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0%' 고금리 적금 뒤엔…"계열사 고객만" "4000㎞ 걸어야"
은행이 고금리 미끼 상품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연 10% 금리를 내걸었으나 기본 금리는 1%에 불과한 식이다. 최고 금리를 적용받으려면 고객은 까다로운 우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가는 은행이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우대 조건을 내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 7.0%' 고금리 적금 뒤엔…© MoneyToday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DB저축은행은 최고 연 7.0% 금리의 1년 만기 'M-위드 유 정기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의 기본 금리는 4.5%다. 나머지 2.5%는 조건 5개를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우대 금리다.
조건 1개를 달성할 때마다 0.5%씩 우대 금리가 붙는데, 2.5%를 모두 받으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DB손해보험·DB생명보험·DB금융투자 등 DB금융 계열사 중 1곳의 기존 고객이어야 한다. 또 나이가 만 19~39세이면서 모바일 앱을 통해 처음으로 DB저축은행의 예·적금을 거래한 고객이어야 한다.
웰컴저축은행의 1년 만기 '웰뱅 워킹 적금'도 최고 금리가 연 10.0%에 이르지만 기본 금리는 1.0%에 불과하다. 8.0%는 걸음 수에 따라서 적용되는 우대 금리다. 8.0%의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선 웰컴저축은행 앱에 있는 걸음 수 산정 서비스에 가입하고 500만보를 걸어야 한다. 500만보를 채우려면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약 4000㎞를 걸어야 한다. 현재 이 적금에 가입한 고객 중 500만보를 달성해 최고 금리를 받은 고객의 비중은 30%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 7.0%' 고금리 적금 뒤엔…© MoneyToday
광주은행의 1년 만기 '행운적금'에 가입한 고객은 운이 좋아야 최고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행운적금의 연 최고 금리는 13.5%로, 1금융권이 운영하는 적금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매주 1회 진행되는 행운번호 추첨에 당첨되지 않으면 고객은 기본 금리인 3.5%를 적용받게 된다. 추첨은 올해 9월8일까지 총 24번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13.5%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고객은 240여명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은 최고 연 8.0% 금리의 '꺾이지 않는 DRX 적금'을 운영하는데, E스포츠팀인 'DRX'의 롤(LoL) 리그 성적 등에 따라 적용되는 우대 금리가 5.5%에 이른다. 이 적금에 가입한 고객은 DRX가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1위를 하면 최고 2.0%, DRX가 '롤 월드 챔피언십'에서 16강과 4강에 진출하면 각각 1.0%, 2.0%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DRX의 LCK 시즌 순위는 10개 팀 중 9위로 좋지 않아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는 건 금융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워서 마케팅을 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 측은 우대 조건 안내를 충분히 하고 있으며 일부 상품은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가입 과정에서 우대 조건을 안내하기 때문에 운동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 웰뱅 워킹 적금에 가입한다"며 "실제 이 적금의 고객 중 80% 이상은 최고 금리가 아니더라도 특정 걸음 수 조건을 충족해 우대 금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DRX 적금은 고금리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라기보단 DRX를 응원하기 위해 출시한 상품"이라며 "적금 가입 고객의 대부분은 DRX 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