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오송 지하차도 사건’ 언급·방문하지 않는 이유는
인재 가능성 제기되는 사안서
“대통령 책임론 회피” 지적도
6박 8일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김학동 예천군수로부터 피해 상황 등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동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수해 현장을 찾았지만 23일까지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피해 현장은 가지 않았다. 애도 등 별다른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오송 참사에 대해 인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책임론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전 귀국한 당일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 현장을 찾았다. 다음날인 지난 18일에는 충남 공주시 농작물·축사 피해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가장 많은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피해 현장은 찾지 않았다.
이날까지 오송 참사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공개적인 메시지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경북 예천 피해 현장을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에 대해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고 채수근 일병(이후 일계급 추서)에게는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며 애도 메시지를 냈다. 오송 참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송 참사에 대해 인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예천 산사태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 양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 산사태는 천재지변이고, 오송은 인재라는 인식에 따라 대통령 책임론이 커질 것을 우려해 언급 또는 방문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인재라면 윤 대통령이 더더욱 참사 피해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재난의 컨트롤타워, 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송(사고)은 감찰에 이어 수사까지 필요한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이 현장에 가면 정확한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상황이 정리가 (아직) 안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예천을 방문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귀국 당일(지난 17일) 당시 예천은 수요일(지난 19일)까지 최대 300mm의 비 예고가 있어 추가 인명 피해 우려가 컸고, 산사태로 인한 이재민이 발생한 만큼 이재민에 대한 위로와 지원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재난을 대하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재로 빚어진 참사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이후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등을 통해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다” 등의 사과성 메시지를 냈지만 유족들이 원하는 대국민 담화 형태의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은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경질론에 거리를 뒀다. 용산경찰서장, 112상황실장 등 일선 실무자에게만 책임이 전가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고 장한나씨 어머니 임영주씨는 지난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1년도 안 됐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 되풀이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 존중에 대한 정부의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게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