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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20
S#1. 승법사/ 마당 (밤)
제19화 68씬의 연장.
마당으로 혼자 나온 세령, 밤하늘을 바라본다. 여러 가지 감정으로 복잡한 세령의 모습...
그때, 세령의 옆에 바닥에 길게 비친 그림자 하나 보인다. 천천히 앞으로 나서는 그림자...
애틋한 표정이 된 세령은 이미 느끼고 있다...승유다...
어느새 세령의 뒤에 와서 선 승유... 천천히 세령의 머릿단을 아프게 매만지는 승유... 이 여자가 안쓰럽고...안쓰럽다...
천천히 몸을 돌려 승유를 바라보는 세령... 세령의 눈빛을 피하지 않는...애절하게 바라보는 승유...
오랜만에 서로를 마주한...연인의 애절한 눈빛...
세령 : ...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승유 : ...어쩌자고 궐을 나온 것이오...
세령 : (고개 숙여버리는)
승유 : ...혈연을 끊어내는 일이...얼마나 괴로웠소?
세령 : (안 울려고 애쓰는) 아비와의 연을 끊은 제 괴로움 따위야 아버님을 잃은 스승님의 괴로움에 비하겠습니까?
승유 : (더욱 안쓰러운) 궁으로 돌아가시오.
세령 : 돌아갈 수 없습니다.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승유 : ...내게 위태로운 일을 그만두라 해놓고 어찌 그대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오?
세령 : ...찾아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십시오.
승유 : (애틋하게 보는)
여리(E) : 마마! 마마!
달려오다가 승유를 보고 놀라서 예를 갖추는 여리.
세령 : 무슨 일이더냐?
여리 : (다급하게) 신판관께서 오고 계십니다.
놀라서 절박한 눈빛 보내는 세령. 승유의 눈에는 분노가 어린다.
세령 : 어서, 어서 가십시오. 스승님께서 들키신다면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승유 : (분노의 눈빛이 강해지는)
세령 : (승유를 붙들고) ...제발...제발...몸을 피하십시오.
애처로운 세령의 눈을 바라본다...잡히지 않기 바라는 애절한 눈빛...
그 눈빛을 바라보던 승유, 눈을 질끈 감고 발길을 돌린다.
S#2. 승법사 일각 (밤)
승유, 전각에 몸을 숨기고 세령이 서 있는 곳을 본다. 그제야 나타난 신면과 송자번을 위시한 한성부의 군사들.
세령에게 예를 갖추는 신면을 보는 승유의 눈빛...잡아먹을 듯한...
S#3. 승법사 / 마당 (밤)
불안한 표정을 감추고 태연한 얼굴로 신면을 보는 세령.
신면, 날카롭게 송자번을 보면 군사들에게 수색방향을 지시하는 송자번.
세령 : (긴장해서) 지금 무엇을 하시는 것입니까?
신면 : 혹 무도한 자의 침입은 없었는지 살펴보고자 함입니다.
세령 : (매섭게 호령하는) 그만들 두어라!
세령의 호령에 군사들, 멈칫한다. 눈짓으로 군사를 물리고 나서 세령을 보는 신면.
세령 : ...내가 스승님과 함께 있을까봐 이리 달려온 것입니까?
신면 : (분노로 보는)
세령 : 얼마든지 뒤져보시지요. 나를 이용해 스승님을 잡으려는 수작이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그 말에 이를 앙다문 신면, 세령의 양팔을 거칠게 움켜쥔다.
신면 : (잡아 흔들며) 언제까지 날 무시할 셈이오! (끌고 가려는) 더는 멋대로 굴지 말고 궐로 돌아가시오!
세령 : 혀를 깨문다는 말을 헛소리로 들으셨습니까?
신면 : (멈칫해서 보는)
세령 : 아비와의 연을 끊고 공주자리까지 박차고 나온 나입니다.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는 신면과 세령....
S#4. 승법사 일각 (밤)
먼발치에서 신면과 세령을 보는 승유...
세령을 붙든 신면을 보는 승유의 눈빛... 질투심과 복수심이 섞여 제어하기 힘든...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S#5. 승법사 / 마당 (밤)
독기 품고 저를 노려보는 세령을 홱 풀어주는 신면.
신면 : 하루만 말미를 주겠소. 내일 다시 올 것이니 입궐할 차비를 하시오.
세령 : 천 번!
신면 : (멈추면)
세령 : 만 번을 와보십시오. 나는 신판관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신면 : 나는 더 이상 공주께 예의를 차리지 않을 작정이오. 내일마저 입궐을 거부한다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소.
신면의 독한 말에 눈빛이 흔들리는 세령...
신면, 송자번에게 눈짓해서 군사들과 함께 우르르 사라진다.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 참담하기도 하고, 승유가 그립기도 해서 눈물이 어리는 세령...
뒤에서 들리는 여리의 인기척에 제 속을 털어놓는다...
세령 : ...여리야...그분은 무사히 가셨을까? 가지 말라고...계셔달라고 할 걸 그랬나봐...
한숨 쉬고 돌아서다가 놀라는 세령! 저를 보고 있는 것은 여리가 아니라 격정적인 표정의 승유다.
갑자기 세령의 손을 잡고 끌고 내려가는 승유.
세령 : (놀라서) 스승님, 어찌 이러십니까?
승유 : (말없이 끌고 가는)
세령 : 이러다가는 저 때문에-
승유 : (세령을 보고) 위태로워진대도 상관없소... 나를 따르시오!
자신의 손을 굳게 잡은 승유의 손을 내려다보는 세령... 얼마나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나...
눈물 어리는 세령... 제 마음 가는 대로... 승유가 이끄는 대로 그대로 따른다...
멀리서 그 두 사람을 보고 있는 여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른다.
S#6. 승법사 근처 (낮)
군사들의 뒤에 굳은 얼굴로 내려오던 신면, 발길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세령(E) : 천 번! 만 번을 와보십시오. 나는 신판관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여인에 대한 깊은 애증... 잔인하게 일그러지는 신면의 얼굴, 다시 길을 재촉한다.
S#7. 빙옥관 앞 (밤)
지나가는 행인도 별로 없는.. 힘 빠진 얼굴로 나와 있는 무영과 소앵.
소앵 : 대체 오라버니는 어디 가신거야?
무영 : (거울 들여다보며) 오늘따라 왜 이리 손님도 없어...
무영의 거울에 들어오는 승유....
무영 : 네가 애타게 찾는 분 오셨다.
소앵 : (반가움에 뒤돌아보며) 오라버니!
하는데 승유 뒤편에서 나타나 무영과 소앵에게 예를 갖추는 세령...
짜증나는 얼굴로 승유와 세령을 번갈아 보는 소앵.
무영 : 하여튼 사내들이란... 얼굴값을 한다니까?
초희(E) : 도대체 왜 이래?
S#8. 빙옥관 / 1층 객장 (밤)
차분한 표정으로 나란히 서 있는 승유와 세령.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초희. 그 옆에 서 있는 소앵과 무영은 잔뜩 경계하는 눈초리로 서 있고.
놀란 얼굴로 보고 있는 석주와 노걸. 노걸, 뭐라고 하는데 석주 또 확 입을 막아버린다.
초희 : 여기에 온갖 아는 인간들 다 데려올 참이야?
승유 : (정중히) 며칠만 머무르게 하겠소.
초희 : (싸늘하게 세령을 훑어보는) 보아하니 양반 댁 규수 같은데 무슨 탈나는 건 아니겠지?
