로 인한 비정규 출판노동자가 대거 양산되는데,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겁니까?
출판노동조건의 문제는 출판자본을 말하지 않고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출판노동자의 고된 삶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우리는, 지금,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야 합니다.
* 정부정책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불온서적이니 출판물 검열이니 하는 잊힌 말들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앞으로 출판노협에서 성명서를 발표할 일이 많아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2007년, 문화관광부는 한미 FTA 후속 대책으로 ‘출판지식산업 육성방안’을 내놓았습니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최장헌 사무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시작한 출판지식산업 육성방안을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국내 출판물 해외 마케팅 활동도 지원하겠다”며 “장기적으로 산업 기반을 다져 나가는 것만이 고질적인 출판 불황을 타개할 해결책”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2007년 당시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 협정 이행을 위해 그해 11월 입법을 목표로 진행하는 새 저작권법 개정 작업에 출판계가 전면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출판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시각으로 출판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삶의 터전인 현장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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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노동자협의회를 만든 지 일주일이 좀 지났습니다. 지금, 출판노협 카페에 가입하신 분은 (저를 포함해) 31분이시고, 입회서를 작성해 보내신 분은 16분이십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는 건, 활동의 너비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형편 안에서라도 열심히 함께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출판노동자인 자신을 위한 것이고, 자신을 넘어 출판현장을 지키는 동지와 같이 가기 위해서입니다.
출판노협은 출판노동자들의 조직체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노동자인 자신을 대변할 조직을 원해오지 않았습니까?
출판노동자 운동의 역사적 경험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면 되는 겁니다.
우선은 출판노협의 방향성에 관해 머리 맞대고 논의하길 바랍니다.
가없는 의견을 기대합니다.
첫댓글 카페라든가 가입방법을 알려주시며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