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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 16
씬1. 동모현, 저자거리
가벼운 여행복 차림의 호동과 태추, 걸어온다. 뒤로 좀 많이 떨어져서 호위무사, 말을 끌고 온다.
(호동의 말은 안장이나 장식이 다르다)
자명, 무사 복장으로 변장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자명의 시선에 두리번두리번 촌놈 같은 태추가 보인다.
자명, 태추에게 다가가 부딪치며 휘청거린다. 그 짧은 순간 재빨리 태추의 품에서 신패를 꺼내 자신의 옷소매 안으로 감추는.
호동, 자명이 소매치기 하는 모습을 언뜻 본 것 같다.
태추 : 어이쿠.. 죄송해서 이걸 어쩌나.. (떨어트린 검을 집는다)
자명 : .. (들켰나?)
호동 : !! (의아한 시선으로 본다) !
자명 : (목소리 깔고) 이 천한 것들이!! 어서 천하제일검 면상을 똑바로 보느냐! 눈깔 내리깔지 못할까!!
태추 : 하하- (기막혀 웃고) 천한 거 누구요?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나? 아님 우리 왕, (하는데)
호동 : 태추야.
태추 : (자명을 놀리는) 아고~ 죄송합니다요~ 천한 놈이라 눈깔이 집 나가서. 천하제일검을 몰라뵙구요~
자명 : 캭~ 퉤이~ (침 뱉고 간다)
자명, 호동을 벗어나자마자 허둥지둥 간다.
호동, 그 모습을 보다.
태추 : 완죤 맛 간 꼴통이네. 거리가 번화하니 별 놈이 다 있네. 천하제일검? 하하- 왕자마마 검을 한 번 봐야, 본 정신 돌아오지.
호동 : 주머니나 함 봐라.
태추 : ! (놀라서 가슴을 더터본다. 돈 주머니를 꺼내서 보여주며) 잘못 짚으셨어요, (하다가) !! 저 꼴통이!!!
태추, 인파 사이에 숨는 자명을 서둘러 쫓기 시작한다.
씬2. 동모현, 청진루 앞
자명, 태추와 호동의 추격을 받고 있다.
태추, “거기 안서!! 거 안서!! 어이, 천하제일검!!!!”하며 쫓는다.
자명, 돌아보다 급한 김에 여각으로 뛰어 들어간다.
태추, 쫓아 왔다.
태추 : (숨 헐떡이며) 몸은.. 나네, 날아!! 검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호동 : 그만해라. 집에 갈 때, 신패 없다 너만 두고 갈 것도 아니고. 모처럼 탁, 터진 기분. 망치지 말고.
태추 : 자존심이 있죠! 내 저 자식 칼을 똑, 뿌러트리지 못함 집에 안갈랍니다! (사람들 의식해서 일부러 도련님이라고)
도련님은, 예쁜 한족 미녀들 보면서 기분 내고 계세요. (청진루로 들어간다)
호동, 태추의 뒷모습을 본다.
호동 : 쯧.. 쓸데없는 호승심은. (따라 들어가는)
씬3. 동모현, 청진루 안
자명, 사람들 사이를 빠져 이층으로 올라간다.
호동과 태추, 들어와 본다.
태추 : 잡았다!! (따라 올라가는)
자명, 방문 하나 열고 들어간다.
씬4. 청진루, 한 방 안
자명, 황급히 옷을 벗는다. 검객 복장을 벗으면 그 안에 여러 벌 옷을 겹쳐 입었다. 재빨리 벗고, 서생 복장에서 멈춘다.
자명, 둘러보다 꽃병을 들어 꽃은 버리고, 수건에 꽃병 물을 따라 적셔서 얼굴에 그린 상처자국을 급히 닦는다.
씬5. 청진루, 방 앞
문 열리면서, 태추 들어가려는데.
바람둥이 귀족도령 복장에 수염과 장신구로 치장한 자명, 나온다.
태추, 안을 열어보고 아무도 없자 자명에게.
태추 : 호리호리한 무사 놈 못 봤소?
자명 : (고개 젓는다)
태추 : (자명의 앞을 막아서며) 으응.. 이상하다. 분명 일루 들어갔는데..?
(자명을 의심스럽게 보다 흉터 있었던 데를 손가락으로 만져보려는)
자명 : (불쑥) 이 천것이!! 눈깔 내리깔지 못하겠느냐!!
태추 : !! (어디서 듣던 말이다)
자명 : !! (얼른 부채를 태추 앞에 확- 펴서 시선 분산시키고 계단 쪽으로)
태추, “너! 거기 서봐!!!” 하면서 자명의 옷자락을 잡는다.
자명, “내가 왜!!” 실랑이를 하는데 태추의 신패가 소매춤에서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태추 : !! (신패를 본다)
자명 : !! (달아난다)
태추, “야아!! 천하제일 검!! 너 죽었어!” 쫓는다.
자명, 계단을 훌쩍 넘어 달아난다.
태추, 검을 빼들고 쫓는다. 태추에 검을 피하며, 발로 태추의 면상을 차는 자명.
호동, 자명의 무예 솜씨를 뚫어지게 지켜본다.
자명, 태추의 검을 차서 공중으로 띄운 다음 잡는다.
태추 : 천..하 제일검은 모르겠지만... 제법 한가닥은 하네..
자명, 검을 멀리 기둥에 던져 박으며.
자명 : 쫓아오지마!! 신패도 돌려줬잖애!!
자명, 도망가는데.
자존심이 상한 태추, “너, 어디가!!”하면서 청진루 시동이, 나무 술 항아리를 들고 오는데 빼앗아 자명에게 던진다.
자명, 몸을 피하는데. 구르던 술 항아리, 탁자 하나를 박살내고 엄청난 무게로 음식을 먹던 어린소녀에게로 떨어지려 한다.
호동, 몸을 날려 구하려는데.
자명, “꼬마야!! 안돼!!!!”하면서 몸을 날린다.
자명, 차력 기술로 소녀를 품에 넣고 발로 항아릴 차서 머리에 받는다.
사람들, 놀라서 보고.
호동, 눈이 휘둥그레진다.
자명 : (소녀에게) 괜찮아?
소녀 : 으응.. 난.. 안다쳤는데.. (하며 본다) 괜찮아요? 도련님?
자명 : 괜찮진 않지~ (볼을 한번 잡아 흔들어주고) 얼른 집에 가, 찬물 먹구 한숨 자라~ 놀랬겠다.
호동 : (다가온다) 너.. 너 굉장하구나!!
자명 : (뜬금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본다)
호동 : 몸은 계집처럼 갸늘갸늘인데.. 완전 역발산기개세네. 몸만 좀 뿔어주면 따라올 장사가 없겠다!!
자명 : (으쓱해서) 근육 좀 쪼개다보면 이 정돈 식은 죽예요~
(몸을 푼다. 어깨와 목을 차례로 풀다,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호동을 본다) 신패는 미안하게 됐어요.
돌려줬으니까 잊어 줌 고맙겠는데요... (히쭉- 웃는)
호동 : 무예가 참으로 출중하구나!! 내 밑으로 들어오너라!!
자명 : (놀라서) 으응?
씬6. 낙랑국, 진양궁 미앙전 라희의 침소
라희, 웃달,무르추의 도움을 얻어 성장했다.
치소, 궤짝에 라희의 옷을 챙기는.
모하소, 라희의 예복을 챙기고 있고. 왕자실, 장신구를 고르고 있다.
모하소 : 낙양성에서 황제폐할 만날 땐, 꼭 이걸 입어야 한다.
왕자실 : 글쎄 건 안어울린다니까요. 이게 나아요. 라희한텐.
모하소 : 공식행사에.. 너무 화려하지 않은가? 위엄이 있어야지.
라희 : (모하소를 보며) 그걸루 입을께요.
왕자실 : ! (인상 쓰며 본다)
라희 : 후우.. (한숨 쉬고) 태모마마께서 고르신 건, 공식석상에서 입고,
반수전 마마께서 고르신 건 남궁서 열리는 축하연 때 입을께요.
모하소 : 그래, 그게 좋겠구나.
치소 : 황제폐하 봉위 십주년 축하식에 고구려 호동왕자도 갔다던데요?
라희 : (조금 놀라고) 니가 그런 것까지 어찌 알아?
치소 : 왜 몰라요~ 진양궁에 몸 묻구 살믄, 열수강서 물 떠다 나르는 수공방(水供房) 시비년들까지 다 아는걸요~
라희 : (왕자실과 모하소를 번갈아 보고) 흐흥. 나만 몰랐네요~ 고구려 움직임을 명색이 태녀인 저만 모르고 있었네요.
