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아직
- 나희덕
얼마나 다행인가
눈에 보이는 별들이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별들을 온통 둘러싸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 어둠을 아직 뜯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별은 어둠의 문을 여는 손잡이
별은 어둠의 망토에 달린 단추
별은 어둠의 거미줄에 맺힌 밤이슬
별은 어둠의 성자에 새겨진 문양
별은 어둠의 웅덩이에 떠 있는 이파리
별은 어둠의 노래를 들려주는 입술
별들이 반짝이는 동안
눈꺼풀이 깜박이는 동안
어둠의 지느러미는 우리 곁을 스쳐가지만
우리는 어둠을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못하지
뜨거운 어둠은 빠르게
차가운 어둠은 느리게 흘러간다지만
우리는 어둠의 온도도 속도도 느낄 수 없지
얼마나 다행인가
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ㅡ 시집『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사, 2014)
***********************************************************************************
고대인류는 무지로부터 문명을 이루면서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만
21세기에도 아직 미지의 세계가 훨씬 더 많습니다
미지는 분명 어둡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새로움을 찾고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세상을 발전시키지만
그들 앞에도, 뒤따라가는 우리 앞에도 어둠은 아직 어둠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21대 총선 사전투표가 역ㄷㄷㅐ 최고투표율로 끝나자
여야는 서로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쏟아내고 있네요
누군가는 당선, 누군가는 낙선, 어떤 당은 제1당, 다른 당은 제2당 ... 뭐 그렇게 되겠지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뀔 리 없음을 유권자들이 더 잘 알텐데...
그저 내가 믿고 싶은 일이 어둠 속 별빛이었을 수 있다는 걸 내일만 지나면 알게 되겠지요
아직 어둡고, 모든 진실도 어둠 속에 묻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