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당 160경기가 넘는 대장정을 마치고 드디어 플옵에 돌입한 메이저리그.
올 한 해에도 많은 선수들이 잘 뛰어주었고, 또 몇몇 선수는 기대에 못미치는 시즌을 보냈습니다.
2003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센세이션이 없던 한 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리그의 흥미는 예년의 것에 비해 솔직히 상당 부분 부족했었죠.
앨버트 푸홀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팬들의 이목을 끌만한 선수도
보이질 않았구요. 마크 프라이어라는 수퍼 영건의 출현과 브랜든 웹,
단트릴 윌리스 등의 루키 돌풍이 그나마 주목받을만한 일들이었습니다.
카를로스 델가도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이는 타 선수들의
극도에 부진에 힘입은 바 큽니다.^^;
우리의 기대를 져버린 선수들은 상당수였습니다.ㅡㅡ;
드류와 더불어 아마추어 리그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이름을 날리며
필리스의 리빌딩의 한 축을 맡아줄 거라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팻 버렐은
1할 후반과 2할 초반대를 오가는 극도의 부진 속에 필리스의 충격의 플옵 탈락을
부채질한 장본인이 되어 버렸구요.
만년 플옵 단골이자 매해 격전을 벌이는 NL WEST 디비전의 강자인 애리조나는
원투펀치의 충격의 부상과 몰락(?)으로 인해 플옵 근처에도 못 가보는
불상사를 낳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병현 군은 보스턴으로 적을 옮겼구요.^^
프랭크 토머스가 장타력을 회복하자마자 TKO의 한 축인 폴 코너코는
시삭스의 엔진 출력을 자꾸만 갉아먹는 존재로 전락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2002년의 쓰라린 아픔을 절대 되풀이하지 않을 거라 장담했던 이치로,
그의 페이스 조절은 작년보다 확실히 좋아보였으나, 단순히 시간이 좀
뒤로 늦춰졌을 뿐이었습니다.ㅡㅡ; 그의 극도의 부진과 함께 시애틀은
또다시 플옵 일보 직전에서 미끄러져 버리고 말았지요. 그와 동시에
이치로는 본인의 두번째 MVP 수상 또한 날려먹고 말았습니다.
캔자스시티 또한 플옵 일보직전까지 다가갔으나, 주포인 마이크 스위니가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 팀의 전력에 박차를 가하지 못하며 주저 앉았습니다.
제이슨 지암비는 뉴욕 적응을 마치고 최고의 시즌을 보내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커리어 최악의 타율을 선보이며 많은 양키 팬들을 실망시켰구요.
프레디 가르시아와 박찬호 두 비슷했던 수준의 에이스는 완벽하게 팀을 저버렸습니다.
션 그린은 마치 다저스 입단 초기의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었구요.ㅡㅡ;
판타지 1라운드 단골 멤버인 랜스 버크먼은 켄트에 밀려 2인자, 아니 백웰에 밀려 3인자,
아니 히달고에 밀려 4인자 정도로 밀려나 버렸습니다.ㅡㅡ;
트로이 글라스는 디펜딩 챔피언 팀의 몰락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이며,
오달리스 페레즈는 선발 등판 경기 중 격일 간으로만 예전의 짠물 피칭을 보여주었습니다.
뢉 넨과 프레버 호프먼은 부상으로 시즌 자체를 포기했으나 로드 벡, 팀 워렐의
기대 이상의 피칭으로 그 공백이 그리 크게 보이질 않았으며 피아자는
거의 절망의 수준이었습니다. 글래빈을 논하기 이전에 메츠라는 팀 자체가
아예 비난의 대상이었습죠. 노마는 3할에 겨우 턱걸이할만한 수준으로
이치로와 마찬가지로 MVP를 눈 앞에서 날려먹었으며 리치 오릴리아는
내년까지 NL 유격수 탑의 자리를 완전히 상실한 듯 합니다.
맷 모리스와 로이 오스왈트는... 솔직히 구위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만,
제 자리에 너무 오랜 기간동안 있지 못한 관계로 팀의 플옵 탈락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들로 낙인 찍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데뤽 로우는 사이영 어워드에 근접했던 투수 중 한 명으로 너무도 실망스러운 시즌을 치뤘지요.
그 밖에도 우리를 울리고 실망시킨 선수들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기대 이상의 능력으로 팬들을 열광시킨 선수들을 꼽아볼까요?^^
에스테반 로아이자는 MLB에 MIP 어워드가 있다면 양 리그를 통틀어 제 1순위의
수상자 후보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놀라운 투구를 선보였습니다.^^
까를로스 리는 매글리오 오도네즈와 프랭크 토머스보다 더 잘해 주었지만,
이 두 선수 모두 팀이 플옵에 진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아쉽게 됐군요.^^
우디 윌리엄스는 예의 그 최강의 홈 경기 강점을 바탕으로 유리 어깨임을
무색케 하며 시즌 내 카즈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구요.
하비에르 바스케즈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급 에이스 명단에 이름을 올릴 기세입니다.
프레스턴 윌슨은 쿠어스 빨을 가장 많이 받은 역대 선수 가운데 한 명이구요.