왕자실 : 낙양에 광무젤 만나러 가는 거지. 호동왕자 만나러 가는 건 아니니까.
모하소 : 차후 말이 옳다. (보다) 이번 길엔 동고비를 데려가렴.
왕자실 : 치소를 데려가는게 좋겠다. (모하소에게) 임기응변이든 뭐든 엽렵하고 눈치 빠른 치소가 낫지요.
모하소 : 예의범절로 보나, 뭘로 보나 동고빌 데려가야 실수가 없을게다.
라희 : 후우.. (한숨 쉬고) 둘 다 데려가든, 둘 다 놓구 가든 할께요.
태감장, 들어온다.
태감장 : (읍해서 인사하고) 공주마마, 대위전으로 듭시라는 폐하에 전언이십니다.
씬7. 낙랑국, 진양궁 대위전
최리, 어좌에서 라희의 인사를 받고 있다.
모하소와 왕자실, 단 아래 서 있고. 맞은편으로는 왕홀을 비롯한 신하들 자리하고 있다.
라희 : 폐하에 명을 받들어, 태녀 낙랑. 낙양으로 떠나옵니다. (절한다)
최리 : 낙양에 가면. 고구려는 물론이오, 요동, 현도, 선비, 갈(?), 저(?), 강(羌)의 수많은 축하사절들을 볼 것이다.
부디 공주는 이 기회에. 그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 우리 낙랑국이 교역의 장을 넓히도록 애쓰라.
류지 : 공주마마.. 지금 낙랑에 고민은 단단한 철 생산지가 부족함입니다.
라희 : 알고 있소. 목지국 아래, 변한(弁韓)에서도 축하사절이 간다 들었습니다.
비록 작은 나라이나 안야국(安邪國) 철은 단단하기가 비견할 데 없는 걸로 알고 있나이다.
최리 : 그렇지. 안야국의 쇠는 강하기가 따를 바가 없지.
라희 : 고구려는 지금껏 우리 낙랑에 귀한 쌀과 고래기름을 가져가면서도. 강도가 떨어지는 무른 철만 보내고 있으니.
이 기회에 태녀, 우리 낙랑 군사들을 무장시킬 철 교역을 트고자 합니다.
최리 : 쉽지는 않을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국외 반출을 금하는 품목이라.
라희 : 신 낙랑. 백성들에게 이미 넘치는 사랑을 받았나이다. 그도 받아오지 못한다면.. 어찌 낙랑국 태녀에 자격이 있겠나이까.
모하소 : .. 저리도.. 잘 자랐다니.. (흐뭇하게 본다)
왕자실 : .. (눈물이 난다)
최리 : (문득, 왕자실이 살짝 돌아 눈물 훔치는 모습을 본다) ...
부달 : 신 부달, 공주마마를 모시고 봉축식에 다녀오겠나이다!
왕자실 : 황공하오나 폐하. 공주에 호위는 대장군이 맡아주길 청하옵나이다~
왕홀 : !! (놀라서 본다)
최리 : 대장군을..?
왕자실 : (아부다) 모두가 폐하 같을 순 없사옵니다~ 사람은 홀로 스스로 빛나야 하나, 공주 아직 미치지 못하니..
누가 곁에 있어 빛나게 해줄 것인가도 살펴봐야질 않겠나이까. (공손히 읍한다)
씬8. 낙랑국, 진양궁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최리, 왕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하소, 배석하고.
최리 : 고구려 국경을 외영.내영 군사들이 철통으로 지키고 있으니.. 함께 가도 좋을 듯한데.
모하소 : (왕홀을 보고) 신첩 또한 차후 의견과 같아요. 대장군이 가준다면, 공주 걱정을 조금은 덜어도 좋을 것 같은데..
왕홀 : 고구려는 지금, 원비 송매설수 회임 일로 난장판이라.. 자기 집안 단속도 버거운 형국이지만..
간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최리 : 호동을 살펴보게.
왕홀 : 호동왕자를요?
최리 : 무휼의 원비가 아들을 낳으면. 호동이 죽든, 비류나부가 뿌리째 뽑히든 생사를 건 후계자 다툼이 일어나겠지.
모하소 : .. (걱정스레, 최리를 보며) 기어이 낙랑공주를 호동과 맺으려 하십니까?
최리 : 우리 낙랑국이 호동을 밀어주면.. 과연 그가 고구려에 등 돌리고, 낙랑의 편에 설 수 있을지 알고 싶군.
(왕홀에게) 호동에 속내를 떠보라.
왕홀 : 명심하겠나이다.
씬9. 낙랑국, 진양궁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복도
왕홀, 걸어 나온다. 모하소, 따라 나와 왕홀의 뒷모습을 보다가.
모하소 : 대장군.
왕홀 : (돌아본다)
모하소 : 내, 대장군에게 따로이 부탁이 있는데..
씬10. 낙랑국, 진양궁 영안전 모하소의 침소
모하소, 왕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왕홀은 서 있는.
모하소 : 남자는 남자가 잘 안다지요? 대장군이 호동왕잘 좀 살펴보오.
왕홀 : (본다)
모하소 : 호동왕자에 인품됨이 어떤지. 우리 공주에게 어울리는 점이 하나라도 있는지.
여인을 아끼고 보듬어줄 품이 있는 사낸지.
왕홀 : (빙긋-) 비직이 어찌 사람을 볼 줄 아는 밝은 눈이 있겠습니까.
모하소 :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나이는 그렇다 하나, 연륜이 있질 않소?
왕홀 : (의아하다)
모하소 : 일찍 혼인해, 아내가 있으니 누구보다 적임자라 생각되오.
왕홀 : 하하하- (웃고) 황공하옵니다. 부부지정을 잘은 모르오나 원후마마에 명을 새기겠습니다.
모하소 : 먼 길.. 잘 다녀오세요. 태대부인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왕홀, “예, 마마.” 인사하고 나간다.
동고비 : 호동왕자님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모하소 : 꼭.. 그런건 아냐.
동고비 : 그리 느껴지십니다~
모하소 : 소녀 때 느낀 첫정은 쉬 잊혀지는게 아니라서.. 우리 라희가.. 호동왕자에게 정이 깊었더란다.
동고비 넌 모르겠지만. (웃는)
씬11.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왕홀, 들어온다.
왕자실, 기다리고 있다. 치소, 한쪽에서 차를 달이고 있다.
왕자실 : 어서오렴~
왕홀 : (앉고) 마마께서도 호동왕자 일로 절 보자셨습니까?
왕자실 : 어찌 알았누! 우리 대장군은 갈수록 영민해지는구나.
왕홀 : 하하하- 하하 (호탕하게 웃고) 두 분 마마께서 아둔한 놈을 그리 만들어 주시는군요.
(보고) 차후마마는 신에게 뭘 부탁하시렵니까?
왕자실 : 호동이 라희 옆에서 어정거리지 못하도록 해라.
왕홀 : 이유는요?
왕자실 : 니가 정말 몰라 묻느냐? 라희는 네 배필이거늘. 욕심 많은 딴 사내가 어정거리는 꼴을 두고 볼테니?
왕홀 : 누님. 저는 공주마마를 빛나게 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형수님 덕에 간신히, 여름날 보름을 산다는 반딧불이 같은 몸인걸요.
왕자실 : 모양혜 얘긴 하지두 마라! 그 늙은걸 어찌 그리 감싸고돌아! 내, 너를 이 기회에 모양혜와 갈라서게 할 참이야!
왕홀 : 조강을 나누던 아내와는 헤어지지 못하는 법이지요.
왕자실 : 그 무슨 헛소리! 니가 쌀겨를 모양혜와 나눠 먹었단 말이냐.
왕홀 : 형님이 그리 가시고. 형수님과 전.. 마음으로 조강을 함께 먹었지요.
왕자실 : .. 니가 자꾸 이러면 내가 모양혜를 그냥 둘 수가 없다.
왕홀 : 누님, 제가 누님을 원망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왕자실 : 정히 그렇다면 모양혜와 헤어지겠다 약조만 해라.. 멀리 보내 여생을 편히 살게 하마.
왕홀 : (미소) 혼례식 올린 그 첫날밤 말입니다.. 이 몸, 형님 관에 맹셀 했어요.
왕자실 : .. (본다)
왕홀 : 형수님 천수를 다하시고, 형님의 돌무덤에 같이 눕혀드릴 때까지.. 평생 효도를 다하겠노라고.
왕자실 : 효도..? 허! .. 효도? 효도라구... 하아!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난다)
왕홀 : (일어난다) 호동이 어떤 놈인지 살펴는 보지요. (웃으며 인사하고 나간다)
치소 : 빙고 얼음 가져와 오미자차라도..?
