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스승님 / 소향조남현
대나무야
너 왜 거기에 있니?
빌라 틈새 자투리 좁은 땅에서
얼마나 살았기에
사 층 빌라만큼 큰 거니?
대나무야
너의 대쪽 같은 성질머리가
그 좁은 땅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된 풍파의 세월을
아직까지 잘 견뎌 내고 있는 것은
삶의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대나무야
넌 이제 자유야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즐길 줄 아는 대나무야
그 집 앞을 오가다가 본 대나무
늘 궁금했어
저 넓은 땅들 놔두고
빌라 틈새 자투리땅에서
어떻게 저토록 푸르고 멋지게
그리고 자유롭게
불평 한마디 없이
하늘을 향해 쭉쭉 클 수 있을까?
넌 그곳에서
어떤 생각으로 살았을까
현실은 비옥하고 척박한 땅이지만
넌 꿈을 꾸었을 거야
여기는
대자연의 기름진 땅이야
그래서 나는 행복해
라고...
나 너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작아지고
너의 삶을 배운다
그러니 대나무는
나의 스승
대쪽 같은 대나무 스승님
감사합니다
♤해석
이 시는 도심의 좁은 자투리땅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대나무를 바라보며,
그 생명력과 삶의 태도를 자신의 삶에 비추어 보는 시입니다.
시인은 매일 오가던 길에서 우연히 마주하던 대나무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저 넓은 땅들 놔두고
빌라 틈새 자투리땅에서
어떻게 저토록 푸르고 멋지게
하늘을 향해 쭉쭉 클 수 있을까?”
대나무가 처한 환경은 결코 넉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나무는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않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자랍니다.
여기서 ‘척박한 땅’은 단순히 대나무가 살아가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어려운 현실을 상징합니다.
시인은 대나무가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여기는 대자연의 기름진 땅이야.
그래서 나는 행복해.”
이 부분이 이 시의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환경이 행복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시인은 대나무를 바라보며 자신을 낮춥니다.
“나 너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작아지고
너의 삶을 배운다”
대나무는 더 이상 길가의 나무가 아닙니다.
척박함을 견디면서도 푸름을 잃지 않고, 하늘을 향해 성장하는 삶의 스승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대쪽 같은 대나무 스승님
감사합니다”
는 대나무의 곧고 단단한 성질과
시인의 삶에 대한 존경을 동시에 담은 아름다운 헌사입니다.
특히 이 시에서 **“
현실은 비옥하고 척박한 땅이지만”**이라는 역설이 좋습니다
사실 현실은 그 자체로 비옥하기도 하고 척박하기도 합니다.
결국 어떤 땅에서든 자기 삶을 꽃피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 대나무를 보니, 정말 시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알겠어요
매일 지나치던 풍경 하나가 어느 날 갑자기
‘스승’으로 보인 순간이 이 시의 탄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