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선생님들이 늦네’
벽쪽 캐비넷을 뒤로하고 형식에 가까운 그녀의 책상과 의자는 항시 오늘을 박차고 나가고 싶게 만든다. 그것은 자신과 똑같은 의무와 현실적 책임만이 입을벌리고 있는 일상에서 그녀에게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추억의 거울 역할을 했다. 그 때 원장이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못 볼 것이나 본 듯 벌거숭이로 드러난 산을 외면한다. 그 날 따라 왜 원장이 그렇게 보였는지는 몰라도 원장 역시 그녀를 보는 것이 편하지는 않은 듯 했다.
‘어젯 밤엔 실례가 많았습니다.......’
뭔가 자기변명이 필요한 듯 엉거주춤 이야기를 꺼내려했지만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말을 멈췄다.
그녀는 한국에서 살면서 언어의 벽을 참 많이 느꼈다. 전혀 느낄 수 없는 표현들 ‘ 호랑이 담배피는 시절...’ “거시기”라는 사투리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의 말들이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눈치가 많이 늘었다. 왜 원장이 당당하게 ‘ 미안해요’ 랄지 뭐 다른 ‘실수를 하지 않았나’ 등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 어색한 한국인들이었다. 얼마전 아파트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도 그랬다. 그녀는 분명 날짜별로 재활용 또는 음식 찌꺼기 버리는 날 등 꼼꼼히 챙겨 버렸다. 그리 안해도 그녀만 보면 뭔가 이상한 나라 엘리스를 쳐다 보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으며 나를 보며 일스러운 호기심으로 끌끌 혀를 차는 듯 했다. 그녀는 처음에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혀를 잘 찬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휘파람 정도라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유쾌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표정에서 느끼는 어줍잖은 모습에서 뭔가 어색해서 마이크에 물었다. 마이크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그것은 연민이나 동정해서 즉 불쌍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왜? 불쌍해?” 마이크가 설명하는 것은 그랬다. 한국에서는 모든 과부를 불쌍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것은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마이크는 덧 붙여서 이 곳이 한국이라 그렇다. 다 과거 전쟁 속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수난사 속에 남편을 잃고 자식을 키우는 여자들의 어려움이 묻어서 생긴 습관인 듯 하다고 했다. 그래도 그렇지 남의 일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던지 참으로 불편하게 그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99% 속에 1%로릐 외국인이 살아보니 모든 게 그들의 호기심과 무관하지 않을 듯이 여겨져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어쩜 모든 이미지, 모든 감정의 싹은 완전히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어둠 속에서 무의식 속에서 자기의 오성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곳에서 성장시켜, 겸허한 마음과 참을성을 갖고 새로운 탄생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 껏의 기다림이 성공했는지 모른다.
수업 시간이 다 됐다. 별 생각 없이 교실에 들어섰다. 화들짝 놀랬다. 누군가 내가 지나가는 입구 쪽에 의도적으로 구렁이(뱀)을 놓아두었다. 아니 엄밀히 보면 그것은 뱀이 아니라 고무로 만든 뱀처럼 생긴 아이들 장난감이였다. 참으로 짖굿은 아이들이였지만 그녀는 이런 장난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놀랍지는 않았지만 놀라기를 바라는 호기심 어린 그렇게 악동들에게 실망을 시키고 싶지 않아 [웁스] 하고 놀라와 하는 척하는 것이다. 놀라줘야 한다. 저들은 낯설게 생긴 자신들과 다른 말을 하는 이방인의 노랑 머리 코 큰 여자가 어떻게 어떤 표정으로 놀라는지 놀랬을 때 무슨 언어가 튀어 나오는지 그들은 궁금할 것이다. 오늘의 그들의 장난은 별로 심하지 않은 편이다. 어쩔 땐 바나나 껍질 을 바닥에 널부려 놓기도 하고 어쩔 땐 칠판 지우개를 문 위에 올려놓고 문을 열면 떨어지게 해서 그 꼴을 보며 킥킥 거린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어김없이 놀라는 척 하면서 [오마이갓] 이라던지 [웁스]라든지 영어로 한마디 씩 놀라는 척 지껄여 뭐야 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늘지를 않는다. 벌써 1년이상 다니는 아이들은 많았지만 단어 시험은 로봇트처럼 다 맞으면서 영어로 말하라고 하면 쭈빗쭈빗 익숙하지 않게 더듬거린다.
