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105
차 네트워크로 만난 후배 이야기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만나지 못했던 후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배는 진주의 모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부산과 진주에 떨어져 살다보니 만나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후배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차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배님, 보이차를 마신다면서요. 한번 만나서 차 한 잔 하시지요"
부산,울산,경남 건축사회에서 발행되는 건축사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제 글을 읽었을까요?
그 후배도 차를 마신다면서 꼭 같이 차를 한 잔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달라는 것입니다
이번에 집을 지었는데 다실도 만들었다고 초대를 하는 것입니다
건축과 교수인 후배가 설계해서 지은 집에 그가 만든 다실이니 꽤나 궁금했습니다
후배가 설계하고 직접 지은 집
그렇게 통화를 하고서도 만날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사천에 현장이 생겨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와 시간 약속을 하고서 그 전에 진주에 있는 다우를 먼저 만나기로 했습니다
진주의 다우님과도 통화는 자주 하지만 만나지가 오래라 그를 먼저 만나야 했습니다
후배와 만날 시간과는 1시간 반정도의 여유 밖에 없어서 다우님께 한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자투리 시간으로 찾아 왔다며 면박을 줍니다
1시간 반은 그와 차를 마시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 금방 일어나야 했습니다
3시가 되니 후배가 "선배님, 어디에 계십니까?"하고 전화를 했습니다
진주에 다우가 있어서 차를 마시고 있다고 하니 다우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했습니다
학교와는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한 후배는 다우님을 안다고 했습니다
다우님은 차보다 오디오 매니아로 더 명성이 있는데 후배도 그쪽으로 꽤나 심취해 있었습니다
다우님의 명성을 듣기만 했는데 직접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며 머리를 조아립니다
다우님이 저녁 강의 일정까지는 시간이 비는지라 후배의 집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 집까지는 30분의 거리에 있었는데 아담하게 만든 집입니다
저도 직업이 건축사인지라 집을 돌아보니 제 맘에는 차지 않지만 아주 독특한 구성입니다
큰 유리 문이 있는 곳이 거실겸 음악실, 그 옆에 창이 다실이고 그 옆에 작은 창이 침실입니다
벽체는 노출콘크리트로 되어 있고 지붕은 목조로 만들었습니다
측면에 있는 문이 현관인데 증축을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거실겸 음악실인데 왼쪽의 거대한 박스가 오디오 스피커입니다
사람 키보다 더 큰 스피커이니 그 소리가 어떻겠습니까?
책장에 꽂혀있는 LP판을 보니 30년을 들었다는 음악이력이 느껴집니다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오디오 기기들이 종류별로 갖추어져 있습니다
거실에 스피커가 5개나 있어서 음악을 들으니 현장에 있는듯한 느낌입니다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들으면 밤을 지나 새벽이 오는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거실에서 내다보이는 마당의 풍경입니다
마당의 한가운데 있는 사각연지에 연꽃이 피면 참 좋겠지요?
삭막한 겨울에는 어떤 음악을 들을까요?
거실에는 벽난로가 있어서 밤에 음악과 차향이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멋질 것 같습니다
음악에 비해서 차실은 아직 자리가 잡힌 것 같지는 않습니다 ㅎㅎㅎ
사람이 앉아서 차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 차상이 비어져 있지 않는 것으로 알 수 있지요
아마도 후배는 음악을 들으면서 차를 마시지 차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런데 다우님은 요즘 음악보다는 차에 심취해 있으니 저와 가까운 것이겠지요 ㅎㅎㅎ
그의 공간은 차가 중심이며 음악을 차를 마시는 분위기 입니다
후배도 음악에 더 비중을 둔다면 저와의 만남이 잦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30년만에 만나게 해 준 차의 네트워크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차를 매개체로 해서 이어질 또 다른 만남을 기다려봅니다
차 한 잔의 인연은 늘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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