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극장에 불 낸 놈은 주인이었다.
과거, 묵호 삼거리 최고 장사가 잘 되고, 돈 많이 벌었던 인간은 묵호 극장이었을 것이다.
그는 묵호 극장 옆에 목재소도 함께 운영했는데, 그것이 불이 난 원인이 되었다.
매 년 한번씩은 불이 났다.
목재소에서 나오는 톱밥을 연료로 사용 했기 때문이었다.
묵호극장은 대낮에도 술집 아가씨들의 껌 씹는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돈을 내지 않고 들어갔다.
뒷구멍으로 들어가서 실컷 구경하다가 나오곤 했다.
한 번은 주인에게 걸렸는데, 대판 싸워서 이겼다.
감히 어린 깡패인 나를 함부로 건들 수는 없었다.
불은 작은 불, 큰 불 수시로 났다.
주인이 잠시라도 비우면, 연통이 발갛게 달아 올라 천정부터 타기 시작했다.
당시는 불이 나도 사람에게 위험한 물질이 별로 없어, 작은 불 같은 경우는 대충 끄고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는데 불이 나기도 했고, 영화를 보다가 불을 끄기 위해 물을 퍼부었는데, 앉아 있다가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마지막 묵호극장을 완전히 태운 큰 불이 난 것은, 1978 년이다.
그때 나는, 어린 깡패로 묵호 시내를 휘젓고 다닐 때였다.
불이 나자 우리는 좋아했다.
주인이 구두쇠라서 그랬을 것이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데 주인이 우리를 노려 보았다.
아랑곳 없이 손뼉을 쳤다.
불이 나고, 그 자리에 보영 극장이 새로 개업을 했다.
보영 극장 역시 대단히 성황을 이루었다.
묵호 극장 바로 앞, 수퍼가 있었는데 거기도 떼돈을 벌었다.
지금도 그 수퍼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궁수퍼’ 다.
장사는 전혀 되지 않지만, 주인은 늙어서 죽을 때가 다 되었는데도 동네 사람들과 술타령이다.
하루에 한 두갑씩 팔리는 담배와, 술이 똥이 되어 소주 사러 들어오는 알콜중독자가 손님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