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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 15
씬1.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앞 (밤)
(소리) 위급을 알리는 요란한 북소리
강국전 앞에 큰 북을 걸어놓고, 군사 북을 치고 있다. 뿔소리와 북소리가 불길하게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갑옷을 입은 무관들, 대신들이 황급히 뛰어오고 있다.
을두지와 추발소가 보인다.
씬2. 고구려, 외곽 들판 (밤)
호동, 수양전 호위무사들과 함께 말을 잠시 쉬게 하고 바닥에 흩어져 앉아 주먹밥을 먹고 있다.
태추, “왕자마마!! 왕자마마!!” 부르며 급히 뛰어온다.
호동 : 오선전 마마 행적을 찾았느냐?
태추 : 송옥구가 비류나부 군사를 끌고 마자수를 건넜답니다!
호동 : !! (주먹밥을 던져 버리고, 벌떡 일어난다)
씬3.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밤)
대무신왕, 비상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을두지, 추발소 등의 고관들 있고(우나루는 없다), 내시장 한켠에 시립.
추발소 : 기평관문(祈平關門) 바깥에 군사 천오백을 집결해 놓고, 농성중이랍니다.
을두지 : 기평관문이면 이미 계류부에 영토! 어찌 고추가가 대왕마마에 땅을 범한단 말이오!
추발소 : (을두지를 보고) 기평이든 어디든, 폐하의 땅 아닌 곳은 없소.
(대무신왕에게) 우나루 대장군 전언에 따르면, 마자수 건너에도 천오백이, 진을 치고 있다 하옵니다.
대무신왕 : 낙랑을 치는데도, 군사 오천을 못내는 인간이. 딸 하나 건지자고, 군사 삼천? 아하하하- 하하- (미친듯이 웃는다)
대신들 : (본다)
대무신왕 : (표정 변하고) 송옥구가 미쳤구나. (벌떡 일어나며) 계루·연나·관나·환나 사나부에 군집칙서(軍集勅書)를 돌리라!!
미친 비류나부를 치리라!!
을두지 : !! 폐하!!
대무신왕 : 내, 비류나부를 밟아버리고, 송옥구 그 늙은것의 저민 살을 소금에 담가 사나부에 보내겠다!!
을두지 : 아니되옵니다! 비류나부 역시, 폐하에 백성이요, 자식들이옵니다!
대무신왕 : 아비를 아비로 받들지 못하고, 왕을 왕으로 인정치 못하는 놈들은 죽여도 좋다!
(내시장에게) 갑옷을 내오라!! 전고(戰鼓)를 울려, 중부,동부,서부,남부,북부 오방위 군사들을 집결 시키라!!
을두지 : 폐하는 비류나부를 이기지 못하십니다.
대무신왕 : 뭐라?
을두지 : 폐하는 결코 송옥구를 이기지 못하십니다.
대무신왕 : ! (눈에서 광채가 난다)
대무신왕, 어좌에 있는 나무목침을 집어 을두지에게 던진다.
을두지, 어깨를 맞고 휘청한다.
추발소 : !! (놀라, 다가가려는)
을두지 : (손 들어 말리고) 이 전쟁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 오방위 군사들은, 바위에 던져진 계란이 될 것입니다.
대무신왕 : !! 송옥구가 미친 것이 아니라, 네 놈이 미쳐버렸구나!!
대무신왕, 한쪽에 놓인 불붙은 칠지등을 집어던진다. 을두지의 이마를 정통으로 때리는 칠지등.
을두지의 대신관이 날아가 떨어지고 이마가 깨져 피가 주르륵- 흐른다.
을두지, 쓰러진다. 강국전이 얼어붙는다. (Dis)
씬4. 고구려, 국내성 빈집 헛간 (밤)
송매설수, 여랑을 향해 호소하고 있다. 시녀장, 한쪽에 서 있고.
송매설수 : 공주.. 나를... 살려주게.
여랑 : 언니..
송매설수 : 공주마마.. 늙어 뱃속에 아이를 품은 죄로, 두 목숨을 잃게 된 이, 송매설수를 살려주십시오.
송매설수, 여랑에게 절하고 부복한다.
여랑, 그런 송매설수를 곤혹스럽게 바라본다.
여랑 : ..
송매설수 : (애절하게 바라본다)
여랑 : (냉랭한) 그럴 수 없어요.
송매설수 : !
여랑 : 사람을 보내, 오라버니께 알리겠어요. 마말 궁으로 모셔가라고.
송매설수 : 공주..
여랑 : 도망칠 생각은 말아요. 우리 완월헌(玩月軒) 가노들이 빽빽이 지키고 있으니.
시녀장 : (여랑을 본다) 어찌 이리도 모지시옵니까? 설사 짐승이라도 새끼 가진 암컷은 놓아주는게 인정인데..
하물며 회임중이신 왕비마마를..
여랑 : 원래 내가 모진년이라 생각하렴.
송매설수 : (일어난다) 공준 내가 죽길 바라고 있었던가?
여랑 : 네. 그래요.
송매설수 : !! (충격)
씬5.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밤)
내시장, 대무신왕에게 갑옷을 입혀주고 있다.
깨어난 을두지, 피를 철철..흘리는 채로 부복한다.
대무신왕 : (힐끗 본다)
을두지 : 아니되옵니다.. 폐하..
을두지, 대무신왕에게 기어간다.
을두지, 힘겹게 무릎을 곧추세우고 대무신왕을 본다.
대무신왕 : 내가 바로 대무신 무휼이다! 내 이름만 들어도 초목조차 벌벌 떨거늘, 감히 날더러 계란이고. 송옥구가 바위라!!
을두지 : 폐하는 명분이 없고.. 비류나부는 명분이 있사옵니다.. 그 명분이 폐하가 깨지 못할 바위 옵니다.
대무신왕, 칼을 빼어든다.
을두지 : 백성들은 감동 받기 좋아하고, 울기 좋아하는 심성을 지녔습니다.
대무신왕 :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송옥구 앞에, 네 목부터 베리라.
을두지 : (OL) 페하는 자신에 아이를 가진 아내를 죽이려는 비정한 남편이오.
비류나부는 가련한 왕비를 구하려는 의로운 군사들이 됩니다!!
대무신왕 : 을두지이!! (칼을 빼든다)
추발소 : (안타까워서) 좌보어른 제발 입을 다무십시오오!!!
을두지 : 사람은 누구나 다 자신에 죽음이 개죽임이길 원치 않사옵니다!
가련한 왕비를 구하고자 죽었다! 명분에 깃발 아래 죽고자 합니다! 백성들이 누구에게 감동 받고, 울겠나이까!!
대무신왕, 칼을 휘두른다. 을두지의 틀어 올린 머리가 날아간다.
대무신왕 : 나는 진나라 시황 영정(?政)을 이해한다! 말 타고·전쟁하고·백성들 밥 벌어 먹여야할 놈들이, 허구헌날 죽치고 앉아,
명분·명분·명분!! 명분타령 아니면 아니되옵니다·안됩니다! 이 짓거리만 하니!!
을두지 : ..
대무신왕 : 공자가 어쩌고, 맹자가 어쩌고!! 입만 있고, 머리만 있는 것들은 한 구덩이에 쓸어 넣어 생매장 시키는게 옳다!!
을두지 : ..명분이 곧 천심이고, 민의옵니다.
대무신왕, 을두지를 매섭게 쏘아보는데. 을두지, 죽음을 각오한 눈빛이다.
대무신왕이 칼을 휘둘러 을두지의 옷을 베어버린다.
대무신왕, 칼끝을 대전 바닥에 박는다.
대무신왕 : 을두지를 끌어내, 형장에 묶어두라!!!
호위무사들, 들어와 을두지의 양팔을 꿰어 질질 끌고 나간다.
을두지, 끌려나면서도 소리친다.
을두지 : 폐하!! 백성들이 등 돌리게 하지 마소소!! 고구려가 깨어집니다!!
씬6. 고구려, 외곽 기평관문(祈平關門) 성곽 앞 (밤)
(자막) 고구려 기평관문(祈平關門), 계루부와 비류나부의 접경지대
호동과 태추, 급히 말을 몰아 달려온다. 속도를 못따라 낸 호위무사들 뒤쳐져서 달려오고.
