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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내 이름은 마왕 #55 (외전)
55 마왕의 장 : 외전> 세상의 하나뿐인 치즈 케이크 (上)
하아아아아.. 뱃속에서 끓어 오르는 한숨은 분명 아쉬움이다. 입맛을 쩝쩝 다쉬는데,
"..후계자. 너 왜 그래?"
"우, 우와아앗!"
눈 앞에 디밀어진 커다란 주황색 눈에 화들짝 놀라 새된 소리를 내야 했다. 휴리안은 내가 너무 놀라는 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은근히 토라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커다란 주황색 눈이 살짝 치켜져 올라갔다.
"흥! 내가 너한테 무슨 해코지라도 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에.. 아냐, 미안해. 아하하.."
고개를 휘휘 저으며 부정해 봤자, 믿지 않은 눈치로 휴리안은 까치발을 들어 내 머리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이마에 내
이마를 마주대고, 얼굴과 얼굴이 맞닿아 있는 상황에서 붉어진 얼굴로 녀석은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뭐... ..무슨 걱정 있어?"
그러나 짐짓 걱정스러운 눈빛에 푸훗, 웃음이 나왔다.
"아니, 딱히 걱정 있는 건 아닌데.... 음... 먹고 싶어서."
"..먹고 싶어?"
"엉. 정말 먹고 싶다아, 제길."
지금 먹고 싶은 것 때문에 그런 심각한 표정이란 거야? 하고 휴리안은 큰 눈을 치켜 올렸지만, 내 입장은 좀 다르달까. 인간에
게 있어서 (물론 지금이야 마족, 거기다가 후계자라고 해도) 식욕이란 3대 원초적 본능 중 하나잖는가?
바보 아버지, 카인과의 계약 후에 어쩌하다보니 마족이 된 이후로는 이렇다할 식탐이 생기지 않는 상태에, 그래도 매일 꼬박꼬
박 3끼를 챙겨먹고 있는 상황이지만..
난 단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크흑. 초콜릿이나 설탕 류의 과자에는 눈이 돌아갈 정도록 무지무지.
휴리안은 침을 흘리려는 태세의 나를 흘낏, 바라보더니 툴툴 거리듯 은근한 어조로 물어온다.
"뭐...가 먹고 싶은데?"
"헤에, 사주게?"
"-이익! 바보냐?! 네 녀석은 후계자라고, 후계자! 사주지 않아도 궁중 요리 마(魔) 한마리만 불러오면 충분해! 게다가 네가 먹
고 싶다면 내 쪽에서 마법으로 만들어도 충- 익... 익.. 뭐! 물론 내 마력을 이런데 낭비 할 수는 없지만!!"
휴리안은 자신이 한 말에 자신이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말끝을 흐렸지만 하얗고 조막만한 얼굴에 커다란 주황색 눈, 살짝
붉어진 통통한 볼살, 게다가 어우러진 붉은 곱슬머리가 귀여워 손을 뻗어 쓰다듬었다.
"우오옷, 그러면 되겠구나!"
"이 손 치- 엣? 뭐?"
어차피 쓰다듬어 주는 손을 거부할 생각은 쥐톨만큼도 없는 녀석이 입으로만 투덜거리다, 갑작스러운 내 말에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보고. 그런 휴리안을 향해 나는 씩 웃어 보였다.
"훗, 마법으로 만들어 먹으면 되는 거였네?"
*
마신의 은총이 깃든 마족의 마역(魔域), 유마르. 아이러니하게도 별모양인 5각형 대륙의 중심부에는 당연하게도 마족들의 '중
심'인 마왕성이 있다. 은은한 안개에 감싸여 있는 마왕성의 최상층 안, 그들의 선택 받은 후계자- 긴 은발에 아름다운 금안의
마족은 살짝 뚱한 표정으로 입술을 열었다.
"...이 맛이 아냐."
"뭐.. 뭐라고~! 남이 애써서 마력까지 써서 만들어 줬는데! -맛이 없다니, 너무하는 거 아냐 너?!"
크흑, 정말 이 맛 아냐아. 역시 손맛이란 게 중요 한 걸까? 마법으로 뚝딱 만들어 낸 것은 정말 취향대로가 아닌 걸. 흠, 어쩌면
휴리안이 내가 원하는 맛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
그러나 그런식으로 얘기하기엔, 앞에 수북히 쌓인 치즈 케이크 더미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휴리안을 바라보아야 했다.
"마.. 맛 없다곤 말 안했어!"
"....너어!"
"아.. 하하... 미, 미안해... 하지만 정말 이 맛이 아니어서..."
나는 미안한 마음에 휴리안의 까칠한 시선을 피했다.
궁중 요리사까지 불러들여서 만든것도 저 쪽에 수북히 쌓여 있는데... 왤까. 그리운 그 맛과는 좀 다르다. 아직 마족이 되기 전
에, 인간이었을 때에 고아원 아이들과 다 함께 만들었던 치즈 케이크 맛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입으로는 여전히 케이크를 우물거리면서도 왠지 풀이 죽어서 있는 내 꼴이 안쓰러웠는지, 휴리안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바락
소리를 친다.
