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도 시속을 따른다더니 천변 산책을 나갈 때에는 나도 야구캡을 쓰게 되었다.(거기 픽하고 비웃는 사람! 누군가? 손들어!) 그래서 자연히 캡의 디자인에 대해 약간 관심이 생겼다.
어제 오후 TV를 켜서 한화경기를 찾았더니 한화가 두산을 상대로 일대 영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조금 보다가 계속 수고할 것을 코끼리감독, 오리궁둥이코치등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텔레파시편으로 부탁하고, 채널을 다이노스경기로 돌렸다.
화면에는 넥센과 NC라고 표시되어 있고 N이라고 쓰여진 헬멧을 쓴 선수가 타석에 서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NC 다이노스의 공격인 줄 알았다. 다시 보니까 선수도 낯익고 자주색 유니폼도 알아보게 되어 넥센 히어로스의 공격인 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헬멧의 N자는 Nexen의 첫자를 쓴 것이구나하고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나를 헷갈리게 만들지? 캡과 헬멧에 단순히 아니 무성의하게 N자 하나 쓱 써버리고 마니까 그런 혼란도 생기고 팬에게 어필하지도 않는 것 아닌가? N자에다가 X자를 덧붙여서 NeXen임을 알리면 좋지 않을까?
그럼 NC Dinos의 캡은 어떤가하면 이것도 무개념이고 무성의한 점에서는 더 용서해 줄 수 없다. D자를 그냥 쓰고 있는데 두산 베어즈팀의 D자와 구별되는 점은 두산의 D가 해서체라면 NC의 D는 행서체쯤 되는 차이랄까, 그러니 팬이 아니면 누가 캡을 구별할 수가 있는가? 구별할 수가 없다는 것은 특색이 없다는 것이고 특색이 없으니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않고 어필하지 않으니 팔리지 않을 것이다. 명색이 프로구단인데 입장료수입에만 의존하려고 하는가?
물론 마크가 식별력이 없으니 상표로 보호도 못받고 짝퉁이 팔려도 대책이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지만, 이런데서도 꼭 배운티를 낸다고 욕먹을지 모르니 더 언급은 하지 말자.
Dinos는 신생팀이니 캡의 마크 하나를 새길 때에도 기존 팀의 그것과 확연히 구별되는 독특한 마크를 만들도록 머리를 짜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단순한 행서체 D보다 D자의 위와 아래의 끝부분의 획을 공룡의 송곳니모양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붉은 핏방울을 두 개쯤 찍는다던가, 이런 약간의 변형을 함으로서 누구나 공룡팀의 모자라고 알아볼 수 있게 함이 좋지 않을까?
LG Twins와 Kia Tigers를 중계하고 있는 KBS는 화면 스코어보드에 두 팀을 캡에 쓰인 T(필기체라기보다 행서체)와 T(인쇄체)로 나타내고 있다. 그것만 보면 어느 팀이 어느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한심하다.
이대호의 팀은 너무 지고 있으니까 조금 보다가 한화경기로 돌린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잘 모면하고 있다. 한화 이글즈의 모자를 보자. Eagles의 E가 선명하지만 옆에는 독수리의 부리와 머리부분이 잘 조화되어 붙어있다. 이 정도 신경은 써서 선수캡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어제 한화는 강호 두산에게 일대 영으로 이겼고, NC는 넥센에게 11대 2로 대패했다.
캡 디자인 덕분이 아닐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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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요즈음은 신체상 특이점을 숨기고 가리기보다 두드러지게 내보여 강조하는 게 대세랍니다. 허니 뚜껑을 안덮고 큰 두상을 훤하게 내보이며 다님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위도 다 갔는데요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