왕자실 :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치며) 이 불길은 얼음으로 꺼질게 아니다. 모양혜.. 모양혜... 하.. 참.
하나뿐인 내 동생 홀일, 천근·만근 무게로 짓누르는 저, 혹뎅일 어쩐다..?
씬12. 동모현, 청진루 일각 (저녁)
호동, 기다리고 있다. 태추, 다가온다.
호동 : 왜 이리 늦어? 환금표(換金標)로 금 조각 하나 바꾸는데.
태추 : 상단이 문 닫기 직전이라 상인들로 버글버글. (하다) 재밌는 얘기가 있습니다.
호동 : (본다)
태추 : 낙랑국 공주가, 낼·모레 여기 동모현 선창으로 들어온다는데요?
호동 : 흠.. 그래? 최리가 라흴 보내는군.
태추 : 사람들이 쑤근쑤근 난리던데요~ 천하절색. 미녀 구경한다구.
호동 : 그 놈들이 어찌 알고?
태추 : 글쎄요.. 화공들 그림이 돌았겠죠. 아무튼 서시도 울고 가고, 왕소군도 울고 갈 미인이랍니다.
호동 : 하하- 그 뚱땡이 못난이가. 무슨.
태추 : 에이~ 왕자님, 어렸을 때도 그 정돈 아니었습니다. (보다) 슬슬, 자리 정리하고 태산관에 들어가셔야죠.
호동 : 방 하나 잡아라.
태추 : (본다)
호동 : 못난이가 온다니 한 번 보고 갈까 싶다. (싱긋- 웃는다)
씬13. 동모현, 청진루 한 방 (저녁)
자명과 호동, 술을 마시고 있다. 사발에 고량주를 가득 따라서 마시는.
태추, 자명에게 제법 큰 금덩일 던진다.
자명 : 흐흥~ (금을 집어 본다) 본 중에 젤 큰 금뎅이네~
호동 : 몸값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말해라.
자명 : 한 사람 밑에 매이는 거. 그 사람한테 날 다 맡기고. 날 잡아잡수. 내 인생통째 바치리다. 그런 건 싫은데요.
(금 놓고) 누구나 다, 금하고 자길 바꾸는 건 아니죠.
태추 : 도련님이 받아주신다고 꽤 까부네.
자명 : (태추에게) 너한테 주인이지, 나한테도 주인이냐?
태추 : 권하실 때 맘 정해. 우리 도련님은 믿고 부릴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자명 : 니 상전도 참, 불쌍하게 사네. 믿을 만한 사람이 달랑, 너 하난가봐?
태추 : 이게 진짜!!
호동 : 남에 물건 훔치며 사는 것도 불쌍해 뵈긴 마찬가진데? (한잔 마신다)
태추 : .. 안드시던 술을...
호동 : 말리지 마라. 술맛이란 게 이런 거구나.
자명 : 나이 좀 돼 뵈는데 술 못하나?
호동 :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한 번 마신 일이 있지. 인생에 쓴맛,단맛 다 봤으니, 너두 술맛 알 때 됐지?
흐흥. 그 술이 하도 써서 말야.. (웃는)
자명 : 좋은 어머니잖애~ 술도 가르치고.
호동 : 좋은 어머니... (씁쓸하게 한 잔 마시고. 자명이 술 단숨에 들이키는 것 보고) 잘 마시는데.
자명 : 우리 같은 사람은 술에 인이 박히거든요..
태추 : 너.. 중독? (손 덜덜- 떠는 흉내내며) 달달 안.. 떠는데?
자명 : 하하- (웃고) 밥 먹는 날보다, 잔칫집 돌아다니며, 술찌게미 얻어먹는 날이 더 많은 적도 있었으니까.
호동 : (태추에게) 술..찌게미가 뭐냐?
태추 : (고개 흔든다)
자명 : 너도 주인 덕에 팔자 늘어지게 살았나부네? 쌀찌게미, 수수찌게미, 밀찌게미 그런게 있습니다요~ 도련님.
(사발에 그득- 채우며, 호동에게) 자요~
호동 : (술잔을 든다)
씬14. 동모현, 차차숭의 천막극장, 마당 (밤)
일품, 자명을 기다리고 있다. 곁에 소소.
일품 : 늦네.. (소소에게) 가자. 데려다 주구, 뿌쿠 찾아봐야겠다.
소소 : 안가. 너랑 있을라고 맘 먹구 온거야.
일품 : 맘 주지 말랬잖아, 나한테.
소소 : 맘 안주기가 쉽니? 사람이 굶어야만 죽어? 외로워두 죽는거거든.. 늙음 외로워서 죽는단 말두 못들어봤니?
일품 : 머리에 피도 안마른게.
소소 : 너야, 뿌쿠가 있으니까 안외롭겠지. 난 정 둘 데가 없거든. 너말군.
일품 : 후처자리라두 꿰차라니.
소소 : ... 행카이, 꼭 가야하니? 낙랑에?
일품 : (고개 끄덕인다)
소소 : 그럼 나도 가.
일품 : (본다)
소소 : 뿌쿠가 가면 행카이 간다. 행카이 가면 소소도 간다.
일품 : 후우.. (한숨)
씬15. 동모현, 청진루 객실 (밤)
취한 호동, 침상에서 검을 잡은채 자고 있다.
침상 아래 맨바닥에 나란히 누운 뿌쿠와 태추.
자명 : (몸 반쯤 일으켜, 호동이 칼 잡고 자는 걸 보며) 왜 저러구 자냐?
태추 : 몰라두 된다아, 꼬마야. 니가 인생을 아냐?
자명 : 너야말로 인생을 아냐? 술찌게미도 안먹어 본 넘이 뭔 인생을 알겠어?
태추 : 이게 자꾸 깐죽거리네! 남에 방에 뿌뜩뿌뜩 끼여 자리 깔았으면 고마운줄 알구 잠이나 퍼대자!
자명 : 흐흠.. (호동을 한번 보고 몸을 눕힌다)
씬16. 고구려, 송옥구의 저택 송매설의 침소 (밤)
(자막) 비류나부 송옥구의 저택
송매설수, 사슴피가 담긴 사발을 인상 쓰며 보고 있다.
송옥구,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고.
송매설수 : 있다 먹겠습니다. 피비린내가 심해..
송옥구 : 따끈할 때 드셔야지요~ 노루핀 식으면 안됩니다~
제대로 하자면야 직접 모시구 가 그 자리서 노루목을 똑 따서 받아 드릴껀데. 태교가. 하하하-
시녀장 : 고추가 어른, 정성을 생각해서라두요.. 마마.
송매설수 : (마신다)
송옥구 : 옳지·옳지~ 쭈욱~ 이 늙은것이 오래비들 몰구 나가 잡은 것입니다~
송매설수 : (사발 내려놓고)
시녀장 : (입에 소금을 조금 물려준다) 태산서만 난다는 깨끗한 암염(岩鹽)입니다.
송옥구 : 입에 당기는 것은 없으십니까?
송매설수 : 이리 잘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송옥구 : 누구나 밥값을 하면 대우 받게 돼있지요~
송매설수 : 제 밥값이 (배를 만지며) 이 아입니까?
송옥구 : 당연지사~ 강건한 왕자마마를 낳으셔야 합니다. 그때까지 이 몸이 직접 수발을 들 것이옵니다.
송매설수 : (놀리는) 찬물에 손 넣구 밥두 지으시렵니까? 아바님이 지어주신 밥이 먹고싶군요.
송옥구 : 전쟁터 누비던 놈이 밥 짓는게 어렵습니까! 하하.
송매설수 : 흐흥. 내가 딸이라도 낳으면 어떤 구박을 또 하실지.
송옥구 : 계집아인 없다! 반드시 왕자여야만 한다! 것도 무휼이 놈을 꼭 닮은.
송매설수 : 흐흥- 그일 꼭 닮으면 꽤나 징그러운 애가 태어나겠군요.
송옥구 : (미소) 내. 외손줄 위해 한가지 선물을 하마~
송매설수 : (본다)
송옥구 : 낙양에 간 호동을 죽여주마.
송매설수 : !!
씬17. 동, 송옥구의 저택 복도 (밤)
송옥구, 걸어간다.
따라나온 송매설수. 뒤따르는 시녀장.
송매설수 : 호동일 지금 죽이시려구요?
송옥구 : 무휼이 놈, 눈이 거기까지 따라붙진 않을테니.. 볍씨 뿌리기 전에, 논은 갈아야 하고.
왕자마마 태나시기 전에 호동일 정리해야지.
송매설수 : ..
송옥구 : 걱정마십시오, 마마. 우나루가 있다 해도.. 이 애빌 막진 못합니다.
송매설수 : 호동일 그냥 두세요.