승유 : 내가 책임질 테니 나갈 때까지만 봐주시오.
석주 : (껴든다) 며칠만이라잖아. 이틀? 삼일? (노걸 쿡쿡 찌르면)
노걸 : ...나, 남는 게 빈방이구만. 메주 띠우려고 남겨뒀나?
초희 : (휙 노걸 째려보는)
노걸 : (황급히 시선 피하는)
초희 : (잠시 생각하다가) 적당히 눈치 봐서 눌러 앉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
승유 : 고맙소.
세령 : (고개 숙이며) 고맙습니다.
세령이 고개를 숙이자 황송해서 엉겁결에 고개 숙이는 노걸.
소앵 : 너! 나랑 같이 자. 절대 오라버니 방에서 자는 건 안 돼!
무영 : 설마 대놓고 그러기야 하겠어?
그 말에 서로를 보지 못하는 승유와 세령.
아강(E) : 언니!
세령이 보면 2층에서 한달음에 달려오는 아강이... 달려온 아강이를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는 세령..
함께 온 류씨가 반갑고 놀란 얼굴로 보면 류씨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세령.
S#9. 빙옥관 / 술창고 (밤)
대충 걸터앉아 술을 마시는 석주와 노걸. 승유도 곁에 앉았다.
노걸 : 정말 큰형님 말대로 술을 딱 끊었네. 존경스럽소, 작은 형님!
석주 : 대체 어쩌려구 공주마마씩이나 되는 여자를 여기까지 데려온 거냐?
노걸 :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지? 맞지?
승유 : (보면)
노걸 : (무서워서 시선 피하는)
석주 : 궐 안에 있던 공주는 어떻게 데려온 거야?
승유 : 스스로 궁을 나와 절에 거처하고 있었소.
노걸 : (놀라서) 에? 궁을 왜 나와? 평생 호의호식할 텐데.
석주 : (기가 막혀) 참, 징한 놈에 징한 여인이군.
승유 : 곧 이곳을 떠날 것이오.
석주 : ...복수는? 그만두기로 했냐?
승유 : 계획대로 아버님의 옛 부하들을 찾게 되면 식솔들을 데리고 도성을 떠날 것이오.
석주 : ...공주는?
승유 : ...함께 갈 것이오. 그 동안의 보살핌은 잊지 않겠소.
노걸 : 이 형님, 아주 작정을 했네, 작정을 했어.
석주 : (승유를 걱정스레 보는)
S#10. 빙옥관 / 류씨의 방 앞 (밤)
제 방으로 향하던 승유, 막 류씨 방에서 나오던 세령과 맞닥뜨린다.
승유 : ...누추한 곳이나 편히 쉬시오. (가려는데)
세령 : 스승님과 한 곳에 있다는 것이,
승유 : (멈칫하는)
세령 : ...믿기질 않습니다...
잠시 서로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 아강이가 나와 그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본다.
웃으며 아강이를 데리고 들어가는 세령의 뒷모습을 보는 승유...
S#11. 빙옥관 / 승유의 객방 (밤)
들어와 침상에 앉은 승유. 편안한 미소 띠는 승유...
S#12. 빙옥관 / 류씨의 방 앞 (밤)
류씨와 아강이 옆에 누운 세령, 저도 모르게 미소 짓는다.
S#13. 승법사 전경 / 다른 날 (낮)
신면(E) : 그것이 무슨 소리냐?
S#14. 승법사 / 마당 (낮)
난처한 표정의 여리 앞에 놀란 얼굴로 서 있는 신면.
신면 : 안 계시다니?
여리 : (눈치 보며 거짓말) 일어나 보니 이미 안 계셨습니다.
신면 : 사실대로 고하여라. 어제 누가 다녀갔느냐?
여리 : 나리 외에 아무도 다녀가지 않으셨습니다.
신면 : 만일 숨기는 것이 있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여리 :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온 송자번과 군사들, 신면에게 고한다.
신면 : 어찌 되었느냐?
송자번 : 어디에도 안 보이십니다.
신면 : (낭패다!)
윤씨(E) : 뭐라? 세령이가?
S#15. 중궁전 (낮)
중전 윤씨와 부복해있는 신면.
윤씨 : (놀라는) 불사에 있던 아이가 말도 없이 사라졌던 말인가?
신면 : 송구하옵니다.
윤씨 :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가뜩이나 전하와 세령이 사이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데 제멋대로 행방까지 감추다니...
신면 : (고개 숙이는)
윤씨 : 전하께 고하지는 말고 자네가 서둘러 세령이를 찾아보시게.
신면 : 그리하겠습니다.
윤씨 : (넋두리) 혹 친언니처럼 따르던 경혜공주를 찾아간 것은 아닌지...
신면 : (눈빛 빛나는)
S#16. 대궐 일각 (낮)
중문에서 나오는 신면.. 대기하고 있던 송자번이 예를 갖춘다.
신면 : 부마의 유배지로 군사를 보내거라. 공주마마께서 그곳에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송자번 : 그리하겠습니다!
신면 : (눈빛 빛내는)
S#17. 강녕전 동온돌 (낮)
수양과 마주 앉은 신숙주, 한명회, 권람. 심각한 분위기.
권람 : 공주마마께서 제 발로 궁을 나가시다니요? 어찌 이런 일이...
수양 : (신숙주에게) 내 사돈 보기가 민망합니다. 제가 나가봐야 어딜 가겠습니까? 곧 제 발로 들어올 터이니 염려 마세요.
신숙주 : (무거운 얼굴) 상왕의 폐위에 대해서도 가뜩이나 말이 많은데, 공주마마께서 전하의 뜻을 거슬러 스스로 궐을 나갔다면
지엄한 왕실의 권위에 흠집을 내는 모양새가 아니겠습니까?
권람 : 김승유 때문에 골치 아픈 이 때, 공주마마마저 말썽을 부리시니. 누가 보면 꼭 짜 맞춘 줄 알겠습니다. 허허허.
수양 : (뜨끔한 걸 참는)
한명회 : 대호부터 때려잡아야지요. 유배지에 있는 금성대군과 경혜공주, 부마는
김승유를 중심으로 노산군을 복위시키려 애쓸 것입니다.
수양 : ...감시하는 자들을 늘려 그들의 동향을 철저히 파악하게.
한명회 : 예, 전하.
S#18. 빙옥관 / 승유의 객방 (낮)
외출할 옷을 챙겨 입는 승유.. 문턱에 걸터앉아 보고 있는 석주.
석주 : (못미더운) 대체 어쩔 작정인데?
승유 : 함길도에서 오랫동안 아버님을 보좌하던 군관이 총통위에 있소.
석주 : 온 천지가 수양 판인데, 아버님의 옛 부하라고 네 편이 돼 준다는 보장 있어?
승유 :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석주 보며) 아버님께 믿을 만한 자라는 말씀을 들었소.
석주 : 너 정체도 드러난 주제에 막 나다녀도 되냐?
승유 : (보는)
석주 : 바람도 쐴 겸 가자.
승유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나가는 석주. 승유, 따라 나간다.
S#19. 빙옥관 / 마당 (낮)
아강이 혼자 세수를 하는데, 자꾸만 물이 흘러내린다.
옆에서 보고 있던 세령, 수건을 아강이의 목에 둘러주고 세수를 해준다.
다해주고 얼굴을 닦아주는 세령을 향해 웃어주는 아강.
아강 : (웃으며) 삼촌!
