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너머
황득 김한규
오르는 일이 힘들지 않았다
흐르는 땀 닦으면서 시원한 바람쏘이고
느티나무 그늘 아래 괴어놓은 나뭇짐이 좋았다
윤사월 긴 해가 저물도록 뙤약볕을 벗 삼아
강이며 들이며 노니는 시간들이 고마웠고
저녁나절 허기진 배가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도 모르면서
아침이면 일어나고 밤이면 단꿈에 젖어
흘러가는 세월에 묻혀 살았던 시절이 좋았다
한참 동안이나 세월이 지나간 뒤에
아니 내가 나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아하니 내리막길을 가고 있네
이제야 내가 나를 보고 있자니
아 그때가 오르막이었었구나
그 오르막길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금은 내리막길에서
어찌 휘청거리고 갈팡질팡하고 있느냐
무릎관절은 통증을 내뱉고 후들거리고 있느냐
어느새 무더위가 가시고
가을바람 후미진 곳까지 파고들 적에
아 고개를 넘어 왔구나
저 고개 너머에 아름답고 힘들지 않았던 추억이 있었구나
2001年 8月 作 皇得
첫댓글 고운 詩香에 심취했다 갑니다 .
建安하시고 健筆하시기를 仰祝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