"치.. 치잇! 그, 그러면 어쩌란 말이야! 내가 직접 가서 만들기라도 해 올까?!"
"에?"
그것은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을 대변한 말이었을 것이다. 휴리안은 마족이다. 뼛속부터 끝까지. 상급으로 태어나 상급으로 죽
을 운명의 해택 받은 휴리안은 뼛속부터가 마족이란 것이다.
마족이란 누구인가. 무릇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 족속임에 틀림 없다. 마나로 이루어진 생명체로 마나가 있으면 뭐든
해결되는 그들은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쥐어봤다면 살생을 위한 검 이외에는 없을 거란 말이다. 하물며 마계에서도 상급인 휴
리안이 검이 아닌 식칼을 들어 봤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의 팔목을 끌었다.
"뭐, 뭐야!!"
"그래, 휴리안!"
"....뭐?"
입꼬리를 잔뜩 말아 올리며 헤죽 웃으며 나는 기쁘게 말한다.
"그래, 휴리안! 그러면 되겠다아! 네가 세상에 하나뿐인 치즈 케이크를 만들어 줘!"
*
"....휴리안을 부엌...에 집어 넣었단 말이야?"
유마르, 즉 내가 몸 담고 있는 마계의 마왕. 그러니까 날 후계자로 만들어 버린 망할 아버지, 카인은 떨떠름하게 되물어왔다.
"응? 아하하하... 그, 그렇게 됐어."
". 냐.... 냐핫... 냐하하하하하하!!..."
쩝, 조 좀 심했나? 휴리안은 씨근덕 씨근덕 거리며 내 손을 뿌리치고선, 제엔자아앙~ 을 외치며 부엌으로 사라져 버렸다. 사실
녀석이 정말 해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울쌍으로 부엌으로 향하는 꼬마에게 건넨 말은 장난 반 진심 반이었던 것이
다. 사실 수제 치즈 케이크야 분명 먹고 싶었지만...
내가 살짜쿵 죄책감에 시달리는 얼굴을 하자 카인은 웃음을 참기 힘든 듯 입술을 씰룩였다.
"역시... 아들 하나는 잘 뒀단 말이야... 냐하하하하~~!!"
"에? 왜?"
잘뒀다니. 13살 짜리 밖에 안된 (적어도 외견은) 어린애를 부엌으로 집어 넣은 걸 그렇게 표현하는 거냐? 당황한 날 보더니 카
인은 이래도 좋다 저래도 좋다,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냐하하하.. 냐핫. 훗, 뭐.. 충분히 그럴 자격이야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급 마족으로 키워지고 있는 엘리트를 부엌에 집
어 넣다니.... 캬하하하하!"
"...응?"
두번째 말은 웃으면서 중얼댄 터라 잘 알아 듣지 못해 반문해 봤자,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였을 뿐이다. 입술이 씰룩
이는 걸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게 틀림 없었다.
미친 듯이 웃어대는 마왕 옆에는 그를 제외하고도 3대 공작이 모여 있었다. 유카르트, 하데스, 치셰르는 나를 바라보다가 서로
를 바라보다가, 이내 난감하다는 듯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에도 제법 즐겁다는 표정인데..
뭐야, 왜 얘들은 맨날 나만 못알아 듣는 얘기를 한단 말야?
내가 억울한 눈치로 그들과 마주 앉아 있자, 내 옆에서 유카르트는 피식. 붉은 눈을 가늘게 뜨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뭐.. 카이데를린님도 대단하시긴 합니다만."
"응?"
"이 많은 서류들을 뒤에 쌓아 논 체로 우리랑 다과나 드시는 카이데를린님도 만만치 않단 말이지요."
"..냐... 하하하하하."
톡톡. 손길로 옆에 쌓여있는 서류들을 손짓한다.
어느세 저런 게 생겼지? 하고 놀란 눈으로 보자, 카인 녀석도 놀란 게 틀림 없었다. 마계에선 가장 강한 마왕이지만 그 악독한
마왕을 붙잡는데 이골이 난 원로원들의 수준도 날로 높아져 가고 있었던 것일까. 카인 녀석도 눈치채기 전에 수북한 서류가 우
리의 다과 옆으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카인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에 동참하고 있던 3대 공작들도 악랄한 미소를 짓고, 그들의 뒤로 소리없이 열린 문 밖에는.... 키
르미네와 키르케를 포함한 원로원 의원들이 충혈된 눈으로 우리를 노려 보고 있었다.
이내 냐하하하하,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짓던 카인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져 가더니.
"....아... 아들?"
"아.. 하하하하하...."
"아들!! 아. 아들 내미!!"
"...하... 하하....."
카, 카인 미안... 나... 난, 카인을 구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아!! 속으로 절규하듯 소리쳐 봤자, 왠지 모르게 입가에 걸린 건
나 역시 사악한 미소였다.