송옥구 : !!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냐!! 호동일 그냥 두라니!!
송매설수 : 말 그대롭니다.
송옥구 : 새삼 기른정이라도 느낀단 게냐, 이제와!!
송매설수 : 아실 거 없습니다. 그냥 두시라면 두세요.
송옥구 : 매설수야!!
송매설수 : (OL) 이 몸, 더 이상 아바님에 구박덩이 매설수가 아닙니다! 고구려 다음대 왕에 모후가 될 몸!!
아바님이라 해도. 이 송매설수의 신하.
송옥구 : .. (어이가 없어서 본다)
송매설수 : (차다) 호동을 건들지 마세요.
송옥구 : 실기(失機)하면 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쥐를 가지고 놀지만..
마마는 고양이가 아니고. 호동은 더더군다나 쥐가 아닙니다.
송매설수 : 이건 명입니다. 고구려 왕비가 비류나부 수장에게 드리는 명.
송옥구 : .. (보다 읍한다) 삼가 명을.. 받드나이다.
씬18. 동모현, 청진루 객실 (밤)
자명, 살그머니 일어나 있다.
태추에게 돌려준 신패를 훔치고. 태추의 바랑에서 호동의 신패(옥으로 된)를 훔친다.
태추, 코를 심하게 골며 자고 있고.
자명, 나가려다가 호동에게로 다가간다.
자명, 호동의 칼을 살며시 빼내는데.
호동 : !!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검집에서 검을 빼든다)
자명 : !! 편하게 자라구. 잠자리서 안고 잘 물건은 아니잖애.
호동 : .. (검집에 검을 다시 밀어 넣는다)
자명 : 잃을게 정말 많은가 보네요. 가진 게 너무 많아 그런가?
호동 : (본다)
자명 : 잃을게 많아지면, 사람은 겁이 많아지잖아요.
호동 : .. 더 자든지. 깼으면 갈 길 가던지.
씬19. 동, 청진루 일각 (밤)
이미 영업이 끝나 몇 개의 불만 밝혀진.
자명, 걸어간다.
따라 나온 호동,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자명을 부른다.
호동 : 너! 인생에 쓴 맛이 뭔지나 아느냐?
자명 : (올려다보고) 엄살 그만 부리세요.
호동 : 뭐라?
자명 : 남보다 많이 가졌음, 남보다 치러야 될 댓가두 많은 거 아닌가? 그만큼 가지셨는데 단맛만 보고 쓴맛은 안볼라 그랬어요?
호동 : 헛소릴 지껄이는구나.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자명 : 다 알순 없지만 척하믄 착이라고. 대충 감은 오죠. 어머니하고 좀 안좋은가 부다... (하는데)
호동 : 입 다물어라.
자명 : 사연 없구, 아픔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단맛두 보여줬다면서요, 어머니가?
쓴맛만 보구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좀 겸손해져도 좋잖애요.
호동 : 그러는 넌, 쓴맛만 봤느냐?
자명 : 글쎄.. 그런 것 같긴 한데. 내 아픔이 도련님보다 크다고, 떠벌리긴 싫으네요.
것도 따지고 보면 잘난 척이거든요. (뒤돌아 간다)
호동 : .. (자명의 뒷모습을 보는데) 흐흥.. (쓴 웃음이 난다)
씬20. 동, 청진루 마구간 (밤)
자명, 호동의 말을 가늠한다.
자명 : 저런 놈은 더 호되게 굴러봐야 돼. 베쑤세미루 벅벅 밀듯 세상에 더 ?악? 봐야 지가 가진게 얼마나 많은 줄 알지.
(청진루 쪽 돌아보며) 가진거 많은 도련님, 내가 하나 덜어갑시다~
씬21. 밤 길 (밤)
자명, 말을 타고 달려간다.
씬22. 동모현, 청진루 객잔 (밤)
호동,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태추, 허둥지둥 내려온다.
태추 : 그놈 못보셨어요!!
호동 : (본다)
태추 : 그놈이 요번엔 왕자마마 신패까지! 콱!! 손모가질 뿌러뜨려야지.
호동 : 넌, 내가 부러우냐?
태추 : 예에? (뜬금없다는 듯이 본다)
호동 : 오선전마마도 알고. 나도 알고. 내 아버님도 알고.. 예전부터 날 지켜봤으니 말해봐.
태추 : 당연하죠~ 오줌지리게 잘 생기셨죠~ 검 잘 쓰시죠~ 왕자님이죠~
호동 : 장난치지 말고.
태추 : (진지하게) 부럽습니다. 감히 그런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부럽습니다.
호동 : (혼잣말) 흐흥... 내가 엄살떨고 사는 건가... (시니컬하게 웃는다)
씬23. 고구려, 송옥구의 저택 마당 (밤)
송매설수, 홀로 생각에 잠겨 석탁에 앉아 있다.
시녀장, 시립해 있다가.
시녀장 : 돌바닥이 찹니다.
송매설수 : ..
시녀장 : 이리 고민하실 것을. 뭣하러 왕자마마께 인정을 베푸십니까?
송매설수 : 인정은 무슨. (피식- 웃는)
송매설수, 호동을 생각한다.
(인서트) 14부, 씬36
호동 : 마차에는 아무도 타지 않은 것입니다.
시녀장 : 지난번 기평관문 일로.. 빚진 마음이십니까?
송매설수 : ... (생각하는)
(인서트) 2부, 씬33
호동 : (메뚜기를 들고 뛰어와, 송매설수에게 준다) 어머니, 이거.
송매설수 : 어머나. 메뚜기로구나. 호동아, 이 어미한테 주는 거니?
호동 : (고개를 끄덕인다)
송매설수 : (매몰차다) 빚진 마음도 없고. 정도 없다.
시녀장 : (본다)
송매설수 : 미운정도 정이라느니. 그따위 헛소리 난 모른다. 그런 말랑말랑한 것들 느끼고 살 여유도 없고.
설사 빚졌대도 갚을 마음 없다. 그저, 누구손도 빌리지 않고, 호동인 내 손으로 보내고 싶을 뿐이다.
시녀장 : 싸움엔 정도가 없다질 않습니까? 누구손인들..
송매설수 : 정정당당해지고파서가 아니야! 그냥, 이건 나와 호동에 숙명이다!
그 놈이 핏덩이로 내 품에 안겼을 때부터 그리 예정돼 있던 게야!
시녀장 : .. (송매설수를 본다)
송매설수 : 걱정마라. 난 내 아들을 위해서라도 호동이한테 지지 않는다. (일어나는)
씬24. 동모현, 유릉의 저택 한 방 (밤)
미추, 차차숭과 자고 있다.
차차숭, 미추의 몸에 다리를 얹고 세상모르고 잔다.
미추 : 아이,무거. 아이,무거. (앉는) 늙으믄 서루 몸 닿는 것두 싫어진다는데. 차차숭은 왜 이러까.. 인간이 늦되나?
이거야, 귓구녕에 입김 팍팍- 불어대니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일어나려면)
차차숭 : (잠꼬대처럼) 으음.. 미추야.. 나 아직 안 늙었어. 이팔청춘이야...
미추 : 청춘 좋아라 한다. 북망산에 밑자락- 깐지 오래된 인생이. 쯧.. (일어난다)
차차숭 : 어디.. 가아..? 일루와.. 으응..
미추 : 깬 김에 똥투깐 간다 왯! 젖은 나뭇잎처럼 나한테 쩍-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을라 그래!
미추, 몸을 추스르며 문쪽으로.
씬25. 동모현, 유릉의 저택 회랑 (밤)
미추, 걸어온다. 불빛 아래, 뭔가 드문드문 놓여서 빛나는 것이 보인다.
미추 : 으응...?? 뭐야..? 저게..?
미추, 가까이 다가가 집어서 본다.
미추 : !!!! 에이.. 가짜겠지.. (하나씩 집어 보는) 진주..구.. (씹어보고) 금뎅이구..
내가 아무리 무식해두 진짜·가짜는.. 알아본다..!! 이게 뭔일이래!!
호곡, 멀리 떨어져 미추가 하는 꼴을 보고 있다.
씬26. 동모현, 유릉의 저택 대문 앞 (밤)
일품, 소소를 데려다 주러 왔다.
일품 : 들어가.
소소 : 나두 간다니까.
일품 : 까불지 말고. 내일.. 일찍 단장님하구 아줌마한테 인사드리루 뿌쿠랑 올꺼니까 그렇게 말씀드려줘. (몸 돌려 간다)
소소 : 야, 행카이!! 나두 한다면 해!! 니 신세 안지구 낙랑에 갈테니깐 두구 봐!!