계루부 군사들, 막아서려 하면.
태추 : 비켜라!! 왕자마마시다!!!
호동, 말 위에서 그대로 날아 내린다.
호동 : (군사에게 묻는) 대장군은!
씬7. 동, 기평관문 성곽 위 (밤)
우나루, 성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호동, 급히 올라온다.
우나루 : 어, 왕자! 일찍 오셨구만.
호동 : 비류나부는..?
우나루 : 우굴우굴. 개미떼가 따루 없네. (턱으로 가리킨다)
호동 : .. (본다)
성곽 멀리 바깥쪽으로 비류나부의 군사들이 새까맣게 모여 있다.
씬8. 동, 기평관문 송옥구 있는 곳/호동 있는 곳 (밤)
기평관문 바깥쪽에 비류나부의 군사들 진을 치고 있다.
무장을 한 송옥구, 칼을 찬 채 말 위에 앉아 있다.
비류나부의 군사들, 칼로,창으로 바닥을 치며 소리치고 있다. “우리에 어머니를 돌려주시오!! 고구려에 원비마마를 돌려주시오!!!”
우나루 : 성질 같아선 확- 그냥.. 문 열고 나가. 지지지직- 밟아 버릴까요?
호동 : 경고망동 마십시오. 고구려에 국운이 걸렸습니다.
우나루 : 원비마마가 이 참에 콱, 죽어줘야 할 것도 같고... 돌려보내야 할 것도 같고.. 아구, 골아퍼. 대가리 나쁜 놈 뽀개지겠네..
호동 : .. (송옥구를 본다)
씬9. 고구려, 국내성 빈집 헛간 (밤)
송매설수, 여랑을 설득하고 있다.
여랑 : 언닐 좋아하진 않지만. (생각하다) 뭐, 실은 꽤 싫어한게 맞네. 그렇다구 처음부터 죽기까지 바란건 아니니까,
날 너무 원망 안했음 좋겠군요. 해두 할 수 없지만.
송매설수 : (본다)
여랑 : 다 자업자득 아니겠어요? 지금 나한테 쏟아지는 화살은, 전에 다 내가 남한테 쐈던 그 화살들이라구요.
송매설수 : 내가 공주를 쏘았던 적이 있었나? 기억에 없는데.
여랑 : 호동일 죽이려 했잖수! 내가 누구에요? 호동이 고모에요·고모! 자식 없는 내겐 아들이라구요.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날 찾아와요? 생각없이.
송매설수 : 공주가 호동에 고모라 왔어요.
여랑 : (기가 막혀서 콧방귀가 난다) 하! 도망치느라 많이 굶었수? 정신 나갔수?
송매설수 : (여랑의 손을 잡아다, 자기 배에 얹어준다)
여랑 : 뭐하는 거에요?
송매설수 : 호동이가 조카면, 얘도 조카에요.
여랑 : .. 난.. 걔한테 애정 없어요.. 정 주기 싫어.
송매설수 : 호동이나, 이 아이나 뭐가 다르죠? 그대 오라비의 피를 이은 똑같은 조카.
여랑 : 누가 뭐래요? 세월이 다르고, 정이 다르단 거지. 뭐하루 날 찾아와!! 미치겠네, 정말!! 난 몰라요! (나가버린다)
씬10. 동, 헛간 앞 (밤)
여랑, 걸어가려는데. 급히 따라 나온 송매설수.
여랑 : (돌아보고) 오라버니한테 매달려 보든지.. 나까지 노여움 사기 싫으니까.
송매설수 : 난... 말이에요, 공주. 혼인하고 십칠 년을.. 처녀로 지냈어.
여랑 : 농담해요?
송매설수 : 금슬 좋은 부부한텐 농담으로 들리겠지.
여랑 : (본다)
송매설수 : 늙어 월경이 끊기고, 아일 낳을 수 없게 되는 날. 한번은 안아준다 합디다.
불쌍하니 처녀인채로 돌무덤 들어가게 하진 않겠다고. 흐흥..
여랑 : 설마.. 오라버니가.. (말은 그렇게 해도 자신 없는)
송매설수 : 약을 먹었지, 내 손으로 월경을 끊으려고. 어떻게라두 그대 오라비랑 한번 자봐야질 않겠어요?
남녀상열지사만한 즐거움이 없다는데. 쉬어 꼬부라지게 늙어 안기면 뭘 하겠어? 한 살이라도 젊어야지. (빙그레)
여랑 : ..
송매설수 : (담담히) 애엽(艾葉)?황백(黃栢)?지모(知母)?조금(條芩)·아교주(阿膠珠)에 향부자(香附子)까지 닥치는대로 먹었지..
여랑 : ..
송매설수 : (미소) 세상에나 바늘을 한 쌈지 삼킨들 그보다 괴로울까. 애장이 끊어진다는게 이런 거구나.
위가 찢어지고, 장이 찢어지고.. 그리 약에 찌들며 산 세월이 얼마인지...
시녀장 : (눈물이 흐른다) 마마..
여랑 : ..
송매설수 : 그 다음엔, 끊어진 월경을 다시 잇겠다.. 아등바등.. 돼지 생간·소 생간에 자라피·노루피..
입에서 풍기던 그 비릿한 피비린내들... 약보다 더 괴롭더이다. 하하하- 하하하-
여랑 : (흔들리는) 그만해요.. 궁상 맞구.. 듣기 괴롭네요.
송매설수 : (웃음을 멈추고, 여랑을 본다) 이 매설수, 어미가 될 자격이 있지 않나요?
여랑 : 그걸.. 내가 어찌 결정해요..
송매설수 : (자신의 배를 만진다) .. 이 아이 태어날 자격이 있지 않을까? 살아보겠다고 이런 에미 뱃속에 깃든..
공주에 또 다른 조카도 말일세.. 이 시원한 공기 한모금 마셔봐두 좋지 않을까..? (쓸쓸히 웃는데, 눈물이 흐른다)
여랑 : ..
여랑, 차마 송매설수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Dis)
씬11. 차차숭의 천막극장, 마당 (다른날/낮)
자명과 일품, 창으로 봉술을 연마하고 있다.
미추, 방에서 나와 문 앞에 서서 자명을 부른다.
미추 : 뿌쿠야!!
씬12. 차차숭의 천막극장, 차차숭의 방 (다른 날/낮)
미추, 자명에게 변장술을 가르치려고 소품을 꺼내놓았다.
잔뜩 쌓인 옷, 장신구, 가짜 수염, 두건, 부채 등의 소품.
자명 : 이게 다 뭐에요?
미추 : 뭐긴 뭐겠어. 너 땜에 다 털린 내 전 재산이지.
자명 : (옷을 하나 집어 본다) 어쩐지. 어서 많이 봤다 했더니. 다 아줌마꺼잖애.
미추 : 니 몸에 맞춰 줄이느라 죽을 똥을 쌌다, 이 기집애야.
자명 : 낙랑에서 돌아오면.. 평생 잘 모실께요.
미추 : (싫지 않지만 짐짓) 모실만큼 늙지 않았으니까, 살아나 돌아와! 그래야 밑천 뽑지! 나중에 돈이나 왕창 벌어달란 말야.
자명 : 알았어요~ 천상지희해서 갈고리루 박박 긁어다 줄꺼잖애~
미추 : 차차숭 닮았나. 번지르르한 소린 잘두 하네.
자명 : 아줌마랑 단장님이 키웠으니깐, 닮는게 당연하잖애~
미추 : .. (보다, 표정 바꾸고) 도망치는덴 얼굴 숨기는 게 최고야. 산에·들에 숨는거 보다 사람들 속에 숨는게 젤이야. 알았지?
자명 : 응. (고개를 끄덕인다)
씬13. 차차숭의 천막극장, 안 (자명의 변신 몽타주)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미추, 공연 때와 같이 변사처럼 소개하고 있다.
관람석에 차차숭과 일품, 희희낙락 식구들 앉아 있다.
문쪽에 소소, 찬바람 도는 얼굴로 팔짱 끼고 서 있고.
