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토지 규제가 심해지자 그간 ‘쪼개 팔기(토지 분할)’로 영업해온 기획부동산들이 훨씬 다양한 신종수법을 개발, 투자자들을 낭패에 빠뜨리고 있다.
이중에는 ▦텔레마케터를 채용, 판매량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식’ 수법을 활용하거나 ▦영농법인을 설립, 개발이 제한된 농지에 투자를 유도하는 수법 등이 새로 등장해 전문가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에 사는 L모(39)씨는 지난해 역삼동에 있는 ‘O’부동산개발회사에 취업했다가 회사측의 반강제적인 권유로 전남 영광에 있는 매립지 지분 300평을 샀다가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5,000만여원을 주고 산 이 땅이 현지 시세로는 1,000만원도 채 안되는데다 다른 구입자 2인과 공유지분 형태로 등기가 돼 있어 쉽게 처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지역 군청으로부터 ‘강제처분 명령장’이 날아들고 있어 조만간 막대한 이행부담금도 물어야 할 판이다.
‘O’회사는 처음에는 L씨와 같은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일반인들을 상대로 무작위로 ‘전화 판매’를 하다가 실적이 나쁘자 방향을 내부 직원들에게 돌렸다. 전주(錢主)들로부터 고용된 바지사장(일명 ‘몸빵’)인 이 회사 사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는 직원이 나서야 한다’며 직원들이나 이들의 주변 친지ㆍ지인들을 끌어들여 해당 지역의 땅 1필지 이상을 매입하도록 했다.
직원들은 필지당 수백만원의 판매수당을 받는데다 하루 세 차례씩 있는 ‘브리핑’을 받다 보면 저절로 세뇌가 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땅을 사게 된다는 것이 L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땅은 원래 지역개발공사가 매립해 수십년간 농지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50만평 가운데 일부로 도시민의 경우 구입할 수 없는 땅이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회사측은 현지에 영농법인을 설립, 대신 위탁영농을 해준다면서 500여명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농법인은 현지의 농업인 5명만 있으면 설립 가능하고 농지나 임야의 소유와 처분이 자유롭다.
이처럼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새로운 판매수법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지난해 정부의 규제로 뚜렷한 목적이 없는 토지분할이 더 이상 어렵게 되고 경기침체로 인해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비교적 가깝거나 개발호재가 있는 경기 철원, 강원 평창ㆍ홍천 등지의 임야와 농지도 집중적인 ‘작업’ 대상이 된다. 이들은 자사 직원들을 내세운 전형적인 다단계식 판매수법을 통해 해당 시ㆍ군으로부터 허가도 받지 않은 토지분할도와 개발계획 도면을 들이대면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해일(45) 앤홀딩스컨설팅 사장은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최근 현지에 영농회사를 세우고 직원들을 내세워 합법을 가장한 영업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주로 소액의 여유자금을 가진 노인층이나 불황에 ‘대박’을 꿈꾸는 서민들이 공략대상이 되는 만큼 피해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료원:서울경제 2007.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