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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0장,
조은숙은 시어머님이 언제 와 계셨는지 당황하면서도 머리를 굴리며 잔꾀를 짜낼 생각을 하면서 시어머님을 마주 본다.
“어머? 어머님!
벌써 오셨네요.“
민희는 그런 조은숙을 보면서 애써 마음의 침착함을 찾는다.
생각대로라면 당장이라도 호통을 치며 눈물이 쏙 빠지게 나무라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렇다고 막내의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머님!
그 사이 볼일을 다 보셨어요?“
조은숙은 시어머님의 눈치를 보면서 수선을 피운다.
“막내야!
바쁘지 않니?
어서 그만 가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
”네, 어머님!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조은숙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황급하게 시댁을 나선다.
대문을 나선 조은숙은 그제야 긴 한숨을 내 쉰다.
시어머님께서 별다른 말을 듣지 못하셨다는 안도감에 큰 숨을 몰아쉬고 나서 종종걸음으로 자신의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간다.
조은숙이 집을 나서자 민희는 혜영의 식탁을 본다.
제대로 밥도 먹지 못한 상태다.
민희는 다시 국을 데우고 반찬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어서 밥을 먹어라!”
“어머님!
그만 먹겠습니다.“
”에미야!
막내가 하는 말 귀담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순간적으로 호되게 나무라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질 사람이 아니다.
공연히 화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만 같아서 못 들은 척 하고 넘겼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싶은 생각이다.“
“어머님!
그냥 못 들으신 척 해 주십시오.
그리고 동서를 나무라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동서가 하지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지요.“
혜영은 조은숙의 말에 서운한 감정보다는 자신을 일깨워준다는 생각으로 받아드린다.
“큰애야!
너는 그 아이를 감싸주고 싶다는 것을 잘 안다.
허지만 윗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일은 네 아버님께서 아신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든 그 아이의 그런 버릇을 고쳐야 할 것인데 생각 좀 해 보자.“
”어머님!
속으로 담아놓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막내동서의 성품은 원래 안으로 감추려하지 않는 것이 단점이고 동시에 때로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 우리 고민을 해 보자.
그리고 식기 전에 어서 먹어라!
그렇게 먹어서는 네 몸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유혜영은 시어머님이 권하시는 대로 다시 수저를 든다.
“절대 신경 쓰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지?”
“네, 어머님!”
“그래, 난 이제 너를 믿는다.
누가 뭐라고 하던 넌 이 집안의 기둥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누구라도 너를 거역할 수 없게 만들어 놓겠다.“
”어머님!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스스로의 행동은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던 그것은 모두 제가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동서들이 저를 믿고 따르게 하는 것도 제 자신이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고맙구나!
네가 그런 생각을 해 주니 머지않아서 너의 그 마음이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나서 마당에 나가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그러니 힘들겠지만 조금씩 운동도 하고 뜨거운 물에 푹 긴장도 풀어주자.“
민희는 혜영의 신경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서 운동을 시키고 뜨거운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서 땀을 빼도록 해 준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식이요법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운동과 몸속의 노폐물이 축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땀을 빼게 해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민희는 알게 된다.
그렇게 잠시도 혜영에게 눈길을 떼지 않으면서 모든 신경을 써 준다.
혜영이 퇴원을 하고 집에 있게 되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며 더욱 활발해지고 매사에 의욕적이 되면서 더욱 공부에 열중하게 되는 아이들이다.
혜영은 그런 아들들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는 각오를 다진다.
집안은 그런대로 평화롭다.
집안이 평화로워지자 민희는 그동안 생각을 했던 일을 해보고자 막내인 조은숙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조은숙은 다소 당황하는 눈치를 보였지만 여전히 인자스럽고 따뜻한 음성의 시어머님의 말씀을 거절하지 못하고 약속을 정한다.
조은숙은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장소로 나간다.
무엇보다 어머님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조은숙이 조금 기다리고 있으려니 민희의 모습이 보인다.
차분하고 우아한 민희의 모습이다.
“어머님!”
조은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희를 맞이한다.
“네 바쁜 시간을 빼앗은 것은 아니냐?”
“아닙니다.
그러지 않아도 어머님과 함께 식사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랬구나!
항상 네 마음 씀이 참으로 예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우선 우리 맛있는 것을 먼저 먹자!“
민희는 메뉴판을 조은숙의 앞으로 놓는다.
“우리 막내의 입맛대로 고르 렴!
오늘은 내가 좋은 것을 사 줄 테니 마음 놓고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
“어머님!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가요?“
”막내야!
그동안 내가 우리 막내에게 소홀한 점이 참 많았지?
누구보다 나에게 상냥하고 많은 신경을 써주는 네게 무심한 적이 많지?“
조은숙은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그 보답으로 내가 최고 좋은 음식이라도 사 주고 싶구나!”
조은숙은 시어머님의 말씀에 마음이 흐뭇해지면서 비싸고 좋은 음식을 주문한다.
그렇게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서 후식으로 나온 차를 마시며 조은숙은 기분이 좋아진다.
“막내야!
