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행복한 공간의 패스트 푸드가 칼로리만 높고 영양가는 없는 정크 푸드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도 나는 설마 했다. 씹히는 육질이며 풍부한 육즙을 음미하면서 이것도 쇠고기인데 왜 영양이 없겠어, 하며 아이와 함께 즐겁게 먹어왔다.
그런데 그게 고기맛이 아니라는 거다. 우리가 맛있다고 하는 그 맛은 사실 인공향과 첨가물의 맛이다 (인공은 인공이라도 천연 원료에서 나왔으므로 자연 첨가물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슬로서가 눈을 감고 실험한 바에 따르면, 종이에다 인공첨가물을 묻혀서 냄새를 맡아도 맛있는 햄버거 냄새가 났다.
게다가 슬로서는 고기 한덩어리에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수백마리의 소가 잘게 갈려 혼합됐다고 했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쇠고기 간 것의 4분의 1은 병들거나 약물로 가득한 소가 슬프게 섞여있으며 더더욱 믿어지지 않는 얘기지만, 1997년 8월까지 미국 소들은 죽은 양이나 죽은 소, 심지어 고양이나 개같은 동물쓰레기를 먹고 살쪘다는 거다.
더 기막힌 사실은 맥도날드가 어린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겉보기엔 쾌적한 환경에서 즐겁게 일하는 것 같아도 미국의 맥도날드 종업원들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는 비숙련 노동자들이다. 여기서 팔리는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더 위험하고 열악한 도살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먹고살 방법이 없는 이민자들이고.
▼그럼 뭘 먹어야 하나▼
저자 슬로서는 패스트 푸드산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작정을 하고 이 책을 쓴 모양이다. 나로서는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저널리스트가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 다만 한국에서 먹는 햄버거는 이렇지 않기를 기대할뿐.
이 추악한 음식에 대해 슬로서가 개선책으로 제시한 것은 “패스트 푸드를 먹지 말라”는 거다.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서면 맥도날드는 부랴부랴 햄버거 품질을 개선하고, 종업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등 다시 살아나기 위해 애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패스트 푸드 만이 아니다. 아무리 잘사는 나라라고 쳐도, 도대체 미국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는다. 미국 식당에 갈 때마다 한끼 먹으라고 내놓는 그 엄청난 양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뉴욕대학 식품영양학과장 마리온 네셀 박사가 최근 내놓은 책 ‘음식 정치학’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5%, 청소년의 12%, 아이들의 14%가 비만이다.
미국의 음식산업은 미국인 한명당 하루에 3800칼로리를 먹을 만한 양을 생산해내는데 (남성의 권장 섭취량이 2500칼로리, 여성이 2200칼로리다), 어떻게든 팔아먹으려는 그들의 농간 탓에 이걸 다 먹는다고 상상해보라.
네셀 박사가 내놓는 대안은 간단하다.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라는 거다. 제발 과식하지 말고. 내 짧은 미국생활 경험에 의하면 우리에겐 국과 밥, 나물반찬처럼 좋은 음식이 없다. 그나저나 난 오늘 저녁 뭘해서 먹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