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을 온지 벌써 20 여일.
아들이 개강 날짜에 맞춰 기숙사로
돌아 가면 와이프랑 둘이 남는다.
여기서 와이프와 텐덤으로 열흘 정도
바이크 투어를 더 갈까 했지만
이 더위에 뙤약볕 맞으며 왜 사서
고생이냐며 단칼에 거절하는
바람에 조기 귀국을 결정한다.ㅋㅋ
출국 때와 마찬가지로 입국 때도
탑승일 기준 72시간 이내에
PCR 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지를
소지해야만 비행기에 태워주기
때문에 먼저 검사 예약을 시도한다.
미국 입국 때는 신속항원검사도
유효하지만, 한국 입국 때에는
한국 정부가 더 까다로운 검사를
요청하므로 항원검사는 안 되고
반드시 PCR 검사를 해야 한다.
미국에는 여러 종류의 검사소가 있는데
무료 검사소는 정부 지원으로 무료지만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2~4일이 걸린다.
병원에서 하는 검사는 유료인데
24시간 내에 결과가 나오지만
검사비가 100~199 달러 들어간다.
이주 급한 경우에는 공항에서
Rapid test를 받을 수 있는데
1시간이면 결과가 나오지만
비용은 사악하게도 250달러다.
귀국 항공편 날짜를 오픈으로 해 놓고
왔기 때문에 25일 23:40에 출발해서
인천공항에 27일 05시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먼저 예약해 놓고
코로나 무료 검사 예약을 시도한다.
25일 탑승이니 22, 23, 24일에
실시한 검사결과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무료 코로나 검사는 월그린이나
CVS 같은 약국에서 이뤄지며,
간혹 우리 선별 진료소처럼 야외에
설치된 임시 검사소도 있다.
모든 코로나 검사는 해당 기관의
앱에서 예약을 해야만 검사가 가능한데
22일, 23일 예약을 찾아보니
델타 변이로 인해 검사 건수가 많아져서
그런지 그 날짜엔 예약이 안 된다.
예약 없이 검사장에 가도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한국 생각만 하고
미리 예약은 안 해 놓은 게 문제였다.
1차 좌절.ㅠㅠ
할 수 없이 가장 빠른 날짜인
24일(목)로 검사 일정을 잡고
아침 일찍 검사소로 향한다.
도착해보니 내가 예약한 곳은 대형 몰
주차장에 설치된 이동식 검사소였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검체를 채취하고
검사는 1분 만에 검사가 끝났다.
내겐 검사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받는 시간도 중요해서
직원에게 언제쯤 결과가 나오냐고
물었더니 2~4일이 걸린단다.
난 내일 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전에 결과 수령이 가능하겠냐고
물었더니 그 시간 안에는 절대 결과가
안 나오니 일정이 바쁘면 다른
RAPID TEST 기관를 찾아보란다.
2차 좌절.ㅠㅠ
다시 비상 상태가 시작된다.
오늘 유료 검사가 가능한 병원들을
폭풍 검색해 봤지만 이미 모두
예약이 차서 예약이 되지 않는다.
3차 좌절.ㅠㅠ
이렇게 되면 귀국행 비행기를 타는
25일에 공항에서 한 시간 만에
결과가 나오는 긴급 테스트를 1인당
30만 원씩 내고 받아야 한다.
4차 좌절.ㅠㅠ
이때 와이프가 검색한 결과를
보여준다. Irvine이란 도시에 있는
검사소인데 하루 만에 결과가 나오고,
비용도 50달러로 다른 곳의
절반이나 1/4에 불과하다.
유일한 흠이라면 샌디에이고에서
어바인이 137km 떨어져 있어
서울에서 대전 거리 정도지만
미국에서 이 정도는 가까운 거리니
여기로 가서 검사를 받기로 한다.
예약 시 검사비를 선불로 내야 해서
검사 결과 통보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하려고 구글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안 받는다.
모든 검사는 앱으로만 예약이 된다.
5차 좌절.ㅠㅠ
어바인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하여
11시로 검사예약을 잡고, 만에 하나
상황이 안 되면 최후수단으로 공항에서
한 시간 짜리 긴급 검사를 받기로
마음먹고 어바인으로 출발한다.
금요일 아침 출근시간과 겹쳐서
예상대로 도심 구간을 지날 때에는
가끔씩 정체되었지만 예약 시각에
맞춰 어바인 검사소에 도착했다.
여기가 검사를 받을 곳인
어바인 Sierra Bio Lab이다.
일고 보니 원래는 병리 실험실인데
코로나 때문에 코비드 테스트
업무를 병행해서 하고 있단다.
검체 채취가 끝나고 다시 결과지
수령 시각에 대해 물었더니
25일 16시 안에 결과가 나온단다.
비행기 시간이 25일 23:40이니
이대로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결과지는 문자와 이메일 두 가지로
전송되고 이메일을 프린트하여
공항에서 제출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다시 137km를 달려 샌디에이고로
돌아와 여기저기 관광을 하면서
아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던 중
검사 당일 17시쯤 아내의 결과가
문자와 이메일로 도착한다.
다행히 '음성'이다.
그런데 내 결과는 안 왔다.
6차 좌절.ㅠㅠ
조금 더 기다리다 혹시 뭔가
잘못됐나 싶어서 검사했던
검사하러 갔을 때 가져온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영업시간 종료 멘트만 나온다.
7차 좌절.ㅠㅠ
이렇게 밤이 지나고 이제 25일,
귀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이다.