사, 살려줘어어어 아드으으으으으을~~ 하는 카인의 괴로운 목소리에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카인님."
탁. 커다란 문이 가볍게 다침과 동시에 유카르트는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든다. 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끝없이 울려 퍼
지던 비명 소리도 문이 다침과 동시에 뚝 끊겼다. 아하핫.. 방음 하나는 잘되는 방인게 기쁘구나.. 쩌업...
모두들 마족 씨들이 그리우실 거 같아서요오... ;ㅁ; 훗훗.
실상 제 모에 캐릭은 다름 아닌 카류(카인류이)기 때문에... 근친 만큼은 피하자, 라는 모토로 썸씽이 없지만.(응?).
그렇다면 휴류(휴리안류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참에 씬이라도 질러 버릴까 하지만, 역시 인소닷은 씬은 리턴을 당한다는...<<
하편은 오늘 저녁이나 내일 쯤에 올라갑니다(웃음웃음).
수정 했습니다!
첫댓글 아아, 그리운 마족들의 이름이로군요! 오랜만이라 누가누군진 다소 헷갈리긴 하지만..... 휴리안만큼은 여전히 귀여워요ㅠ, 재밌게 보고 갑니다아ㅜ
아앗, 휴리안 좋지요오?<
오랜만에 카인하고 나오는 군요 ㅠㅠㅠㅠ ............................ 카인 죠은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음 ..씬도 괜찮은데 .. 전 근친도 상관없어요 >< 왠지 잘 어울릴꺼 같은데 .흐음 ...
아아, 근친... ㅠㅠㅠ 아버지 만세여서 근친은... 제길, 끌리긴 하지만..ㅠㅠㅠㅠ 아쉽아쉽
ㅋㅋㅋ 에또.. 저.. 판타지비엘 쓰는 중이에요. 인소닷에서... 음.... 근데 씬 쓰면 안되나?
직접적인 성묘사가 나오는 글은 리턴 당한다고 쓰여 있더군요. 으음, 인소닷은.... ;ㅁ; 어린분들이 많아서. 허허.
앗! 케익 어떻게 생겼는지 안보여 주는 건가요ㅠㅠ 아깝다 히한하게 생겻으면 하는 바램이 없진 않았는뎁...씁 잘읽고 가요^^ 열심히 쓰세요^^
하... 하편이 있습니다만;;;;;;;
꺄아!! 간만입니다, 얼마만에 여기와서 글을 읽는건지! 잘읽었습니다-안그래도 카인이 그립던 차였는데>_<
어머, 단지님 오랜만이에요!!
우와앗 치즈케이크! 제가 제일좋아하는 케잌이라는...+ㅁ+휴리안이 만든거라니 저도 먹고싶네요 ㅋㅋ 쩝..
먹으시면 후회하실텐데요..(중얼중얼)
캬캬캬+_+ 고소해라..<<...... 2주에 1번씩 올리는건가열~?♡
아... 아니요!!! 1주일에 한번입니다ㅠㅠㅠㅠ
아앗~근친도좋져~쿠후후후....그나저나휴리안이누구인지까먹었다는;;;남잔가요?...하두안나오니까먹었다는....흐음...아무튼..휴리안귀엽네요~반응이...(싱긋)그나저나요번편도잘봤습니다~
소년입니다아.. 물론 무성이지만.....<
ㅋㅋ많이 그리워 하고 있었습니다!!!!!!!!!!!!! 휴리안.. 그 싸가지가 없었던것 같기도 하지만 많이 귀여웠었던 놈입죠!!!!!
하핫, 그지요오!!!!<< 기억해 주시는 군요
꺄욱~ 재미있어요오~~담편 기대할께요오~~~~~~
와아, 지금 올라갑니다아!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에, 초아양 오랜만이에요!
앗 그리워하고 있었어요오_!!
후후후후후훟!!
나 오타 발견!ㅎㅎ 긴 은발에 금안 아닌가??ㅎ 어? 이게 아닌가...
엣, 맞아요!! 어디죠?;;;;;
왔어요. 음.... 일주일은 넘은 것 같은데. 이제 사실 자주 인소닷엔 못 들어올것 같아요. 연재하시는 작가님도 일주일에 꼬박 들어오시는데, 맘편히 보기만 하는 제가 이러니까 너무 죄송하지만;; 사실이 그럴 것 같아서요. 그나마 인소닷도 휴님 생각나서 들어왔거든요. 치즈케이크 재밌게 보고 갑니다-! 헤헤, 전 초콜렛이나 모카나 고구마케잌이나 새콤한 딸기 케잌 등등<<결국 생크림 케잌 빼곤 거의 다;; 좋아합니다.
;ㅁ;어머, 푸시나님 왜요? 혹.. 여, 열공?(후덜덜)
ㅋㅋㅋㅋㅋ 아 카인 완전 웃겨효 ㅋㅋ ㅋㅋ ㅋㅋ 긔여워
아앗,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