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과 유통업계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이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외식시장을 위협할만한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생산·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음식을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마련에도 주력하면서 외식업계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편의점시장 동향 분석을 통해 외식산업에 끼칠 영향을 전망해본다.
글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 사진 각 업체 제공
편의점 간편 식품 판매 증가로 외식시장 대변혁
1980년대 후반 처음 등장한 편의점은 20여 년 만에 약 3만 개점으로 늘어나 매일 900만 명의 소비자가 방문하는 복합생활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편의점 식품군의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특히 ‘품질은 낮고 가격만 비싸다’는 편의점 식품의 편견을 깨고, 가격과 질을 모두 잡은 고품질 상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외식시장의 소비자들도 편의점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편의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도시락 등 편의점의 즉석식품 판매 비중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1~2인 가구가 늘면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편의점 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품질대비 저렴한 가격과 최근 들어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식품의 종류 덕분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과거에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울만한 것이라고 해봤자 삼각김밥과 같은 주먹밥 등이 전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편의점 식품에 대한 고객의 인지도와 맛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식품의 인기 확산에는 ‘접근성’도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3만여 개에 달하는 편의점이 전국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미 조리된 제품을 데워먹는 형태이기 때문에 구매에서부터 취식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시간 절약이 가능하고, 도시락과 함께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반찬류, 생수, 라면 등을 한 공간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여건도 편의점 이용의 장점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과거 외식브랜드 도시락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키워드가 바로 ‘즉석’이었는데, 이제는 편의점 도시락이 맛과 구성의 다양함 등으로 이 핸디캡을 많이 따라잡은 것이 사실”이라며 “편의점 먹거리가 간편함, 새로운 맛, 합리적인 가격, 트렌디한 메뉴, 신선함 등 다양한 강점으로 외식업계와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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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상품 증가, SNS 발달이 인기 기폭제
2014년 편의점 관련 키워드는 1인 가구, PB상품, 그리고 SNS를 통한 입소문이었다. 이 3가지가 맞물려 편의점 식품의 인기를 견인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우선 편의점이 1인 가구에 주목한 것은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1~2인 가구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간편 식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한 비율은 전체 가구의 34.7%였으나 2014년에는 52.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편의점업계의 지속적인 PB상품 개발도 고객의 편의점 방문 증가에 주효했다. 기존의 고객들이 ‘접근성’ 측면에서 편의점을 선호했다면, 특정 브랜드에만 있는 PB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가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SNS는 PB상품 인기에 불을 지폈다. 광고 외에 인지도를 높이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가 활성화된 현대사회에서 SNS상의 입소문은 상상 이상의 광고 효과를 발휘하며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편의점의 다양한 먹거리를 맛보고 SNS를 통해 시식평을 올리는 것이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를 통해 인기를 끈 상품들이 유독 많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GS25의 ‘김혜자도시락’으로, 김혜자도시락은 SNS상에서 ‘마더혜레사’, ‘갓혜자 도시락’ 등의 별칭이 붙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홍석천의 ‘홍라면’ 역시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최단기간 판매 신기록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GS25의 관계자는 “경험담이 담겨 있는 SNS의 특징으로 인해 상품의 맛이나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PB상품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편의점 이용도 증가
편의점의 도시락이나 즉석가공식품을 찾는 소비자는 젊은층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50대의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편의점 식품시장의 성장을 보여주는 또 다른 부분이다. 약 7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편의점 도시락시장의 주요 소비자는 젊은 남성 직장인이 많다는 것이 편의점업계의 분석이다. 편의점 CU가 지난 2년간 도시락 구매층을 분석한 결과 20~30대 남성이 전체 도시락 구매 고객의 43%로 집계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50대 중장년층의 편의점 이용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븐일레븐이 2014년 11월까지의 판매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편의점의 주고객층으로 새롭게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20.3% 증가하며 처음으로 매출 구성비 20%를 돌파했다. 이는 최근 50대 경제 활동 인구가 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편의점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당시 20~30대 청년층(1960년 초반생)이 어느덧 중장년층에 접어들면서 이들이 편의점 이용에 거부감이 없는 것도 중장년층의 편의점 이용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중장년층이 다양한 정보와 문화에 익숙해짐에 따라 이들의 소비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향후 타깃층을 위한 맞춤형 도시락 등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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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집중, 외식업계와 2차전 예고
기존의 편의점 식품을 ‘테이크아웃’ 개념으로 취식했다고 하면, 최근에는 이 같은 식품을 편의점 매장 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외식업과 편의점의 경계가 흐려진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편의점 내에 간단히 마련된 바에서 취식하던 것을 언제부턴가 매장 내·외에 테이블을 추가하는 형태로 고객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좀 더 진화한 형태의 ‘도시락 카페’까지 등장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도시락을 중심으로 한 음식 매장과 복합 편의공간을 갖춘 도시락 카페 1호점을 열었다.
복층 형태로 구성된 이 도시락 카페에는 총 32석 규모의 좌석이 있어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시락 등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편의점을 ‘잠시 들르는 곳’이 아닌 ‘머무르며 대화도 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GS25의 관계자는 “옴니채널이 대세인 요즘 모든 것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제 편의점은 과거와 같이 단순히 담배와 음료수를 구매하는 곳이 아닌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식품 어떻게 진화했길래…
편의점 식품의 인기에는 여러 환경적인 요인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품질 상승’과 ‘종류의 다양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편의점별로 도시락 제품이 세분화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초창기 도시락의 경우 제육볶음 등 일반 가정식 백반 형태의 제품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소불고기, 돈가스, 떡갈비 등 종류의 다양화와 더불어 소시지정식, 카레볶음밥, 치킨정식 등 단가가 높고 전문식당에서 취급하는 요리 메뉴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메뉴 R&D 역시 지역 맛집 콘셉트 등 기존의 도시락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 진화한 것이 특징이다.
핵심이 되는 ‘밥’ 역시 품질 상승에 기여했다. GS25는 지난해 8월부터 ‘탑라이스’ 브랜드 쌀을 쓰기 시작했으며, 세븐일레븐은 좋은 밥맛을 위해 압력밥솥에서 지은 듯한 밥맛을 내는 대형 취반기를 사용하고, 갓 도정한 고품질 쌀로 도시락을 제조하고 있다.
샌드위치류도 호밀빵, 치아바타 빵 등 재료를 다양화·고급화했으며, 삼각김밥 역시 단가를 높이더라도 모양과 맛을 다양화 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샐러드나 파스타류도 ‘크랜베리 치킨 샐러드 파스타’, ‘치즈 샐러드 파스타’ 등 마치 패밀리레스토랑의 메뉴처럼 다양화해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