(훗날, 자명의 변장을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매서운 눈으로 자명의 변장을 지켜보는)
미추 : (징을 치고) 자아~~ 권문세가 대갓집 노마님 납시요오~
커튼 젖혀지고 자명, 육십대의 풍채 좋은 노마님으로 분장해 나타난다.
관중석, “와아!! 깜쪽 같네~” 감탄하고.
자명 : (노인 흉내 내며) 버릇없는 놈들.. 감히 천것들이 뉘앞에서 눈깔을 똑바로 뜨느냐아!!
차차숭 : 입은 열면 안되겠다. 소리가 너무 젊어.
미추 : 소리가 문제가 아니라!! 뿌쿠, 야 이눔에 기집애야! 눈깔이 뭐야! 눈깔이! 대갓집 마님이 그게 뭔 쌍소리야!!
자명 : (자기 목소리로) 대갓집에 살아봤어야 뭔말을 쓰는 줄 알죠.. (혀 메롱- 내밀고 웃는다)
소소, 차갑게 자명을 본다. (Dis)
씬14. 동, 천막극장 안 (시간경과)
미추 : 계집질하기 좋아하는 책방 도령~~
미추, 징을 한번 지잉- 친다.
커튼 젖혀지고. 자명, 이십대 사내 모양으로 나타난다. 부채를 챠악- 펼치고. 기예단 여자아이에게 윙크-를 날린다.
소소, 차갑게 자명을 본다. (Dis)
씬15. 동, 천막극장 안 (시간경과)
미추 : 한번 보면 반한다~ 초절정 인기 기녀~
미추, 징을 한번 지잉- 친다.
미추가 소개하는 동안 문이 열리면서, 호곡이 들어온다.
소소, “오셨어요?” 하면서 호곡한테 짧게 인사 건네고.
호곡, 무시하고 무대로 시선 준다.
커튼 젖혀지며, 유곽의 기녀 복장을 한 요염한 자명 나온다.
자명, 머리에 대나무 모자를 쓰고 붉은천을 덮어 얼굴을 가린채 하늘하늘 걸어나와 멈춘다.
요염한 동작으로 쓰개모자를 벗는 자명. 입가에 애교점까지 찍은 천상 유녀 같은 모습이다.
관람석의 남자단원들 “와아!! 죽인다!!” 소리 지르고. 입에 손가락 넣어 휘파람 불고 야단법석이다.
자명, 흐느적거리면서 걷다가 차차숭과 일품 앞에 선다.
자명, 옥팔지를 찰랑-거리며 붉은 비단 손수건 끝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집어 차차숭의 무릎에 떨어트린다.
차차숭 : (장난스레) 나아? 내가 간택된 거야!!
미추 : 거기 거 늙수구레한 사내. 손수건으루 침이나 닦어!!
차차숭 : 츄웁!! (침 빨아먹는 소리 내고)
호곡 : .. (유심히 본다)
일품 : .. (문득, 호곡을 본다)
소소, 차가운 시선으로 그런 자명을 본다. (Dis)
씬16. 동, 천막극장 안 (시간경과)
미추 : 어느 나라서 왔는진 모르지만, 기품있다 공주마마~~
커튼 열리면서 자명, 그야말로 한 나라에 공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들, 압도되어 입을 벌린다.
호곡 : !! (놀란다)
자명 : 왜들 그러느냐? 벌린 입에 파리 드갈라. 당장 입 다물지 못하겠느냐! (하다 어색해서 꺄르르- 웃는다)
미추 : 뿌쿠야!! 그게 공주냐! 시녀지! 옷만 공주면 뭐해! 그러다 다 뽀록나, 기집애야!
자명 : 스물스물 하단 말에요. 안하던 짓 하니깐.
호곡 : (혼잣말이다) 지.. 에미를.... 꼭 닮았군..
일품 : ! (그 소리를 들었다)
씬17. 낙랑국, 진양궁 미앙전 라희의 침소
왕자실, 라희에게 유혹의 방법을 가르치려 한다.
거문고며 비파, 부채 등이 놓여 있다.
라희 : 내가 무슨 유녀에요?
왕자실 : 유곽에 기녀나, 고관대작이나, 왕이나 뭐가 다를까.
라희 : 제발 엉뚱한 말씀 마세요.
왕자실 : 기녀는 사낼 유혹하고. 왕은 백성을 유혹하는 건데, 뭔 차이가 있어?
남자든,여자든. 밥 먹기 위해 하는 돈벌이든, 정치든 다 매한가지다.
라희 : 이런 거 안해도, 나 충분히 예뻐요.
왕자실 : 이쁜 여잔 많아. 이쁜걸로만은 부족하지. 환상을 주지 못하면, 누구두 매혹 시키진 못한다.
라희 : 환상..?
왕자실 : 그래. 손에 닿을듯 잡힐듯, 안 잡히는 것.
라희 : 그게 생김 뭐가 달라지는데요?
왕자실 : 아.. 저 공주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두 있어. 뭐든 다 할 수 있어.
라희 : 하하.. 참.
왕자실 : 손짓, 발짓, 눈짓. 눈을 한번 떠도, 올려 뜨고. 내려 뜨고. 옆으로 살짝 뜨고. 웃는 것도 소리 없이 웃기.
소리 내 웃어도, 치아 보이지 않기. 그 하나·하나가 다 계산이구 기술이야.
라희 : 아바마말 그리 유혹하셨어요?
왕자실 : 그래.
라희 : 흐흥.. (생각하는)
왕자실 : 태녀책봉식(太女冊封式)이 얼마 안남았다. 백성들에게 첫선 뵈는 자리고.
광무제 유수를 만나 라희 네가, 낙랑국에 후계자임을 만천하에 알리는게야. 열심히 배워라.
씬18. 동, 미앙전 회랑 (라희의 몽타주)
왕자실, 보고 있다.
라희, 발끝을 세우고 머리에 물이 담긴 자기사발을 얹고 걷는다.
라희, 비파를 탄다.
라희의 연주를 듣는 왕홀과 부퉁·도수기. 시녀들.
라희,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감탄해서 보는 부퉁·도수기, 시녀들. 왕홀, 빙그레- 미소만 짓는다.
씬19. 동모현, 상가 거리
일품, 대장간 앞에서 단도를 구경하고 있다.
자명, 뛰어와 두리번거리다 일품을 본다.
자명 : (일품의 어깨를 탁- 친다)
일품 : (돌아보고) 어. 배는?
자명 : 스무날 후에 낙랑에서 들어온데. 그 배 돌아갈 때, 우리가 타면 될꺼야.
일품 : 응.
자명 : 그 배에 누가 타고 오는 줄 알아?
일품 : 누가 오는데?
자명 : 옛날에 그 공주님. (일품이 잘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자) 아 왜, 나한테 머리끈 주신, 왕비마마 딸.
나더러 시녀하라구. 오빠더러 고추 짜르구, 궁에서 살라던~
일품 : 못하는 소리가 없어. 다 큰 녀석이. (짐짓 노려본다)
자명 : 헤헤~ (웃고) 황제폐하께서 나랄 다시 찾으신지 십년이잖애.
낙랑에서두, 고구려에서두, 목지국에서두. 엄청 많은 나라서 오는데. 공주님두 그래서 오나봐.
일품 :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지.
자명 : 하긴. 신패는 구했어?
일품 : (고개 젓는다)
자명 : 큰일이네.. 신패 없이 밸 어떻게 타나.. 탄다해두 낙랑 해경왕래소(海境往來所)는 뭔 수루 지나지.. (인상쓰며 생각하는)
일품 : .. (문득 인파 속에, 호곡이 가마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본다)
자명 : 왜 그래?
일품 : 응, 아냐. 뿌쿠야, 너 먼저 집에 들어가. (뛰어가는)
자명 : 왜에? 어디가는데에? 같이 가.
일품 : 신패 구하러!! (뛰어가는)
씬20. 동, 거리 일품 있는 곳
일품, 멀찍이 호곡의 뒤를 쫓고 있다.
호곡이 탄 가마, ‘淸榛樓(청진루)’ 현판이 붙은 화려한 객잔 앞에 선다.
호곡, 내리고. 일품, 그 모습을 건물 뒤에 숨어 지켜보고 있다.
