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0월 12일
대구 신암동(측후소 옆) 동부정류장에서 출발하는 포항행 버스.
작데기 두개, 육군 일등병 계급장을 단 군인 아저씨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대학교 곤색 제복을 입은 앳된 남학생.
대구교육대학 1학년이라는 그와 서로 자리를 바꿔 앉으며
나는 안강에 내리기 전에 나의 근무부대 주소를 적어 주었다.
그는 대학생활을 위문편지처럼 써 보내 왔고
나도 걸르지 않고 군대생활 이야기를 장문의 편지로 적어 보내곤 했다.
그가 2학년에 진급하고
나는 육군 상병으로 작데기가 하나 더 달리고
그는 교생실습을 나가고
나는 병장이 되었고
그는 구룡포읍 동부초등학교로 발령이 났고
나는 제대하여 그가 근무하는 학교에 찾아갔다.
1970년 12월 20일 쯤
누워 있어도 동해안 수평선이 보이는 그의 숙소에서
[과메기]라는 것을 처음 먹은 것도 그날이었다.
그는 나의 새마을회관 신축 경험담을 듣고는
그의 고향인 [자명1리]에 초청하여 마을사람들에게 회관공사를 설명하게 했다.
1974.3. 포항 영흥초등학교
1991.12. 청송 부남 중기초등학교
1992.11. 청송 진보초등학교
언젠가 그는 [교감]으로 승진했다는 엽서 한 장을 보낸 적이 있었다.
대구에 작은 아파트를 하나 샀다는 이야기도 함께 적혀 있었다.
2003년 8월 26일
신문 한 귀퉁이에서 [경상북도 초등교장급 인사발령]에
그의 이름이 보였다.
[최익구-청송군 교육청 학무과장]으로 발령난 것.
2003년 9월 1일
홈페이지 검색에서 청송군 교육청 학무과를 찾아 전화를 했다.
"학무과장 최익구 ㅂ니다."
"정완석-이라는 사람 알아요?"
"형님인교?"
........
첫댓글 참 특별한 인연입니다. 세월이 지나서도 그저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그런 사람. 저도 다른이에게 그런 반가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지나쳤으면 남이 되지만, 정겨운 얘기로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그 긴 인연에 이렇듯 반가운 날이 다시 오니,,,인연은 참 소중한것 같습니다...작은 관심으로 좋은 인연 많이 맺으시길,,,,
정성생님 이시기에 이런 인연을 만들수 잇습니다... 참 만남 보다도 헤어짐 뒤의 미학이 더 그리운 건데 .. 소중한 인연 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