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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여성시대 아좋아좋아
1. 김우빈 (김현중)
여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수장의 외동딸임
여시가 태어났을 적엔 이미 아버지의 사업은
공격적이고 과감한 전략과 빈틈없는 뒷마무리로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었음
어릴적부터 풍족한 환경에서 이것저것 다 해보며 자란 여시는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경영에 두각을 나타내
유학에서 돌아와 바로 실무에 투입됨
여시는 물만난 고기처럼 투입되기가 무섭게 성과를 챡챡 뽑아냄
여시가 손만 댔다 하면 치솟는 주가에 자연히 기업내에서
여시에 대한 신임은 두터워졌고 그것은 곧 승진으로 연결돼
여시는 3년만에 이사진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함
현중씨, 타이가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그런 여시가 눈독들이고 있는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약 반년전 아버지의 경호1팀 팀장으로 들어온 현중임
팀장이라기엔 퍽 젊은 나이였으나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각종 무술을 섭렵해 그 능력을 인정받아
당당히 팀장자리를 꿰참
항상 진중하고 공손한 태도로 두루두루 평판이 좋은 편임
물론 남자답게 시원시원한 생김새와 쭉 뻗은 탄탄한 몸매도 한몫했음
현중씨, 시간 있어요?
죄송합니다. 바쁩니다.
능력 있겠다 외모 되겠다 재력 갖췄겠다
이 시대 진정한 신여성인 여시는 럭비공인 양 현중에게 돌진하지만
갖은 추파에도 현중은 완벽한 철벽장인의 모습을 보여줌
시발..존나 아이언맨이세요?
현중씨, 오늘 저녁….
먹었습니다.
현중의 냉담하기만 한 반응에 여시는 속이 끓고 애가 탐
지금껏 한번도 이렇게 매달린 적이 없었는데 자존심이 상하고 분기가 치밂
너무 당기기만 해서 그런가 도도한 척 인사도 안하고 모른체 해봤지만
현중은 언제나 개썅마이웨이 신경도 안쓰는 거 같음
감사합니다.
품위고 나발이고 다 내버리고 달려드는 여시한텐 그렇게나 냉정하면서
다른 여직원들에겐 보란듯이 신사적이고 자상한 면모를 보임
여시가 주는 건 커피 한잔도 안받으면서
다른 불여우같은 기지배들이 주는 초콜릿이나 사탕같은 건 넙죽넙죽 잘도 받음
시발아 니가 애냐 단 거 먹게?
야 걔네 너 좋아하는 거 아냐 니 당뇨걸리라 그러는 거라고
하릴없이 뭉개지기만 하는 제 모습이 아무리 처량해도
끝내 현중을 놓지 못하는 자신이 여시는 정말이지 미워죽겠음
네, 그렇군요.
사건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음
별생각없이 화장실을 다녀오던 여시는
평소에도 항상 아슬아슬한 길이의 치마와 빈티나는 요란한 화장을 하고
여기저기 할 것 없이 헤픈 웃음 흘리기가 장기인 여직원이
현중의 팔을 은근히 쓰다듬으며 추근덕대는 걸 보게 됨
허나 여직원보다 여시를 더 화나게 만드는 건 싫은 기색 없이
다정하게 받아주고 있는 현중임
박여시씨.
…….
내가 그렇게 좋습니까.
그대로 폭발한 여시는 이성을 잃고 그 자리에서 무작정 현중을 끌고 나옴
잔뜩 당황한 여직원이 여시를 불렀지만 들릴 리 없어
여시는 의외로 순순히 끌려나오는 현중을 데리고 한산한 사옥 뒷편으로 감
저런 여자한테도 그렇게나 살갑게 굴면서 대체 내가 뭐가 모자라서 눈길 한번을 안주냐고
눈에 뵈는 것이 없어진 여시가 다다다 쏘아붙이는데
대답 한번을 않고 조용히 여시를 내려다보던 현중이 문득 피식 웃으며 여시에게 물음
그 급격한 태도변화에 당황한 여시가 할말을 잃고 현중을 바라보는데
냅다 여시의 허리를 거칠게 감아챈 현중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입을 맞춤
결코 짧지만은 않은 입맞춤이 끝나고 천천히 얼굴을 뗀 현중이
슥 제 입술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놀라 망연히 저를 쳐다보는 여시에게 낮게 속삭이곤 돌아 사라짐
…비린내.
…….