씬21. 동모현, 객잔 한 방/방 앞
일품, 안의 동정을 살피고 있다. (이야기 소리가 들리진 않는다)
호곡과 유릉, 앉아 있다.
유릉 : 내 생일잔치를 한다고, 기예단을 불렀다?
호곡 : 예.
유릉 : 그래, 계획대로 그리 엮는다 치자. 자명이, 낙랑공줄 못 죽이겠다면 어쩔테냐?
호곡 : 그 아인, 그러지 못합니다.
유릉 : 뭘 근거로?
호곡 : 대인배들은 명분이나, 신의를 따르지만. 소인배와 천것들은 지 핏줄. 지 가족. 마음 가는 길을 따라 살죠.
(문득, 밖이 신경 쓰인다)
유릉 : (본다)
호곡 : (고개를 갸웃하다, 말을 잇는다) 자명이한테 그 기예단 부부는 부모니,
반드시 낙랑공주 목숨과 그들에 목숨을 바꾸려.. (하다가)
호곡, 다탁 위에 놓인 접시를 들어 문 밖을 향해 번개처럼 날린다.
접시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며, 비단 바른 문을 찢는다.
씬22. 동, 방 앞
일품, 날아오는 접시를 단검으로 쳐서 떨어트린다. 떨어져 깨지는 접시.
호곡 : 웬 놈이냐! (하며 나와서 보면 일품이다) !!
일품 : 사부님.. (읍한다)
씬23. 동모현, 바닷가
호곡과 일품, 있다.
호곡 : (매섭게) 내 뒬 캔거냐!!
일품 : (OL) 아닙니다! ... (망설이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방을 잘못 찾아..
호곡 : 넌 거짓말이 서툴러. 하긴, 아직 세상에 닳고·닳을 나이 아니니..
일품 : (망설이다, 결심한듯) 뿌쿠와 전, 대체 누굽니까? 우리 부모는 누굽니까? 사부님은 누구십니까?
호곡 : 모른다. 뿌쿠와 네가 누군지. 니들 부모가 누군지... 내 자신이 누군지 난 알지 못한다.
일품 : 사부님.
호곡 : 동병상련이라고.. 니들이 그저 딱해 제자로 거뒀을 뿐.
일품 : 어디선가, 오래전에... 꼭 사부님을 뵌 것만 같습니다.
호곡 : 대답해 줄게 없다.
일품 : (무릎을 꿇는다) 진실을... 말씀해주십시오.
호곡 : 정히 내 말을 못 믿겠다면. 니 맘 속에 일어난 의심은 네가 풀어라. (기어간다)
일품 : (그 모습 보다가) 사부님은 거짓말을 잘 하십니까?
호곡 : (돌아보고) .. 흐흠.. 너보단 세상에서 구른지 좀 됐으니..
일품, 호곡이 기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씬24. 차차숭의 천막극장, 마당
차차숭을 비롯해, 다들 웅성웅성거리며 모여서 공연준비물을 끄집어내고 있다. 소소와 자명 함께 있고.
일품, 걸어온다.
소소 : 행카이~~ 왜 지금 와.
일품 : (보고) 뭐하는 거야?
미추 : 얘~ 행카이야. 우리, 대박났다~ 대박났어~
일품 : ?
차차숭 : 대홍려 유릉 각하 생일잔치 공연을 맡았어~ 공연대금이 곱빼기야, 곱빼기~
일품 : 그렇게 높은 양반이 어떻게 우리 희희낙락을 알구..
자명 : 그게 오빠, 우리 사부님이 다릴 놔주셨대~
일품 : !
씬25. 차차숭의 천막극장, 차차숭의 방
차차숭과 미추, 자명, 일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추 : 공연을 거절하라니? 이게,이게 뭔 말 안되는 소리.
자명 : 그래, 오빠. 얼마만에 들온 공연인데..
일품 : 어차피 황제폐하 즉위 십주년 봉축행사로, 동모현이 들썩이면 공연은 또 생겨요.
미추 : 생기는 족족 해야지. 넌 한끼 먹구 마니?
차차숭 : 이유가 뭐야?
일품 : (자명을 보다) 좀 나가있어.
자명 : 왜에?
일품 : 얼른. 오빠가 나가 있으라잖아.
씬26. 차차숭의 천막극장, 마당
자명, 밖으로 나온다. 소소, 다가온다.
자명 : 사부님 얘기만 나오믄.. 이상하네.. 요즘, 오빠.
소소 : 니네 오빠, 요즘 이상한게 아니라, 원래 이상했어.
자명 : 응?
소소 : 너랑 있음 다 이상하잖아.
자명 : 언니 왜 이래? 왜 시비 걸어?
소소 : 행카이가 니 종이니? 행카이까지 죽이구 싶니?
자명 : 언니!
소소 : 너 재수 없는 애잖아. 니 옆에 있음 죄 불행해지잖아. 묘리 좀 봐. 너 땜에 죽은거 아냐?
자명 : 야! 소소, 너!
소소 : 행카이 줌. 제발 좀 놔주라. 니 인생에서 좀 빼줘! 행카이두, 자기 인생 있잖아.
사랑하구. 혼인하구. 애 낳구. 그렇게 살 권리 있잖아!!
자명 : ..
소소 : 이거 경고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구.. 잘 새겨들어.
자명 : ..
씬27. 차차숭의 천막극장, 차차숭의 방
차차숭과 미추, 일품 이야기 나누는.
미추 : 다리 션찮은 인간이 청진루서 뭔 소리했는진 못들었다며?
일품 : 네..
차차숭 : 공연은 그냥 간다.
일품 : 단장님.
미추 : 기옐 한다는 건 늘 목숨 거는 거잖아. 이거저거 겁 내구 몸 사리는건 있는 놈들 얘기지.
차차숭 : 대신, 니들은 빠져라.
일품 : (본다)
차차숭 : 혹시.. 뭔 수작질 있다해두 뿌쿠랑 니가 빠지믄 아무 상관없지. 우리야 뭐, 기예 파는 거 밖에 없는 인생이니..
일품 : .. (불안한)
씬28.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앞 (아침)
을두지, 나무 기둥에 묶여 있다.
대무신왕, 무복차림으로 밖에 내 둔 어좌에 앉아 있다.
추발소와 대신들, 전부 도열해 서 있는.
대무신왕 : .. (칼을 짚고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씬29. 고구려 외곽 (아침)
급하게 달려가는 여랑의 마차. 여랑이 직접, 말을 몰고 있다.
그 뒤로 완월헌 호위무사1,2 마차를 호위한다.
씬30. 달리는 여랑의 마차 안 (아침)
송매설수와 시녀장이 타고 있다.
씬31. 고구려, 기평관문 파오 앞 (아침)
송옥구, 호위무사1·2와 걸어온다.
호동과 우나루, 기다리고 있다. 태추, 떨어져 서 있고.
호동 : 오셨습니까? 할아버님.
송옥구 : 왕자마마께서 부르시니.. 늙은것이 아픈 다릴 질질- 끌고라도 와야지요.
호동 : (미소) ..
우나루 : 배포가 크십니다. 덜렁 둘만 데리고.. 확! 인질로 잡으면 어쩌려구.
송옥구 : 이 몸, 고구려에 지은 죄 없는데, 뭐가 두려우리.
우나루 : 관문 밖에 저 시커먼 것들은 죄 아닙니까? 강 건너란 폐하에 허락이 없었으니 반란군이오!
송옥구 : 원비마마를 마중 나온 아이들을 보고.. 반란군이라니. 대장군은 농도 잘하는구만~
우나루 : 환영인파가 무장한 군사 천오백입니까?
송옥구 : 원비마마 혼인 후, 이십여년 만에 첫 친정나들인데 저 정도도 안와서야 썰렁하질 않겠소~ (웃는)
호동 : .. (두 사람을 보다) 들어가시지요.
송옥구 : 그러지요. 밤새, 늙은 것이 찬이슬 맞았더니 뼈마디가 쑤셔서.
우나루 : (따라 들어가려면)
호동 : 할아버님과 독대 하겠소.
씬32. 동, 파오 안 (아침)
호동, 송옥구와 앉아 차를 마신다.
