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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5장,
성환은 시간을 내어 성철을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두 형제다.
형이 섬으로 돌아가고 나서 성환은 이대로 더 시간이 경과되면 성철의 마음이 아주 굳어져 부모님을 멀리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일들을 미루고 성철과의 약속을 잡는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성환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동생을 반기며 인사를 한다.
“작은 형이 웬일로 내게 시간을 다 내주시는 거요?”
성철은 모든 것이 좋은 마음으로 받아드려지지 않고 있다.
술과 안주가 테이블에 놓여진다.
“자, 형이 주는 잔을 받아라!”
“내가 먼저 형의 잔을 채워야지 무슨 소리에요?”
성철은 성환의 잔에 술을 따른다.
그들은 서 너 순배가 돌아갈 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술을 마신다.
“성철아!
아직도 아버지가 미우냐?“
”네!
솔직히 말해서 아버지를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자식들을 놔두고서 어떻게 그 많은 재산을 모교에 헌납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도 않고 이해를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성철은 아버지의 말이 나오자 흥분을 한다.
“작은형!
생각을 해 보라고요.
그런다고 우리 형제들 모두 잘 살고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큰형은 지금 그 작은 섬에서 얼마나 고생을 하고 계신가요?
작은 형이야 월급생활을 하니 급할 것도 고생스러울 것도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지금 큰형입장에서는 형수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와 개인 병원이라도 차리며 살아가고 있으면 얼마나 보기에도 좋고 자식들과 함께 살아가기에도 좋으냐고요?“
”그래, 그러고 보니 그렇겠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계시면서 사업자금을 대 주시면 안 되는 것인가요?
모든 것이 불황인 지금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아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냐고요?“
”성철아!
지금 모두가 아니, 세계적인 불황이다.
이런 때에 많은 자금을 투자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호재가 되는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몰라요?
남들이 주춤하고 있을 때 자금만 풍부하다면 더 크게 일을 해 낼 수도 있지요.“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는 것도 인정을 하마!
허지만 대기업이나 다른 사람들은 자금이 부족해서 몸을 사리고 있겠니?
그리고 내가 알기로 네 수중에 들어 있는 어음만 해도 적지 않다고 본다.
그 어음들 보통은 일 년이 넘는 것들이 아니냐?
대기업들이 자금이 없어서 그런 짓들을 하겠니?
섣불리 일을 벌이다가는 큰 낭패를 보는 것이 중소기업이나 소규모영세업체들 뿐이다.
대기업에서는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지 않니?“
”...........................“
“내가 사업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니?
허지만 세계 각국을 돌면서 귀로 들어온 것들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세계정세를 아마 너보다는 그래도 내가 조금은 더 많이 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럴 수 있겠지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으니까요.
작은형!
정말 이 불황이 오래지속이 될까요?“
“단기적으로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의 규모로 현상을 유지하게 하면서 동태를 살펴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이제는 막다른 곳까지 와 있습니다.
어음이 전혀 할인이 되지 않고 있어요.
일이 들어온다고 해도 자금이 없으니 일을 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그런 것을 알면서 제수씨에게만 맡겨놓고 넌 매일 그렇게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으면 이나마 사업을 완전히 들어먹을 것이냐?“
”...........................“
“다른 것보다도 그렇게 된다면 네 아이들 어떻게 하겠니?
지금 한창 가르치고 키워야 하는데 네 아들과 딸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봐라!”
“그러니 답답한 일이지요.
대체 그 여자가 뭐기에 아버지는 그 큰 집을 성큼 내주고 손끝 하나 건드리지도 못하게 그렇게 만들어 놓으신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어머니를 그 여자라고 하는 네 마음을 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너나 나 어머니에 대한 기억조차 없다.
그런 우리에게 지금의 어머니께서 얼마나 많은 사랑으로 온 가족을 감싸며 돌봐주고 계신 것을 모르는 네가 아닐 것이다.
아버지를 봐라!
