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독단적 합의"…의사 협회장 탄핵안 부결(종합)
이필수 회장 등 집행부 불신임안 부결
대정부 협상서 목소리 키울 것 관측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3년도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2023.07.23.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와의 의대정원 확대 합의 등을 이유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탄핵안이 부결됐다.
의협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의원회의 임시총회에서 이 회장과 이정근·이상운 부회장 등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안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 189명 중 138명이 반대표를 던져 이 회장 탄핵이 부결됐다. 4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3명은 기권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 불신임 안건은 117명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찬성은 69표, 기권은 3표였다. 이상운 부회장 불신임 안건도 반대 124표, 찬성 60표, 기권 5표로 부결됐다.
의협이 회장과 집행부의 불신임안을 가결하려면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회의에는 대의원 242명 중 189명이 참석해 의사 정족수를 채웠다.
앞서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한 김영일 대의원(대전시의사회장)은 이 회장 등 집행부 불신임 사유로 ▲의대정원 확대 독단적 합의 ▲수술실 내 CCTV 설치 일방적 수용 ▲의료인면허취소법 국회 통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일부 동의 ▲기형적인 비대면 진료 ▲한의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판결 패소 등 11가지를 꼽았다.
이 회장 등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안은 대의원회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정부와 의대정원 확대에 합의한 것이 주요인으로 제기됐다.
김 대의원은 "의대정원 확대 등 11가지 불신임 사유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는 오만하고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대의원회의 일관된 입장은 반대"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3년도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관계자들이 이필수 회장과 임원진을 규탄하는 피켓을 든 회원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2023.07.23. kmn@newsis.com
또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정부와 의료계 간 합의해 정하기로 했는데, 의정협의체가 협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대정원 확대를 하겠다고 했다"면서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 것 아니라고 하는데, 복지부 장관은 의대증원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2025년도 대입에 반영된다고 했다. 명백한 집행부의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날 불신임안 투표를 앞두고 "여러 현안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코로나 시기 국가적 재난 극복을 위해 힘을 보탰고 간호법 저지 등을 위해 노력했지만, 논의 과정과 진행 경과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해 반성한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더 소통하겠다.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임시총회 현장에선 이 회장과 집행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든 일부 회원들이 회의장으로 진입하려다가 경호 담당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의료계 내부에선 이날 임시총회를 계기로 의협이 대정부 협상에서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날 의협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 의장의 발언에서도 기류의 변화가 감지됐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회원이 직접 선출한 협회 회장과 두 부회장의 불신임안이 발의된 임시 대의원총회 개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결정하고 내부 단결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의료계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고, 의사를 적대시하는 불합리한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의사협회도 정부에게 이런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이럴수록 내부적으로 더욱 결속해 정부의 요구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