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의 예전 자료를 찾아 보기 위해 오랜 만에 모교를 찾아갔습니다
재학 시절 일년 중 300일 이상은 몸을 맡겼던 동아리방이 폐쇄되고 새로운 건물로 이사를 했더군요.
전에는 군부대가 있었던 자리에 5층으로 번듯하게 지어진 새로운 학관 1층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동아리방 문은 우람한 철문에 키패드식 자동 자물쇠가 설치된 것이 정이 안붙더군요.
후배에게 알아가지고 간 번호가 틀려서 애를 먹었습니다. 예전에는 문을 열어놓고 다녔을 정도였는데...
회장을 맡고 있는 후배에게 전화를 해서 번호를 알아냈을 땐 틀린 번호로 삼세번을 연속 시도한 뒤라 키패드가 락이 되어 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와서야 동아리방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저분한 건 똑같군요.
장구를 내려놓고 부전을 당기고... 동아리방에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하던 일이었습니다.
최상은 아니어도 장구 손질을 과희 게을리 하지는 않은 것 같군요
모처럼 청량한 소리가 나도록 두들겨 댔습니다.
이런~ 예열도 없이 장구를 너무 달군 모양입니다. 그만 북편을 째고 말았습니다. ㅠㅠ
17년 전의 기억을 찾아 왔는데 기물 하나 하나 옛기억이 묻은 것들을 찾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동아리방 조차 500m는 족히 자리 옮김을 했으니 그 안에 홀로 서있는 중 늙은이의 17년간의 변화는 그저 가벼운 조크겠지요.
제가 3학년 땐 신입회원들만 24명이었던 대 방파였는데 이젠 전학년을 합해서 6명
뽕밭이 바다가 됐다고 할까요 아님 바다가 뽕밭이 된 것일까요
과거 활동하던 시절의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남은 자료가 거의 없더군요
그저 먼지 가득한 앨범을 몇권 찾아냈을 뿐입니다
말을 달리며 산을 보듯 후다닥 앨범을 들춰봤습니다
17년 전의 드라마들이 앨범을 비집고 나오려 하기에 한 숨으로 앨범을 덮었습니다
진리관 5층 계단을 절뚝이며 내려오던 동료들의 땀냄새라도 느끼게 되면 날을 샐 것 같았으니까요...
옛날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을 만한 이들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쉽지가 않군요...
연락을 취하던 중 안산에 있는 동기와 술 마실 약속을 했습니다.
5년 간이나 학교를 다니는 동안 거의 한시도 떨어져 본적이 없는 동지요 친구요 지금은 열렬한 후원자인 녀석인데
귀국 후 계속 된 공연일정 탓에 제대로 여유있게 술한잔 할 시간도 없었던 터라 아직 퇴근도 안했을 시간에
일찌감치 금정역을 경유 안산행 전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달리는 전철 안에서 건너편 레일을 물끄러미 쳐다봤습니다.
그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지점과 이미 스쳐지나간 지점 그리고 곧 지나치게 될 지점을 한 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타고 있는 전철이 달리고 있는 레일을 보는 것은 힘든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순간 나는 이 레일의 어떤 지점을 달리고 있는 것일까요?
주변과 비교해서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야 있겠지만
지금 내가 통과하는 순간 그 지점의 레일의 모습을 볼 수는 없는 거니까요.
얼굴을 창에 바짝 대고 레일을 쳐다보려고 한 순간
곡선 궤도를 도는 전철 뒤로 지나쳐온 레일이 얼추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경과를 떠나서도 이 정도 거리를 지나와서 보면
평행선을 이루는 레일의 궤적만을 볼 수 있을 뿐 지나친 어떤 지점의 모습을 볼 수는 없는 거군요
17년 전의 흔적을 찾아 떠난 짧은 여행...
어쩌면 제가 볼 수 있는 것은 추억이란 이름의 지나친 레일의 궤적일 뿐일지 모르겠습니다.
술을 마시고 그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을 같이하고 헤어질 계획이었는데
낮 술을 푸게 됐습니다.
지난 밤 술에 취해 답하지 못한 질문의 답을 그제사 했습니다.
17년 전의 얘기를...
붉어진 얼굴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간만에 낮술에 취해서 둘이 노래방을 갔습니다.
이제는 사장님이 된 친구는 곧 지출해야 되는 금액을 마련하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가야겠다고 했지만
변변치 않은 친구를 위로하려는 것임을 알기에 주책없이 비어져 나온 눈물을 큰 하품으로 가렸습니다.
이 친구와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서도 또 다른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지나온 궤적을 쫓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커덩덜커덩 어느 한 점을 지나치는 바로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위한 여행을...
첫댓글 선배님..좋은 여행 하셧네요...모두들 말하죠...그때 그시간에 그렇게 커보엿던,,,그 학교 운동장이...왜그리 작아보이고 외소해보이는지 모르겟다...라고...선배님은 17년전의 그때와..지금은...또다른 그 어떤것을 느끼셧나요...
작년 추석 오랜만에 만난 동아리 녀석들... 결국 우리 동아리는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장구며 북이며 그 기물들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그 녀석들을 보면서 울화가 치밀기도 하면서... 안쓰럽기도 하더이다... 어제는 아~주 오래간만의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네요... 이미 결혼하고 아기 돌도 지났다는... 하지만 전화통화하는 사이 어느새 저도 그 지나간 나날들이 스쳐지나가기에 울컥~하는 맘이 생기더라구요... 아~ 어찌 다 ~ 알겠습니까 마는 그냥 그 맘이 그 맘일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드네요.. ^^
넘 염세적인거 아녀? 좀 즐거운 생각을 해봐!
즐거운 생각만 하고 살기엔 세상이....안산에 다녀오셨군요...어쩐지 선배님 용안을 뵙기가 힘들다더니... 안산은 저희집인데...여행이라고 하니..^^ 하긴 남는것이 있으면 여행이겠군요... 선배님 얼굴 좀 봐요..^^ 비록 여자는 아닐지라도.ㅋ(4호선 수리산에서 상록수역까지의 바깥 풍경은 마치 잠깐 열차가 공간이동한 느낌이죠...수많은 빌딩 숲속을 지나 어릴적 시골 풍경이랄까..ㅋㅋ)
승일아 병원에 좀 가봐! 지난간 일들, 지나간 것들에 대해 생각이 골똘해 지는 증상은 치매래~
승일오빠는 글쓰는 사람이 되어도 참 잘할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