그날 이후 여시는 휴가를 내고 자리에 드러누움
눈을 감아도 떠도 그때의 참담했던 입맞춤이 떠오름
밑도끝도 없이 비린내가 난다던 현중의 말은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씹어뱉듯 속삭이는 현중의 서늘한 눈매에서
여시는 저에 대한 짙은 경멸과 혐오를 똑똑히 읽음
삼일 후 부쩍 야위어 맥없는 걸음걸이로 출근한 여시는
더 이상 현중을 보고 아는 척 하지도 괜한 핑계를 대며 수작을 걸지도 않음
멀리서라도 현중의 늘씬한 몸매가 보이면 화들짝 놀라 재빨리 자리를 피함
때문에 여시는 도망치듯 차에 올라타는 자신을
형언할 수 없는 묘한 시선으로 쫓는 현중을 눈치채지 못했음
…조심하십시오.
현중과의 입맞춤 이후 모든 것에 의욕이 없어진 여시는
그날도 지친 얼굴을 하고 계단을 내려가다 아차 하는 순간 발을 헛디딤
순식간에 앞으로 쏠리는 제 몸뚱이에 여시가 질끈 눈을 감는데
어디서 나타난건지 현중이 제 어깨와 팔을 단단히 붙들고 바로세워줌
갑작스런 대면에 여시가 안절부절 못하며 얼른 자리를 뜨기 위해
푹 고개를 숙이곤 조그맣게 사과를 말하는데
어쩐 일인지 제 어깨를 쥔 현중의 손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름
의아함에 슬쩍 바라보자 그때까지도 복잡한 표정을 한 채 여시를 바라보던 현중이
손 좀 놔달라는 여시의 가느다란 요청에 불에라도 덴 듯 화들짝 놀라 손을 떼곤
꾸벅 허리를 꺾어보여 인사를 한 뒤 황급히 계단을 내려감
실연의 상처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컸음
더 이상 도저히 맨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었던 여시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물먹는 하마인 양 신나게 병나발을 불고 인사불성이 됨
이성이 술에 빠져 익사하자 남은 것은 오로지 현중을 향한 그리움 뿐
비틀비틀 걸어가다 결국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철퍼덕 주저앉은 여시는
권력을 남용해 몰래 알아두었던 현중의 번호로 전화를 걺
여보세요.
여느때와 같이 단정하기만 한 현중의 목소리에 울컥한 여시가
그야말로 눈물콧물범벅이 되어서 다 꼬부라진 혀로 열심히 주정을 함
이 나쁜노마ㅏㅏㅏ내가 얼ㄹㄹ마나ㅏㅏ죠아핸는데..
여시의 추태에 당황한 듯 한동안 말이 없던 현중이
종내 낮게 한숨을 내쉬며 어디냐고 여시의 위치를 물음
어ㅓㅓ여ㅕㅕㅕ기가압구졍..
헐
전원꺼짐
옹 전원꺼져따..ㅎㅎ
현중의 멋진 목소리를 들으니 잠이 솔솔 쏟아짐
초여름이라 제법 쌀쌀한 바람에 몸을 잔뜩 옹송그린 여시는
전봇대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함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제 몸을 잡고 세차게 흔들어대는 느낌에
여시가 바윗돌 같기만 한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림
도대체 왜 이렇게!
…….
사람을…신경쓰이게 합니까.
현중이었음
압구정 전체를 다 뒤지고 다닌건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음
현중이 붉어진 눈가를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말거나
술에 쩐 여시는 현중이 제 앞에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 헤실헤실 웃음
…입어요.
여시가 제정신이 아니란 것을 알아챈 현중이 심란한 표정을 짓던 것도 잠시
제 겉옷을 벗어 여시의 어깨에 걸쳐주곤 팔을 잡아 일으킴
허나 주정뱅이보단 차라리 인어가 나은 법
여시가 도무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헬렐레 거리자
난감한 얼굴로 여시의 핸드폰을 꺼내든 현중이
화면을 키기가 무섭게 뜨는 잠금화면에 결국 다 포기하고 여시를 들쳐업음
어..머리 깨진다
신나게 제 머리를 까부수는 숙취에 여시가 있는대로 이맛살을 찌푸리고 일어나는데
헐 방의 벽지며 구조며 침대보며 뭐 하나 익숙한 게 없음
깜짝 놀란 여시 일단 제 옷매무새를 샅샅이 살피고 별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는 모양에
안심하며 살금살금 방문을 나서는데 저 바람직한 뒷태는 분명 현중임
깜짝 놀라 얼음이 되어 저를 보는 여시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휙 몸을 돌린 현중이
댁에 전화드리려 했으나 핸드폰이 잠겨 있고
주소를 여쭤봐도 답을 안하셔서 저희 집에 모셔왔으며
딱히 걱정하실 만한 일은 하지 않았으니 걱정 마시라고 얘기함
시이이발
쪽팔려
차오르는 쪽팔림에 여시는 현중이 손수 끓였다는 콩나물국도 마다하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허겁지겁 짐을 챙겨 집으로 나름
…….
