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니 세상은 온통 은세계다. 치우기는 힘들어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습설이라 송풍기로 눈을 날리기도 힘들 것 같고 우선 눈가래로 길을 내는데 손님이 거들어준다. 이번 연휴가 오랫만에 만실이다. 2박한 손님이 서울에 결혼식이 있다면서 8시 30분쯤 퇴실을 하다고 나간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오르막길을 수십번 올라가기를 시도 해도 계속 헛바퀴만돈다. 눈을 치우고 모래를 뿌리고 천신만고 끝에 올라갔다. 몇년만에 격는 일이다. 오늘은 우리 결혼 기념일 55주년이다. 축하 한다는 카톡소리가 분주하다. 두 딸이 맛있는 것 사먹으라는 입금 신호음도 들린다. 가족 행사를 살뜰히 챙기는 딸들이다. 이번에는 바다가에 가서 일박하기로 했지만 하필 연휴라 모처럼 만실에 여행계획이 무산되었다. 월요일은 식당이 쉬는 날이 많다. 도로 사정이 멀리 갈 수도 없고, 점심도 굶나했는데 다행이 대체공휴일이고 가까이에 있는 고수재에 자리한 도담원에 영업을 한다기에 갔다. 뷰가 좋고 숯불 돼지 고추장 불고기와 돼지 갈비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처럼 깔끔하고 분위기 있는 식당이다. 돼지 갈비를 넉넉하게 시키고, 냉면까지 시켜서 먹으니 위는 과식으로 불편하다고 난리가 난다. 카페에 가서 차 한잔 마시자고 했지만 도로 사정도 별로 좋지않고, 주변에 멋진 카페를 안 가본데가 거의 없다. 산카페에 가서 차 한잔 마시고 싶지만 너무 고지에 자리하고 있어 아쉽지만 그냥 집으로 왔다. 남편과 55년이나 긴 세월을 별 불화없이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니 성공한 삶인 것 같다. 우리의 바램은 홀로서기 오래 하지말고 거의 같은 날 떠날 수 있기만 간절히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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