어느새 뒤에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승유와 석주, 석주, 아강에게 다가와 코에 남은 물기를 손가락으로 닦아준다.
아강 : 어딜 가십니까?
석주 : 삼촌하고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
승유 : (세령에게) 다녀오겠소.
세령 : 제 염려는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고개 끄덕이고 가는 승유의 뒷모습을 보는 세령... 저 뒤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소앵과 노걸.
소앵 : (못마땅한) 완전 부부네, 부부야.
노걸 : 대체 작은 형님 매력이 뭘까? 저 정도 되는 여자를 턱하니 이런 데 끌어다놓고.
소앵 : 저 정도 되는 여자라니?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세령, 아강이의 얼굴을 마저 닦아주는데, 그 때 뒤에서 나타난 무영이가 뛰어 들어온다.
무영 : 공주가 궐을 나왔대.
그 말을 듣고 놀라 우뚝 멈춘 세령. 당황한 노걸이 세령을 본다.
소앵 : 공주가?
노걸 : 고, 공주가 왜 궐을 나와? (괜히 버럭) 말이 돼?
무영 : 왜 화를 내? 사람들이 하는 말 주워들었을 뿐인데.
다시 차분해진 세령, 아강이 손을 잡고 들어간다. 괜히 제 가슴을 쓸어내리는 노걸.
S#20. 거리 (낮)
나란히 가고 있는 승유와 석주.
석주 : 네가 찾는 자가 그렇게 힘 있는 자냐?
승유 : 총통위를 움직이려면 그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오.
석주 : 총통위? 총통위는 왜?
승유 : ...총통위에는 화포가 있소.
석주 : (놀라는) 왕이 있는 대궐을 아예 박살내시겠다?
승유 : (부정하지 않는)
석주 : 징한 놈, 통 한 번 크게 논다... 신명나겠네.
승유 : (보는)
S#21. 총통위 앞 (낮)
군사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리는 총통위 입구. 한쪽에 숨어서서 들락거리는 군관들을 유심히 살피는 승유..
그 옆에 서있던 석주, 입구를 지키고 있는 군사1,2에게 다가간다.
석주 : 말씀 좀 물읍시다.
군사1 : (퉁명스런) 물으시우.
석주 : 혹 박흥수라는 군관이 이곳 총통위에 계십니까?
군사1 : 박흥수?
군사2 : 왜 있잖아, 개흥수.
군사1 : 아- 개흥수가 박흥수였어? 군관은 무슨...왜 찾으시우?
석주 : (의아하지만) 일전에 신세를 진 일이 있어서..
군사1 : 개흥수? 술 처마시고 어디 뻗었는지 내 알게 뭐야?
군사2 : 안 보이던데. 이 인간 집이고 여기고 안 들어오는 날이 부지기수야.
군사1 : (석주에게) 들으셨지?
석주 : (심란한)
석주, 승유가 숨어 있는 곳으로 다시 온다.
석주 : 오늘은 글렀다. 근데 너 아무래도 사람 잘 못 찾고 있는 거 같다. 박흥수가 아니라 개흥수라는데?
승유 : (생각에 잠겼다가) 내일 또 올 것이오. (가는)
석주 : (따라가는)
S#22. 빙옥관 / 승유의 객방 (낮)
승유의 방에 들어온 세령, 이리저리 둘러본다. 약간 흐트러진 실내를 이리 저리 정돈해주는 세령.
한구석에 밀어둔 빨랫감을 찾아내고 집어 든다. 상의 정도 되는 빨랫감을 집어 들여다보는 세령.
류씨(E) : 빨래를 해 보셨습니까?
보면 미소를 띤 채 문가에 서 있던 류씨.
세령 : 부끄럽게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류씨 : 부끄러울 일이 무엇입니까? 대가 댁 규수라는 정도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세령 : (그 말에 고개 숙이는)
류씨 : 저를 주시지요. 제가 냇가에 가서 빨아오겠습니다.
세령 : ...제가 해드리고 싶습니다.
류씨 : (온화한 미소)
S#23. 빙옥관 / 2층 복도 (낮)
빨랫감을 가지고 서 있는 세령과 류씨.
소앵과 무영, 초희 그 앞에 서서 세령의 빨랫감에 제 빨랫감을 더한다.
소앵 : (한 가지씩) 요것도, 요것도, 요것도! 아! 빠뜨릴 뻔 했다! (야한 색감의) 속곳이야.
무영 : 야! 넌 양심도 없냐? (딱 한 개만 올려놓으며) 난 이거면 돼.
초희 : (구석에 둔 걸 가리키며) 객장이나 주방에서 쓰는 수건이나 걸레도 전부 빨아와.
류씨 : (세령의 눈치 보며) 너무들 하십니다.
세령 : (차분하게) 괜찮습니다. 다녀올게요.
류씨와 세령이 나가고 나면 여자들의 유세를 보고 있던 노걸.
노걸 : (저도 모르게) 빨래를 잔뜩 지고 가다니, 공주마마 꼴이 어찌 저리 되셨을까?
초희 : (놀라서 보는)
노걸 : (아차 싶은)
초희 : (이미 들었다) 공주마마? 공주라니?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야?
노걸 : (무마) ...진짜 공주가 아니라 공주처럼 생겼다...이 말이지.
소앵 : 저번에 나한테도 그랬잖아. 저 여자 누구냐니까 공주라며?
초희 : (노걸을 노려보는)
S#24. 빙옥관 근처 (낮)
한 보따리 빨래를 들고 류씨, 아강이와 함께 빨래터로 향하는 세령.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던 공칠구, 세령과 스친다.
순간 공칠구의 날카로운 눈이 세령을 놓치지 않고, 의아한 눈으로 세령의 뒷모습을 유심히 본다.
공칠구 : 어라? 그 때 그 궁녀 아냐? 빙옥관에 새로온 기녀인가?
S#25. 빙옥관 / 객장 (낮)
심각한 분위기의 빙옥관 식구들. 소앵과 초희, 노걸을 노려본다. 노걸은 괜히 안 보던 무영을 본다.
때마침 들어오는 승유와 석주,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본다. 노걸, 쪼르르 달려가 승유와 석주 뒤에 선다.
노걸 : 형님, 미안하우. 내 주둥이가 통제가 안 되잖어.
석주 : (조용히) 무슨 소리냐?
노걸 : 공주마마...말해버렸수.
승유 : (놀랐지만 침착하게) 차라리 잘됐다.
기가 막힌 듯 이들의 대화를 보는 초희, 소앵, 무영.
초희 : 잘돼? 뭘 잘 돼? 당장 데리고 나가! 당장! 공주마마라니? 여기 공주를 데리고 오다니?
승유 : (침착하게) 송구하오.
무영 : 뭐야? 진짜 공주마마야? 어떻게, 함부로 막 굴었는데, 어떻게?
소앵 : 공주마마는 여자 아닌가? 뭘 그리 호들갑이야?
초희 : (승유에게) 대체 네 정체가 뭐야? 뭐하는 놈인데 공주를 맘대로- 만일 우리가 억지로 끌고 온 줄 알면 어쩔 거야?
노걸 : 몽땅 한성부에 잡혀가겠지.
석주 : (노걸의 뒤통수를 갈긴다)
노걸 : (억울하게 석주를 보는)
초희 : 떠받들 수도 없고 일 시켜먹을 수도 없고... 그 잘난 공주만 쫓아내기 싫으면 이참에 너까지 군식구 끌고 나가!
