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티역에 있는 (도곡동) 롯데백화점에 들렀다.
젊었을 때, 한 때는 그랜드 백화점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러니까 나는
아주 오래된 구형의 고객이었던 것인데, 아이들을 모두 키워 내고 또
아이들 엄마가 먼저 떠난 후에는 백화점을 찾는 일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필요하지도 않았다. 요즘은 백화점의 상품의 배치도 명품관 위주로 기획하며,
일반 서민은 안중에 둘 필요도 없이 상류층의 기호와 편리성에 맞춰
공간배치와 매장의 활용도를 맞춘다는 얘기이다.
내가 백화점을 찾았던 이유는 오래전에 바로 이 백화점에서 산 물건있었는데,
그 물건들에 문제가 생겼던 것. 하나는 닥스DAKS 매장에 구입했던 가죽 혁대,
둘은, 베네똥 여행용 캐리어의 자물통, 마지막 하나는 노스페이스Northface
겨울 등산용 점퍼이다. 물론 아침에 집을 나설 때, 혁대와 자물통을 가지고 나갔으니,
문제해결에 문제가 없었지만, 마지막 의류는 서비스 수선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려 했던 것이다.
가죽혁대는 구입 당시에도 값이 저렴했던 것 같지는 않아서, 제법 오래 쓸 수 있겠구나 했는데,
어느날 보니 가죽의 안쪽이 마치 삭아버린 듯 부스러기와 함께 양복의 천에 도료가 점착되는
현상이 있었던 것, 그래서 매장을 찾아 불평을 하며, 하마터면 양복 마저 망칠 수도 있었다고
약간 으름장을 놓았더니, 직원이 먼저 사과를 한 후, 아무리 메이커가 좋아도 몇 년 쓰면
이런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며 나를 달래며 설득하는 것이다.
가만히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고,
또 이 물건을 구입한 년도가 아마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것 같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결국 직원은 A/S 수선을 해 놓겠다며 접수를 했다.
사실 혁대를 버리기에는 너무 멀쩡하게 장식도 새 것이고, 가죽의 바깥 면도 새 것인데,
안 쪽 옷에 닿는 부분이 낡아 버린 것이다. 어찌되었건 다시 만들어 보겠다고 했으니
그 정도로 나로서는 만족하게 된 것이다.
자물통은 큰딸이 주로 사용하는 캐리어 인데, 자물통의 비밀번호를 맞춰 놓고는
어딘가에 기록을 해 두어야하는데, 그만 맞춰서 사용하다 한 동안 사용하지 않자
그 번호를 까맣게 잊은 것이다.
자물통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겠지만,
내 성깔로 보아 베내똥 국내취급 본사에 급기야는 전화를 걸어 해결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담당직원은 롯데백화점 시슬리Sisley핸드백 매장으로 가서
같은 계열사니까 얘기하라는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 앞서 전화를 해 두겠다는 얘기도 함께 했다.
기계적인 것은 내가 잘 모르지만, 고객이 사용 중에 맞춰둔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도 어제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 백화점에서 구입한 물건 세가지 중에 둘은 해결을 했고,
나머지 하나는 어제 직원의 얘기로 봐서는 잘 해결 될 듯 하다.
등산복(점퍼)의 문제는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북한산 겨울 등반을 하다
암벽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매달려 버둥거리다 바위에 점퍼가 쓸리면서
약간의 흠집이 났던 것이다.
마치 무엇엔가 찍힌 듯 흠집이 났는데,
설사 그 부분이 수선이 안 된다고 하여도 별수 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백화점을 다니지 않는다. 명품을 좋아하지도 않고,
특별히 아이들이 부탁하지 않는한, 백화점의 물건들을 사들이는 일은 없다.
백화점 카드라고 때가 되면 바꿔주고, 홍보물도 집으로 배달되지만,
백화점에 물건들을 사러 가는 일은 거의 없다.
과일시장이나, 야채시장이나, 생선시장이나, 또 코스트코Costco 등 같은
할인 매장에 비해 물건 값이 비싼 이유가 첫째이고,
다른 시장에서 직접 값을 싸게 주고도 살 수 있는 물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포장한 백화점에서 사야할 이유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고급스러움, 화려함, 편리성 보다는 경제성과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 간다.
고급스러움과 화려함, 그리고 편리성 뒤에는 자본의 영악하고 불온한 수익성이
소비자의 주머니를 착취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본의 멍청한 제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자본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삶의 한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오랫만에 백화점을 들러 아이쇼핑을 하고 나왔지만,
내가 찾은 문제를 해결했으니 어제의 백화점의 방문은 내게 유익했을 뿐이다.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밥을 간단히 먹으며,
지하 음식매장에서 간단히 사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둘러보며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아 돌아서길 잘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