씬27. 동모현, 유릉의 저택 한 방 (밤)
미추, 들어온다.
차차숭, 자고 있다.
미추 : 여보·여보·차차숭. 빨리 좀 일나. (흔든다)
차차숭 : 아.. 왜 그래? 똥투간 갔다 와씀, 손 빡빡 씻구 잠이나 더 자지. 공연할라믄 잠을 푹 자야 될꺼 아냐.
미추 : 회랑에 말야!! 진주에 금뎅이에, 빨간 보석. 파란 보석 널렸어!!!
차차숭 : (엉거주춤 일어나서) 니가.. 꿈꾸는 거냐.. 내가 꿈꾸는 거냐..?
미추 : (차차숭의 볼따구니를 집어 뜯는다) 아프지?
차차숭 : 자자- 자. (미추를 안는다) 니가 하두 돈·돈 거리니까 헛게 보이나부다.
미추 : 가 확인해 보믄 될꺼 아냐! 하늘에서 보석이 투투투툭- 우박 떨어지듯 쏟아졌다니! 걍 콩알 줍듯 줍기만 하믄 된다니.
차차숭 : 이 눔아. 세상에 꽁짜 없다, 글케 갈쳐두 못알아 먹냐?
미추 : 차차숭~
차차숭 : 먹을 돈, 못먹을 돈 못가리구 받아 처잡숫다간 똥꾸녕 막히는 수가 있다구 말해줬지? 잠이나 자자~ (안고- 쓰러진다)
씬28. 동, 유릉의 저택 회랑 (밤)
소소, 어정쩡한 표정으로 회랑에 놓인 보석을 하나 집어서 보고 있다.
소소 : .. 으음.. (입 빼물고 생각하다 그 자리에 놓고 간다)
호곡 : .. (멀리서 본다)
소소, 돌아서 저만큼 가다 몸 휙- 돌려 뛰어온다.
소소 : !! (공깃돌 쓸어 모으듯- 보석을 쓸어 모은다) (Dis)
씬29. 동모현, 차차숭의 천막극장 방 안 (아침)
아침 빛이 퍼지는.
자명, 신음을 흘리며 꿈을 꾸고 있다. 묘리의 꿈이다.
씬30. 자명의 꿈/자명의 현실 (아침)
율구헌, 한 방안.
어린 자명, 묘리가 죽으면서 “너 때문..”이라고 하던 모습을 본다.
자명 : 음..
어린 자명, 차차숭과 미추가 어린 묘리의 가슴에 가짜 상처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다. 어린 일품, 그 옆에 있고.
차차숭 : (자명을 보고) 니.. 말대루. 너 땜에 죽었다 치자.. 묘리가 불쌍하다만.. 어쩌겠냐.
너 대신 갔으면, 이제 진짜 이 녀석이 뿌쿠 니가 돼야지.
미추 : 묘리야.. 다음 세상엔 좋게 태어날 꺼야. 한 목숨, 구하는 공덕을 쌓았는데. 하늘이 모른체하겠니..
담엔 꼭 부잣집 이쁜 딸루 태어나서.. 살어.
어린 자명 : 미안해.. 언니... 내가... 꼭, 언닐 이렇게 만든 그 놈 잡아줄께요... (눈물이 흐르는)
씬31. 동모현, 차차숭의 천막극장 방 안 (아침)
일품, 들어온다.
자명, 신음을 흘리며 “묘리...언니...” 중얼거리며 잠에서 못 깨는.
일품 : 뿌쿠야. 뿌쿠야. (깨운다)
자명 : (눈을 번쩍 뜬다)
일품 : 묘리 꿈 꿨어?
자명 : (일어나 앉으며) 낙랑으루 갈 날이 돼서 그런가봐. 자꾸 꿈에 와, 언니가.
일품 : 술 퍼먹구 돌아다니까 그렇지! (이마를 튕기고)
자명 : 그런가.. (이마를 부빈다)
일품 : (호동과 태추의 신패를 꺼내 놓는다) 배는 못타겠다.
자명 : 왜!! 구하느라구 죽을뻔 했는데.
일품 : 그게.. 낙랑신패가 아니구. 고구려 꺼란다.
자명 : 아.. 그렇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나라마다, 신패가 다르구나... 돌려줘야 할까?
일품 : (고개 젓는다) 어차피 고구려 밟아야 될 꺼 같아. 육로로 돌아돌아..
부여 지나, 고구려 지나 가야되니까. 뭔 패든 갖고 있는게 좋겠지.
자명 : .. (생각하다, 미소) 고구려 가면 국내성에 꼭 한번 가고 싶네. 시간만 되믄.
일품 : 뜬금없이.
자명 : 어렸을 때 말야. 거기 사는 왕자님이, 날 호위무사로 뽑아줬었잖아.
자명, 옛일을 생각한다.
(인서트)13부 씬48
자명, 밀가루 사슬을 끊는다.
호동 : 너.. 너.. 정말 멋있다!! 너 같은 여자앤 처음 봤어!!!
호동 : 계집애라 좀.. 그렇긴 하다만. 너, 나랑 같이 고구려로 가자! 내 호위무사가 돼다오!! (자명의 손을 잡는다)
자명 : 내가 오빠 꼬출 지켜주느라구~ 왕자마마 제안을 거절했잖애~
일품 : 또또! 이 녀석이.
자명 : 맞는 말이잖애~ (웃고) 얼른 씻구 가자. 사부님한테두 인사 드려야 되구. 단장님·아줌마한테두 인사 드려야 되구.
(일어난다)
씬32. 동모현, 유릉의 저택 마당
차차숭과 미추, 소소를 비롯한 희희낙락 단원들 우르르- 호위무사들에게 쫓겨 나온다.
하인들, 희희낙락 단원들의 짐보퉁이를 죄- 마당에 집어던진다. 유릉, 계단 위에 서슬 퍼렇게 서 있고. 호곡, 그 옆에 있다.
차차숭 : 저흰 기예단이지 도둑놈들이 아닙니다. (호곡에게) 대인! 대인!!!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겁니다!!
대홍려 각하께 말씀 좀 해주십시오!!
유릉 : 회랑에서 보석을 본 일이 없단 말이냐..?
미추 : 보긴 봤습니다. 꿈인지.. 생신지 보긴 봤지만. 똥오줌 못가리는 년은 아니라 못 먹을 돈이다 싶어,
그냥 얌전히 두구 잠만 잤습니다!!
소소 : .. (사색이다)
유릉 : 좋다. 그 말을 믿어준다 치고. 짐을 뒤져라!! 뒤져, 나오지 않으면 너흰 살고. 만일 내 물건이 나오면 니들은 죽는다.
시비들, 우르르- 몰려들어 짐을 풀기 시작한다.
초초한 소소, 소매춤에서 금덩이를 꺼내 눈치 채지 못하게 얼른 자신의 앞에 던져진 미추의 짐보따리에 집어넣는다.
미추 : 이게.. 무슨 일이래.. 이게 뭔 일이야, 대체.
시비들 여럿이 보자기를 흔들어 바닥에 짐을 쏟는다.
그 중, 한 시비. 미추의 보따리를 집어 든다.
소소 : .. (눈치 보는)
시비, 보따리를 높이 들고 흔든다. 커다란 금덩이가 툭- 굴러 떨어진다.
미추 : 아녜요!! (벌떡- 일어난다) 난 아녜요!!! 아니라구요!!!!
호위무사1 : (미추의 다리를 발로 차, 넘어트린다)
차차숭 : 미추야아!!! (벌떡- 일어난다)
호위무사2, 차차숭의 허리를 발로 차는데 차차숭, 호위무사를 등배지기 기술로 넘겨 버리고. “미추야!!”하면서 미추에게로.
호위무사1,2, 차차숭의 목에 칼을 빼 겨눈다.
차차숭 : ..
호위무사2 : (차차숭의 머리를 발로 찬다)
씬33. 동, 유릉의 사옥
차차숭과 미추, 따로 갇혀 있고. 맞은편에 소소와 기예단원들 갇혀 있다.
시비들, 기름을 문틀에 바르고 있다.
차차숭은 온 몸에 사슬을 감고, 미추는 목과 양손에 철삭과 요를 달고 있다. 호곡, 차차숭의 사옥 안에 들어가 있다.
차차숭 : (기름 바르는 애들을 보며) 뭐하는 겁니까?
호곡 : 너희들이.. 차력에, 기옐 하는 몸들이니. 기름 바르는 거다. 도망치지 못하게.
저리 기름을 발라두면 문을 바수기도 어렵고.. 하니.
미추 : 아니에요, 대인! 차차숭 진짜, 아냐. 난. 애들한테두 도둑질 말라구 그러잖애. 내가 무슨.. 이게 지금 꿈이겠지?