간신히 인사말 정도의 수준에서 중학생이 되고 입시 학원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그들은 시험점수에 열을 올리며 오로지 좋은 대학 가는데 모든 청소년기를 빼앗긴다.
[어탠션]
[바우]
[굿바이]
수업을 다 마쳤다. 모든 게 자동이다. 아이들도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모두 자동이다. 자동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인사를 하고 자동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다 가끔은 자동이 고장이 난다.
그녀에게 차 한 잔 하자고 하거나 술 한 잔 하자고 하거나 회식이 있다고 하거나 하는 날 그러면 모두는 고장난 기계처럼 부산하게 지껄이고 널어지게 웃어대며 흐트러지고 다음 날 계면쩍게 고장 난 자동은 소리가 되어 그 자리에서 자동이다.
오늘이 그 날이다. 그녀는 자동이 고장 나기를 때때로 바란다. 그런 날에는 모두 똑같이 굴기 때문이다. 99%속에 1%로로 고장이 똑같이 난다는 동질감 때문일 수 있다. 밥을 먹고(회식하고) 2차로 술을 마시고 3차로 노래방에 가서 헝클어지고 아주 다정한 동료애를 다져진 고장난 자동들이 된다. 그리고 악동들의 아픔이 되어 하나 둘 씩 어김없이 이 땅의 교육이, 경쟁이, 대통령에서부터 정치가 등은 도마 위에 고기가 되어 난도질 되어 진다. 그러면서 그들의 월급에서 떼어내는 세금은 그녀부터도 놀랄 정도로 작은 액수다. 그래도 그들은 더 작은 액수의 세금을 때어 내기 위해 수업 시간을 줄여서 세금 신고를 상습적으로 한다. 그것도 자동이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 상습적인 자동에 자동이 되고 익숙해진다.
선생님들 모두는 조금은 들뜬 듯, 학원 옆 식당으로 발을 돌렸다. 이내 나이 지긋한 주인 인 듯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원장과 눈인사를 나누며 주문한 삼겹살을 쟁반 가득 들고 와서는 놓고 갔다. 그리고 푸짐한 밑반찬들이 들어왔고 삼겹살 굽기는 여선생들의 몫이었다. 조금은 늦은 저녁 시간인데 식당은 붐볐고, 유럽 여인의 뚜렷한 윤곽에 끌리는 시선들이였다.
그렇다. 유럽의 여인은 동양인들의 편편하고 윤곽 없는 얼굴 속에 들어 있는 오리엔탈의 신비한 정신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집착을 하고 동양인들은 서양인들의 윤관 속에 현란하게 들어 있는 외면과 물질적인 것에 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 그녀가 이 곳 동양에 작은 나라 한국에 끌리는 것은 은근하면서도 결코 경박하지 않고 척박하면서도 고아한 문화적 부위기에 끌렸었다. 그렇다. 그 분위기를 여자인 탓이라 동양에 남자에게 자연히 끌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그 끌림이 단순한 현실적 사실보다는 고대의 역사적 흐름 속에 운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였고 이곳에 다시 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로라가 있다. 저녁을 먹으면서 몇 잔의 소주잔이 오고 갔고 어느 정도 취기들이 올랐는지 조금은 들떠 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식당 다른 자리는 하나 둘 씩 빈자리가 늦은 시간을 알리고 있었고 흐릿한 눈빛들이 피곤한 식당 주인의 빛을 살피면서 다음 장소를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로서는 뭔가 아웅이 조급해졌다. [내가 집사람에게 전화했으니까 오늘은 더 놀다가 들어가요] 원장은 벌써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정해 놓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로서는 선생님들과의 이런 회식자리가 이젠 제법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정해지는 사실들로 기분이 상할 때가 종종 있어 되도록 로라를 핑계삼아 피해왔었다.
첫댓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도 쉽지 않지만 한국인이 영어를 잘 하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즐감! 감사합니다
문화적인 차이점을 극복해야~!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