쨍그랑, 빨래대야 흩어지는 소리. 보면 놀란 얼굴로 세령이를 보고 서 있는 류씨다.
류씨 : 고, 공주라니요...
차마 류씨를 쳐다보지 못하는 세령... 너무 기막힌 현실에 부들부들 떠는 류씨.
세령 : (초희에게 강단 있게) 저를 좀 보시지요.
초희 : 공주마마께서 보자시면 겁낼 줄 알구?
팽팽한 두 여자의 기운에 긴장하는 실내.
S#26. 빙옥관 / 초희의 방 (낮)
세령과 마주 선 차가운 얼굴의 초희, 지지 않으려 팔짱끼고 세령을 째려보는 중.
갑자기 목례를 하는 세령을 의아하게 보는 초희.
초희 : 공주마마께서 왜 이러실까? 당황스럽게.
세령 : 오늘 하루만 허락해주십시오. 더는 폐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초희 : 당신들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야?
세령 : (말 못하는)
초희 : (기가 막혀) 정말인가보네. 궁에 사는 공주랑 유곽의 기둥서방이 가당키나 해?
세령 : (강단 있게) 궐을 제 발로 나왔으니 이미 저는 공주가 아닙니다.
초희 : (황당한) 뭐?
세령 : 그분과는 늘 만나자마자 헤어졌기에 하루라도 곁에 머무르고 싶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로 인해 이곳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오늘만 지나면 제 발로 나가겠습니다.
초희, 세령의 애절한 눈빛을 본다. 솔직함이 담긴 맑은 시선...
초희 : (시선 피하며) 딱 하루야. 그 이상은 안 돼.
세령 : 감사합니다. 그분께는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초희 나가는데 그 자리에 서 있는 승유, 다 듣고 있었다. 가만히 세령을 보고 있는 승유를 흘깃 보고 나가는 초희.
세령 : (별 일 없었다는 듯) 형수님을 뵈러 가야겠습니다.
S#27. 빙옥관 / 류씨의 방 (낮)
조용히 웅크리고 앉은 류씨 앞에 조용히 무릎 꿇은 세령.
류씨 : 궁은... 어찌 나오신 것입니까?
세령 : 아버님과의 연을 끊고자 하였습니다.
류씨 : (놀라서 보는)
세령 : 일찍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말씀드려야지, 드려야지 하면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류씨 : 그랬겠지요. 내 시아버님과 지아비를 죽인 짐승의 여식임을 쉬이 밝힐 수가 없었겠지요.
세령 : (가슴에 콱 와 박히는) 평생 속죄를 한 대도 지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용서하지 말아주십시오.
류씨 : 누가 용서해주고 말고가 무슨 소용입니까...
세령 : (보는)
류씨 : 스스로 얼마나 괴로우셨겠습니까? (눈물 어리는) 두 분의 연정이 참으로 가혹하질 않습니까...
따스하게 세령을 바라보는 류씨의 눈길... 그런 류씨가 고마워 눈물 어리는 세령...
S#28. 빙옥관 / 뒷마당 (낮)
뒤늦게 빨래 꾸러미를 가지고 나온 세령. 안 해 본 빨래 때문에 손목이 시리지만 통증을 꾹 참는다.
서툴게 빨래를 널려는데 걸려 있는 줄이 너무 높다. 까치발을 해서 겨우 겨우 힘겹게 널려는 세령.
먼발치에서 그런 세령을 보고 있는 승유.
세령(E) : 오늘만 지나면 제 발로 나가겠습니다.
빨래를 하나 널어놓고 뿌듯해서 웃는 세령. 또 다음 빨래를 널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빨래를 채가는 손. 보면 승유다.
세령의 얼굴도 보지 않고 척척 빨래를 널어주는 승유.
승유 : 하루만 있다 떠날 생각으로 날 따라온 것이오?
세령 : 스승님께 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승유 :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대를 데려온 것이 아니오. 그대의 아비와 맞서는 나를 따르는 일이 고통스러울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 곁에 있어주시오.
세령 : (아픈 얼굴로 웃는)
승유 : 부디 아무 생각 말고 날 따라와 주오.
만감이 교차하는 세령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그런 세령을 애틋하게 바라봐주는 승유...
S#29. 강녕전 동온돌 (밤)
홀로 씁쓸한 술잔을 비우고 있는 수양... 평소와 다르게 꽤 취해있다.
#플래시백: 제19화 54씬
세령의 잘린 머리채가 툭! 바닥에 떨어진다.
세령 : 아버님과의 연을 끊어냈으니 더는 저를 자식이라 생각지 마십시오.
도로 현재.
탕! 하고 술잔을 내려놓는 수양. 괘씸하고 불쾌하다.
그 때, 밖에서 들려오는 전균의 목소리.
전균 : 전하! 동궁전에서 급한 기별이 왔사옵니다.
수양 : (의아한) 무슨 일이라더냐?
전균 : 아뢰옵기 황송하오나...세자저하께서 각혈을 하셨다 하옵니다.
수양 : (경악하는) 뭐라?
S#30. 동궁전 (밤)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숭.. 식은땀을 흘린다.
진맥을 하며 숭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어의. 보면서 눈물을 닦는 윤씨.
문이 드르륵 열리고 나타난 수양이 나타나자 다들 일어나 예를 갖춘다.
숭의 곁으로 바짝 다가온 수양, 아들의 상태를 살핀다.
수양 : 어인 일인가? 어찌하여 세자가 각혈을 했다는 말인가? (믿기 힘든) 가벼운 증세겠지.
윤씨 : (눈물바람) ...전하...
수양 : (불안한) 어의는 어서 세자의 상태를 밝히라.
어의 : (어두운 표정)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옥체에 병이 드신지 꽤 오래인 듯하옵니다.
수양 : (경악하는) 그럴 리가...그럴 리가 있나...
당혹감에 차서 숭을 내려다보는 수양...
S#31. 빙옥관 / 객장 (밤)
손님들을 받기 위해 청소들을 하고 있는 빙옥관 식구들.
승유는 술을 나르고, 노걸은 빈둥거리고, 소앵은 건성으로 탁자를 닦고, 무영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역시 걸레질.
류씨의 옷으로 갈아입은 세령, 아예 소매까지 걷어 부치고 열심히 걸레질 중.
승유만 빼놓고 다들 안 보는 척 하면서 흘금흘금 쳐다보고 있다.
여기저기 닦으라 지시하며 매섭게 독려하고 있는 초희. 초희 곁에는 석주가 앉아 아강이와 놀고 있다.
초희 : 제대로들 못해? 어떻게 공주보다도 건성이야?
소앵 : (세령 보며) 옷 갈아입으니까 공주가 아니라 거지꼴이네, 뭐.
무영 : 공주면 예쁜 옷 많이 입고 맛난 거 많이 먹으면 되는 거 아냐? 왜 나와서 이런 생고생이래?
세령 : 공주든 기녀든 사람입니다. 그저 사람으로 대해주십시오.
초희 : (그 말에 흘깃 보는)
석주 : (웃음기) 맞는 말이네.
무영 : ...뭐라고 불러드려야 되나? 공주마마?
세령 :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초희 : 이름이 뭔데?
세령 : 세령이라 합니다.
승유 : 며칠이지만 잘들 부탁하오.
그 말에 승유를 바라보는 세령과 빙옥관 식구들.
무영 : (기가 막혀) 치! 사람 아무도 못 믿는다며 칼 품고 앉아서 자던 그 인간 맞아?