언제 그렇게 편안하시고 행복해 하신 적이 있었는지 생각을 해 봐라!“
”...........................“
성철은 형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다.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로서 그렇게 살아가시는 것이라고만 생각을 해 왔던 성철이다.
“너나 나 같으면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자식들만 바라고 젊은 청춘을 희생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우린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그 연세에 그래도 새어머니께서 들어오셔서 온 집안을 화목하게 만들고 아버지를 그렇게 살뜰하게 보살펴주시고 편안하게 해 주시는 것만 해도 우리는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모든 정성을 다해서 효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형!
난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그렇게 하신 것에 대해서는 승복을 할 수 없습니다.“
”성철아!
난 아버지의 그 뜻을 높이 받들어드리고 싶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힘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아버지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아버지는 우리 삼형제를 키워주셨고 가르치셨고 그리고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셨다.
더 이상 무엇을 더 바라고 있을 수 있겠니?“
”형!
재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왜 우리 아버지는 그저 평범하게 남들이 하는 그런 식으로 세상을 살아가지 못해?
당신이 가지고 계신 것을 자식들에게 상속을 해 주시고 이제는 편안하게 살아가시면 자식들이 고마워하며 잘 살 것이 아니겠어?“
”그렇게 생각을 하니?
네 말대로 아버지가 모든 것을 우리에게 상속을 해 주신다고 하자.
그런 다음에 아버지를 누가 그렇게 편안하게 모실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우리는 둘 다 직업 있으니 핑계를 댄다고 하고 큰형수가 그럴 수 있겠니 네 처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그야 닥치면 닥치는 대로 살아가시면 되지 뭘 그래?“
”참으로 편리한 네 방식대로의 생각이다.
지금 형수님께서 사람이 많이 바뀌시고 모든 것을 후회하시면서 다른 사람이 되었지만 어떤 분이시었니?
한 집에 살아가면서도 시아버지를 없는 사람취급을 하지 않았었니?
그렇다고 너나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아버지 걱정을 하며 살아 본 적이 있었니?“
”.........................“
“우리에게 그 재산을 상속해 주신 것보다 얼마나 뜻있고 값있게 쓰여질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하신 일을 불평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자식 된 도리를 하면서 살아가자.“
성환은 성철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온갖 말로 아버지를 이해를 시킨다.
성환으로서는 아버지가 하신 모든 일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당신 모교의 후학들을 위해서 빌딩을 기부하신 것은 자식들에게 상속을 해 주시는 것보다는 얼마나 멋지고 값있게 쓰일 것인가?
성철의 사업은 자금이 있으면 있는 대로 한이 없는 것이다.
당장 경기가 풀어지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은 뻔한 일이다.
“이제 제수씨 고생을 그만 시키고 하나하나 풀어나가도록 해!”
“당장 들어갈 자금도 없이 어떻게 해결을 할 수 있겠어?”
“그럼 그대로 사업을 날릴 생각이냐?”
“.......................”
“당장 필요한 자금이 얼마나 되냐?
작은 형이 힘이 닿는다면 도와주마!“
“정말 그런 생각이 있어?”
성철의 눈은 빛을 낸다.
“많은 액수가 아니라면 저축한 금액이 있으니 도와주마!”
“작은형!
삼억만 빌려주시오.
아니, 어음을 드리겠소.
선이자를 떼지 말고 빌려주시오.
어음이 풀리고 나면 은행이자를 드리겠소.“
”삼억 정도면 가능하다.
그리고 이자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니 어음을 맡겨라!“
“네!
그렇게 하지요.“
”틀림없이 더 이상 사업을 확장시킨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 상태에서 현상유지를 하고 버티어 나간다는 약속을 하고.“
”알겠소.
아마 작은형 말대로 그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그렇게 하겠소.“
성환은 단단하게 약속을 받아내고 삼억을 빌려준다.
어차피 은행에 예치가 되어 있는 돈이다.
두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고 아내 민주가 알뜰하게 생활을 하면서 꼬박꼬박 저축을 해 오고 있는 그들 부부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저축하며 살아가고 있다.