송옥구 : (후르륵-거리며) 어어~ 좋다. 뜨거운 게 들어가니 몸이 녹는군...
호동 : 군살 끌고 오시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송옥구 : (잔 놓고, 진지한) 외손주 얼굴은 한 번 봐야질 않겠습니까?
호동 :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송옥구 : .. (본다)
호동 : 폐하께서 오방위 군사들과 함께 오시기 전에, 마자수를 건너세요.
송옥구 : 인생은 한 판에 장기와 같지.
호동 : (본다)
송옥구 : 자기가 원하는대로만 둘 수가 없어. 상대가 어느 길로 장군을 부를지 알 수 없으니..
호동 : 전쟁이라도 하겠단 뜻입니까? 동명성왕께오서 나라를 일으키신지, 72년만에 고구렬 쪼개잔 말씀입니까?
송옥구 : 이 고구려는 말야, 왕자에 증조부 추모왕 홀로 세운 것이 아니지.
오나부가 힘을 합쳐 세웠는데. 폐하께선 그걸 너무 자주 잊어.
호동 : 고추가 어른!
송옥구 : 그 말이 좋군. 왕자에게 할아버지 소릴 들을 때마다 늘 편치 않았는데.
호동 : 그만 장을 불러 보십시오. 이 손주가 그 수를 받을 수 있을지.
송옥구 : 원비마마에 솜털 하나 다치지 말고, 이 늙은이 품에 돌려주게.
호동 : .. (본다)
파오 안으로 태추, “왕자마마!!” 하며 들어온다.
호동 : 들어오지 말라 했는데!
태추 : (송옥구를 본다) ..
송옥구 : 원비마마를 찾았군..
호동 : .. (태추를 본다)
태추 : (고개를 끄덕인다)
호동 : 나가 있으라. 내 곧 갈테니.
태추 : 예, 안장을 얹겠습니다. (읍하고 나간다)
송옥구 : (그 모습 보고) 내 딸을 돌려주게.
호동 : 나 역시.. 한 때 내 어머니였던 원비마말 다치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
뒷날 일어날 고구려에 혼란을 생각한다면.. 오늘을 놓칠 수가 없군요.
송옥구 : 흐흠.. (일어난다)
호동 : 그대로 앉아 계십시오. 관문 밖으로 지금은 보내드릴 수 없으니.
송옥구 : ! 날 인질로 삼겠다? 원빌 처리할 때까지?
호동 : 예. (일어나 검을 찬다)
송옥구 : 하하- 많이 컸군.. 무섭도록 잘 컸어. 주색잡기하면서 헐렁헐렁 살아주면 왕자한테도.. 고구려에도 좋았을 것을.
호동 : .. (문쪽으로 간다)
송옥구 : 고구려가 깨져도 좋은가!!
호동 : (돌아본다)
송옥구 : 나, 송옥구한테는 고구려보다 비류나부가 중요하네. 왕자는 어떤가?
호동 : .. (본다)
송옥구 : 내게는 아들들이 있네. 오늘 매설수가 죽고, 이 늙은것이 죽는다면
반드시 비류나부는 군사를 이끌고 국내성으로 갈 것이야.
호동 : ..
송옥구 : 왕위가 고구려보다 중요한가!
호동 : ..
송옥구 : 선택은 왕자가 하게.
호동 : .. (보다가 나간다)
씬33. 고구려, 기평관문 근처
수양전 호위무사들 이십여명, 여랑의 마차를 넓게 포위하고 있다.
여랑, 호위무사들에게 화를 내는.
여랑 : 감히, 어디라고 너희들이 나를 막아서!! 우나루 대장군을 불러오라니!!
호위무사들 : ..
여랑 : 이것들이!! 다 내 손에 죽고 싶으냐!!
호동과 태추, 달려온다.
여랑, 호동을 본다.
여랑 : ! (깜짝 놀란다) 호동아!!
씬34. 여랑의 마차 안
(여랑의 소리) : 호동아!! 네가 여기 있었느냐!!
송매설수 : !! (깜짝 놀란다)
시녀장 : .. (파들파들 떠는 송매설수의 손을 잡는다)
송매설수 : .. (시녀장을 바라보는 눈에, 두려움이 담긴다) .. 내, 아이가 사는건.. 여기까진가 보다..
씬35. 여랑의 마차 앞/마차 안
호동, 말에서 뛰어내린다. 태추, 내리고.
호동 : (태추에게) 다들 스무보 밖으로 물려라.
태추 : 예. (호위무사들에게) 스무보 밖으로 물러 있으라!!
호위무사들, “예!” 주먹 쥔 한팔 가슴에 대고 읍한 다음, 물러나는.
태추만 호동의 한발 뒤로 물러난다.
호동 : 고모님이..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여랑 : 그게 말야 호동아.. (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아, 정말.. 미치겠네. (한숨 쉬고)..
나도 모르겠어, 귀신에 쓰였는지.. 정신 차리구 보니. 여기네.
호동 : .. (마차를 본다)
송매설수, 천을 뚫은 것 같은 시선으로 밖을 본다.
송매설수 : ..
(송매설수의 속마음 소리) : 나를.. 놓아다오.
호동 : ..
(호동의 속마음 소리) : 마마 같으면 그리하시겠습니까?
호동과 송매설수, 팽팽한 긴장 속에 마차 안과, 마차 밖에서 서로의 모습은 가려진채 바라본다. (Dis)
씬36. 동, 장소 (시간경과)
호동, 나무 밑에 앉아서 둥치에 등을 기대고 깍지 낀 두 손을 이마에 대고 고뇌에 쌓여 있다.
송매설수, 얼굴에 진땀이 흐른다. 시녀장, 비단수건으로 이마를 닦아주는.
호동 : ..
(송옥구의 소리) : 선택은 왕자가 하게. 왕위가 고구려보다 중요한가!!
호동 : .. (손을 떼고, 마차를 바라본다)
(플래시) 14부,씬38
을두지 : 임금은 때로 자식을 죽이고. 아내도 죽입니다. 허나, 자식은 아무리 왕이라 해도 부모를 죽일 수 없습니다.
호동 : .. (마차를 바라본다)
태추 : 대체 무얼 망설이십니까!! 대왕마마, 이미 성지를 내리셨습니다!!
호동 : .. (바라본다)
(플래시) 14부,씬36
대무신왕 : 택하라! 네 목숨을 던지겠느냐? 송매설수를 끌고 오겠느냐?
호동,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 쪽으로 다가간다.
인기척을 느끼는, 송매설수 품에서 독약이 담긴 자기병을 꺼낸다.
시녀장 : (낮게) 마마! (손을 잡는다)
송매설수 :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길 밖에 없질 않느냐. 호동에 손에 죽고프진 않구나..
호동, 마차 가까이로 다가간다. 문득, 떠오르는 한 생각.
(인서트) 2부,씬33
호동 : (메뚜기를 들고 뛰어와, 송매설수에게 준다) 어머니, 이거.
송매설수 : 어머나. 메뚜기로구나. 호동아, 이 어미한테 주는 거니?
호동 : (고개를 끄덕인다)
송매설수 : 고맙구나. (웃는)
호동 : ..
여랑 : (딱히 호동도, 송매설수에도 아닌) 난 할만큼 했으니까. 이제 그만 집에 가구 싶다. 피곤하네.
송매설수 : .. (자기병을 뚜껑을 연다)
시녀장 : 마마.. 보내드리고 이 년, 따라가오리다.
송매설수 : (고개를 끄덕인다)
여랑 : (마차를 가린 휘장을 젖히려하면)
호동 : 걷지 마십시오!
송매설수 : ? (흠칫, 손을 멈춘다)
여랑 : 응?
호동 : 마차에는 아무도 타지 않은 것입니다.
태추 : 왕자마마!!
호동 : (손들어 아무 말 말라는 시늉하고) 그저.. 고모님, 대장군이 그리워 홀로 예까지 오신 겁니다.
송매설수 : !!
여랑 : 호동아..
호동 : (여랑에게) 이 길로 쭉- 가시면 기평관문입니다.
제가 모셔야 되는데.. 폐하에 성지를 받들어, 오선전 마마를 찾아야 해서..
여랑 : 너.. 괜찮겠어, 정말? 이래도?