그렇게 또 숨막히는 도피행각이 시작됨
얼마나 술을 처부었는지 그날 밤 일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
여시는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었음
상상은 언제나 현실이 그러한 것보다 길고 잔인하게 뻗어나갔고
때문에 여시는 죽기살기로 현중을 피해다님
허나 이제는 현중이 여시를 쳐다보고 있음
프로젝트가 잘풀리지 않아 작게 인상을 찌푸린 모습이나
제 모습에 잽싸게 몸을 틀어 비상구로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나
시선을 공유할 순 없어도 둘의 몸에는 항시 서로의 눈길이 묻어있음
박여시씨.
…….
어디갑니까. 앉아요.
아 세상 살기 팍팍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일상의 고달픔에 여시는 또다시 술이 고픔
또 전화해 진상부릴까 배터리도 빼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예전에 자주 들렸던 바에 갔는데
시발..
왜 때문에 현중이 저기 떡하니 앉아있는거죠?
현중을 보는 순간 자동적으로 몸을 돌린 여시가 바삐 발을 놀리는데
현중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발목을 잡음
앉으라면 앉아야죠 뭐ㅎㅎㅎ..
한참동안 바 테이블에는 껄끄러운 침묵만이 감돎
나른하게 풀린 시선과 올려져 있는 병으로 보아 이미 진탕 마신 것 같은데
의식을 못하는 건지 현중은 아무말도 없이 계속 술만 홀짝임
어정쩡하게 앉아 이도저도 못하고 눈치만 보던 여시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잔을 들던 현중의 손을 부드럽게 막고
그만 마시는 게 좋겠다며 말리자 현중이 찬찬히 시선을 옮겨 여시를 또렷이 응시함
당신은 꽃처럼 예뻐.
…….
내 아버지의 피를 마시고 자라서 그럴까.
현중의 삽시간에 붉게 물든 눈가와
나직이 중얼대는 말들을 여시는 이해할 수 없어
그저 멀거니 현중과 눈길만을 맞댐
현중의 입술이 몇번이고 달싹였으나
쉬이 그 어떤 내용도 내어놓지는 못함
…당신은 내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게 해.
여시는 왠지 현중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다고 생각함
덤덤하게 내뱉는 글자 하나하나가
여시의 가슴 깊숙한 곳에 비수처럼 박힘
현중의 입에서 꼭 눈물같은 한숨이 토해지고
현중은 내버려진 아이같이 연약한 목소리로 여시에게 소곤거림
당신이 좋아.
…….
그래서 미워.
2. 권지용
여시는 강대한 제국의 하나뿐인 공주임
여시의 아버지인 황제는 강한 군사력과 천재적인 지략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의 영토를 확보함
지금껏 역사에 있어 가장 찬란한 영광과 긍지를 가져다 준 황제에게
백성들은 열렬한 환호와 사랑으로 보답했고
이만하면 정복은 되었다 싶은 황제는 전쟁을 끝마치고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함
어릴적 왕비를 병으로 떠나보내고
어미의 정을 제대로 모르고 자란 자식이 불쌍했던지
황제는 여시를 금이야 옥이야 아끼고 사랑함
그런 여시가 홀딱 반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일러도 한참 이른 나이에 재상직에 오른 지용임
…….
황궁무도회가 열리던 날
처음 나가는 무도회에 잔뜩 들떠 곱게 단장하고 나간 여시는
아버지 바로 밑에 앉아 권태가 그득 괸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지용에게 그만 첫눈에 반했음
밥을 먹어도 잠자리에 들때도 자꾸만 아른아른
도무지 머릿속을 떠날 생각을 않는 지용에
여시는 공주의 체면도 잊고 시녀들을 닦달해 지용의 정보를 캐기 시작함
지용의 출신지가 어디인지 부모는 누구인지 같은 배경에 관해선
정확히 파악된 것이 없음
그저 어느 순간 황제의 옆자리를 꿰차고 앉아
사람의 솜씨라곤 보기 힘든 신묘한 계책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밖에는 알려진 것이 없음
처음 지용이 황제에게 충성을 말했을 때는
과거를 명확히 밝히길 꺼려하는 모습에 의혹과 불만의 시선이 많았으나
찬란한 영광을 이룩하는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나서는
그 누구도 감히 지용을 깎아내리려는 자가 없음
전쟁이 끝나고 황제는 지용의 공을 인정해
막대한 영지와 백작의 작위를 주고 재상으로 임명함
역사상 유례가 없던 흑두재상의 취임에 그 반발이 대단했으나
황제는 그 모든 것을 뿌리치고 꿋꿋이 밀어붙였고
지용은 그 은혜에 멋지게 보답해 수많은 정책을 지휘하며 나라를 단번에 안정시킴
죄송합니다. 정무가 바빠서 이만.