소앵 : (걸레 던지고 들어가 버린다)
그 말에 놀라 승유를 보는 세령. 그저 묵묵히 걸레질을 하는 승유.
다행이다 싶은 눈길로 승유를 보는 석주.
S#32. 빙옥관 / 류씨의 객방 (밤)
조용히 들어와 벽에 기대앉는 세령, 안 하던 일을 하느라 팔이 쑤신다.
그 때, 문이 열리고 승유가 들어오면 아픈 티를 싹 감추는 세령.
세령의 곁에 기대앉은 승유, 말없이 세령의 팔을 붙든다. 의아한 표정의 세령의 팔을 조심조심 주물러 주는 승유.
그 마음을 알아 가만히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 세령의 온화한 표정.
세령 : ...칼을 품고 주무셨었습니까?
승유 : (그 말에 동작 멈춘다)
세령 :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주무신 것입니까?
승유 : (다시 주물러주며) 아무도, 누구도 믿을 수 없던 때가 있었소.
세령 : (가슴 아픈)
승유 : 활을 맞은 상처가 아리지는 않소?
세령 : ...아닙니다.
물끄러미 보던 승유, 세령의 머리를 제 머리에 기대게 해준다. 조용히 승유에게 기대어 있는 세령...
승유 : ...칼을 품고 앉아서 자면서 생각했소. 누군가에게 기댄다면 편히 잘 수 있을 텐데.
그 말을 들은 세령, 고개 들고 안쓰러운 듯 승유를 본다...
승유의 머리를 안아 제 어깨에 기대게 해주는 세령... 세령의 어깨에 기댄 승유, 희미하게 웃는다...
세령 : ...눈을 감아보십시오.
승유 : ...종이는 어찌 지내고 있을지...
세령 : 눈감고 머릿속을 비워보십시오...고단한 생각... 서러운 생각... 억울한 생각...다 비우시면 잠이 올 것입니다....
승유 : (보는)
세령 : (애잔하게 보며) 그 때까지 제가 곁에 있을 것입니다.
승유 : (눈꺼풀이 무거운 듯) ...이상하오... ...한동안 잠은 찾아오지 않는 벗과 같았는데.
세령 : ...부디... 달디 단 꿈을 꾸십시오...
그 말에 작은 미소 짓더니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 승유...
제 어깨에 기대 잠이 든 승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세령. 승유의 눈, 코, 입술을 손가락으로 쓸어본다...
곱게 잠이 든...그동안 고단했을 그 모습에 눈물이 나는 세령...
S#33. 정종의 초가 전경 (밤)
경혜(E) : 세령이라니?
S#34. 정종의 초가 (밤)
소박하게 차려입은 정종과 경혜, 놀란 얼굴로 서로를 본다.
마당에 서서 보고하는 듯한 송자번. 그 곁에는 은금이 서 있다.
송자번 : (예를 갖추고) 세령공주마마께서 자취를 감추셨습니다.
경혜 : 승법사에 없단 말이냐?
송자번 : (고개 끄덕하고) 혹시 이곳에 오시지 않았는지 찾아보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정종 : 이곳은 유배지이네. 공주께서 오실만한 곳이 못 되질 않는가?
송자번 : 혹여 공주마마께서 오시면 연통을 해주십시오.
예를 갖추고 사라지는 송자번과 한성부 군사들을 보는 경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경혜 : 서방님께서 도모하시는 일이 들킨 줄 알고 가슴이 철렁하였습니다.
정종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잠시...다녀오겠습니다.
경혜 : (불안한) 서찰을 보내주신 그분을 만나러 가실 것입니까?
정종 : 예. 뜻이 같은 분이라 하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뵈어야지요.
경혜 : ...조심, 또 조심하십시오.
정종 : (온화하게 웃어주는)
S#35. 정종의 초가 근처 (밤)
야심한 밤길을 경계하며 걸어오는 정종.. 커다란 나무 밑에 멈춰선다. 초조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며 기다리는데,
나무 뒤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사내! 흠칫 놀라는 정종.
사내 : (고개 숙여 예를 갖추며) 안전한 곳으로 뫼시겠사옵니다.
정종 : (고개를 끄덕이는)
S#36. 광주부사의 사랑채 (밤)
다소 상기된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정종. 이때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양반 복색의 사대부.. 예를 갖춘다.
사대부 : 광주 부사 이준용이라합니다. 부마께서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광영입니다.
정종 : (목례로 답하고) 어찌 유배된 죄인을 찾은 것입니까?
사대부 : 금성대군의 명이 계셨습니다.
정종 : (놀라는) 금성대군? 대군께서는 경상도에 계시질 않습니까?
사대부 : 소인은 금성대군의 명을 받아 수양대군에게 반기를 들 전라도 곳곳의 수령들을 규합하고 있사옵니다.
정종 : (놀라 보는)
사대부 : 부마께서 그들의 구심점이 되어 주십시오.
정종 : (의지로 불타는) 마땅히 그래야지요.
S#37. 빙옥관 전경 / 다른 날 (새벽)
S#38. 빙옥관 / 류씨의 객방 (낮)
아강이 곁에서 자고 있던 세령, 눈을 뜬다. ...천천히 일어나 밖으로 나서는 세령.
S#39. 빙옥관 뒷마당 (낮)
뒷마당에 나와 기분 좋게 심호흡을 하는 세령, 눈에 널려 있는 빨래가 들어온다.
까치발을 해서 빨래를 걷으려는 순간, 여기저기 놓여있는 편편한 댓돌들이 보인다.
그걸 보고 미소가 번지는 세령. 승유의 정성이라는 걸 안다... 댓돌에 올라 편하게 빨래를 걷는 세령의 행복한 얼굴.
수양(E) : 불사에 없다니?
S#40. 강녕전 동온돌 (낮)
화난 얼굴로 서 있는 수양. 앞에는 윤씨와 신면이 함께 서 있다.
신면 : 공주마마께서...갑자기 행방을 감추셨습니다.
수양 : (버럭) 그것을 왜 이제야 내게 고하는가?
신면 : ...송구합니다.
수양 : 대체 공주의 맘으로 어딜 갔단 말인가... (하다가) 혹 김승유랑 같이 있는 것이 아닌가?
윤씨 : (눈치 보면서)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신면 : 군사들을 풀어 샅샅이 찾고 있습니다.
수양 : 괘씸한...제 동생이 병이 들어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데...감히 사내를 따라 종적을 감춰?
이 모든 일이 김승유가 살아있기 때문일세. (서슬 퍼런) 당장 공주와 김승유를 내 눈앞에 대령하게! 당장!
신면 : 예!
S#41. 강녕전 동온돌 앞 (낮)
다급히 신면이 걸어 나오면 다가와 예를 갖추는 송자번.
송자번 : 경혜공주마마께는 다녀가지 않으셨답니다.
신면 : 한성부 군사를 모두 동원하여 온 도성안의 검문검색을 강화하여라.
특히 납치범 김승유의 행적이 발견되었던 마포나루 주위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송자번 : 그리하겠습니다.
신면 : 반드시...김승유를 잡아내야한다!
송자번 : 예! 나리!
S#42. 빙옥관 앞 (낮)
막 외출하려는 승유와 석주를 배웅하는 세령. 세령, 한없이 따듯한 미소 지으며 승유의 옷고름을 매만져준다.
눈꼴시다는 듯 두 사람을 보는 석주.