호동 : 조심해서 가세요.
여랑 : .. (망설이는)
호동 : 어서 가세요. 사람에 마음은 조석으로 변하는 겁니다.
조카 역시, 일다경(一食頃)에 변하고, 일각(一刻)에 변하는 허접한 놈입니다.
여랑 : .. (코끝이 시큰해서) 착하구나.. 우리 왕자님.. 멋있는 사내로 자랐어.
여랑, 호동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 말에 오른다.
여랑, 채찍질을 하며 마차를 몬다.
마차의 커튼이 아주 조금 열리면서, 송매설수의 눈이 멀어지는 호동을 본다.
호동, 고개를 돌리고 있어 송매설수의 눈길을 느끼지만 바라보지 않는다. (Dis)
씬37. 고구려, 기평관문 앞
송옥구, 송매설수를 데리고 걸어 나온다. 뒤로, 시녀장과 송옥구의 호위무사1,2.
비류나부의 군사들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른다.
부관 : 왕비마마가 오셨다아!!! 고구려에 어머니가 우리에게 오셨다아!!
군사들, “마마!!! 회임을 감축드리나이다!!” 소리치며 칼과 창을 흔들며 환호한다.
송매설수 : .. (미소가 떠오른다)
씬38. 고구려, 외곽 (밤)
호동, 말에 가편(加鞭)하며 달려간다.
뒤로 태추와 호위무사들.
씬39.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마당 (다른날/낮)
호동, 태추의 등을 밟고 말에서 내린다.
호동, 걸어오다 보면. 땡볕에 탈진한 을두지가 여전히 나무기둥에 묶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대무신왕과 신하들은 없다)
호동, 을두지 앞으로 걸어온다.
을두지, 잠시 정신을 잃고 있다.
호동, 그 모습을 바라본다. 을두지, 시선을 느끼고 눈을 뜬다.
을두지 : (미소가 떠오른다) 잘.. 하셨습니다.. 왕자마마..
호동 : 이러고 있으면서도 귀는 밝으시군.
을두지 : 우나루 대장군에게 들었습니다..
호동 : .. (태추에게) 물을 가져다 드려라.
호동, 등 돌려 강국전을 향해 걸어간다.
을두지, 그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씬40.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대무신왕, 추발소, 채 갑옷도 벗지 못한 우나루, 대신들과 을두지 처리 문제로 회의를 하고 있다.
대무신왕 : 목을 베라.
추발소 : !! 폐하, 한가지 공이 열가지 과를 덮는다 했사옵니다!
대무신왕 : .. (본다)
추발소 : 폐하를 욕되이 한 을두지에 죄 죽어 마땅하나. 죄인 을두지, 좌보로 재임시 세운 공로가 크옵니다.
통촉하소소!! 대왕마마. (부복한다)
대무신왕 : 나는 그 공을 알지 못한다.
우나루 : (무릎을 꿇는다) 을두지에 목만은 붙여주소소.. 폐하!!
대무신왕 : 좌보가 임금의 위에 있는가? 태형 후 기시한다.
호동, 들어온다.
대무신왕, 호동을 본다.
호동 : 신, 호동 기평에서 돌아왔습니다.
대무신왕 : (비웃는) 그래, 송매설수를 끌고 왔느냐?
호동 : 신이 무능하여.. 폐하의 성지를 이루지 못했사옵니다. 오선전 마마를 찾지 못했나이다.
대무신왕 : 흐흥.. (입꼬리를 말며 냉소한다)
호동 : 고구려에 왕자 호동, 을두지의 죄를 청원하나이다!!
대무신왕 : !!
우나루와 추발소, 대신들, 호동을 바라본다.
대무신왕 : 네 감히, 무슨 자격으로 을두지를 청원하는가! 이미, 을두지 태자보에서 해임된지 오래이거늘!!
호동 : 남편은 아내에 죄를. 아들은 어버이에 죄를. 주인은 노비에 죄를 청원할 수 있나이다.
신 호동, 주인에 자격으로 을두지에 죄를 청원하나이다.
대무신왕 : 하하하- (웃고) 왕을 조롱한 죄, 무엇으로 그 무게를 달아 사면하리? 호동 네게 그만 값어치에 것이 있느냐?
호동 : ..
대무신왕 : 있다면 어디 내 놓아봐라!!
호동 : 신 호동을 한나라 광무제 유수 즉위 십주년 봉축행사에 사신으로 보내주소서.
대무신왕 : 그래서?
호동 : 할아버님 유리명왕 시절에 신나라 왕망에게서 받은 치욕을 씻고, 단절된 국교를 트고 오겠나이다!!
대무신왕 : (본다)
호동 : 신 호동, 낙랑국에 구걸하지 않고 한나라와 직접 국교를 터. 물물을 교환하는 장을 열고 식량을 확보하겠나이다!!
대무신왕 : 청원한 자가, 그에 합당한 댓가를 내지 못하면 죽어야 함을 알고 있겠지?
호동 : 잘 알고 있사옵니다, 폐하.
호동, 장수의 예로 무릎을 꿇고, 대무신왕 그 모습을 냉랭하게 본다.
씬41. 고구려, 주몽사당 안 (밤)
호동, 주몽의 진영 앞에 술을 올린다. 술을 따라 이마에 대었다가 잔받침 위에 놓는.
대무신왕, 들어와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대무신왕 : 에미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폭군 소리가 그리 듣기 싫더냐?
호동 : (본다)
대무신왕 : 내 지난날 분명히 네게 말했을 터인데. 착한 사람이 되고자 하면 결코 고구려에 왕은 될 수 없다고.
호동 : 아바마마와 소자가 고구려를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옵니다.
대무신왕 : 흐흠..
호동 : 오선전 마마를 비류나부로 보낸 것은.. (생각하다) 아바마마의 속마음 또한, 소자와 다르지 않다 생각합니다.
대무신왕 : 누가 너 더러 내 마음을 짐작하라했는가!! 너는 내 아들이기 전에, 신하다!! 오직 내 명을 따르면 될뿐!!
호동 : ..
대무신왕 : 너, 반드시 낙양에 가 유수에게 많은 것을 받아내야 하리.
호동 : 명심하겠나이다.
대무신왕 : (호동을 물끄러미 보다) 호리유차면 천지현격(毫釐有差 天地懸隔)이라 했다..
호동 : (본다)
대무신왕 : 임금에게 생각이 다른 아들은 정적일 뿐이다.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적. 명심해라.
대무신왕, 등 돌려 나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호동의 착잡한 심정. (Dis)
씬42. 낙랑국, 진양궁 영안전 마당 (다른날/아침)
마당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치소와 저놈이 동고비와 사내(12부,씬13)를 지켜보고 있다.
사내, 동고비의 뒤를 따르다가 치소 쪽을 두려운 듯 돌아본다. 치소, 고개를 끄덕여 준다.
치소 : 동모현으로 가기 전에, 알고 있지?
저놈이 : (칼을 칼집에서 조금 뽑았다가 집어넣는다) 별 걱정을.
치소 : 실수하면 너만 가는게 아니라, 나두야. 망둥이처럼 팔짝팔짝-뛰지 말고. 이 무식한 놈아.
저놈이 : 이 살벌한 에미나이~ (꼬집으려고)
치소 : (찰싹- 때리며) 분술 모르는 놈! 천것 주제에. (돌아선다)
씬43. 낙랑국, 진양궁 영안전 모하소의 침소
최리와 모하소, 앉아 있다.
모하소 : 틀림없이 네 눈으로 보았느냐? 갓난 여아와 사내아이가 삿갓배에서 숨...끊어진 것을.
사내 : (떠는) 황..공하옵...니다...원후마마.. 이 놈, 그 애기씨가.. 공주마마신 줄은...
최리 : 네 말을 어찌 믿느냐?
사내, 여전히 부복한 채 두 손으로 산호뒤꽂이를 올린다.
동고비, 집어서 모하소에게 올리는.
동고비 : 마마..
모하소 : .. (떨리는 손으로 뒤꽂이를 받든다)
모하소, 받아서 보다 휘청한다. 산호뒤꽂이를 다탁에 떨어트리는.