노모 히데오는 NL 투수들 중 가운데 5 안에 들만한 능력을 선보였구요.
제이슨 슈미트는... 아무런 말이 필요 없을 정도였습니다.
랜디와 쉴링 두 수퍼 에이스의 공백을 메워준 선수는 단연 그였지요.
시드니 판슨은 로이 할러데이와 더불어 최강의 연투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버논 웰스와 델가도는 토론토가 향후 몇년간 얼마나 위력을 떨칠 수 있을지
팬들로 하여금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게리 쉐필드는... 원래 잘하는 선수이긴 합니다만, 제 2의 전성기를 꽃피울만한
능력을 보여주었구요. 빌 뮐러는 셰이 힐른브랜드의 공백 따위는 아예 느끼지 못하도록 해주는 한편
보스턴의 플옵 진출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한 명으로 인정받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팀 동료인 데이빗 오티즈 또한 9월의 주인공으로 자리잡았죠.
요한 산타나는 누가 뭐래도 팀의 플옵 진출에 일등공신입니다.
내년부터는 당장 팀의 에이스, 나아가 AL을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한 명이
될 공산이 매우 큽니다. 히달고는 드디어 부활을 해주었구요.
텍사스의 3루수는 이제 유망주라는 딱지를 떼고 본격적인 스타로서의 발돋움을 할 것 같습니다.^^
마크 프라이어는 그 화룡점정이라 말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이렇게 좋은 선수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올해는 전 리그를 놀라게 할만한 흥미거리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과거의 양키, 재작년의 시애틀에 버금갈만한 초강팀은 보이지 않았구요.
빅맥, 소사, 헬튼, 워커, 매니, 이치로, 본즈 등이 심심찮게 보여줬던 리그를 압도할만한 센세이션은
존재치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단트릴 윌리스 정도가 최고였다는...ㅡㅡ;
그렇지만,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여러 팀들이 간만에 플옵에 진출하면서
포스트 시즌 더비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듯 합니다.
젊은 선수들과 노장 감독의 조화를 이루며 후반기 최고 승률을 이룬 플로리다가
과연 97년의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을지, 본즈는 본인의 커리어에 화룡정점을 이룰 수 있을지,
토리는 양키스를 우승시키며 경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밤비노의 저주에 여전히 시달리는 보스턴의 운명은 어찌 될런지,
미네소타는 작년의 쇼킹했던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오클은 디비전 시리즈의 악몽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 애틀은 만년 디비전 강자에 그치는 모습을 타파할 수 있을지,
덕장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과연 뉴 영건 4인방을 등에 업고 작년의 한을 풀 수 있을런지...
생각해 보면 참으로 흥미로운 플옵입니다. 그 어느해보다요.^^
의외의 팀들이 플옵에 진출하면서 그 희생양이 된 강호들 또한 있을텐데요.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극적인 피해자(?)들이 많기도 했습니다.
시애틀은 8월말 징크스가 매년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닐런지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플로리다에 치인 팀들은 부지기수입니다. 필리스, 다저스, 디백스 등등...
휴스턴과 카즈는 의외의 복병인 컵스에게 격침을 당하고 말았네요.
그렇게 따지면 시삭스와 로열스만큼 된서리를 맞은 팀 또한 없습니다.^^:;
자꾸 언급해서 미안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은 고개를 들기 조차 부끄러울 테지요.
내년엔 부디 다시 전력을 추스려서 더 좋은 경쟁을 해주길 바랍니다.
시즌이 예년에 비해 흥미가 적었던 만큼 부디 플옵에서는 그것을 만회할만큼
좋은 경기들을 보여주길 바랄 뿐입니다.^^
과연 내년에는 어떤 얼굴들이 나타나고 또한 어느 해가 추락할까요?
분명 월드시리즈까지는 많은 날이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저에게는 맘 속 깊이 다가와 있는 것 같네요.^^
과연 에이로드는 소원성취를 할 수 있을지, 박찬호는 부활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지
보스턴과 시애틀은 한층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재도전의 바탕을 완성할 수 있을런지..
조심스런 기대를 해보며 단순 나열식의 허접했던 2003년 시즌 리캡을 이만 마칠까 합니다.^^
여러분, NBA 뿐만 아니라 MLB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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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메이저리그 리캡...(부제: 최근 몇년간 가장 흥미가 떨어졌던 리그..)
대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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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0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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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오클팬들은 1년내내 저메인 다이에게 저주를 퍼붓고 살았답니다.ㅠㅠ
저메인 다이...ㅡㅡ; 빌리빈에게는 정말 저주같은 존재겠지요. 그 녀석에게 든 돈으로 다른 일을 했다면 오클이 지난 2년간 그리 무너지진 않았을 터인데.......^^:
배리 본즈의 500-500, 그렉 매덕스의 16년 연속 15승이상, 로저 클레멘스의 300승 4000k...굵직한 기록들은 몇 개 나왔군요.
박찬호 내년에 엠아이피 한번 타주길-.-;; 지난시즌이랑 비교 하는거죠?? 그럼 탈수도..;;
mlb도 그렇지만 nba도 검증되지 않은 르브론을 빼면 큰이슈가 될만한게 없었던거 같네요..근몇년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