오냐오냐 길러져 무서울 게 없었던 여시는
적극적으로 지용을 졸졸 쫓아다니며 구애하지만
지용의 반응은 된서리같이 차갑기만 하쟈나
원래 잡기 어려운 새일수록 더 불타오르는 거잖아요?
여시는 지칠 줄 모르고 끈덕지게 지용을 따라댕기며
말 한마디라도 걸어보려고 안간힘을 씀
주위 시선이고 나발이고 다 팽개친 그 노골적인 모습에
황궁안엔 소문이 파다하지만
딱히 신분이나 품위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인 성격인 황제로서는
우리 딸이 다 컸구나 하며 껄껄 웃을 뿐임
오늘은 시간 있겠죠?
바른대로 말해요. 아바마마한테 다 조사해서 오는 길이니까!
…공주님.
아득바득 지용에게 매달리던 여시는 거듭되는 퇴짜에
바드득 이를 갈며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황제에게 가
지용에게 휴가를 내달라고 찡찡댐
황제는 만면에 사람좋은 웃음을 걸친 채
사랑하는 딸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의기양양한 태도로 지용을 붙잡고 말을 거는 여시를
왠일인지 무시하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용이 문득 여시를 부름
공주님과 저는, 어울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
끝은 파멸입니다.
…….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간의 지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여시는 대답도 못하고 멍하니 굳음
나직하게 건네는 말 하나하나가 꼭 예언과도 같이
묘한 힘을 입고 불길하게 저를 감싸는것만 같이 느껴져
여시는 고개를 까딱여보이곤 미련없이 저를 지나치는
지용을 잡지 못함
…….
그 후로 왠지 여시는 지용에게 더 이상 달라붙을 수가 없음
멀리서 보이는 지용의 모습이 못내 좋아 번쩍 손을 들다가도
그날의 우울함이 꼭 망령처럼 나타나 여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음
언제나같이 차갑게 가라앉은 지용이 저를 지나치고
여시는 어쩐지 서러워지는 기분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감
마찬가지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던 지용이 갑자기 몸을 돌림
여시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도 한참이나 지용의 발은 떨어질 줄을 모름
…….
바야흐로 꽃비가 나리는 봄이었음
여시는 울적한 심정도 좀 달랠겸 시녀와 같이 정원산책을 나섬
가지각색의 빛깔과 모양으로 제 자태를 뻐기는 꽃과 나무들을 보자니
땅만 죽어라 들이파던 기분도 한결 나아지는 것 같음
그러던 중 여시의 시선에 한 높다란 나무에 핀 새하얀 빛깔의 꽃이 눈에 띔
그 모습이 너무도 어여뻐 여시는 한참동안을 눈을 못떼다가
어마어마한 높이에 결국 포기하고 돌아감
헌데 그날밤, 빡빡한 공부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여시는
자려고 몸을 뉘다 말고 창틀에 시선을 붙박음
아까 그렇게나 갖고 싶었던 꽃 두송이가 창틀에 곱게 얹어져 있음
여시는 조심스레 꽃을 들어 코에 가져다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심
향긋했음
어느날 밤 이상하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던 여시는
끝내 자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 앉아 황홀하도록 새까만 밤을 구경함
그러던 중 여시는 갑자기 지용이 급한 발걸음으로 황궁을 나가는 것을 목격함
어딜 그리 바쁘게 가는지 빠르게 발을 놀리던 지용이 문득 고개를 들어
여시의 방 창문을 바라봄
깜짝 놀란 여시가 얼른 창틀 밑에 주저앉아 몸을 숨기고
잠시 후 빼꼼 고개를 내밀었을 때 지용은 그 어디에도 없었음
싱숭생숭한 기분에 여시는 조용히 다시 침대로 돌아가고
까무룩 잠이 들 무렵 우렁찬 함성소리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남
반란이었음
우악스레 포박당해 감옥으로 질질 끌려가는 순간,
여시는 차분한 표정으로 반란군 앞에 선 지용을 보게 됨
지용이, 반란군의 수장이었음
기억하는가.
