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역 부지 공원화’갈 길 멀다
구·비대위 ‘전면 공원화’- 철도공단 ‘상업개발 속 공원화’대립
고위급회의 ‘입장 차’확인… 구청, “‘전면 공원화’계속 추진”
지난해 11월 24일 해운대역사 광장에서 (옛)해운대역사 및 정거장 부지 공원화 추진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옛 해운대 역사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나(본보 2018년 11월 28일자 1면 보도), 실제 그 여망을 이루기까지 갈 길은 멀다. 해운대 구민과 관련 기관·단체들의 ‘전면 공원화’요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상업개발 속 공원화’주장이 계속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향후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최근 관련기관 고위급회의를 가졌으나, 역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해운대구청은 ‘전면 공원화’ 추진방침을 새삼 확인, 앞으로 주민의견 등을 수렴하여 부산시에 전달할 방침이다. 부산시 차원에서 국토부 또는 공단과 협의, 문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양측은 지난 1월 25일 해운대구청에서,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주재로 고위급 회의를 가졌다. 지역출신 하태경·윤준호 국회의원, 부산시 물류정책관, 한국철도시설공단 시설본부장, 주민 비상대책위 대표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철도시설공단은 이 곳 부지 개발사업 추진과정과 계획을 설명했다. 종래 주장했던 ‘상업개발 속 공원화’계획이다. 임순연 비대위원장은 “주민들의 ‘전면 공원화’ 여망을 강력하게 전달했으나, 공단은 계속 13층 숙박업소를 건립하는 계획을 들고 나왔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양측의 핵심쟁점인 기존 부산시-공단 간 협약의 효력을 둘러싼 입장차가 컸다. 공단 신철수 자산운용단장은 “협약을 다시 원점으로 돌린다는 것은 여러 법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면서, “공단 역시 국가부채 감소에 기여해야 하는 만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은 시민공원 조성 용역을 시행하고 주민여론도 더 수렴, 그 결과를 부산시에 전달할 방침이다. 옛 해운대역 부지를 활용해 부산 근대화 산물인 해운대역의 역사성을 살리고 지역주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옛)해운대역사 및 정거장 부지 공원화를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초점] 2013년 부산시-한국철도시설공단 협약서 내용
부산시와 공단은 기존 동해남부선 우동~동부산관광단지 폐선구간(11.3㎞)의 효율적 활용에 서로 협력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용은 대상 부지에 대해 ▲철도공단에서 개발사업 시행 시 부산시는 인·허가에 적극 협조, ▲부산시에서 폐선부지 및 신선 고가하부 철도부지 내에 자전거길 등을 조성하는 공익사업을 시행할 때는 공단이 국유철도부지 활용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다. 국유자산인 폐선부지 활용을 위해 철도공단과 지자체간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협력하자는 것이다.
공단은 이 지역을 국제적 수준의 관광휴양 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옛 해운대역을 4계절 전천후 관광시설로 개발하고, 미포~옛 송정역(4.8㎞)구간은 해안 절경을 활용한 해양관광시설(레일바이크, 숙박, 운동 등)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시행에 따른 개발이익은 철도건설사업에 재투자함으로써 국가재정 건전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주민 입장] 역사 땅에 고층 숙박시설 부당… 공익개발해야해운대 지역사회의 주장은 뚜렷하다. 해운대역 부지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숨통인 만큼, 고층빌딩으로 둘러싸인 곳에 다시 13층 건물의 숙박업소를 건립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홍순헌 구청장은 “이 곳은 국가 땅인 만큼 부산시와 공단이 체결한 협약을 과거 탓으로만 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버릴 건 버려야 한다”며 “현 정부의 지방분권 기조에 맞도록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원 구의회 의장 등 구의원들도 “해운대역 주변은 이미 고층 숲으로 숨 막히고 넘쳐나는 자동차로 도로가 주차장화 되어가고 있다”며 “국가 공단이 주민요구에 반하는 수익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 잘못 꿴 첫 단추를 풀어 주민을 위한 공영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단 입장] 협약 따라 진행… 주민 공감방안 고민할 터
공단은 옛 해운대역 부지에 관광숙박시설, 판매시설, 지하주차장, 광장과 녹지를 조성하려 한다. 신축건물은 지하 1·지상 13층 규모, 전체 사업개발 연면적은 29,480㎡다. 녹지, 광장 등 공원면적은 9,120㎡로 책정했다.
공단 측은 “이 곳 부지 개발은 부산시와의 협약에 따라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절차대로 진행해 왔다”면서, “협약을 원점으로 돌릴 것인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김영하 공단 시설본부장은 “공단의 빚이 20조에 이른다.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부채를 갚고 국민부담을 줄일 책임이 있다”며 “공원화를 바라는 주민과 호흡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