승유 : 오늘 다녀오면 곧 떠날 수 있을 거요.
세령 : ...돌아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승유, 세령의 손을 한 번 꼭 잡아주고 돌아선다. 승유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보는 세령...
S#43. 마포 거리 (낮)
승유와 석주, 나란히 걸어간다. 승유를 놀리는 듯한 석주의 얼굴.
석주 : 그렇게 좋냐?
승유 : (겸연쩍게 웃는)
석주 : 징한 놈, 웃을 줄도 아네.
갑자기 우뚝 멈춰서는 승유.
석주가 보면 저쪽에서 도열해 나타나는 한성부 군사들, 길을 철저히 막고 주위를 경계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눈빛이 날카로워진 승유와 석주.
승유 : 돌아서 가야겠소.
고개를 끄떡이고 승유의 뒤를 따르는 석주.
S#44. 거리 일각 (낮)
검문검색을 하는 한성부 군사들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공칠구.
어슬렁어슬렁 거리면서, 관심 없는 척 하면서 군사들에게 다가간다.
공칠구 : (일부러 엽전을 보이고 찔러 주면서) 아이구, 수고가 많으십니다.
군사1 : (모른 척) 이거 왜 이래?
공칠구 : 홀로 사는 인생이 참 외로워. 그죠? 돕고 살아야지. 대체 뭣 때매 이런 고생들을 하십니까?
군사2 : 공주가 사라졌네.
공칠구 : ...공주? 궐에나 계실 법한 그 공주마마 말입니까?
군사1 : 그래! 낯선 여인이 나타나면 지체 말고 찾아오시게. 포상이 두둑할 걸세.
공칠구, 끄덕이다가 퍼뜩 떠오르는 모습.
#플래시백: 제20화 24씬
공칠구가 세령을 스치던 모습...
도로 현재.
뭔가 번뜩이는 공칠구.
S#45. 빙옥관 앞 (낮)
난간에 걸터앉아 빈둥거리고 있는 노걸.
노걸 : 나만 빼고 또 어딜 간 거야? 몹쓸 형님들!
굳어지는 노걸의 얼굴.. 노걸의 눈앞에 나타난 공칠구의 왈패들.
노걸 :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왈패1 : 공칠구 형님이 너를 좀 보자신다. 맞고 갈래? 그냥 갈래?
노걸 : (두려워하면서) 그냥 갑시다.
S#46. 공칠구의 기방 / 사랑채 앞 (낮)
방 안에 서서 눈이 휘둥그레진 노걸... 기녀들과 술상이 준비되어 있는 방 안을 본다.
언제부터 그랬다고 정겹게 노걸을 안아주는 공칠구.
공칠구 : 어서 오시게, 어서 와.
노걸 : (의아한)
공칠구 : 뭣들 하냐. 서방님 안 모시구! 오늘 니들 허리가 분지러지도록 애써봐라!
우루루 몰려와 노걸에게 달라붙어 끌고 들어오는 기녀들. 녹는 노걸.
S#47. 총통위 앞 (낮)
멀찍이 떨어져서 초조하게 보고 있는 승유.. 군사1,2가 입구를 지키고 있고, 다가가는 석주.
군사1 : 개흥수를 찾아오셨구만..
석주 : 오늘은 나오셨습니까?
군사1 : 저쪽 뒤로 돌아가면 주막이 있수. 가보슈.
석주 : 주막?
군사2 : 물리지 않게 조심하슈..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종자니..
석주 : (내키지 않는)
S#48. 주막 (낮)
승유와 석주가 서둘러 온다. 술병이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남루한 군속 차림의 박흥수(40대 초)가 술을 마시고 있다.
심난하게 박흥수를 보는 승유와 석주.. 석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승유 : 박흥수 나으리십니까?
박흥수 : 누구야?
승유 : (정중히 고개 숙여 예를 갖추고) 함길도에서 김종서 장군 휘하에 계셨던 부장 박흥수 나으리가 맞으신지요?
박흥수 : 웬놈이냐? 웬놈이 대호 장군의 함자를 함부로 입에 담느냐?
승유 :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김승유입니다. 제 아버님의 함자가 김, 종자, 서자 되십니다.
박흥수 : (잠시 멈칫 놀라다가 위협적으로) 허튼 수작 하지 마! 대호 장군의 가족은 다 죽었다. 썩 꺼져!
승유 : (물러서지 않고) 어린 시절이었으나 함길도에서 나으리를 뵌 적이 있습니다.
박흥수 : (쏘아보는)
승유 : 화포를 발사하다가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되셨지요.
그 다리에 아버님께서 손수 옷을 찢어 상처를 막아 주시던 모습이 또렷이 기억납니다.
놀라움에 굳어버린 박흥수의 얼굴.. 승유를 향해 한쪽 다리를 쩔뚝이며 한 발 한 발 다가온다.
박흥수 : 정말.. 정말 승유 도련님이 맞으십니까?
승유 : (고개를 끄덕이는)
박흥수 : (터져 나오는 눈물) 도련님..!
털썩 승유 앞에 무릎을 꿇는 박흥수. 반갑고 서글프게 보는 승유..
S#49. 주막 봉놋방 (낮)
승유와 석주, 마주 앉은 박흥수.
박흥수 : (놀라서) 화포를 움직이겠다구요?
승유 : 박부장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박흥수 : (회의적인) 소인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승유 : 총통위에 아버님의 부하들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박흥수 : 대호장군을 모셨던 자들이 죄다 한직으로 밀려났습니다. 다들 목숨을 연명하기 급급하여 숨죽인 채 살고 있습니다.
승유 : ...수양에게 대적하는 일로 많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위태로운 일이니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심사숙고 해주십시오.
박흥수 : (눈을 감고 힘겹게 고민하는)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승유 : 다시 찾겠습니다.
박흥수 : (끄덕이는)
두 사람의 얘기를 심각하게 듣고 있는 석주의 표정.
S#50. 공칠구의 기방 / 사랑채 (낮)
어느새 양쪽에 기녀들 끼고 이미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노걸. 노걸의 잔이 비자마자 술을 채우는 공칠구.
공칠구 : 술 마시는 거 보니까 호탕하기가 이 공칠구 못지않네. 마셔마셔. 쭈욱 마셔!
노걸 : (기분 좋아서) 형님, 나 형님을 형님이라 불러도 되지?
공칠구 : 되다마다. 되고 말고, 우리 동상. 이제 그 빙옥관 갈 거 없어. 여기서 나랑 같이 마포나루를 평정하자구.
노걸 : 좋습니다, 칠구 형님.
공칠구 : 근데 동상. 빙옥관에 못 보던 계집이 하나 있던데?
노걸 : (취했다) ...누구요?
공칠구 : 예쁘장해서는 저번에 궁녀복을 입고 왔다갔다 하더만..
노걸 : 아, 공주마마. 신경 쓰지 마세요. 곧 떠날 겁니다.
공칠구 : (놀라는) 공주? 그 여자가 공주야?
노걸 : 아니, 공주 같이 예쁜 여자라구요...
공칠구 : (정색하며) 너 말 똑바로 못하냐? 공주야? 공주 같은 여자야?
노걸 : (갑자기 겁먹는)
S#51. 한성부 집무실 (낮)
송자번, 들어와 예를 갖추고 신면에게 보고한다.
송자번 : 나으리, 공칠구가 또 찾아왔사옵니다.
신면 : 공칠구? (이제야 생각난) 돌려보내라.
하는데 불쑥 들어오는 공칠구.
