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장대비가 쏟아졌으나 가슴이 뜨거운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떠났다
원래 경남 거창과 함양을 양분하는 금원산과 기백산을 종주하려 했으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금원산 정상을 찍고 기백산으로 향하려는데 어찌나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던지 원점으로 하산하였다
금원산(金猿山)에 숨어있다는 황금원숭이는 어딘가에서 우릴 비웃고 있었으리라

금원산자연휴양림
진안에서부터 어찌나 강한 비가 내리던지 산행을 포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산행 초입까지는 가보자는 대장의 뜻에 따라 금원산자연휴양림에 도착하였다
한결 약해진 빗줄기에 희망을 걸며 우의를 꺼내입고 등산안내도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비장하였다

자운폭포(紫雲瀑布)
연일 내린 비로 인해 수량이 많아진 계곡물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있었다
자운폭포는 붉은색 화강암반 위로 쏟아져 내리는 물이 마치 노을이 비친 구름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어서는 물
유안청계곡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물줄기가 꼿꼿이 일어서서 우리를 향해 돌진하는듯 하였다
물줄기에 휩쓸려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후텁지근한 숲길을 걸어가는 동지들의 가슴엔 식은 땀이 흘렀다

유안청 제2폭포
유안청이란 이름은 옛날 유생들이 지방 향시(鄕試)를 준비하던 공부방격인 유안청(儒案廳)이 설치된데서 유래하였다
다른 고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안청이 있었다는 것은 명소 이상으로 자긍심을 안고있는 계곡이다
유안청 제1폭포는 직폭인데 반해 제2폭포는 와폭으로서 길이는 90여m나 되었다
폭포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건너는 우리들이 발바닥은 근질근질하였지만 마음은 개운하였다

유안청 제1폭포
등산로에서 잠시 벗어나 숲길로 들어가니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유안창 제1폭포가 나타났다
높이 8여m의 직폭은 금원산을 호령하는 대장군처럼 도도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흐르고 있었다
남부군 500여명이 지리산으로 가던 도중 남녀가 부끄럼도 잊고 알몸으로 뛰어들어 목욕하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폭포 앞에서
유안청폭포에서 날아오는 물안개 속에서 우리 일행들은 포즈를 취했다
남부군의 빨치산들처럼 훌훌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아직 우리는 인습의 굴레를 벗지 못하였다

우중산행의 맛
남들이야 비맞고 산에가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맛이 있다
비오는 날 산에 가면 우선 시원해서 좋고, 총천연색 비옷들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즐거움도 괜찮다

임도 갈림길
이제 편안한 임도를 버리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금원산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전형적인 육산인데 오늘은 미끄러워서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금원산 동봉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길을 지나 드디어 정상이 희미하게 보이는 동봉에 올라섰다
정상은 구름에 가리어 어렴풋이 보이고, 더 멀리 있는 기백산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 저으기 불안하였다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도종환의 詩 <흔들리며 피는 꽃>중에서

금원산(金猿山) 1,353m
춥고 배고픈 고통을 참으며 올라선 이곳 금원산은 경남 거창을 대표하는 산이다
옛날 이 산에 금빛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하도 날뛰는 바람에 원성을 샀다
한 도승이 이 원숭이를 잡아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 가두어 버린 데서 금원산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남루한 점심식사
빗줄기가 잠시 가늘어진 틈을 타서 도시락을 꺼냈지만 하느님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큰 나무 밑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우산과 비옷으로 가림막을 만들어 놓고 식사를 하였다
반찬통에 빗물이 뚝똑 떨어지고, 온몸이 비에 젖은 남루한 모습이었지만 밥맛은 기가막히게 좋았다

미끄러운 하산길
점심식사를 마치고 기백산으로 가고자 하였지만 다시 강해진 빗줄기는 우리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위험을 무릅쓰고 강행하느니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원점인 금원산 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등산화에 물이 차서 철벅철벅하고, 비에 젖은 하산길은 미끄러워서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다

하산주
하산주 마실 장소가 마땅치 않아 회장님이 근무하시는 진안오천초등학교까지 왔다
구네군다표 홍어회와 리따표 감자, 오천리 도토리묵과 함께 마시는 막걸리맛이 일품이었다
첫댓글 우리는 젊다... 그래서 우리는 포기는 없다,,,
우리 총무님이 버스 노선을 다른 곳으로 바꿔보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대한민국 산악회 대장 중에서 우리 대장처럼 초지일관하는 분은 아마 없을 거에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산행기가 벌써? 백작님 부지런함에 감사!! 장대비속에서 고고씽 하는 신산회의 열정~
온몸이 뻐적지끈해도~ 내 생애 잊지 못할 산행이었습니다.
기대하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편지가 오면 반갑지요
새벽잠 없는 노인이 되고보니 시간이 남아서 부지런을 떨어봤습니다
주님의뜻데로 다녀온 산행
가라면가고 내려가라면 내려갑니다.
쉬라면 쉬고요 ㅋㅋ
장쾌한 폭포속에 맘속의 우울함을 떠내려 보내고 왔습니다...인생의 허무함이라는 것을
산에서 우린 주님 말씀 안 들어요
대장님이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지요. 산에서는 대장이 최고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산에는 삶이 있고 인생이 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꾸준하게 걷다보면 오르게 되는 정상
자만하지말고 더욱 조심해서 내려와야 하는 하산길
그리고 군다표 홍어회는 급식실에서 먹어야 더 맛있다는 사실도
형수님 제발 건배 건배 하지말고 혼자 마셔요. 혼자 술 마시는 여자 뭔가 있어보이잖아용
힘들어서 더욱 할 이야기도 많은 2011년 7월 9일의 산행이었습니당
신산회 카페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계신 푸른솔님


그렇게 많은 건배를 하고도 괜찮은 걸 보면 그댄 막걸리 체질인가봐 


그날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마비에 밥말아 먹어야 비로서 산군이라 할만하지요....
저와 로사는 홍도 깃대봉 찍고 왔습니다. (토~일)
전북은 호부경보중이었는데 ....남해안은 기적적????으로 좋은 날씨였습니다...
지난해 울릉도를 생각케하는 ....또다른 흑산도 ,홍도였습니다...
그 난리 통에 깃대봉에 깃대를 꽂고오다니...대단~
난, 올여름에 홍도를 거쳐 가거도 독실산까지 가볼 계획인데 어쩔랑가 모르겠네요
그리고...꾸르실료교육에서 좋은 경험 얻어오길 바랍니다
금원산 좋은 산인데 비로 인해 제대로 감상을 못하셨군요`~` 금원-기백-거망-황석을 한번 크게 돌아보심도 좋을듯 합니다
언제 조는날에 후미대장이 안내해봐~ 계속 이렇게 속썩이면 조털못혀~ ㅋㅋㅋ
새벽에 아들낳느라 고생했는데 미역국대신 빗물에 밥말아 먹는 행복도 조았습니다
밥그릇에다 오미자주 따라마시고 행복해서 맛있어서 어쩔줄 몰라합니다
다시는 가지말자 다짐하고또 일요산행 기다려지니 중독성일까?
몸푼 날에 미역국 한그릇도 챙겨주지 못한 지아비를 용서해다오
하지만..빗국물에 밥말아 먹었으니 금년 한해는 건강헐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