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은 사진은 물론, 빠르게 움직이는 동영상 속에서도 찾고자 하는 이미지를 정확히 인식해 찾아준다. 인간의 감각으로 대상을 식별하는 인지능력을 기계가 가지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AI가 인간보다 더 나은 인식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구글 측은 “수년 내에 AI가 초인간적 이미지 인식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인지 능력은 없는 것일까. 뇌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영역 중 ‘메타인지’ 능력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뇌가 스스로 분석하는 능력인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사람이 동물 보다 똑똑할 수 있는 요소이며 AI는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뇌 과학 영역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뇌 중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대뇌 피질 중에서 논리적 판단, 추리력, 문제 해결 능력 등 고차원적 인지 능력을 수행한다. ⓒ Wikimedia Commons
메타인지는 AI가 넘볼 수 없는 인간의 능력
인간의 뇌 중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대뇌 피질 중에서 논리적 판단, 추리력, 문제 해결 능력 등 고차원적 인지와 계획 능력을 담당한다.
뇌는 회백질(gray matter)과 백질(white matter)로 이뤄지는데 회백질은 뇌에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백질은 주로 받아들인 정보를 다시 꺼내 뇌의 다른 영역으로 보내거나 새로운 정보를 재구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중 전전두엽 피질의 회백질에는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 특유의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뉴욕대학교 인지신경과학센터 스테판 플레밍(Stephen M. Fleming) 박사는 자기 성찰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전전두엽의 피질 부위에 회백질이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서 ‘자기 성찰 능력’이란 ‘메타인지’를 뜻한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란 자신의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을 뜻한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 아는 것에서부터 모르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전 과정이다.
리사 손 콜롬비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적은 시간을 공부하고 좋은 성과를 올리는 ‘천재적 인간’을 더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고 “시행착오가 없는 천재적 인간에게는 메타인지의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지난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앞서는 전략’ 브런치 세미나(WMO 조직위원회 주관)에서 만난 리사 손(Lisa Son) 미국 콜롬비아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메타인지에 대해 “메타인지 능력은 학습하며 스스로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즉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모르는 것으로 인해 발생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메타인지 능력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학습법
인지(cognition)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여 안다는 뜻이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발견하고 통제하는 정신 작용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인지는 지식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지만 메타인지는 자신의 지식 상태를 파악하고 그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계의 인식 능력과 인간의 인지 능력이 차별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은 1976년 처음으로 ‘메타인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인간의 인지 능력 중 메타인지의 발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메타인지를 통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계획을 세우며, 얻어진 해답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관찰하고 통제하는 사고 활동을 거친다.
이러한 지적 활동 과정을 통해 지식의 효율을 높여 문제 해결 능력이 강화되고 창의력이 증폭된다. 학습의 경우 같은 시간을 들여도 수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메타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워주기 위해 문답의 방법으로 사상을 전파했다. ⓒ Wikimedia Commons
그렇다면 메타인지는 발달시킬 수 있을까. 인간의 메타인지 능력은 훈련에 의해 강화될 수 있다.
이미 수천 년 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바로 이 메타인지를 강화하기 위한 학습법을 설파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워주기 위해 문답의 방법으로 사상을 전파했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반복하면서 관련 개념을 언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더 많은 사고를 하게 된다고 봤다.
그는 반어법을 사용해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대상에게 질문을 계속함으로써 스스로 무지를 자각하게 했다.
결국 이를 통해 자신이 모르거나 착각한 부분을 발견하여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어록은 메타인지에 대한 선현의 가르침이다.
리사 손 콜롬비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질문에 대한 정해진 하나의 답을 찾고 성과를 내는 것은 AI 로봇이 더 잘하게 됐다”며 “인간은 계속 배우고 학습하며 여러 개의 답을 찾는 능력을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메타인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오랜 시간 어렵게 노력해야 발달한다.
손 교수는 “쉽게 배운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어렵고 힘들게 학습한 것은 뇌에 남는다”며 “계속 반복해서 보는 학습이 아닌 스스로 해당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셀프 테스트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메타인지 훈련법을 전했다.
이어 “실수하고 오랜 시간 학습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호기심, 자신감, 용기를 가지고 노력하는 자세가 바로 메타인지가 발달하는 과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