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지난 10월 초 일방적읋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에 대해 “제안을 실행하지 않으면 우리 군이 결정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최후 통첩’을 내놨다. 이 4개주가 러시아의 영토가 됐음을 받아들이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5일 포격을 받은 헤르손시의 한 수퍼마켓 앞에서 한 남성이 포격으로 부서진 유리조각을 쓸고 있다. 25일 AFP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26일 러시아 국영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라브로프 장관은 “적(우크라이나 정부)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 루한스크인민공화국(LNR), 헤르손, 자포리자 등 러시아의 ‘새로운 영토’에서 안보 위협을 제거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잘 알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게 “점령지 네 곳을 ‘비나치화’하고 ‘비무장화’하는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라”라고 경고했다. 이어 “당신들의 이익을 위해 제안을 실행하라.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군이 이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사용한 ‘비나치화’라는 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쓰는 용어로 해당 지역에서 젤렌스키 정권의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의미다. 즉 자신들이 10월 초 합병을 선언한 동남부 4개주가 러시아의 영토가 됐음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외교장관이 내놓은 ‘최후 통첩’ 형태로 전달한 것이다.라브로프 장관의 이 발언은 지난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리는 협상에 열려있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의 협상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한 뒤 나왔다. 라브로프 장관은 통신에 “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공은 워싱턴과 그 정권의 법정에 달려있다. 그들은 언제든지 헛된 저항을 멈출 수 있다”며 미국에게도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발언들을 모아보면, 러시아는 자신들이 이번 전쟁을 통해 얻어낸 성과인 ‘4개 주에 대한 병합’을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이 승인한다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거듭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군이 결정할 것”이라며 핵무기 등을 사용해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말 졸속 투표를 통해 이 4개 주를 자국 영토로 병합됐다고 선언했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네 곳의 점령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1일 남부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시 수복했다. 그러자 러시아군은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헤르손시를 무차별 포격해 이 지역에서 적어도 10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 동부 전선에선 두 나라는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둘러싸고 일전일퇴의 처절한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