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불을 잡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지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부산 역시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부산 부동산업계에서는 지정 여부와 함께 어느 곳이 지정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만약 투기과열지구가 부산에도 지정된다면 청약조정대상구역과 고분양가 우려지역으로 동시 지정된 해운대구 등 5개구가 우선 검토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볼 때 지정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높다"고 예상했다.
부산 연간 주택가격 상승률
물가 상승률의 3배 웃돌아
지정 땐 부산 5구 우선 적용
부산진·강서 등 추가 가능성
대출규제 등 이중삼중 규제 땐
부동산 시장 급격히 냉각
일부선 '시기 상조' 주장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은 충족 문재인 정부가 내놓을 첫 부동산 대책에서 핵심 검토 사항은 바로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경우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명의 변경 금지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청약 재당첨 제한 강화 △대출규제(LTV·DTI) 강화 등이 모두 시행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경우 사실상 투자 목적의 아파트 거래는 중단될 것이란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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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규정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현저히 높은 지역 가운데 다음 중 하나의 조건만 해당되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 대 1 초과 △주택사업계획승인이나 주택건축허가 실적이 지난해보다 급감하거나 분양계획이 전월 대비 30% 이상 감소 △불법 투기 성행 및 성행 우려 중 하나의 조건만 해당되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부산의 연간 주택가격 상승률은 3.99%(2017년 5월 기준)로, 지난해 물가상승률 1.0%보다 3배를 훨씬 웃돈다. 해운대구와 수영구, 연제구, 동래구, 남구 등 가격 급등세를 보인 곳은 규정상 당장 시행해도 되는 여건이다.
■'청약 5구' 우선 검토…추가 가능성도 부산 부동산 전문가들은 만약 정부가 부산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검토한다면 현재 청약조정대상지역과 고분양가우려지역으로 동시 지정된 해운대구와 남구, 수영구, 연제구, 동래구가 우선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삼익비치와 삼익타워, 대연비치 등 대형 재건축 단지와 재개발 단지,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집중돼 있는 만큼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 중인 부산 부동산 시장 규제에 핵심 지역으로 손꼽힌다. 지난 1년 동안 해운대구(5.64%)·남구(4.50%)·수영구(4.60%)·연제구(4.41%)·동래구(4.09%) 모두 부산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을 웃돌 만큼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해운대구는 지난 4월 분양한 '해운대 롯데캐슬 스타'는 분양가가 평균 1700만 원 선을 넘었지만, 평균 청약경쟁률 64대 1을 기록했다. 만약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된다면 해운대구는 부동산 정책의 상징성을 고려해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자산관리전공 교수는 "청약조정지역 5구 중 해운대구는 서울, 세종 등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된다면 1순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해운대구 등 5구를 제외하고도 추가로 지정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곳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광신도시를 중심으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기장군과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금정구, 북구, 부산진구, 강서구 등을 그 대상지로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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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은 최근 분양한 일광자이푸르지오와 e편한세상 일광이 공공분양에도 불구하고, 14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상구와 사하구, 중구, 서구, 북구는 매매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과열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으므로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는 "기존 5구만 지정할 경우 신규 물량 공급이 예정된 기장군이나 강서구 등에서 가격 상승에 따른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정 구역이 예상보다 확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기 상조' 주장도 제기
일부 전문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다소 시기 상조라고 지적한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에다 대출 규제 강화까지 더해질 경우 부산 부동산 시장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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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부동산센터 이영래 센터장은 "부산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며 "전매 제한 강화 등의 조치만으로도 시장 규제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성수 교수는 "정부가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시장에 규제 시그널을 보낸 것이어서, 그 효과가 시장에 반영될 경우 정책 시행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는 시장 판도 변화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김혜신 지사장은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활황을 보이고 있는 부산에서 지위 양도 금지가 시행되면 해당 단지의 투자 목적 거래는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 시행에 따른 파급력을 면밀히 판단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