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15, 더숨99 ② 잘하고 오세요
더숨99지원센터에서 연락을 받은 후 일정이 정리되어 간다.
계획을 확정 짓는 데 필요한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주말 다운 한적한 토요일 오전, 이보성 씨를 찾는다.
“보성 씨, 보성 씨 어디 있어요?”
“왜요!”
“잠깐 의논할 일이 있어서요. 시간 괜찮아요?”
“네, 네.”
“집에서 할까요?”
“네, 네.”
이보성 씨 집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다.
식탁 위에 『마라톤 갑니다』와 스마트폰을 나란히 올려 둔다.
“보성 씨, 이 책 알죠?”
“아니, 뭐요? 나는…, 나는 잘 모르겠는데요? 기억이 안 나요.”
“여기 봐요. ‘이보성’ 쓰여 있죠? 보성 씨 책이잖아요.
‘이보성, 정진호, 마라톤 갑니다’, 보성 씨 마라톤 활동하면서 있었던 일 쓴 책이잖아요.”
글이 쓰인 표지에서 이보성 씨가 잘 알고 쓰는 자기 이름부터 하나씩 살피도록 돕는다.
글자를 가리키며 말하니 직원의 손끝이 머무는 곳을 유심히 본다.
“기억나죠? 책 나오고 보성 씨가 우체국 가서 아버지한테 택배도 보내고,
드럼학원이랑 마라톤동호회 찾아가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책 나눠드렸잖아요.
그때가 작년 추석쯤이었을 걸요?”
곰곰이 생각하는 이보성 씨와 책을 펼쳐 한 장 한 장 넘긴다.
중간중간 사진이 실려 있는 쪽을 가리키며 그날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한다.
“이보성 씨 소개하는 글에 이 사진이 그때잖아요. 동호회에서 처음 대회 나간 날. 첫 대회가 옥천이었죠?
메달 받아 와서 이웃분들한테 자랑하고, 입주자 대표였던 이민철 씨가 축하한다고 같이 기뻐하고 그랬잖아요.”
(7쪽)
“동호회 회장님이랑 통화하고 활동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다음에, 첫 운동 나갔을 때네요.
깜깜한 밤에 조명이 켜진 스포츠파크에서 찍었어요. 화달이랑 목달할 때 매주 가던 곳 스포츠파크, 맞죠?”
(36쪽)
“목달 우중주네요. 비 오던 날, 비 맞으면서 달렸죠?
보성 씨 옆에서 손잡고 같이 뛰었던 분이 박미옥 총무님인지, 유은영 사무장님인지 헷갈리네요.
그때 매니저님이었던 신정훈 회장님한테 모자도 선물 받았잖아요, 이날.” (46쪽)
“첫 대회 갔던 날 나오네요. 아침 일찍부터 출발해서 옥천에 갔었죠?
읍사무소에서 보성 씨랑 저랑 비몽사몽 하면서 기다렸잖아요.
도착해서 회장님이 보성 씨 신발 끈 다시 묶어 주시고, 이렇게 보성 씨가 가볍게 뛰어 보면서 몸에 익히고요.
회장님 손잡고 완주하는 사진도 있네요. 이 사진이 집에 와서 찍은 거! 보성 씨 기분이 진짜 좋아 보였는데.
사진으로 찍어 두길 잘했네요. 진짜 기뻐 보여요.” (58~62쪽)
“두 번째 대회 갔을 때! 대전 유성이었죠? 회장님 손잡고….
출발하기 전에 보성 씨가 잔디에 앉아 있는 사진도 있네요.
이 머리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다음에 미용실 갈 때는 이 사진 보여드리고
이렇게 앞머리 조금 기르고 싶다고 말씀드릴까요? 한번 생각해 봐요. 추천!
대회 마치고 보성 씨가 짐 하나도 안 들어서 박은애 총무님한테 한 소리 듣는 사진이네요.
보성 씨가 투덜대면서 라면 상자 하나 들었잖아요.” (76~79쪽)
“송년회 날이네요. 송년회 가기 전에 준비물이었던 선물도 사고, 돌아가면서 노래 부를 때,
보성 씨도 한 곡 했잖아요. 그 동영상 있을걸요? 잠깐만요.”
“이날 기량발전상 받았죠? 우체국 가서 아버지한테 보내드렸잖아요. 아버지 댁 가면 한 번 더 구경해야겠네요.
‘보성 씨 이렇게 열심히 했구나’ 하면서요.” (89쪽)
사진을 보며 설명하는 내내 이보성 씨는 별말이 없다.
재미있는지, 사진에 담긴 날이 떠오르는지 책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웃으며 본다.
같이 웃자는 뜻인지 중간중간 직원과 눈을 맞추고 웃기도 한다.
의논하려던 본론을 꺼낸다.
“어때요, 보성 씨? 이제 책 기억나죠? 보성 씨 책인 거 알겠죠?”
“네, 네! 확실합니다. 이거 책 맞죠? 이보성.”
“그럼요. 보성 씨죠. 그래서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책이 나오고 나서 그동안 많은 분이 이 책을 읽었대요.
같이 보면서 공부하기도 하고요.”
“그래요? 아이구.”
“군산이라는 곳에서도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고 공부도 하셨다는데,
제가 와서 이야기를 더 나눠 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저? 저요? 정진호. 정진호 선생님.”
“네, 저요. 정진호. 제가 가서 보성 씨 동호회 이야기를 더 해 주면 좋겠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보성 씨한테도 물어보는 거예요. 가도 좋을지, 어떨지요.”
어쩌면 좋을지 고민하는지 진지한 얼굴로 한참 말이 없다.
“어…, 나는, 나는 잘 모르겠는데요?”
“가는 게 좋을지, 안 가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는 말이에요?”
“네, 네. 그렇죠.”
“보성 씨 생각에 가는 게 좋으면 ‘잘 다녀오세요’ 인사해 주면 좋고, 아닌 것 같으면 ‘안 가면 좋겠다’ 하면 되죠.”
“아니, 뭐요? 쌤, 잘하고 오세요.”
“오! 방금 동의한 거죠? 가도 된다는 거죠?”
“내가 뭐요! 몰라요, 몰라. 이거 책 볼래요.”
응원한 게 쑥스러운지 얼른 말을 돌린다.
이보성 씨가 이쪽저쪽 책장을 넘겨 가며 책을 읽는다.
2021년 10월 9일 토요일, 정진호
하하하! 더숨의 초대 덕분에 돌아보네요. 추억도 나누고! 이보성 씨와 의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보성 씨와 함께 갈 날도 꿈꿉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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