공칠구 : 진짜 나 그냥 돌아가라구? 후회하실 텐데..
신면 : (어이없게 보는)
공칠구 : 장난 아니게 큰 떡밥을 물고 왔는데..
신면 : 나가라.
공칠구 : 공주마마는 어디 있을까요?
신면 :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공칠구 : 아우, 굉장히 급하신가보다. (아예 자리에 느긋이 앉으면서) 뭐 이 정도면 안 나가도 되겠지?
신면 : (버럭) 어디, 어디냐?
공칠구 : (환히 웃는)
S#52. 빙옥관 / 부엌 (낮)
밥을 지어보는 세령. 옆에는 아강이가 지켜보고 서 있다. 쌀을 씻는 세령의 모습을 유심히 보는 아강.
아강 : 그렇게 박박 씻으시면 안 됩니다.
물을 가늠해보는 세령...
아강 : 어? 그러면 죽밥이 된다고 어머니가 그러셨는데?
미소 짓고 물을 좀 덜어내는 세령...
잠시 후. 다된 밥을 푸는 세령...밥 한 술을 아강이 앞에 들이민다.
아강 : (호호 불고 몇 번 씹더니) 와, 맛있다! 진짜 맛있습니다! 이거 삼촌 드릴 밥이지요?
그 말에 환히 웃는 세령.
S#53. 공칠구의 기방 / 사랑채 (낮)
아무도 없는 실내.. 술병 나뒹구는 술판에 엎어져 잠들어 있는 노걸.
끄응 이제야 술이 깨는 듯 머리를 잡고 일어나는 노걸..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제야 가물가물 생각이 난다.
#플래시백: 제20화 50씬
노걸 : 아, 공주마마. 신경 쓰지 마세요. 곧 떠날 겁니다.
공칠구 : (놀라는) 공주? 그 여자가 공주야?
도로 현재.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공칠구.
S#54. 마포 근처 (낮)
말을 달리는 신면과 송자번의 무리. 분노에 찬 눈빛으로 달려가는 신면의 얼굴.
#플래시백: 제20화 51씬의 연장
신면 : 공주마마라는 그 여인이 누굴 찾아왔다더냐?
공칠구 : 누굴 찾아왔는지는 모르겠고, 저번에 미친놈이 그 여자를 막아주는 건 봤어.
신면 : 미친놈?
공칠구 : 말도 없구 칼도 잘 쓰구 허구헌날 검은 옷만 입고 다니구.
도로 현재.
더욱 더 말을 재촉해 달리는 신면의 잔혹한 얼굴.
S#55. 빙옥관 / 승유의 객방 (낮)
조촐한 밥상이 놓인다. 김치...나물에...따듯한 밥 한 그릇... 조심스레 밥상을 놓고 상보를 덮어놓는 세령...흐뭇한 표정...
S#56. 거리 (낮)
돌아오는 승유와 석주...승유, 장신구 좌판에 눈길이 간다. 가락지를 유심히 보는 승유...
석주 : (농처럼) 공주마마가 이런 싸구려에 만족하겠냐?
승유 : 사치스런 물건이나 밝히는 그런 여인이 아니오.
그 중 한 개를 눈여겨보는 승유...
S#57. 빙옥관 근처 (낮)
은밀하게 다가서는 한성부 군사들... 신면의 옆에 있는 송자번의 지시로 군사들을 배치한다.
저쪽에서 달려오던 노걸, 몸을 숨긴다.
신면의 옆에 보란 듯 서 있는 공칠구를 본 노걸, 다른 방향으로 돌아 빙옥관 쪽으로 향한다.
S#58. 빙옥관 / 객장 (낮)
(*이후 씬들 류씨 안 되면 빼셔도 됩니다!)
세령이 아강의 손을 잡고 내려온다. 밥을 차리고 있는 류씨와 빙옥관 식구들.
세령과 아강이 탁자에 앉으려는데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노걸!
노걸 : 얼른 피해! 내가 입방정을 떨었어. 공칠구한테 공주마마가 여기 있다고 말해버렸어.
초희 : 일단 숨어!
본능적으로 류씨와 아강이를 붙들고 2층으로 올라가는 세령. 노걸이도 그들의 뒤를 따라 도망간다.
2층으로 사라지자마자 문이 벌컥 열리고 들어오는 신면과 한성부 군사들. 다들 긴장한 채로 보는데,
신면 : 이곳에 내가 찾는 사람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초희 : 누굴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
신면 : 감춰준 것이 탄로 날 경우 너희 모두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뒤져라!
송자번과 한성부 군사들 각기 흩어져 빙옥관 안을 뒤진다. 긴장하는 빙옥관 식구들.
S#59. 빙옥관/ 2층 객장 비밀통로 (낮)
밖으로 나있는 비밀통로를 여는 노걸, 서두르라 손짓하는.. 아강이를 안은 류씨와 세령이 차례로 비밀통로 밖으로 나간다.
마지막으로 빠져나가며 통로문을 닫는 노걸. 문이 닫히자마자 2층으로 들이닥치는 한성부 군사들.
S#60. 빙옥관 밖 (낮)
난간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아강이와 류씨, 세령 그리고 노걸. 이곳은 장독대..
노걸이 항아리 옆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면.. 매서운 눈으로 지키고 있는 한성부 군사들.. 이곳에 몸을 숨기고 있어야 한다.
S#61. 빙옥관 근처 거리 (낮)
돌아오는 승유와 석주, 빙옥관을 둘러싼 한성부 군사들을 보고 순간적으로 몸을 숨긴다.
놀란 얼굴로 동태를 살피는 승유와 석주.
석주 : 아무래도 공주 때문인 거 같다.
다급해진 승유의 얼굴..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석주 : 어쩌려고?
빙옥관으로 접근하려 다른 길을 찾으려 일어서는 승유.
S#62. 빙옥관 밖 (낮)
숨은 채로 밖을 내다보는 노걸과 세령. 뒤편에는 아강이와 류씨가 숨어 있다.
이쪽 저쪽을 수색하는 한성부 군사들, 점점 이쪽으로 향한다.
심장이 떨리는 노걸과 점점 침착해지는 세령.
노걸 : 하필, 형님들도 안 계실 때. (세령 보고 겸연쩍어) 송구합니다. 본의는 아니었는데...
세령 :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제가 나가야 이 상황이 끝날 것입니다.
노걸 : 예에? 지금 나가게요? 나가서 잡히면 형님이랑도 끝장인데?
아강 : (울려는) 언니!
류씨 : (안타깝게 보는)
세령 : 빙옥관 식구들에게마저 피해를 입힐 수는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나가야겠습니다.
노걸 : (대단하다 싶어 보는)
세령 : 스승님께 전해 주십시오. 피치 못해 궐로 돌아가지만 반드시 스승님 곁으로 돌아오겠다고.
부디 저 때문에 상심마시고 큰일을 도모하시라고 말입니다.
노걸 : (비장하게) 알겠습니다. 꼭 그리 전하겠습니다.
세령 : ...그분을 홀로 두지 마십시오.
노걸 : (안타깝게 보는)
아강 : (울면서) 언니, 가지 말아요! 네?
세령, 아강이의 얼굴을 한 번 만져주고 (류씨 있다면 : 류씨에게 목례하고) 비장한 얼굴이 되어 밖으로 나선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보는 노걸....우는 아강이(와 류씨)...
S#63. 빙옥관 / 1층 객장 (낮)
죄인처럼 한쪽에 선 채 보고만 있는 초희, 소앵, 무영..