민주는 집도 더 늘리지 않고 있는 그래도 살아간다.
서른다섯 평짜리 아파트는 네 가족이 살기에는 그리 큰 불편함이 없는 집이다.
결혼을 하면서 아버지가 마련해 주신 집이다.
남들처럼 더 큰 평수로 이사를 간다고 해도 충분한 능력이 있지만 민주는 그런 허영과 사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민주에게 삼억이라는 돈은 대단한 거금이다.
그러나 민주는 흔쾌하게 남편의 뜻에 따른다.
돈이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간의 우애와 사랑이 먼저라는 것을 시어머니를 보면서 배우게 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곤 하는 민주다.
성철은 그렇게 흔쾌하게 돈을 내 주는 작은 형과 형수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자신들 부부였으면 과연 그 돈을 내 줄 수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의 실수라도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회사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직원들 월급이 밀렸지?”
“아니요!”
“아니라니?
당신이 그 돈을 어디서 마련을 했다는 말이오?”
“어머님께서 찾아오셨어요.
그리고 선뜻 어음을 바꾸어 주셨지요.
물론 이자는 받지 않으시고 무조건 주셨기에 그 돈으로 월급을 주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만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버티어 낼 힘이 없어요.“
성철은 새삼 새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한다.
“걱정하지 마!
작은 형이 삼억을 바꾸어 주었으니까!“
“여보!
지금 뭐라고 했어요?
작은 아주버님께서 정말 삼억을 내 주셨어요?“
“응!
이것으로 어음이 결제가 될 때까지 버티어 낼 수 있을 거야!
더 이상 무리한 일을 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하겠지?“
”그럼요!
우리 더 이상 다른 사람들 피해를 주지 말고 더 열심히 해 나가요.
지금의 이 정도의 수준까지 오르느라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한 것인지 생각을 해요.
조금만 더 고생을 하면 불황이 끝나겠지요.
그러면 지금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 나갈 수 있을 거에요.“
조은숙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작은 형님의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더욱 힘과 용기가 솟는다.
성철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뛴다.
어머니와 형님께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일속에 파묻혀 살아가다 보니 아버지에 대한 서운한 감정들이 자신도 모르게 씻겨나가고 작은 형의 말대로 현상유지만을 해 나가다 보면 차츰 경제가 풀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사업을 하기 위해 신혼 초부터 아내와 함께 해 온 고생이다.
아내의 내조가 없었으면 이 정도의 사업을 일으켜 세우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아내는 머리도 비상할뿐더러 회계 면에서는 전문가였다.
또한 자신보다 더 부지런히 회사를 위해서 뛰고 열성을 보이는 아내로 인해 조금도 게으름을 부릴 수 없었던 지난날들이다.
두 아이들 역시 장모님께서 온 정성을 다해서 키워주시고 계시기에 두 부부가 사업에 매달려도 집안일이나 아이들의 일에 대해서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자신들의 복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돈을 벌려고만 매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형제나 아버지에 대해 눈을 돌리거나 마음을 써 본 일도 없다.
간간히 아버지가 주시는 돈으로 외식도 하고 여행도 다녀오곤 했지만 단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하며 살아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삶은 그런 것이려니 하며 간단하게 생각을 해 왔던 성철과 조은숙이다.
조은숙은 새삼스럽게 가족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시어머니라는 여자로 인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되고 사랑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또한 어떤 마음으로 가족들을 대해야 하는 것인지를 깨우친다.
그러나 조은숙은 선뜻 다가서지를 못하고 있다.
그런 시어머님께 자신의 속마음을 들켜버릴 것 같은 미안함이다.
그렇게 온 집안이 서서히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가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아가고 있음을 보며 형우와 민희는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막내아들도 이제는 마음이 많이 풀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흐뭇한 마음이 되어간다.
이제 작은 손자 용수 또한 자신이 원하는 의대에 합격을 한다.
더 이상의 신경을 쓸 일이나 걱정거리가 없어진 집안이다.
형우는 비로소 아내 민희와의 멋진 여행을 구상한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