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낙엽지는 숲은 아름답다. 낙엽은 색깔도 다채롭고 지는 모습도 다양하다. 천천히 잎들을 한 잎 한 잎 무겁게 지우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서둘러서 순식간에 지우는 나무도 있다. 어떤 나무는 바람도 없는 고적한 곳에서 혼자 비오듯이 잎을 지운다. 어느 날은 산을 타고 내려오는 데 흐린 하늘에 검은 새 떼가 날고 있었다. 그러나 거뭇거뭇 나는 모습이 여느 새들과는 좀 다르게 보였다. 낙엽이 높이 바람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메타세콰이어는 비교적 깨끗이 잎을 지우는 나무다. 나무 전체가 황혼에 물든 듯 불그스름해지다가 그믐달이 뜰 때 쯤이면 어느새 한목(寒木)이 되어있는 나무다. 그러나 낙엽의 대세는 역시 참나무 군락이다. 그들이 한창 잎을 지울 때는 온 숲이 오라토리오에 휩싸인다. 굴참나무처럼 묵직하게 저음을 내는 이도 있고 목백합나무처럼 경쾌한 바리톤의 음색을 내는 이도 있다. 어떤 잎은 무겁고 느린 라르고로 어떤 잎은 짧고 간명한 스타카토로 떨어진다. 어떤 잎은 아리아처럼 높게 치솟는가 하면 어떤 잎은 온 몸을 감싸는 비감처럼 스스로를 선회하며 져 내리기도 한다. 여기에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가세하면 우아한 목금과 찬란한 금관악기의 음색이 더해진다. 바람이 불면 이제 온 숲이 합창을 한다. 물푸레나무의 하얀 영창이 있고 산벚나무 숲의 붉은 중창이 뒤따른다. 이제 온 숲에 낙엽이 덮히고 그 위로 침묵이 잦아들 무렵 어디선가 아련한 독창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흰 달빛을 타고 숲의 바닥으로 나지막히 깔린다.
" 그대들 모두 흙에서 왔으니 이제 모두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