아침 일찍 병원으로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16시까지
기다리면 결과가 나올 거라며
무조건 기다리란 말만 한다.
살짝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기다리라니 기다리는 수 밖엔
다른 방도가 없어 기다린다.
14시가 되어도 결과 통보가 없길래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봤다.
"어제 검사한 사람인데 와이프는
어제 결과를 받았는데 난 못 받았다.
지금이 벌써 14시인데 내 검사 결과를
확인해 줄 수 있냐?"
"결과는 검사기관에서 보내는 거라
여기서는 확인이 안 된다.
네 여권 사진을 찍어 아래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 연락이 올 거다.
통화는 안 되는 문자 전용 번호다."
"만약 16시까지 결과가 안 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냐?"
"16시까지 기다리면 결과가
나올 것이니 문자 먼저 보내고
답변 오기를 기다려라."
"난 오늘 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민약에 안 나오면 어떡하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나올 거다. 기다려라.
전화 끊겠다. 뚜, 뚜, 뚜, "
8차 좌절.ㅠㅠ
알려준 번호로 여권 사진과 함께
내 상황을 자세히 적어 문자를 보낸다.
14:30, 15:00, 시간은 계속 가는데
검사기관에선 연락도 회신도 없다.
9차 좌절.ㅠㅠ
어느덧 15시 55분이 됐다.
결과 통보 시한까지 불과 5분
밖에 안 남았다.
와이프는 포기하고 공항에서
250불짜리 검사를 받으란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미국의 국고에
도움을 주고 가야 하나 보다.
10차 좌절.ㅠㅠ
포기하고 나니 마음은 편하다.
아들과 미국에서의 마지막
기족 식사를 하기 위해 멋진
해안도로를 달리다 템덤으로 달리는
할리 라이더를 마주친다.
이 와중에도 할리를 보면 반갑다.
띠링!
바로 그 순간, 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전화기를 아들에게 주고 확인해
보라 했더니 검사 결과 통보다.
메일을 열어보니 '음성'이다.
푸하하하하!
이때 시각이 15:58분,
결과 통보 마감 시한을 불과
2분 남기고 결과가 나온 것이다.
250불짜리 공항 긴급 검사를
안 받아도 되니 갑자기 250불을
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샌디에이고에서 학교를 다녔던
더할리 회원 한스님이 친히 미국으로
전화까지 해서 멋진 곳이라
추천해 준 The marine room이라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오늘의 식당이다.
파도가 센 날에는 식사를 하면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내와 아들이 250불 벌었으니
더 비싼 메뉴를 시켜도 되냐고
묻길래 검사에 쓰는 것보다 그게
낫겠단 생각에 그리하라 했다.
분위기도 너무 멋지고,
음식 맛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검사 결과를 손에
쥐고 나니 마음이 평온하다.^^
이렇게 미국 여행에서의
마지막 가족 식사를 마치고
아들과 헤어져 귀국 길에 올라
무사히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도 입국 창구를
지나 세관 창구를 지나기까지 세 차례의
코로나 관련 사항을 추가 확인하고,
접종 완료와 PCR 검사제출이라는
확인 스티커를 여권에 붙여준다.
그런데 아직도 끝난 게 아니다.
입국 당일 보건소로 가서 다시
PCR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집에 머물러 있으란다.
나는 출국일 기준 2주 전에 2차 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라 입국 후 14일의
자가격리 면제라서 입국하면
바로 돌아다닐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공항 코로나 확인 창구에서
해외 입국자 추적관리 앱을
강제로 내 폰에 설치해 준다.
그리고 입국 직후 PCR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조건 집에서 대기해야 한단다.
이 앱으로 입국자의 동선을 추적하는데
이 기간 동안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바로 격리 조치에 들어간단다.ㅠㅠ
집에 도착하여 짐만 풀어놓고
바로 보건소에 검사를 받으러 간다.
검사받으러 온 사람들이 꽤 많다.
출국, 입국하면서 본의 아니게
PCR 검사를 네 차례나 받는다.
다음 날 아침 음성 결과 통보를 받고
비로소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
코로나가 여전히 극성입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십시오.^^
첫댓글 정말 고생하셨네요
귀국 축하드려요
집나가면 개고생 같네요
담달에 제가 겪을 내용이네요 ^^
완전 스펙터클하네요. 귀에서 영화 배경음악이 깔리는 느낌입니다. 고생하셨고 아드님 입학 축하드립니다.
집이 좋아요 ^^ 고생하셨습니다.
펀치님 글은 뭐든 재밌네요 ㅎㅎ
코로나가 힘들게 ㅠ하네요 ㅠㅠㅠ 어서오세요~~~
음성 축하드려요
즐라 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다 검사받고 다닌거 같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ㅎ
첩보물 못지않은 재미난글 잘 보았습니다.
펀치님에 마음졸임을 알면서도 재미난 후기라 웃으며 읽었습니다^^
무사귀국 하셨네요. ^^*
와! 마음 졸이면서 읽었습니다.
무사귀국을 축하드립니다.^~^
귀국하셨군요 ,,,
무사귀국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비와서 오도방도 몬타고 ㅎㅎㅎ
코로나로 모든것이 참 힘든 시기인것 같습니다.
펀치형님..
환영합니다..ㅎ
출국도 힘든마당에 귀국 고생하셨습니다
멋진 식당 멋진 파도만큼이나 멋진 다이나믹 미국여행 이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