꼬집어 보고파두 (팔에 달린 쇠사슬을 보며) 그럴수두 ?졈?. 미쳐, 나 지금!!!
차차숭 : 하아.. (한숨 쉬고) 그만해. 기구 아니구는 중요한 거 아닌 것 같다.. 지금 돌아가는 꼬라지가.
미추 : 그럼 뭐가 중요한대!!
차차숭 : 이게 다 알고 흔드는 주사위질 같단 거지. 밀어넣겠다 맘 먹고, 만든 범 아가리에 잘못 겨들어온거 같다..
(호곡에게) 그런 거죠? 대인?
호곡 : 밑바닥에서 구른 세월이 길어 그런지. 눈치가 빤하구나..
차차숭 : 뭣 땜에 이리 복잡하게 꾸미신 겁니까? 그냥 훔쳤다 치구 가면 될 것을. 회랑에 보석들 늘어 놓구..
호곡 : 짜고 치는 노름질이래도 형식은 갖춰야 되니까. 어쨌든 너희들이 훔친 것 맞다.
엄하게 뒤집어씌운 것은 아니니 억울해 할 건 없어.
미추 : 차차숭.. 이게 다 뭔 소리야?
차차숭 : 흠... 원하시는게 뿌쿠랑 행카입니까?
호곡 : (고개를 끄덕인다) 불러라.
차차숭 : 흐흥.. 건 못하겠습니다.
호곡 : 니 둘, 목숨하고 바꾸고 싶으냐?
차차숭 : (호곡에게) 뭐. 영웅호걸 흉낸 애당초 낼 수두 없는 허접한 인생이오만!! 하는 꼴이 더러워 죽어줄랍니다!!
미추 : 난 죽기 싫어!! 엄한 놈 옆에서 벼락 맞는단 말은 들었지만. 이건.. 아니잖아.
차차숭 : 죽기 싫은건 나두 마찬가지다만.. 미추야. 애들 인생, 끝장내고 싶어, 스승이란 이름 붙이고, 미쳐 날뛰는..
저 장단에 같이 손바닥 쳐주고 싶진 않다.. 응?
미추 : 싫어.. (눈물이 주룩주룩-) 무서워.. 무섭다구.. 난.. 싫어.. 차차숭..
소소, 고개 처박고 있다가 눈 들어 미추를 본다.
호곡, 문득 그런 소소와 눈이 마주친다.
씬34. 동모현, 바닷가 (혹은 작은 객잔)
자명, 호곡에게 절을 하고 있다. 일품, 한쪽 옆에 서서 보는.
자명, 주머니에서 호곡에게 주려고 吉祥이 수놓인 이마끈을 꺼낸다.
호곡, 본다.
자명 : 사부님께 처음 배운 글이잖애요. 길하고 좋은 일만 생겨라.
호곡 : 그렇구나.
자명 : 창 잡구,활 잡구,칼 잡던 손이라 이쁘게 놓진 못했어요.
호곡 : .. 고맙구나. (무뚝뚝하게 품에 집어넣으려고)
자명 : 에이~제가 묶어 드릴께요.
자명, 호곡의 이마끈을 풀고 자신이 수놓은 머리끈을 묶어주면서.
자명 : 제겐 아버지가 세 분 있어요.
호곡 : ..
자명 : 아버지라 불러두 좋을지,아닐지 판단두 안되는, 날 낳아주신 아버지. 날 살려주신 차차숭 아버지..
아무런 보답두 바라지 않구. 불편하신 몸으루.. 저를 가르쳐주신 스승님.
호곡 : ..
자명 : 제가 낙랑에서 죽는다면.. 스승님에 은혤 갚을 길이 없지만..
호곡 : .. (본다)
자명 : 만약 하늘이 도와 살아온다면.. 아버지에.. 다리가 되구.. 아버지 딸이 되구... 아버지에 자랑거리가 되어 봉양할께요..
(호곡의 등에 얼굴을 묻는다)
호곡 : !! (경직된다)
일품 : .. (호곡을 본다)
호곡 : 이.. 길로... 떠나라.
일품 : 아직 단장님께 인사 여쭙지 못했습니다.
호곡 : 받지 않겠다 했다.
자명 : 왜요!
호곡 : (보며) 뿌쿠 넌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떠나 주는게...
때로는 인사보다 더 깊은 인사일 수도 있으니. 어서 떠나라.
자명 : ..
씬35. 동, 동모현 일각
자명과 일품, 말을 타고 달려간다.
호곡, 자명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씬36. 낙랑국, 진양궁 미앙전 라희의 침소
라희, 낙양갈 준비를 끝냈다.
모하소, 라희에게 자명에 대한 당부를 하고 있다.
라희 : 동모현에 도착하면, 바다에 꽃을 뿌려 달라구요?
모하소 : 그래.
라희 : 왜요?
모하소 : 이윤 묻지 말구. 그래 줄 수 있겠니? 엄마를 위해서..
왕자실 : 이율 모르면 정성이 들어가질 않죠.
모하소와 라희, 보면. 왕자실 들어온다.
모하소 : 차후..
왕자실 : 라희도 알아야지요. (라희에게) 거긴. 태모마마에 친딸이자.. 네 여동생 자명이 숨을 거둔 곳이라 들었다.
라희 : ! (놀라고) 그래요?
모하소 : ..
왕자실 : 이왕이면, 내 꽃도 뿌려다오.
라희 : (모하소에게) 제를 지내주고 올께요. 제가 아바마마 뒤를 잇게 되는 날.
반드시.. 동모현에 자명일 위해 사당을 지어줄께요, 어머니.. (모하소의 손을 잡아준다)
씬37. 낙랑국, 율구헌 왕홀의 저택 모양혜 침소
모양혜, 왕홀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다.
왕홀 : 낙양에서 뭘 사다드릴까요?
모양혜 : 선물은 이놈아! 주는 놈 마음이지! 받는 놈이 이거 달라 하리!
왕홀 : 하하- 같은 값이면 형수님 필요하신 걸 드리고 싶어 그러지요.
모양혜 : (묶어주고) 필요하면 다 갖다 줄테냐?
왕홀 : 그럼요.
모양혜 : 라희를 얼음 재운 옥관에 담아 와라.
왕홀 : !! (놀라서 본다)
모양혜 : (왕굉의 초상화를 본다) 네가.. 동모현에 간다니.. 우리 장군을 보낸 그날 일이 가슴을 저미는구나.
왕홀 : 이젠 잊어가며.. 용서하며 사시는 법을 배우셨으면.. 합니다.
모양혜 : 흥! 아직은 멀었다! 자실년이 가장 소중한 걸 뺏긴 그 마음이 어떤 건지... 꼭, 한번은 느끼게 해주고 나서
잊든,배우든 하마!
왕홀 : ..
모양혜 : 왜? 자실이년이 라희를 너한테 주겠다니, 차마 라흴 얼음에 쟁여오진 못 하겠느냐?
왕홀 : 낙랑공준 제가 모셔야 할 주군이십니다.
모양혜 : 흐흥.. 그게 다냐?
왕홀 : (농담처럼) 아내 있는 몸이 그럼 달리 뭐가 있겠습니까.
모양혜 : 이놈이!! (등을 퍽- 때린다) 갈수록 기어올라!!
왕홀 : 어째, 형수님은 갈수록 힘이 더 좋아지십니까.
모양혜 : 비리빌칙 너 같으리!!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느니!
왕홀 : 하하-
모양혜 : 선물은 됐으니, 가거들랑 호동이란 놈하고 한 번 붙어보아라.
호동이 놈이 쎈지, 영호장원 왕홀이 쎈지. 내 궁금해 죽겠으니.
왕홀 : 하하- 어찌나 낙랑국 여자들은 드센지요. 주문도 가지가집니다.
모양혜 : 왜? 호동이 무예가 고구려 제일이라던데. 자신 없느냐?
왕홀 : 한번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이지요.
모양혜 : 그래야 사내지. 가자! 배웅해 줄테니!!
씬38. 낙랑국, 진양궁 외곽
모양혜, 왕홀. 부퉁도수기와 함께 달려온다.
왕자실과 라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뒤로 치소, 저놈이 등등.
왕자실 : 굳이 치소를 두구 어찌 웃달일(시비중 체구가 조금 크신 배우분) 데려간단게야.
라희 : (장난스레 웃는) 편해서요~
왕자실, 모양혜를 봤다.
모양혜와 왕홀, 다들 뛰어 내린다.
왕자실, 모양혜와 시선이 마주친다.
모양혜 : 차후마마- 문안 여쭈옵니다.
