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단위 재정추계 맞춰 국민연금 개혁했어야…
그랬다면 부담 덜했을것”
권도경 기자2025. 3. 11. 09:21
■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금 준칙주의 입각한 운영 필요
기성세대, 미래 위해 희생할수도
요율 인상 등 재정 안정화 관건
크레딧제 등 정책적 노력도 시급
現 59세인 가입상한연령 높여야
정년연장 등 노동개혁 병행 전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회의실에서 국민연금 개혁 방향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국민연금개혁이 표류하고 있다. 여야가 일부 공감대를 이룬 모수개혁 논의는 다시 ‘올스톱’됐다. 탄핵 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이 정국 블랙홀이 되면서 정치권 논의 자체가 실종돼서다. 탄핵 정국 내내 연금개혁 논의는 헛바퀴만 돌 가능성이 크다. 재정 전망은 어둡다. 저출생고령화 탓에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연금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재정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청년세대의 불신도 깊다. 세대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했다면 준칙주의에 따라 5년마다 개혁을 했어야 했다”며 “5년을 미루면 10년치를 한꺼번에 개혁해야 해 그만큼 국민에게 더 부담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희생할 부분이 있다면 희생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저출생고령화 현상 때문에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이 재정수지 적자의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연금개혁 논의가 촉발된 것은 5차 재정추계 결과 2056년엔 기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가 납입한 연금을 받을 수 있냐”는 불안감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지금으로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국민 신뢰를 되찾는 방안이 중요하다. 보험료 인상부터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연금개혁 방향성도 지속가능성을 우선 확보하면 이를 토대로 소득보장이 얼마나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연금 지속가능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 조정도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세대 간 형평성도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결국 국민연금개혁은 앞으로 보험료를 내는 미래세대가 흔쾌히 낼 수 있는 방안이 돼야 한다.”
―청년세대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깊은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보험료를 냈는데 받을 때쯤 소진된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단 한 번의 개혁으로 불안감을 없앨 순 없겠지만, 적어도 ‘개혁이 수차례 이행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청년세대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서도 연금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시급하다. 제도 내적으로는 불균형한 연금 수지(보험료 수입-연금 지급액)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 등 재정안정화 개혁이 완수돼야 한다. 제도 외적으로는 연금 재정에 우호적인 인구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책적 노력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출산과 군 복무 등 생애주기별 과업으로 인해 연금 기여도가 누락되지 않도록 크레딧 제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국가지급보장 명문화 등 법적 조치가 구조개혁과 연계된다면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된다고 본다.”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상한·수급개시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기대여명과 고령자 경제활동이 늘어났고, 수급개시연령과의 정합성을 감안한다면 현재 59세인 가입상한연령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단 정년 연장 등 노동시장 개혁이 병행돼야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 수급개시연령은 1998년 연금개혁으로 5년마다 1살씩 연장돼 현재 63세다. 2033년에는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다른 나라는 기대여명이 늘어나자 수급개시연령을 높이고 있다. 이 역시 가입상한연령 상향 이후 제도 시행 경과, 고용 여건 등을 고려한 후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2024년 기금운용수익률이 15%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앞으로 기금운용 방향성은.
“가장 중요한 건 자산 배분이다. 기금운용 방향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기준포트폴리오’와 ‘중기자산배분’을 통해 결정된다.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용해왔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2년 연속 최고의 성과를 낸 것도 국내외 자산과 위험자산 등 중장기적 자산 배분이 효과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된 결과물이다. 지난해는 해외자산의 수익률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 주식과 채권은 자산별로 성장성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고수익 투자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국증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
“매년 기금운용위는 기금의 장기목표인 기준포트폴리오 수립과 중기자산배분을 통한 향후 5년간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결정한다. 국내외 자산군별 기대수익률, 변동성, 상관관계 등 이론적 분석과 기금운용방향, 이행가능성, 시장 영향 등을 다각도로 따져본다.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주어진 위험 한도 내에서 장기수익을 극대화하고 기금운용으로 인한 시장 영향 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결정되고 있다. 국내주식 목표 비중도 이 같은 틀 속에서 결정된다. 점진적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정돼 있긴 하다. 하지만 규모 측면을 따져보면 절대적인 투자금액은 최대한 유지되도록 운용하고 있다. 보험료율이 인상된다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에 대한 절대적인 투자규모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
―연금개혁은 이번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
“5년마다 재정추계를 했다면 5년마다 개혁을 해야 된다. 재정추계에 맞춰 재정 지속가능성, 소득보장을 위한 조치를 이행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하지 않는다면 미래세대와 차기 정부에 많은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5년마다 개혁을 해왔다면 10년, 15년 만에 (국민에게) 한꺼번에 부담을 주는 일은 없게 된다. 예를 들어 5년마다 보험료율을 0.5%포인트 올렸다면 10년이면 1%포인트 올리는 거다. 국민연금은 준칙주의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기성세대가 부담을 안아야 한다면 미래세대를 위해 희생할 필요도 있다.”
■ 金이사장은 누구
정통 금융관료 출신… IMF때 대기업 구조조정 활약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경남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행정고시(35회)에 합격한 후 재무부에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등을 거쳤다.
정통 금융관료 출신인 그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과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등 금융 당국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공직사회에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구조조정과 2003년 카드대란 등을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1년 7월까지 차관보급(1급)인 금융위 사무처장을 2년간 지내고 퇴직한 뒤 2021년 10월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2022년 9월부터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사상 최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23년엔 국민연금 기금 10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일본 공적연금(GPIF)과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등과 함께 세계 3대 연기금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엔 운용 수익률 15%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는 1988년 국민연금에 기금이 설치된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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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https://v.daum.net/v/2025031109210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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