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우먼스 대학은 '미국 대학중 가장 많은 요리책을 갖고 있다' 는게 자랑이다. 요리 전문 서적만 10만권에, 가정 요리 분야에서는 자신들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콜로라도 스쿨 오브 마인스는 지질학-광산 학에서는 미국 대학 랭킹 1위로 꼽힌다.(99년 고먼 리포트) MIT(메사추 세츠 공과대학)도 채굴이론 만큼은 이 학교를 따라가지 못한다. 아동심리학, 사회복지 전공 희망자라면? 웨인 주립 대학을 최고로 쳐준다. 경제학(학부)이면 시카고, 국제정치학은 터프스나 조지타운 대학이 괜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 생물학(cell biology)이라면 록 펠로우 대학이 아주 좋다.
좋은 공대라면? 흔히 MIT(메사추세츠 공대), 스탠포드, 카네기 멜론, UC 버클리, 조지아 공대, 일리노이(어버나 샘페인), 미시간(앤아버),캘리포니아 공대(칼텍)을 꼽는다. 그러나, 전공분야별 최고를 따지면 사정이 확 달라진다. 바이오 메디컬은 존스 홉킨스가, 세라믹 공학은 알프레드 대학이, 임학은 워싱턴 대학이, 해양학은 UC 샌디에이고가 최고다. 스탠포드, 하버드, 펜실베니아대는 경영대학원(MBA) 종합 랭킹서 항상 1∼2위를 다툰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앙트레프르너쉽) 강좌는 메사추세츠주뱁슨 컬리지가, 마케팅 분야는 노스웨스턴이 1등이다. 이렇듯 미국 대학은 각자 특기가 있다. 소방공학과, 호텔경영학과, 교도행정학과…. 중복학과는 없애고, 주력학과는 육성, 대학의 간판스타로 만드는 생존전략이다.
대학이 강해지려면, 교수가 강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UC 버클리는 90년초 불황으로 주정부 지원이 줄어들자, 노벨상 수상 교수 3명을 명예퇴직 시켰다. 노벨상 받은 원로교수까지 퇴출되는 마당이니, 미국 교수들은 항상 쫓기는 기분으로 산다. 박사학위를 받는 순간부터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조교수에서 테뉴어(TENURE)를 받는 정식 교수로 임용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미국 박사들의 '생존환경'은 그야말로 정글이다.
강의하랴, 연구하랴, 프로젝트 따오랴, 논문 발표하랴, 정신이 없다. 주말이나 밤늦게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모습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조교수 이혼율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박사가 교수까지 골인하는 확률은 약 30%. 매학기가 끝나면 학생은 교수를 평가하고, 그 평가서는 비정하게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학생들이 외면하는 커리큘럼은 진열대에서 퇴출된다. '(논문을) 발표할 것이냐 파멸할 것이냐'(publish or perish)'는 빈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학생은? 대학 4년을 우리 고등학교 3학년처럼 공부한다. 오죽하면 학생들이 '예습량을 줄여달라'고 데모하고(쿠퍼 유니온대),'정신과 스트레스 상담'(하버드나 MIT)을 받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할까. 캠퍼스안에 '스트레스 해소 마사지'가 유행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차이는 있지만 하버드등 몇개 대학을 제외하면 1학년이 지나면 약 10% 학생이 캠퍼스에서 쫓겨난다. 4년 안에 졸업할 확률은 50%정도. 6년만이라도 졸업하면 다행이다.
교수와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 가장 먼저 딸려오는 게 '돈' 이다. 스탠포드 대학은 지난해 대학 보유 로열티 하나로 6200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지금까지 스탠포드가 로열티로 벌어들인 돈만 2억5000만달러. 일본 악기제조사인 야마하는 스탠포드가 특허를 낸 컴퓨터 칩을 신서사이저 개발에 이용, 떼돈을 벌었다.
우리 대학의 현실은? 대학만 설립하면 '종합대학만이 유일한 살 길' 이고,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로 통한다. 독창적인 연구성과를 들어 본지 오래이고 분규가 없는 사학재단을 찾기가 어렵다. 지난해 전국의 4년제 사립대학 부채는 총 2조4천억원(한국대학교육협의회). 그런데도 우리 대학 당국자들은 입만 열면 '교수 신분 보장' '사학재정 국고보조','등록금 인상'만을 되뇌이고 있다. 우리 대학은 바로 이쯤에 서 있다. (99/04/05)
첫댓글 전 이거 신문으로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