…….
당신에게 맞서싸우다 사지가 잘리고,
…….
나중엔 목마저 깃대에 꽂혀 내걸렸던 왕.
…….
내가 그자의 아들이네.
…그랬군.
감옥에 들어가니 아버지는 이미 초라한 꼴을 하고 갇혀있었음
놀라기도 하고 더럭 겁이 난 여시가 아바마마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리는데
뚜벅뚜벅 정갈한 소리와 함께 지용이 지하감옥으로 모습을 드러냄
한참동안 영문모를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지용을
여시가 치떨리는 배신감으로 죽일듯이 노려보며 마구 욕설을 지껄이자
지용이 여시의 아버지에게 눈길을 돌리더니 그간의 악연을 모두 밝힘
여시의 아버지는 그 충격적인 고백에도 덤덤히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직까지 뚝뚝 눈물을 떨구고 있는 여시의 머리를 다정히 쓸어줌
수많은 이의 피를 밟고 섰으니, 내 피 하나 더해지는데 무슨 억울함이 있겠나.
…….
허나, 염치불구하고 하나만 부탁하지.
…….
이 아이만은…살려주게.
…….
벌레 하나 죽이지 못하는 아이야.
내 핏줄이라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죄도 없는 아이네.
…뻔뻔하군.
부탁하네.
짓이기듯 날 선 비아냥을 던진 지용이 그대로 돌아 감옥을 나섬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기에
모든 톱니바퀴는 치밀하게 맞물려 정권은 순조로이 교체됨
권력이란 것이 그렇게 덧없어 신하들은 제 맹세를 배반해
한목소리로 전 황제의 처형을 주장함
결국 전 황제의 사형이 결정되고
눈을 부릅뜬 채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던 여시는
아버지의 머리가 바닥에 나뒹굶과 동시에 혼절함
날 봐.
…….
네가 사랑하던 얼굴이잖아.
지용은 무슨 심산인지 여시를 살려두어 황궁의 방 하나에 가둠
식사도 꼬박꼬박 내주고 개인 시녀도 딸려주는 등
공주일 때와 딱히 달라진 것이 없는 대우지만 여시는 모든 것을 거부함
그저 시체처럼 멍하니 침대에만 누워 차라리 죽음을 바라기를 사흘,
여시의 소식을 들은 새 황제가 냅다 방에 쳐들어오지만
여시는 들끓는 분노와 저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고 역겨워
매정하게 외면함
몇번의 부름에도 여시가 반응이 없자
거칠게 여시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억지로 눈을 맞춘 지용이 낮게 으르렁댐
내 아비를 죽였기에 네 아비의 목을 잘랐지.
…….
헌데 어찌 나는…, 여전히 지옥일까.
…….
지쳤어.
그후로도 여전히 여시는 제게 내려진 모든 것들을 거부함
비쩍 말라 산송장 꼴을 한 여시가 이제는 눈뜨는 것조차 힘에 겨워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지용이 들어와 조용히 제 옆께에 앉음
금세라도 바스라져 흩어질 듯 가냘픈 음성으로 담담히 말하는 지용에
여시는 저도 모르게 눈을 떠 저를 바라보고 있던 지용과 눈을 마주침
오래도록 여시와 눈을 맞추던 지용이 입술을 힘없이 터뜨려 피식 웃더니
여시의 말라빠진 양 손목을 가만히 쥐고 제 목에다 갖다댐
마음을 주었으니…, 몸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일까.
…….
내 목도 주마.
…….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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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학생 골라보기 또 왔자냐 또 신나쟈나!!!!!!!!
과외학생 골라보기 세번째가 왔쟈나 막 신나쟈나!!!!!
기묘한 꿈속의 여시를 사랑하는 남자 고르기 (가로본능수정)
1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김우비뉴ㅠ뷰ㅠㅠㅠ
오늘글올ㄹ라온거보고 연어질해ㅛ떠ㅓ러ㅜㅜㅠㅠㅠ22222
11111111111 와 시리즈 별로 다 존잼....
사랑해요....이런금손이..하....2222222
감사해요ㅠㅠㅡ으허ㅓ조아
11111111ㅠㅠㅠ망상 연재됏으면ㅠㅠㅠ
2222제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