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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8장,
성일은 대문도 없는 마당 안으로 들어선다.
많지는 않지만 각종 과일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고 마당엔 온갖 야채들이 제 종류대로 가지런히 밭을 메우며 싱싱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작지만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가짓수가 보이면서 주인의 온 정성이 다 들어가 있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에 좋습니다.”
“참으로 부지런하고 온 정성이 담겨있는 텃밭이구나!”
그들 부자는 밭을 둘러보며 감탄을 하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곱상하게 생긴 여인이 나와 아는 척을 한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텃밭을 보고 있으려니 참으로 부지런하시고 정성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잘 가꾸신 텃밭을 두고 이사를 하셔야 하니 그 마음이 어떠실지요?“
”네!
그래서 많이 망설였답니다.
그러나 워낙 멀리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정성을 다해서 가꾸어 놓으신 텃밭에서 수확을 하셔야 하는데 마음이 많이 안타까우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벌써 가을 김장을 심어 놓으신 것인가요?“
그래도 김형우가 아는 척을 하며 김장을 갈아 놓은 곳을 가르친다.
“네!
지금 이렇게 심어야 겨울 김장 배추와 무를 튼실한 것을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알이 차지 않고 덜 여문 배추로 김장을 하게 되지요.“
“아, 그렇군요.
저희는 농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습니다.
참, 제 큰 자식입니다.
마침 지방에 있다 올라오는 바람에 제 아들이 살면 어떨까 싶어서 함께 왔습니다.“
성일은 여자를 향해서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인사를 한다.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네, 어서 오세요.
이제는 안으로 들어가셔서 구경을 하시죠.“
여자는 두 남자를 안내를 한다.
성일은 들어가는 현관입구서부터 자세하게 살펴본다.
집은 생각보다 참으로 깨끗하고 아름답게 치장을 한 정성이 들어나 보인다.
거실은 한 면이 전부 유리로 되어 있어 답답함이 없고 시원하면서도 발고 환한 느낌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 있다.
도심의 회색 빛깔의 우중충함을 덜어내며 초록의 신록으로 인해 시원하고 눈이 밝아지는 기분이다.
“이곳이 안방이다.”
여자가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김형우는 아들을 안방으로 데리고 간다.
“아, 상당히 넓은 안방입니다.”
“그래, 네 어머니가 좁은 것은 답답해해서 안방과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커다란 창에서 들어오는 신록의 푸르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것 같습니다.
참으로 설계를 하시는데 많은 신경을 쓰셨던 것 같은 마음입니다.“
”그래, 우리가 이곳에서 늙어서 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서 설계를 했고 모든 자제 또한 값비싸고 견고한 것으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이 방은 서재로 쓰기에 좋은 작은 방이다.“
성일은 다시 작은 방을 들여다본다.
그다지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결코 작은 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 또한 편안함을 갖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형우는 주방과 욕실을 보여주고 나서 다시 이층으로 올라간다.
이층에 올라간 성일은 그저 감탄을 한다.
참으로 시원하고 일품인 경치가 그대로 한 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넓은 거실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것이 답답함을 씻어 내주는 듯이 시원함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층은 침실과 욕실을 하나만 두고 모두 큰 거실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좋은 경치를 함께 나누며 볼 수 있도록 하는 가족실을 겸한 것이다.
너희들이 올 때마다 함께 지낼 수 있도록 고안을 해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
참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좋은 집입니다.
이 집을 저희에게 주신다는 것 자체가 저희로서는 크나큰 행복입니다.“
”마음에 들어 하니 다행이다.
자, 이젠 내려가자.“
그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여자는 차와 과일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차라도 한 잔 드십시오.”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폐를 끼치게 되었군요.
헌데 이사는 언제쯤 가실 생각이신가요?“
”네!
저희야 빠를수록 좋지만 사장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아직 기한이 남아 있는 상태가 되어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언제고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을 주십시오.
아무 때라도 필요한 때에 보증금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텃밭을 일구시는데 많은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 있고 자금도 만만치 않게 소요가 되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김형우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사장님!
저희가 어찌 그런 것을 돈으로 환산을 해서 달라고 하겠습니까?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사시는 것도 아니고 주인이 들어오신다고 하시는데 돈으로 쳐서 받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몇 년 동안 과일을 수확해서 먹은 것만 해도 저희로서는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그래도 그냥 두시고 가시기에 서운하지 않으십니까?
많은 액수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보상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의 그 마음만을 받겠습니다.
나머지는 제 다음으로 잘 가꾸시고 보살피셔서 좋은 수확을 거두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만 그동안 제 나름대로 텃밭을 가꾸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나름대로 적어본 농사 일지입니다.
도움이 되신다면 드리고 가겠습니다.“
여인은 작은 노트 한권을 탁자 밑에 있는 서랍에서 꺼내어 형우의 앞에 놓는다.
“정말 귀중한 것입니다.
주신다면 저희로서는 큰 도움이 되고말고요.“
성일은 노트를 가져다 펼쳐본다.
농사에 대한 씨앗뿌리는 시기와 모종을 옮겨 심는 시기, 그리고 퇴비를 만드는 방법과 수확하는 시기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록이 된 것이다.
