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故人)을 바라보는 상대자의 시각으로 호상(好喪)이네 악상(惡喪)이네를
운운하지만 백수(白壽)를 넘기신 분이라도 살아생전 애틋함이 과분했던지라
상주(喪主)의 곡소리가 대저 끊임이 없으셨다.
가르침으로 평생을 달려오신 선생님은 입는 것도, 드시는 것도, 곳간마저도
소박함을 강조하셨지만 제자들 굶는 입에는 당신의 호주머니를 결코 아까워
하시지 않았다.
자식들 입장에서야 응당 마음의 질투가 없지 않았겠지만 선생님 뿌린 피가
자식들인들 얼마나 다를까?
그 자식 또한 질풍노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니 착하기로도 가신님을
고스란히 닮았다.
영면(永眠)을 마음에 담고 상가댁을 나선다.
악상이야 말하여 뭘할까마는 남는 사람들의 몫이 하염없고 안타까우니
조문객 또한 그 섧은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는 없음이라.
백수를 넘어 120을 살다 가신다한들 고인에 대한 추억과 금세 그리워지는
사모(思慕)의 정이 저토록 간절할진데 애써 호상이라 위로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쭈욱 이어지는 술잔세례에 가슴 한켠이 훵하니 빈 공간인 듯하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을겸 새벽과 함께 구파발 산책로를 거쳐 하루를 시작한다.
인사이동 후 직원들의 제자리잡기가 다소 어수선해 보이지만 바삐 달려가는
시간의 무게를 결코 앉아서 바라볼 수 만은 없는 일,
새출발 공제교육과 함께 2016년도 사업추진에 있어 각자의 마음가짐을
새로이 가다듬을 수 있도록 경영전략 토론회도 함께 진행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새 봄 기운이 상암DMC에 완연하니 11시,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상암 먹자골목에 가득한 선남선녀들의 재잘거림이
출렁거리어 참 좋다.
동네 어르신이 찾아 주셨다.
상암MBC 건너, 수색역에 소재한 30년지기 단골집 칼국수로 새로 전입한
직원들을 환영해 주시니 어른의 배려가 또한 30년 그 맛처럼 참으로 맛나다.
손수 빚으셨다는 만두와 칼국수가 다시국물에 어루러지고
겆저리 김치와 묵은 깍두기 또한 여느 유명난 집보다 칼칼하며 맛있으니
손님맞이 좌석은 불과 여섯 테이블이지만 순환하기를 반복하여 끊임없이
자리가 이어진다.
간밤의 숙취가 한꺼번에 풀려 나가라는 듯 국물 한방울까지 남김없이
해치우고 곧바로 안산으로 달린다.
열번 찍어 넘어가지않는 나무 없다는 아집으로 상대를 대하고 있다.
겨우 세 번의 만남이라 당장의 성과를 얻어내지는 못하였지만 두고 보자!
이어지는 스케줄에 다시 불광역~
송사(訟事)사건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가 큰 지인에게 끝까지 파이팅을
당부하며 위로를 겸하는 자리이니 기어이 소주 한병이 구르고 말았지만
구멍난 가슴도 필시 너그러이 이해하겠지^^
"꺄톡~"
"배가 아파 오늘은 일찍 집에 가려고.., 아빠는?"
"지금 가마~"
수능 모의고사 이후 녀석의 스트레스가 적잖은가 보다.
게중 가장 예쁜 고구마들을 구워 녀석에게 내민다.
이유없이 아려오는 배와 시원하지 않는 변비스타일에 꼭 맞는 처방이
고구마+물김치이니 그놈 참 잘 구워졌다.
후다닥 2개를 먹었으니 내일 아침 쯤에는 시원할거야~
북한산 족두리봉 위엔 상현달보다 밝은 별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저희들도 군고구마를 먹는 듯 다정하기가 그 시절 일곱형제의 우애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