네 큰형이 참으로 싫지?“
”어머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싫고 밉습니다.
어머님께 행한 그 일을 생각만 해도 너무 끔직스럽고 정이 떨어져요.“
조은숙은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이야기를 한다.
“어머님께서는 그런 큰형님이 그리도 예쁜가요?”
“글쎄다?
자식이란 예쁠 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지 않니?
미운 짓을 해도 그때 잠시 화가 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일을 잊고 다시 사랑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니겠니?
넌 자식을 키우면서 그런 마음이 없었니?“
”허지만 어머님하고는 다르지요.
저야 제가 낳은 자식들이지만 어머님께서는 그러실 의무도 없고 그럴만한 정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 어쩌면 네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남편의 자식들 역시 내 자식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더구나 난 자식을 배 아파 낳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남편의 자식들이 그 누구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하는 자식들이라는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데 내 생각이 틀린 것이니?“
”........................“
조은숙은 대답을 하는 대신에 시어머님의 얼굴을 바라본다.
조금도 거짓 없는 순수하고 맑은 어머님의 모습이다.
“어머님!
어머님께서는 그렇게 순수한 모습으로 저희를 모두 사랑하고 계신 것인가요?“
”그래, 내 모습이 순수할지 어떨지는 나 자신도 모르겠다.
허지만 내 마음엔 너희들 모두 똑 같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다.
그것은 비록 늦은 나이에 만났지만 내 남편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의 자식인 너희들 역시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저는 어머님의 마음을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가식적인 것도 같고 또한 때로는 진실일 것 같으면서도 그것이 좀처럼 제 마음속으로 스며들지 않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큰형님을 그렇게 정성을 다해서 보살펴주실 수 없는 일이거든요.“
”왜 그럴 수 없다고 생각을 하니?
사람은 누구나 다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네 큰형이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것에 대한 혹독한 형벌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니?네 아버지나 나는 그 모든 것을 용서한 것이고.“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그렇게 쉽게 용서가 되는 일이던가요?“
”막내야!
세상에는 용서하지 못할 잘못이란 없는 것이란다.
더구나 자식이 저지른 일이다.
그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부모는 그 모든 것을 용서하고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니?“
”허지만...............“
조은숙은 반박을 하고 싶다.
무슨 말이라도 반박을 하고 싶다.
당신의 그 마음을 보여 달라고 떼를 쓰고 싶다.
“막내야!
우리 이제 큰형을 용서하자.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큰형이 어서 병을 떨치고 일어나 다시 건강해진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서로 도와주면 안 될까?“
“저는.........그래도 어머님을 생각하면 너무 밉고 싫은 걸요.”
“그래, 네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잘 안다.
그러니 막내야!
이 어미를 위해서라도 네 형이 어서 병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래?
네 형은 조그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것이 쌓이다 보면 다시 재발이 될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냐?
우리 막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을 정도로 마음이 모질고 독한 사람은 아니지?“
조은숙은 고개를 끄덕인다.
참으로 어머님 앞에서는 자신이 생각을 해도 자꾸만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부터인가 시어머님 앞에서는 무엇인지 모르게 당당하고 떳떳해질 수 없는 자신이 되어가고 있는 이 느낌이 참으로 거북하지만 떨쳐버릴 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끄덕여지는 고개를 무엇으로 형용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
때로는 아주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때로는 그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는 그 어떤 위엄이 도사리고 있는 시어머님의 모습이다.
거역할 수 없는 위엄으로 다가온다.
민희는 그런 조은숙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손을 잡아준다.
“그래, 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좋은 세 며느리들에 아들들 그리고 손자들과 손녀 이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인지 너무나 모든 것에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이런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갈 네 큰형이 병만 낫기만 한다면 우리 집안이 그 어떤 집안보다도 더욱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안 그러니?“
”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우리 가끔 이렇게 둘이 만나서 맛난 것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하자.
네 큰형이 요즘은 매일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어가고 있으니 머지않아서 나도 편안하게 우리 막내하고 시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네!
어머님께서 시간을 내어 주시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어머님!
앞으로는 매사에 조심을 하겠습니다.“
“그래, 오늘 참으로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다.”
민희는 그렇게 조은숙과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며느리가 아니다.
행여 자신의 말이 먹혀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해소가 되었다는 안도감을 내 쉬면서 마음이 가벼워진다.
제일 까따롭고 다루기 힘든 막내며느리였다.
지금의 그 마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집안을 시끄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이라도 마음이 바꾸어 가기를 바랄 뿐이다.
혜영의 상태는 많이 좋아진다.
이제는 혼자서도 스스로 나가서 운동도 하고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을 한다.
집에 도착을 하니 혜영이 주방으로 나가 있다.
“에미야!
뭐하고 있는 것이냐?“
”어머님!
다녀오셨어요?
저녁을 준비해 보려고요.“
”아직은 안 된다.
몸을 피곤하게 해서는 안 된다.“
민희는 혜영을 들여보내고 나서 저녁을 준비하면서 그래도 이렇게 나와 무엇인가를 해 보려고 하는 큰며느리의 상태가 좋아진 것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화목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