최리 : 원후!! (모하소를 잡아주고, 산호뒤꽂이를 본다) 잘은 모르겠다만.. 여인네 장신구야 다 엇비슷하지 않은가. 이것만으로는..
모하소 : 신첩... 어찌 이 끔찍한 물건을.. 잊을 수 있겠나이까... 아니길... 아니길.. 바라고 바랬지만,
이 산호뒤꽂인 틀림없는 자실아우 것이옵니다..
최리 : ..
씬44.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왕자실, 차를 마시고 있다. 치소, 서 있다.
왕자실 : .. (찻잔을 내려놓고) 자명일 묻은 곳에 가자.
치소 : (깜짝 놀라서) 태녀책봉식을 곧 시작할 터인데. 거긴 뭐하루 가시게요?
왕자실 : .. (대답 없이 일어선다)
씬45. 낙랑국, 진양궁 미앙전 라희의 침소
라희, 웃달과 무르추, 궁녀들의 도움을 얻어 태녀책봉식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라희 : 어마마만 어딜가셨다던? 동고비도 안뵈고.
웃달 : 모르겠어요.. 공주마마.
라희 : 반수전 마마도?
무르추 : 네에.. 여관장을 데리고 나가셨답니다.
라희 : 기가 막혀서.. 정말. 다른 때는 두 분 다, 내 방서 살다시피 하시더니. 오늘 같은 날, 대체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씬46. 낙랑국, 단군신당 안
최리와 모하소, 자명의 영혼을 위로하러 왔다. 동고비, 한쪽에 시립해 있고.
모하소, 단군 진영 앞 자기병에 꽃을 꽂는다.
최리, 향을 한줌 집어넣는다.
모하소 : 단군왕검이시여... 당신께오서 보내주신.. 제 딸 자명일.. 끝내 잃었사옵니다..
최리 : ..
모하소 : 제게.. 그 아일 주신 까닭이 무엇이오며.. 다시 데려가신 이유가 어디에 있사오니까...
이 어리석은 계집, 그 까닭을 짐작할 길 없으니... 그저 아플 뿐이옵니다...
모하소, 주르륵- 자리에 주저앉는다.
씬47. 낙랑국, 율구헌 뒷산 묘리 묻힌 곳
돌을 엉거주춤 얹은 초라한 봉분. (항아리는 안보인다)
왕자실, 가만히 서서 바라본다. 치소 옆에 서 있고. 저놈이 떨어져 있고.
왕자실 : 자명아, 네 언니 라희는 오늘 태녀가 된다.
치소 : .. (본다)
왕자실 : 대내외에 라희가 태녀임을 알리고 나면. 자명이 네가, 거기서 살아 기어나온다 해도.. 낙랑국에 네 자리는 없다.
치소 : ..
왕자실 : 원망하고프면.. 독하지도 모질지도 못한, 네 에미 모하소를 원망하렴.
치소 : 마마. 공주마마 책봉식이..
왕자실 : (손에서 쌍가락지를 꺼내 내민다)
치소 : (본다)
왕자실 : 눈에 띄게 할 필욘 없다만. 이보단 낫게 꾸며줘라.
치소 : 그렇게까지요?
왕자실 : 왜 죽었는지 이유도 모른채 갔으니.. 한이 되겠지. 나 또한... 더는 자명일 미워할 이유가 없질 않느냐.
씬48. 낙랑국, 단군신당 안
모하소와 최리, 서 있다.
모하소 : (동고비에게) 미안하구나.. 동고비야. 달개빌 생각해서라도.. 일품을 네게 찾아주고 팠거늘..
동고비 :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마마. (부복한다)
모하소 : (최리에게) 하늘은 결코.. 뜻 없는 일을 하지 않는다지요?
최리 : (고개를 끄덕인다)
모하소 : 자명일 제게 주셨다, 이리 데려가심도 반드시 깊은 뜻이 있겠지요..?
최리 : 모하소야.. 아들을 낳자.
모하소 : (본다)
최리 : 내 너에게서 아들을 보련다. 그 아일 품에 안은 너를 보고 싶구나. 딸이라도 좋다. 우리 아이에게, 이 나라를 물리마.
모하소 : 우리에겐... 이미 아이가 있습니다.
최리 : (본다)
모하소 : 라희가 있질 않습니까?
최리 : .. 그래도 괜찮으냐...?
모하소 : 어쩌면... 단군왕검께오서.. 제게 라희의 에미로만 살라고.. 라희가.. 훌륭한 태녀가 되고...
폐하에 뒤를 잇는 낙랑에 성군이 되라고 자명일 데려가셨나 보옵니다.. 신첩.. 그리 믿으렵니다..
최리 : 모하소야...
최리, 모하소의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준다.
모하소 : (살며시 몸을 떼고, 슬프게 웃는다) 가시지요, 폐하.. 우리 딸 라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씬49. 낙랑국, 대위전 마당
라희의 태녀책봉식이 거행되고 있다.
단 위에, 성장한 최리,모하소,왕자실이 앉아 있다.
단 아래로, 왕홀. 성장한 모양혜. 고관대신들 하례복을 입고 서 있다.
단군 영정이 걸개로 걸려 있다.
최리 : 단군왕검이시여!! 낙랑에 왕, 최리 고하나이다!!
오늘에 이르러, 이 몸 최리. 후계를 세워 낙랑국을 반석에 올리고자 하나이다!!
류지 : 공주는 단 위로 오르십시오!!!!
라희, 화려하게 성장한 눈부신 미모로 등장한다. 라희, 머리에 수놓은 흰 비단 베일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다.
동고비, 머리에 쓴 베일을 걷는다. 라희의 화려한 미모가 드러난다.
부퉁과 도수기, 눈이 둥그레지면서 침을 꿀꺽- 삼킨다.
동고비와 치소, 라희의 치마단을 붙잡고 뒤를 따른다.
라희, 계단을 오른다.
모양혜 : 이쁘군. 기가 막혀. (왕홀을 본다) 너 보기에도 이쁘냐, 홀아?
왕홀 : 그야, 낙랑 최고에 미인이니까요. (웃는)
모양혜 : .. 흥.. 에미 잘 만나 가지가지 복도 많군. 이쁜데다, 여왕자리까지 꿰차게 됐으니. (단위에 왕자실을 노려본다)
라희, 단 위에 올랐다.
라희, 최리와 모하소에게 읍한다. 모하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라희, 왕자실에게 읍한다. 감격에 찬 왕자실, 눈물을 글썽인다.
라희, 단군왕검 진영에 읍하고 향로에 향을 집어넣는다.
최리 : 태녀에 관을 가져오라.
도찰과 류지, 관을 받들고 간다.
최리 : 원후는 나오시게.
모하소 :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왕자실 : (무슨 일이지? 의아한 시선으로 본다) ..
최리 : 라희 공주에 계관식을 빌어, 선포하노니! 원후를 공주에 태모이자 유일한 모후로 세워 공주에 앞날을 결정할 권한을 주노니.
공주는 원후에 뜻을 어김없이 받들고 그 덕을 배우라!
왕자실 : !!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라희 : (왕자실을 한번 보고, 최리에게) 삼가 명을 받드나이다.. 대왕마마..
류지 : 공주마마는 무릎을 꿇으소서.
라희 : (비단방석에 무릎을 꿇는다)
류지 : 태모마마께서는 관을 씌워주시지요.
모하소 : (관을 들어, 라희의 머리에 씌워준다)
모하소, 고관대신들에게 명한다.
모하소 : 나 모하소, 공주에 태모로 명합니다.
군신들 : 예, 마마!! (무릎을 꿇는다)
모하소 : 낙랑의 백성이 모두 우리 공주를 아끼고 사랑하니, 국호를 따서 그 자(字)를 낙랑공주라 할 것이오!!
이후로 그 누구도 함부로 공주의 명(名)인 라희를 부르면 아니 될 것이며!
그 누구도 공주에 자와 명을 범해서는 아니됩니다!!
군신들 : 삼가 명을 따르옵니다!!!
모하소 : 낙랑공주는 군신들에 예를 받으라.
라희 : 예, 어마마마.
라희, 일어나 돌아서 군신들을 본다.
