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는 참 흉측하게 생긴 수산물이다. 시뻘건 몸매에 작은 돌기가 톡톡 박혀 있는 모습은 다소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맛은 또 어떤가. 어떤 멍게는 씁쓰레한 맛이 별로 나지 않지만 그렇고 그런 멍게를 만나면 뒷맛이 어딘가 모르게 시큼하다. 그래서 멍게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자연산 돌 멍게를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짭짤하면서도 단 맛이 나고,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나는 것이 바로 자연산 돌 멍게이기 때문이다. 돌처럼 생긴 멍게를 반으로 톡 잘라서 노란빛깔로 이루어진 속살을 젓가락으로 직접 꺼내 먹는 맛은 가히 일품이다. 또한 속살을 꺼내 먹은 빈 껍질에 소주를 부어 마신다면 바다의 향이 듬뿍 배인 소주 향에 절로 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
자연산 돌멍게는 귀하면서도 고마운 식품이다. 우리가 흔히 멍게라고 부르는 우렁쉥이는 연안에서 생산되는 흔한 수산물이지만, 자연산 돌멍게는 남해안 지역에서도 일부 지역인 부산이나 여수, 혹은 제주도 등지에서만 구할 수 있다.
정식 명칭이 리테르개 멍게인 자연산 돌멍게는 연안수심 3M 이상의 암반구조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또한 껍질이 두껍고 돌처럼 보이는 외양을 갖고 있고,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생산되는지라 다른 멍게에 비해 꽤 고가에 팔리는 수산물이다. 그러나 비싼 만큼 가치를 지니는 수산물이기도 하다.
추석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광안리에 나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돌 멍게. 광안리 회센타 건물의 한쪽 귀퉁이에서 만난 돌 멍게는 순간,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을 가져다주었다.
고향인 영도 앞바다에는 돌 멍게가 지천이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스킨스쿠버들이 망태기를 메고 푸른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친구들과 나는 빈약한 낚싯대로 용치놀래기를 잡고 있었다. 우리들이 초라한 횟감을 썰고 있을 때, 스킨스쿠버들은 한 망태기 가득 자연산 돌 멍게며 소라, 해삼, 낙지 등을 잡아 왔다.
참 부러운 풍경이었다. 그들은 잡아 온 돌 멍게의 껍질에 소주를 부어 돌 멍게의 속살을 맛나게 씹어댔다. 어쩌면 그리도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이는 지. 그 추억을 생각하며 자연산 돌 멍게를 사서 그들처럼 껍질에 소주를 부어 돌 멍게의 속살을 씹어보았다. 사르르. 입 안에서 저절로 녹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의 맛. 자연의 향기.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인간들은 자연의 맛을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횟감도 양식보다는 자연산이 인기가 있고, 성형미인보다는 자연 미인을 선호하는 현실사회다. 그건 아무래도 자연미가 주는 풋풋함과 신선함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산 돌담치의 은근한 향이 그립고, 자연산 돌 멍게에서 풍기는 역동적인 항구의 음성이 그립다. 자연산 돌 멍게가 주는 그리움. 그것은 바다라는 생명의 모태가 주는 그리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