“너무 귀중한 것을 주십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저희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니 더 이상 필요할 것 같지도 않고 또 이것은 이곳 기후에 맞게 기록을 한 것이라 다른 곳에서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요.
그리고 천연 퇴비를 만드는 것을 시간이 나시는 대로 꼼꼼하게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직접 텃밭을 일구는 것은 화학비료나 퇴비를 쓰지 않고 청정한 채소나 야채를 먹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책도 보고 여기저기서 알아도 보고 친환경 농법을 위한 강의도 들으면서 제 나름대로 퇴비나 해충을 막아주는 약재를 만들어 쓰곤 합니다.
참으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다른 곳에서 나는 채소나 야채와는 맛도 훨씬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이런 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귀하고 소중하게 쓰겠습니다.“
두 부자는 여인이 전해주는 노트를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듯 감싸 안고 나선다.
승일은 다시 한 번 더 집을 둘러보고 나서 차에 오른다.
“아버지!
생각보다 집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집 사람이 서울로 올라온다는 말에 하루 종일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금 멀더라도 시골로 갔으면 하는 말을 하더라고요.“
“마침 잘 됐구나!
에미가 아주 많이 달라져서 보기가 참으로 좋다.“
”네!
이제는 예전처럼 자신의 몸이나 가꾸고 손에 물도 묻히지 않고 살아가던 모습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하려고 하고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고 좋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되었지요.“
”그래, 그런 마음가짐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이냐?
마침 적지 않은 텃밭이 있으니 그것만 하더라도 하루종일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이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버지!
이제는 내일 내려가서 정리하고 올라와야 하겠습니다.
되도록 다음 주부터 근무를 하라는 황박사님의 말씀이셨거든요.
또한 그곳도 이삼일 안으로 후임자가 내려가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올라오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
그 집이 이사날짜가 정해지면 에미를 데리고 가봐야겠다.“
”아마 텃밭을 보면 상당히 기뻐할 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은덕임을 늘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두 부자의 환한 얼굴을 본 민희가 묻는다.
“암!
좋은 일이고말고.“
성일 또한 아내인 혜영을 보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뭐예요? 좋은 일이 뭔지 알고 싶어요.”
혜영은 남편과 시아버지의 온 얼굴에 기쁨이 환한 얼굴을 보며 궁금증을 나타낸다.
“우리가 이사할 집을 결정했소.”
“뭐라고요?
돈도 없이 어떻게 무슨 집을 결정을 해요?”
그제야 민희는 짐작을 하고 미소를 짓는다.
“당신이 원하는 그런 집이요.
텃밭이 있고 과일나무들이 있는 아름다운 집말이오.“
”설마?
우리가 가진 돈이 없는데..........
또 다시 부모님 신세를 지는 것인가요?“
혜영의 얼굴엔 미안하고 죄송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여보!
우리만의 힘으로 살아가자고 말을 했잖아요?
더 이상은 부모님을 힘들게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해 놓고선...........“
“에미야!
어차피 너희들을 위해서 준비해 두었던 집이다.“
”어머님도 아시고 계셨던 것이에요?“
민희의 말에 혜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자, 그리고 앉아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 나가자.”
김형우는 모두들 서서 그러는 것을 알고 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가서 차를 내 올게요.”
민희는 주방으로 가서 차를 준비한다.
그러는 사이 김형우와 성일은 양수리의 집에 대한 것을 이야기한다.
혜영은 묻지도 못하고 그저 듣기만 한다.
그리고 혜영의 얼굴은 점차 더 심각해져가고 있음을 느끼는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여보!
당신은 마음에 들지 않아?“
”......................“
그때 민희가 차를 가지고 나온다.
“왜?
애미는 그 집이 싫다는 것인가?”
“아버님, 어머님!
제가 감히 어찌 그 집에 들어가 살 수가 있겠는지요?
집 한 채를 고스란히 날려버리고 죽을병이 들어 부모님의 돈을 날리고서 수많은 고생을 하시게 한 것만 해도 씻지 못할 죄인인데 어찌 그렇게 좋은 집에 염치없이 들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겠습니까?“
”애미야!
그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잘못들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고 네가 날린 그 돈만 하더라도 네가 낭비를 해서 날린 것은 결코 아니지 않느냐?
한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하다 날아간 것을 누굴 원망하겠니?
또한 어느 사람인들 병이 들지 않고 평생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냐?
그것을 가지고 그렇게 네 자신을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수록 더욱 당당하고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안심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겠니?“
민희는 혜영의 두 손을 잡고 다독이면 이야기를 해 나간다.
“어머님!
저는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어머님과 같은 크고 깊은 사랑을 배울 수 없을 것입니다.
어머님이 아니셨더라면 저는 아직도 제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겁 없이 무서운 것도 모르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하게 받으며 원하시는 어머님 아버님의 며느리로 살아가겠습니다.“
”고맙구나!
지금의 네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니?
그래, 우리 그렇게 진솔한 정을 나누며 사랑하면서 살아보자.“
김형우는 그러는 아내의 모습이 마치 천사같다는 생각을 한다.
늘 아름다운 모습의 아내다.
겉모습보다는 속이 너무나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며느리를 다독이며 편안한 마음이 되게 하는 아내의 숭고한 모습!
바로 인간적이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