라희 : 나, 낙랑에 공주는 태모마마에 인자한 덕을 배울 것이며!! 대왕마마가 백성을 아끼시는 그 뜻을 따를 것이며!!
낙랑국이 천대·만대 백성들이 기뻐 사랑하는 나라가 되도록 이 몸을 바칠 것이니라!!
라희의 말이 끝나면, 류지의 선창에 따라 만세를 외친다.
류지 : 만세,만세,만만세!! 낙랑국 만만세!! 대왕마마 만만세!!
신하들 : 만세,만세,만만세!! 낙랑국 만만세!! 대왕마마 만만세!!
류지 : 천세,천세,천천세!! 낙랑공주마마 천천세!!
신하들 : 천세,천세,천천세!! 낙랑공주마마 천천세!!
라희, 만조백관을 굽어보며 고혹적인 미소를 짓는다. (Dis)
씬50. 차차숭의 천막극장, 아이들의 방
자명, 일품과 함께 낙랑으로 떠날 짐을 꾸리고 있다.
자명, 문득 “읔!”하며 가슴을 움켜쥔다.
일품 : 뿌쿠야!!
자명 : 괜찮애, 가끔씩 그러잖애. 비 올래나?
일품 : 맑은데...
자명 : 이상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쑤시네.
일품 : 쑥뜸 뜨자. 짐은 오빠가 쌀게.
자명 : 낙랑엔.. 나 혼자 갈래.
일품 : ! (본다)
자명 : 오빤.. 오빠 인생이 있잖아. 소소언니, 좀 싸나워서 그렇지. 좋잖애. 뭣보다 오빨 넘 좋아하구. 같이 있어, 여기.
일품 : (본다)
자명 : 나.. 꼭 돌아올꺼야, 살아서. 엄마·아버지 얼굴 한번만 보고.
일품 : 이 하늘 아래. 너와 나. 단 둘이다.
자명 : 오빠.
일품 : 어려서도 그랬듯이, 살아도·죽어도. 우린 함께 있을꺼야.
자명 : ..
씬51. 낙랑국, 일각
태녀책봉식을 끝낸 라희가 모습이 잘 보이도록 연을 타고 간다.
백성들, “공주마마, 만세!!” 환호하고 지붕에 올라가서 꽃을 뿌리고 난리다. 라희를 호위하는 왕홀과 장군들.
백성1 : 공주마마, 공주마마!! 선녀 같으세요!!
라희 : (본다)
백성2 : 낙랑국이 복이 있어, 저리 고우신 공주마마가 나신게다!!!
라희 : 연을 멈추라.
라희의 명에 의해, 연이 멈춘다.
라희, 내린다. 왕홀, 의아하게 본다.
왕홀 : 연이 흔들려 멀미라도?
라희 : 대장군.. 난 말이오.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오.
왕홀 : (본다)
라희 : 나에.. 백성들... 나를 사랑하는 백성들... 저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만일.. 내가 오늘을 잊거든, 대장군의 칼로 나를 베어도 좋소.
왕홀 : (미소) ..
늙은 백성 한명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라희를 우러르며, 그 신발에 입맞춘다.
백성3 : 공주마마!! 우리들에 공주마마!! 이.. 늙은 몸, 공주마마를 뵈오니.. 죽어도 미련이 없사옵나이다.
라희 : .. 일어나라.. 아직 바닥은 차구나.. 이 몸, 내 귀한 백성이 나로 인해 늙은 무릎이 찬바닥에 닿기를 원치 않는다.
라희, 옥 같은 손을 내밀어 백성3을 일으킨다.
백성2 : 공주마마...
라희 : .. 하늘님.. 이 몸, 라희가 내 백성보다 이 몸을 먼저 생각한다면 천벌을 내리소소..
라희, 백성들을 바라보는데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Dis)
씬52. 차차숭의 천막극장, 마당
비가 쏟아진다.
씬53. 차차숭의 천막극장, 아이들의 방
자명, 등에 쑥뜸을 뜨고 있다.
미추, 쑥뜸을 떠주고 있는.
미추 : 이래가지구.. 낙랑에 가겠니? 비와두, 눈와두. 날만 조금 궂어두 이러구 맥을 못쓰믄서..
자명 : 가야죠..
미추 : 참, 너두 팔자 드럽다. 내가, 한번 보구 시퍼. 니 에미년,애비놈. 인간에 탈을 쓰구, 어떻게 자식을 이 꼴을 맹기냐!!
자명 : ..
자명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Dis)
씬54.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왕자실, 홀로 술을 마시고 있다.
치소, 왕자실을 만류하는 술병을 잡는다.
왕자실 : 놓아라!!
치소 : 어찌됐건 좋은 날이옵니다. 공주마마, 이제 태녀가 되질 않으셨습니까?
왕자실 : 내 딸을 뺏어다가 모하소에게 줘? 뭐가 어째? 모하소가 라희에 유일한 모후구, 태모? 호호호- 호호호호- (미친듯 웃는다)
치소 : 마마..
왕자실 : (술을 한잔 마시고, 술잔을 벽에 던져 깬다) 최리야. 최리야.. 치졸하구나.
이게 오래비를 죽이면서까지 왕으로 만들어준 나에 대한 복수더냐!!!
씬55. 낙랑국, 율구헌 모양혜의 방안
모양혜, 껄껄- 웃는다. 도찰과 부달이 함께 술을 마신다.
모양혜 : 닭 쫓던 개 꼴이요. 개 쫓던 범꼴이라~ 꼴 좋구나~ 자실아~ 어허~ 십년 앓던 쳇증이 다 내려간다! 꺼억!! (트림 한다)
모양혜, 왕굉의 초상화를 보며 중얼거린다.
도찰 : 궁에 묘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태대부인 마님.
모양혜 : 원래 궁이라는데가 묘하기 마련이지.
도찰 : 반수전 차후마마께오서 우리 대장군과 낙랑공주를 혼인시키려 한답니다.
부달 : 아니!! 그러면 우리 태대부인 마님은 어쩌고오!! 으응? 낙랑공주를 둘째 부인으로 준단 건가??
도찰 : 그럴 리가 있는가!!
모양혜 : 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흐흥! 자실이 년 마음대로 될 줄 아는가!
다시는 자실이년 장단에 이 모양혜, 놀아나지 않는다!!!
씬56. 동모현, 유릉의 저택 마당 (다른날/낮)
미추, 소소를 비롯한 희희낙락 단원들 공연 준비를 위해 왔다.
한쪽에서 자명, 호곡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품 없다.
호곡 : 공연을 못한다니!!
자명 : 그렇게 됐어요, 사부님. 낙랑으로 가는 날이 좀 당겨져서.
호곡 : !! (놀라는) 신패를... 구했느냐?
자명 : 가짜패 단속이 심하대서요.. 진짤 구해야 되는데.. (생각하다) 지금부터 구해봐야죠~ (웃는)
호곡 : .. (인상 쓰며 생각하는)
씬57. 태산관 앞
(자막) 태산관 국빈숙소
우나루와 추발소, 호동을 호위하고 있다.
그 위로 축하선물을 실은 마차와 수레, 말들.
씬58. 동모현, 저자거리
가벼운 여행복 차림의 호동과 태추, 걸어온다.
태추 : 번화하네요. 낙양도 아닌데.
호동 : 나라간 배들이 오고가는 국제항구 아니냐. 촌놈처럼 두리번거리지 마라. 날치기들 꿴다.
태추 : 대장군이랑 남부사자님이 기다실텐데 그만 태산관으로 가야죠.
호동 : 숨통이 탁, 트인다. 좀 있다 가자..
호동과 태추, 걸어가는데 육십대 펑퍼짐한 노귀부인 모습으로 변장한 자명, 태추와 몸을 부딪친다.
자명, 휘청하면서 태추의 품에서 재빨리 신패를 꺼낸다.
호동, 뭔가 본 것 같은데 눈을 의심한다.
태추 : 어.. 죄송합니다... 노마님.. (잡아준다)
자명 : .. (들켰나?)
호동 : !! (의아한 시선으로 본다)
자명 : (목소리 깔고) 천한 것들이, 어디서 감히 눈깔을 치뜨느냐!!!
자명, 호동에게 소리치는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