왕자실 : (반갑게) 동생!, 태녀책봉식에서 잠시 잠깐 바람처럼 보고 이게 얼마만인가.
차 마시러 오라 그리 불러도, 율구헌서 꼼짝을 않더니, 어쩐 일인가?
모양혜 : 주인께오서 먼길 떠나시니. 당연히 안사람이 배웅을 나와야지요~
왕자실 : .. (모양혜를 차갑게 바라본다)
씬39.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치소, 왕자실과 모양혜에게 차를 따라준다.
왕자실 : (치소에게) 나가 있어라.
치소 : 예, 마마 (읍하고 나가는)
왕자실 : 그래, 아직도 인생이 달큰한가?
모양혜 : 저야 아껴주는 주인이 있고. 두 번이나 태대부인 자리에 올랐으니 당연 달큰합니다만.
차후마마 인생이 쌉싸름하실테니.. 그저 이 동생댁 안타깝지요.
왕자실 : (본다)
모양혜 : 태녀책봉식에서 뵈니.. 마음 아프더이다. 원후마마께오서.. 공주마마에 유일한 모후이자, 태모마마로 봉해지셨으니.
닭 쫓던 개꼴이 아닙니까?
왕자실 : 흥. 그렇다고 내 딸이, 남에 딸이 되는가. (표정 바뀌고) 동생은 홀이하고 지내다보니, 이제 오라버닌 잊었는가?
모양혜 : 그럴리가요.
왕자실 : 그렇다면.. 이제 슬슬 오라버니께 갈 준빌 해야지 않을까? 내가 준 혼례예물은 지니고 있겠지?
모양혜 : (안쪽 허리에 찬 단도를 꺼내 다탁위에 얹는다) 그 귀한 걸 한시도 떼놓을 수가 있겠습니까?
왕자실 : (보다) 동생 손으로 정릴 하겠는가? 아님 내가 도와야겠는가?
모양혜 : 홀이가 오면 물어보고 결정하지요.
왕자실 : 동생이 홀일 아낀다면, 앞날을 열어줘야지 않을까?
모양혜 : ..
왕자실 : 홀이가 모양혜에게서 아일 볼 일은 없을텐데.. 오라버니 애써 일구신 영호장원에 대를 끊을 작정인가?
모양혜 : .. 그게 정히 걱정된다면 공주마말 영호장원에 제이부인으로 주시던가.
왕자실 : 흐흠.. (미소 짓는다) 천하에 모양혜가 그깐 목숨 하나 놓고. 이리 구질구질 할지 누가 알았누~
모양혜 : 아직두 신혼맛이 꿀맛이라 가고픈 마음이 안생기는군요~
왕자실과 모양혜, 서로를 웃으며 바라본다.
씬40. 동모현, 유릉의 저택 한 방
유릉과 호곡, 앉아 있다.
소소, 불려나와 서 있다. 옆에 호위무사1.
유릉 : (소소를 보는)
호곡 : 어떠냐? 하겠느냐?
소소 : (고개 끄덕인다) 뿌쿨 불러오겠습니다.
호곡 : 말을 탔으니, 반구(般邱)까지 갔을 게다. (호위무사에게) 말을 내줘라.
무사 : 예! 가자! (소소의 어깨를 밀며 나간다)
유릉 : (호곡을 보며) 그냥 호곡 그대가 데려왔으면 될 일.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군..
호곡 : .. (자명이 해준 머리끈을 만지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모든 것엔 댓가가 있는 법이라.
본분을 잊은 죄, 달게 받겠습니다.
호곡, 의자에서 몸을 날려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호곡, 머리를 바닥에 쿵쿵- 찧는다.
유릉 : 잔정에 흔들리면 대사가 망가지지. 두 번 다시 그대가 사는 이율 잊지 말라!
씬41. 동모현, 외곽 어느 빈관 앞 (밤)
자명과 일품, 말에서 내린다.
일품 : (시동에게) 방 있느냐?
시동 : 예~ 나리.
자명 : 말에게 계란을 좀 먹여줄래? 많이 지쳤거든.
자명과 일품, 안으로 들어간다.
씬42. 동모현, 어느 외곽 (밤)
소소, 말을 타고 달려온다.
씬43. 동모현, 외곽 어느 빈관 한 방안 (밤)
자명과 일품, 지도를 보며 길을 정하고 있다.
자명 : 뱃길루 가자면 하루반인데. 천리 조금 넘는걸.. 현도루 넘어가자면 만리가 넘게 가야되네.
일품 : 고구려 신패 밖에 없으니..
문 벌컥 열리고, 소소 들어온다.
자명과 일품, 놀라서 소소를 본다.
일품 : 소소야..
자명 : 언니가 여긴 어떻게..
소소 : 뿌쿠, 대답해봐.
자명 : (본다)
소소 : 니들 엄마,아버질 찾는게 중요해? 단장님이랑 아줌말 살리는게 중요해?
자명 : 뭐야, 언니? 뚱딴지 같이.
소소 : 대답해!! 얼른!! 시간 없어!!
자명 : 무슨 일이야! 아줌마한테 뭔 일이 생긴건데!!
씬44. 동모현, 유릉의 저택 마당 (낮)
자명과 일품, 소소를 따라 들어온다. 아름드리 말뚝이 두 개 박혀 있다.
말뚝에 차차숭과 미추가 묶여 있고. 커다란 나무 욕조에 가죽끈이 담겨있다. 유릉과 호곡 계단 위에 있고.
자명 : 아줌마!! (미추에게 다가간다)
미추 : ... (본다) 뿌쿠야..
차차숭 : 행카이! 뭐하루 뿌쿨 데려와!!
자명 : (호곡을 보며) 사부님.. 어떻게 된 거예요? 아줌마랑 단장님이 왜 이러구 계신 건데요!
유릉 : 시작하라.
호위무사들, 통에서 가죽끈을 꺼내 미추와 차차숭을 칭칭- 동여매기 시작한다.
호곡 : 소가죽으루 만든 밧줄이지. 이레나 물에 담가둔거라 불을 대루 팅팅- 물을 먹었지.
자명 : ..
호곡 : 벌써 덥군. 불은 가죽이 물기에 말라가면 살을 파고든다.
자명 : .. (본다)
호곡 :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 글쎄다.. 차차숭은 모르겠다만.. 계집은 그때까지 견디질 못할 꺼다.
자명 : 사부님... 대체... 왜요.. 저더러 뭘 어쩌라구요...?
자명, 차차숭과 미추가 꽁꽁- 동여 묶이는 모습을 본다.
씬45. 동모현, 유릉의 저택 한 방
자명과 호곡, 앉아 있다.
호곡 : 두 목숨과 한 목숨을 바꾸려 한다.
자명 : 단장님,아줌말.. 살리는 대신 절.. 죽이는 건가요?
호곡 : 널 죽일 것 같았으면.. 벌써 했겠지.
자명 : 바꾸는 한 목숨이 대체 누구길래요?
호곡 : 낙랑국 공주 라희라는 계집이, 내일이면 동모현에 도착한다.
자명 : 설마...
호곡 : 태산관 국빈숙소에서 그 계집아일 죽여라.
자명 : !! 제가 왜요! 왜 그래야 하는데요!!
호곡 : 이유 같은 건 없다.
자명 : 못해요!! 전!! 그 공주님하구 원수 진 일두 없구. 그럴려구 칼을 배운게 아녜요!!
호곡 : 말하지 않았더냐? 죽이고픈 사람은 네가 만드는게 아니라, 운명이 만드는거라구.
자명 : 못해요! 안해요!!
호곡 : 인생은 늘 선택이다.
자명 : 사부님!
호곡 : 꼭이 뿌쿠 네 손에 칼 쥐어주고 라희 그 계집을 죽이라는 건 아니니.
네 마음에 저울추가 기울어지는 쪽을 선택하면 되는 거야.
씬46. 동모현, 청진루 객잔 이층 (다음날, 낮)
호동, 문 열어 놓고 창가에 앉아 있다. 태추, 옆에 있다.
호동의 시선에서 보면 인파들 속에 말이 지나가고 있다.
씬47. 동모현, 거리/호동 있는 곳
라희, 말을 타고 가고 있다.
라희를 호위하는 왕홀과 부퉁, 도수기 외 호위무사들. 하호개 등의 신하들.
백성들, 모여서 쑥덕거리고 있다.
태추 : (고개를 빼고) 잘 안보이는데요?
호동 : 그러게.. (일어난다)
태추 : 내려가 보시게요?
호동 : 태산관으로 가자. 너무 많이 놀았다. 이젠.. 좌보를 청원한 댓가를 유수로부터 받아야 될테니..
추발소와 문서를 만들어야지.
씬48. 동모현, 거리
호동, 태추와 함께 나온다. 태추, 말을 끌고 온다.