저승사자처럼 매서운 눈으로 우뚝 서있는 신면. 송자번과 군사들 다가와 찾지 못했다 고개를 가로젓는다.
일그러지는 신면의 얼굴.. 초희 등 빙옥관 식구들을 매섭게 보며..
신면 : 죄인을 숨겨준 불손한 곳이다. (송자번에게 눈짓)
송자번 : 부셔라!
군사들 : 예!
초희 : (앞을 가로막으며) 무슨 짓들이야! 차라리 나부터 죽여! (발악하는) 나부터 죽이라구!
무영 : 언니, 왜 이래...이러다가 큰일 나...
소앵 : (우는)
신면 : (사정없이 초희 밀치며) 뭣들 하느냐!
군사들 : 예!
세령(E) : 그만 두시오!
멈칫 멈춰서는 송자번과 군사들.. 보면 뚜벅뚜벅 걸어오는 세령...
분노의 눈빛으로 세령을 노려보는 신면...
신면 : ...이제야 나타나십니까?
세령 : 내 발로 흘러든 곳이니 내 발로 나갈 것입니다. (초희 보며) 이분들은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니 더는 피해를 주지 마십시오.
약조해주신다면 신판관을 따라 궐로 들어갈 것입니다.
신면 : (세령을 차갑게 보면서) 못 들었느냐, 이곳을 부수라 하지 않았느냐!
세령 : (경악하는) 무슨 짓입니까?
신면 : (무시하는) 이곳은 김승유가 숨어있는 곳이다. 그 자가 나올 때까지 모조리 박살내거라.
세령 : (분노) 신판관!
신면 : 공주마마를 뫼시거라.
세령을 양옆으로 밀착하여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군사들. 나가지 않으려 저항하나 끌려가는 세령..
세령 : 놓으시오! 놓으라구!
빙옥관을 거칠게 때려 부수는 한성부 군사들.. 비명을 지르는 소앵, 무영.. 절망하는 초희.
S#64. 빙옥관 앞 (낮)
한성부 군사들에게 이끌려 나오는 세령..싸늘한 얼굴로 따라 나오는 신면.
신면 : 궐로 모시겠습니다.
세령 : (분노로) 죄 없는 사람들에게 이 무슨 짓이오? 당장 멈추시오! 당장!
신면 : (소름끼치는) 김승유를 잡아야 그칠 것입니다.
세령 : (부들부들 떨면서) 무고한 자들에게 악랄하게 구는 것은 정녕 내 아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신면 : (그 말에 얼굴 일그러지며) 공주마마를 말에 태워라!
반항하는 세령을 억지로 말에 태우려는 군사들. 그 모습을 싸늘하게 보는 신면...
S#65. 동궁전 (밤)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숭을 걱정스레 보는 수양. 수건으로 숭의 이마의 땀방울을 찍어내준다.
숭 : ...아바바마.
수양 : 오냐.
숭 : ...부디 누이를 용서해주시오소서.
수양 : (얼굴 굳는)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숭 : 누이마저 등을 돌린다면 아바마마께서는 심히 외로우실 것입니다.
수양 : ...네가 있지 않느냐? 아무 염려 말고 쾌차할 생각만 하여라.
숭 : ...송구하옵니다.
숭의 기침이 터진다. 그런 숭이 더없이 안쓰러운 수양.
그 때, 문이 열리고 다급히 들어온 전균.
전균 : 전하, 공주마마께서 돌아오신다 하옵니다.
그 말에 얼굴이 확 굳는 수양.
S#66. 세령이의 처소 (밤)
심각한 얼굴로 세령의 서안 앞에 앉아 있는 윤씨. 윤씨의 눈치를 보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던 여리...
문이 열리고 한성부 군사들에 의해 세령이 끌려 들어온다. 싸늘하게 보는 윤씨와 놀라서 보는 여리.
군사들 나가고 그 뒤에 따라 들어온 신면.
윤씨 : 네가... 진정 제 정신인 게야?
세령 : (묵묵히 듣는)
윤씨 : 대체 어딜 다녀온 게냐? 정녕 김승유와 함께 있었던 게야?
세령 : ...이미 아버님과의 연을 끊은 저입니다.
윤씨 : 세령아! 제발 아버지와 맞서지 말거라. 더는 너를 용서치 않으실 것이다.
아무 대답도 없는 세령이를 보는 윤씨...가슴이 답답할 지경이다..
그때 밖에서 들리는 전균의 목소리.
사납게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수양, 세령의 앞에 우뚝 선다.
수양 : 전부 나가 있거라.
윤씨 : (만류하려는) 전하.
수양 : 나가 있으라 하지 않소.
한숨 쉬고 조용히 나가는 윤씨. 여리와 신면도 밖으로 나간다.
서로를 팽팽하게 보는 수양과 세령...지지 않는...좁혀지지 않는 시선들...
S#67. 빙옥관 / 객장 (밤)
다급히 들어온 석주와 승유... 부셔져 버린 객장 안을 보고 놀란다...
허탈하게 주저앉거나 서 있는 빙옥관 식구들.
석주를 본 초희의 입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오면 소앵과 무영도 운다.
노걸 : (벌떡 일어나) 형님들! 대체 왜 이제야 오시는 거유?
절박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승유...아강이와 류씨를 확인하고... 그런데도 둘러보는데 세령이가 없다...
노걸 : 공주마마는 우릴 살리겠다고 자진해서 가셨수.
승유 : 어디로...누구에게 잡혀 갔느냐?
노걸 : 무슨 한성부 판관이랍디다. 공주께서 형님께 이말을 전하랍디다.
꼭 형님 곁으로 돌아올 테니 상심 말고 큰일을 도모하라고.
분노와 걱정과 절망...여러 가지 감정에 격해진 승유의 눈빛... 뚜벅뚜벅 걸어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S#68. 빙옥관 / 승유의 객방 (밤)
방으로 들어선 승유...엎어진 밥상을 본다...
어느새 삼촌을 따라온 아강, 훌쩍훌쩍 울면서 말한다.
아강 : 언니가 삼촌 준다고 한 건데...진짜 맛있었는데...
그 말을 듣는 승유...분노의 표정...
수양(E) : 김승유는 어디 있느냐?
S#69. 세령이의 처소 (밤)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수양과 세령.
세령 : 답할 수 없습니다.
수양 : 바른 대로 고하거라! 김승유는 어디 있느냐?
세령 : 고할 수 없다 하였습니다!
수양 : 네 눈앞에서 너와 김승유를 숨겨준 자들의 목을 쳐야 답할 것이냐?
세령 : 또 다시 무고한 자들의 피를 보고자 하십니까? 피비린내 나는 악행을 언제까지 계속하실 것입니까?
그 업보를 자식들이 받아야... 정신을 차리시겠습니까...
수양 : (부들부들 떨며) ...네가 김승유와 어울려 나를 죽이려함이냐? 그리 나와 연을 끊고 싶어 한다면, 오냐, 끊어주마.
(바깥에다 대고) 신판관은 들라!
들어와 예를 갖추는 신면.
수양 : 공주와 자네의 혼례는 없을 것이네.
신면 : (놀라서 보는)
수양 : 너는 더 이상 공주가 아니다!! 신판관의 노비가 될 것이다!!
경악하는 세령!! 경악하는 신면!!
수양의 잔혹한 얼굴 와 붙으며!!
[連]
첫댓글 감사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