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들의 부탁으로 결혼식 주례를 몇 번 섰더니
예식용 백색 장갑이 몇켤례 들어왔다.
한겨울철에는 손이 시려서 이것을 손에 끼고 다니기도 하고
새벽에 테니스 하러 갈 때 손에 끼고 그립을 잡으면 한결 낫다.
그러나 지금처럼 날이 더울 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예식용 장갑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본래 파티나 모임에선 장갑을 끼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나이 지긋한 어머니가 파티에 나가야 할 판인데
외출용 옷은 친구들로부터 빌려 입었으나
험한 손은 어떻게 감출 수가 없었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손이 거칠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고민 끝에 백색 장갑을 끼고 나기기로 하였다.
그 이후로 파티 때는 여자들은 흰색 장갑을 끼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집사람도 설거지 할 때나 김치 담글 때에는
고무장갑이나 비닐 장갑을 끼고 작업을 한다.
옛날 어머니들은 맨손으로 일을 하셨다.
음식들이 맛이 있었다.
어머니 손 맛이라고도 했다.
재료를 양념과 버무릴 때 맨손으로 하는 것과 장갑을 끼고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내가 배를 탈 때 원목선을 타고 동남아와 유럽을 다녔다.
유럽에서 선용품으로 면장갑을 청구했다
프랑스에서 선용품을 받았는데 작업용 면장갑을 청구했는데
면장갑이 없고 대신 예식용장갑이 올라왔었다.
기관실 작업용 장갑에도 내열용과 피부보호용 등 작업성질에 따라 장갑종류도 달라진다.
한국사람들은 맨손으로 작업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 면장갑을 끼고서 작업에 임한다.
그런데 유럽사관들은 맨손으로 아니면 웨스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필요시 기계장치에서
흘러내린 기름을 닦아낸다.
장갑을 끼면 아무래도 감각이 둔해지고 잘못하면 장갑에 기어 사이에 끼어 사고 날 위험도 크다.
나는 2nd Eng'r 때 연료밸브에 들어가는 노즐 소제와 테스트한다고 맨손으로 석유 속에 담궈둔 노즐들을
만지느라 항상 손에서 석유냄새가 났다.
내가 아는 신발밑창 생산하여 나이키등에 남품하는 사장은 원료배합시에 자신이 맨손으로 만져서
그 감각으로 배합이 적당히 되었는지를 파악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손의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장갑이 있다고 해서 아무데나 장갑을 끼고 해서는 안된다.
작업의 성격에 따라 적당한 공구가 필요하듯이 장갑도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