태추 : 그 놈이 마마 말까지 끌고 가 버렸으니..
호동 : 아깝긴 하지.
태추 : 그럼요!! 뻥 쫌만 보태서 하루에 천릴 달려두 달리는 놈인데.
호동 : 그 녀석이 아깝단.. 거다..
호동, 태추와 함께 말에 오른다.
문득, 라희 돌아본다.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호동, 인파들 속에서 멀리 라희의 뒷모습을 본다.
호동, 잠시 어린 시절 라희를 생각한다.
(인서트) 진양궁에서 만났던 라희의 여러 모습.
호동 : .. (옛 기억에 피식- 웃음이 난다)
씬49. 동모현, 유릉의 저택 한 방 (밤)
자명과 일품, 둘만 있다.
자명 : 우리가.. 구해드릴 방법은?
일품 : 사병이 너무 많다.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자명 : ... 하늘은 뜻 없는 일은 안한다는 말.. 많이 들었어.
일품 : (본다)
자명 : 대체... 나한텐 뭔 뜻을 둔건데? 오빤 알겠어? 난 도무지 모르겠어.
일품 : ..
자명 : 뒤꽂이 꽂혀 죽어가는 걸로도 모질래서. 이젠 나 땜에 사람들이 죽어! 묘리언니 죽어! 아줌마,단장님 죽어가!!
뭐지? 내 운명이란게?
일품 : ..
자명 : 내 머릴 빗겨주구. 머리끈을 준 왕비님 딸을 죽이라네.. 나더러 이쁜 옷 주구, 배불리 먹여주겠다던 공주님을 죽이라네..
그게 싫으면 아줌마 단장님이 죽는걸 보라네..
일품 : 뿌쿠야..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너무 작아. 너한테 뭐가 더 있는지 나한테 뭐가 있는지.. 아직은 몰라.
자명 : 내 운명이 살인자야? 그게 다야?
문 열리고, 호곡이 들어온다.
호곡 : 아직도냐?
자명 : ... (본다)
호곡 : 좀 더 쉽게 결정을 내리게 해주마.
씬50. 동모현, 유릉의 저택 마당 (밤)
자명, 의자에 억지로 앉혀진다.
마당 기둥에 거의 초죽음이 된 미추.차차숭이 묶여 있다.
마당에 군사들이 새까맣게 깔려 있다.
자명 : 아줌마아!!
미추 : .. (신음만 흘린다)
호곡 : 운명은 별게 없어. 칼을 손에 쥔 놈은 반드시 피를 보게 돼있고.
자명 : ..
호곡 : 마음 가는 길을 택하면 되는 거다.
자명 : .. (미추를 본다)
호곡 : 밤이라 견딜만 해도 시간이 그리 길진 않을게다.
자명, 미추와 차차숭을 본다.
자명 : ..
씬51. 태산관, 마당 (낮)
(자막) 태산관 국빈숙소
한쪽에 우나루와 추발소, 왕홀과 낙랑 쪽 수행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하호개, 추발소는 안면 있는 사이라, “오랜만입니다..” 이런 인사들 나누고.
왕홀 : (우나루에게) 대장군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우나루 : 다 한 때 얘기지. 젊은 나이에 낙랑에 대장군이 되다니 무예 출중하시겠소.
왕홀 : 그저 고구려 검에 빠지지 않을 정도지요.
추발소 : 패기가 좋으십니다. (웃고) 태녀 마마께 문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나루 : 어. 그래야지~ 듣자니 그야말로 왕소군에 환생이시라던데~
하호개 : 맞는 말씀입니다만. 먼 길 오시느라 고단하셔서 지금은 쉬고 계십니다.
씬52. 태산관, 호동의 침소
호동, 우나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태추, 시립해 있고.
우나루 : (호동에게) 왕자가 슬며시 식사초대라도 해보시지요~
호동 : (웃는) 만나기 싫어도 만나게 돼있는데. 뭘 그렇게까지요.
우나루 : 왕소군에 환생이랍니다~
호동 :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우나루 : 미인 싫은 놈이 사냅니까? 콱! 짤라야죠.
호동 : 고모님한테 이릅니다.
우나루 : 에이~ 가로 늦게 우리 부부 파탄 나서 왕자마마 좋으실게 뭡니까?
문 열리고, 하호개 들어온다.
우나루 : 무슨 일입니까?
하호개 : 태녀마마께오서 왕자마마를 다담에 초청코자 합니다.
호동 : 그래요?
씬53.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대무신왕 집무실
대무신왕, 생각에 잠겨 앉아 있다.
문 열리고, 내시장 들어온다.
내시장 : 대왕마마. 완월헌 공주마마 드셨사옵니다.
대무신왕 : 번잡하니, 다음에 오라 해라.
여랑, 이미 들어왔다. 여랑, 두 손에 옷을 들고 있다.
여랑 : 오라버니.
대무신왕 : (본다) 다음에 오라니.
여랑 : 이걸 전해 드리려고 왔어요. (옷을 다탁 위에 얹는다)
대무신왕 : (힐끗- 본다)
여랑 : 언니가 사람을 시켜 보냈습니다. 오라버니 여름옷을 지었답니다.
대무신왕 : 흐흥.. (웃고) 어쩐다. 답례품이라도 비류나부에 보내야 하는데.
여랑 : 오라버니, 차라리 언닐 돌아오게 하는게 어때요?
대무신왕 : ..
여랑 : 이미 백성들까지 언니 회임한 걸 다 아는데. 이제와 뭘 어쩌겠어요? 되돌릴 수두 없는데.
대무신왕 : .. (고민하는)
씬54. 고구려, 국내성 한 방 안
을두지, 감금되어 있다. (고구려에는 옥이 없다)
초라한 방안이라 아무것도 없다.
문 열리고, 대무신왕 들어온다.
을두지 : 폐하.. (일어나 읍한다)
대무신왕 : 꽤 넓군.
을두지 : 고구려에 옥이 없으니.. 이 불충한 죄인 호사를 하옵니다.
대무신왕 : 을두지. 잠시 내게 머리를 빌려주지.
을두지 : (본다)
대무신왕 : 민심을 그리 잘 아는 사람이니. 이제 어찌했으면 좋을지 말해보아.
을두지 : 민심은 원비마마께도 있지만. 왕자전하께도 똑같이 있사옵니다.
대무신왕 : 그래서?
을두지 : 원비마마께서 출산을 하시기 전에, 왕자전하를 태자로 세우소소.
대무신왕 : 흐흠... (생각하는)
씬55. 태산관, 마당
호동, 걸어온다. 우나루, 따라가며.
우나루 : 보석이라두? 꽃이라두 가져가야지 않을까요?
호동 : (웃는다)
우나루 : 저도 같이 가면 어떨까...요?
태추 : 왕자마마 혼자만 초대하시지 않았습니까.
우나루 : 누가 걸 몰라!!
씬56. 태산관, 연회실
호동, 들어온다.
라희, 뒤돌아 서 있다.
호동 : 고구려 왕자 호동, 낙랑국 태녀마마 초청을 받고 왔습니다.
라희, 여전히 뒤돌아보고 있다.
호동 : 공주마마, 오랜만입니다.
뒤돌아 서 있던 라희, 돌아서면 라희가 아니라 웃달이다.
호동 : !!
웃달의 뒤로, 진짜 라희 시녀복을 입고 차를 준비하고 있다.
라희, 미리 웃달에게 준비시킨 말을 하라고 눈짓한다.
웃달 : 제가.. 많이 변했습니까?
호동 : 아, 예. 공주. 전보다 훨씬 좋아보이오. 낙랑국 태녀다운 위엄이 느껴지는군요.
라희 : (호동을 흘겨본다)
씬57. 동모현, 유릉의 저택 마당
의자에 앉아 있는 자명. 그 뒤에 일품.
미추의 신음소리가 커진다.
차차숭 : 미추야- 미추야!!
자명 : .. (미추를 지켜본다)
호곡 : .. (자명을 본다)
미추 : (눈을 뜬다) 차차숭... 나... 차라리.. 단칼에 죽고.. 싶어...
자명, 바라보면 미추의 옷에 피가 배어난다.
자명 : ..
미추 : 음... (신음이 흐른다)
자명 : 그만해요... 아줌마를...이제 풀어줘요.
호곡/일품 : !!!
차차숭 : 뿌쿠야..
자명 : (벌떡 일어난다) 낙랑국 공주마말 죽여줄테니!! 아줌마를 풀어 달라구요!!!
자명, 소리치며 미추에게로 다가가 호위무사가 지닌 칼을 뽑아 밧줄을 끊어내는 장면에서.
(엔딩)