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처럼 뒤틀려 심술궂고 성깔이 순순하지 못한 마음씨를 일컬어 '모과나무 심사'라고 한다. 나도 그런 심사(心思)가 곧잘 일어나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늘 뒤틀려 있는 것은 아니고, 나도 올곧을 때가 있고, 여리고 어질 때도 있다. 거친 세파 속에서는 여린 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이 어쩌면 위험한 어리석음일 수도 있다. 급소를 찔리듯이 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여린 마음을 모두 방패나 뿔 같은 각질로 두껍게 가리고 막아 버리면, 세상은 가죽 두꺼운 코뿔소나 맹독성의 전갈이나 소심한 바늘두더쥐 같은 사람들로 득실거리게 될 것이다. 그런 딱딱함으로 굳센 세상을 누가 원하겠는가. 나도 그런 세상은 싫다. 그리고 어떤 부모가 코뿔소 새끼 같은 자식을, 벽돌 사막 같은 세상에서 키우고 싶겠는가. 질식할 듯 딱딱해지는 세상에서, 여린 마음은 하나의 숨통이다. 그 마음은 천진성(天眞性)의 샘이자, 우리가 늙어도 마르지 않을 동심(童心)의 다른 이름이다. 그 샘에서 샘물이 흘러넘쳐, 모과나무 심사도 좀 덜 뒤틀리게 하자.
* 최승호, 한국 생태.환경 문학의 대표작 『반딧불 보호구역』/ [뿔>문학에디션, 2009.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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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새로운 이름들이 많이 나오는 시집입니다.
혹시나 지금 내가 생태.환경백과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면서 책표지를 다시 넘겨 확인할 것 같습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자연은 우리가 후손에게 지금 현재 그대로 아니 아름답게 보존해서 넘겨 주어야 할 자산입니다.
이름 하나에 사랑이, 이름 하나에 아픔이, 이름 하나에 역사가 새겨진 위대한 생명체인 것이지요.
수달 멧돼지 오소리 너구리 고라니 멧밭쥐 다람쥐 관박쥐 검은댕기해오라기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원앙 청둥오리 흼뺨검둥오리 비오리 조롱이(「이것은 죽음의 목록이 아니다」에서 아주 일부 발췌한 것이랍니다.
진정 우리나라의 환경이 제대로 살아나 <반딧불 보호구역>으로 초롱초롱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 시집의 일부 수익금이 <환경재단>을 통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 꽃들에게 생명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글귀가 없어 참으로 아쉽습니다. 출판사에 문의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모과나무 심사'에 살짝 기대어 선 분들이 있다면 어서 비껴서기를 바라겠습니다.
(반딧불 보호구역의 수호천사를 꿈꾸며, 초록여신)
첫댓글 최승호 시인의 시 참 좋아했는데 요즘 시가 초기 시보다 좀 그런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