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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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라도 걸린 날이라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과감한 허구’를 가려낸다.
높으신 분의 말 한마디는 한 세기가 끝날 때 까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눈썹 하나 까닥하면 날벼락이 떨어지고,
말 한마디에 사람의 목숨이 오락가락한다.
사람들은 높으신 분 말 한 마디에 알아서 몸을 낮추고는
풍자시를 달콤한 아부의 시로 고쳐버린다.
그러나 우리 노래의 선율이 서글픈 것은 어찌 할 수가 없다.
노래를 다 고치지 못하고
우리는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우리의 뮤즈와 타협하라.
나는 다른 선율을 알지 못한다.
슬픔과 분노 없이 사는 사람은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오래 전부터 2명만이 신문열람실에 계속 앉아 있다.
그 중 하나는 이미 75살.
비록 늙었지만 몸이 곧고, 시선도 똑바르다.
그는 탐욕스럽고, 구두쇠에다 애들도 싫어한다.
이 노인에 관한 소문들....
집에 있는 초가 아까워서 이곳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그가 쓰는 서류의 내용은 “노예에게 가장 좋은 약은 채찍이다” 라는 것.
그는 생모를 감옥에 넣고, 돈의 뒷거래를 하고,
심지어는 부인의 다이아몬드까지도 훔쳤다 한다.
다들 이 노인을 싫어하지만,
카드놀이 파트너는 항상 끊이지 않는다.
“카드놀이는 정직하게 잘 하는데 뭐가 문제란 말이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또 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늙고 여위고 창백한 그는
공포에 떨고 있다.
손에는 빨간 펜. 코에는 안경.
오랜 세월 검열을 해 온 그는
습관적으로 자신이 검열한 모든 자료를
아직까지도 갖고 있다.
그가 검열로 문장을 고쳐버렸기 때문에
작가의 색채가 모두 바래 버렸다.
쥐를 앞에 둔 고양이처럼
연필을 쥐고 일에 임한다.
“뭐 하시고 계십니까?”
“잡지를 읽자니 끔찍하네요.문제가 없는 줄이 하나 없군요.
(...)
자유, 자치, 정보공개!
모두 정부에게는 위험하고 참혹한 것들이지요.
관등, 자유, 뇌물에 관한 말 한 마디
나는 인쇄를 허용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새 체제로 바뀌면서
의장님이 나에게 사직서를 내리셨지요.
감히 불평을 할 수는 없지요.
(그럴 순 없지요.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지요.)
그러나 왜 내가 이제 쓸모없어 졌는지
만약 내가 알게 된다면, 나를 죽이세요.
일이 내 모든 인생을 다 삼켜버렸지요.
때로는 너무 깊이 일에 몰두한 나머지
꿈에서도 문뜩 문구가 떠올라
침대에서 뛰어 내려와 줄을 긋고 또 그었지요.
비밀스런 목적을 위해서
작문의 키포인트를 조금 조작하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교회에 가서 신에게 기도하고
또다시 세 번 읽어보았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생각하고 또 이해했습니다.
글을 쓴 자들은 내 앞에서 두려워했지요.
촛불 아래의 파리처럼 빙빙 돌다가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지요
(...)
"7년간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봉급을 괜히 받은 건 아닙니다.
(...)
난 불쌍한 작가들을 소중히 했습니다.
나는 페이지와 줄을 남겨놨었지요. 단지 해로운 사상을 지웠을 뿐입니다.
만약 당신이 “지주가 민중에게 냉혹하게 대했다” 라고 썼다면,
나는 단지 한 글자만 바꿀뿐이지요.“냉철하게”라고 말이죠.
그럼 어떻습니까? 기껏해야 한 문자 만이란 말입니다.
또 만약에 “귀족영지에 거지가 매 해 늘어나고 있다.” 라는 글이 있으면
“이건 이탈리아의 영지에 관한 이야기이다”라고 덧붙이는 겁니다.
그럼 그 글은 통과가 되는 거죠.
또 만약에 “아마색 곱슬머리의 이반이 정열적인 리자를 유혹한다”라는 글이 있으면
“피자를 유혹했다”라고 고치는 겁니다. 그러면 몇 권이나 되는 소설 전체를 구할 수 있는 겁니다.
눈이 띄지 않는 이런 수정이
사상과 어구를 바꿔서
나중에 바늘을 갉아먹지 못하게 하는 거지요.
네, 그럼요, 나는 작가들을 아낍니다.
나 스스로 가난하고 힘든 집에서 태어났고,
나에게도 아이들이 있습니다. 난 짐승이 아니라구요.
아~ 아이들! 아이들!"
(노인은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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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략)
첫댓글 여러분 곧 토탈워에 검열이 시작됩... 아닙니다
결론은 내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